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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작은 신을 위하여
작가 : Aksu
작품등록일 : 2019.11.5

거듭된 불행에 절망한 청년은 신을 원망하며 자신의 목숨을 내버리려 했다.

하지만 자신을 '신'이라 지칭하는 사내가 나타나 1440분, 신의 지혜를 쓸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해주고 절망으로부터 청년을 구원해준다.

5년 후, 스스로 신이라 소개한 사내로부터 구원 받은 청년은 한 중견기업의 CEO가 되었고, 자신을 구원해준 그 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5년 전 자신이 목격한 신의 권능을 사용하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구원하는 자와 구원 받은 자, 구원을 희망하는 자와 구원을 빼앗으려는 자.
이 수라장에서 현수는 다짐한다.

──'나의 작은 신을 위하여... 이 시간을 쓰겠다'고.

 
19화
작성일 : 19-11-09 02:30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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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사고로 위장한 살인.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한 부모 가정인 신아영 모녀에게 접근한 것이다. 처음에는 놀이동산이나 대공원 같은 곳도 가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살갑게 대해주며 능숙하게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나가 주는 것처럼 연기 했다. 그렇게 마음이 열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고재현은 늦은 신혼여행을 핑계로 같이 해외로 나가, 혼자 돌아왔다.

  그리고 아영이 그걸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죽은 걸 알면 그 죽음에 대해 파헤치려 할 까봐, 그리고 재현이 아영을 구박할 적당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그는 김가현이 아영을 버리고 해외로 도망간 것이라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도망간 탓을 신아영에게 돌려 그녀를 하루가 멀다 하고 폭행해 자신의 화풀이 상대로 삼았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엄마를 원망하게 만들려고 했었다. 그리고 고재현 그 자신은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다. 이게 근 4년 간 이어진 결과이다. 그리고 고재현은 곧 신아영 까지 보험에 들어 그녀를 죽이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그는 신아영을 그저 가축, 아니 그 이하로 보며, 말을 듣지 않거나 자기 기분이 상하면 구타를 했고 나중에는 도살하듯이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머리 좋은 건 좋은 쪽에 써야지… 네가 인간임을 포기하는 데 쓰면 어떡하냐… 응?”

  정수는 검지와 중지를 깨진 접시 쪽으로 향하게 하더니,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쪽을 이용해 순식간에 그의 오른쪽 눈을 베어버렸다. 그러자 재현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과거에 대한 후회가 아닌 지금 이 상황이 두려워서,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 터져 나온 눈물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권능으로 읽어낸 나정수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선고한다.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네 놈도 평생 귀신이 되어 살아가라. 아니… 귀신이 되어서도 편치 못할 거다. 넌 내가 특별히 더 신경써주지.”

 ──────────짝.

  그 순간, 아영이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와 재현의 따귀를 세게 후려 갈겼다. 정수는 문을 잠가놓았기에 온전히 고재현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터라 아영의 등장에 자기도 모르게 권능을 해제 시켰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떠다니던 물건들과 귀신들린 듯 번쩍이던 전자제품들도 작동을 멈췄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집 안에는 깊은 침묵이 감돌았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재현의 따귀를 있는 힘껏 후려갈긴 아영의 두 눈가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분 때문에 촉촉하게 젖었고, 이는 곧 눈물이 되어 그녀의 두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집에서 당장 꺼져… 당장!!!!”

  침묵을 깨고 아영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지금까지 당해왔던 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그녀 자신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던 끝에 지른 비명이었던 것이다.

 “흐, 흐으이이익…!”

  아영의 말에 재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돼지처럼 기어서 집 밖으로 도망쳤다. 이에 정수는 그가 도망가는 걸 소리 없이 지켜봤고,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 입을 열었다.

 “아영아…….”

 “노숙자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아저씨는 신이니까 알고 있었을 거 아니에요. 제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걸…….”

 “…….”

  아영은 품에서 종이한 장을 꺼내 땅에 떨구며 말끝을 흐렸다. 상처에 바르는 약의 처방전과 암 때문에 앞으로 길어야 2년도 채 되지 않아 사망할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서.

  그녀는 이 믿지 못할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은 현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아직 18살인 아영에게 찾아온 것이다. 나정수도 이를 아예 몰랐던 건 아니다. 병원에 가보라는 건 정말 순수하게 상처 때문에 그리 말한 것이었고, 그녀가 어떻게 죽을 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아영이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그가 아영에게 관심을 보인 것도 18살의 앳된 여학생이 어째서 죽을 운명에 처해있는 지 호기심이 생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난 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는 소녀였다. 그래서 그녀의 남은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도록 하고자 권능을 사용했던 것이다.

 “난 네가 조금이라도 불행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누가… 누가 불행하다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제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 없거든요?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끝까지 웃으며 떠날 수 있었을 텐데…!”

  아영은 좌절감과 상실감에 휩싸여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 여태껏 잘 울지 않던 얼굴을 있는 힘껏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대성통곡. 모든 불행을 알아차린 한 소녀의 절규이자 지금까지 웃음 뒤에 감추며 살아왔던 아영의 분노가 울음으로 승화되어 터져 나왔다.

  정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차마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아영의 곁에서 등을 토닥여 주는 것 뿐.

 “그래, 마음껏 울어라. 지금은 억지로 웃으며 감정을 숨기는 것보다 이렇게 솔직하게 울어서 날려버리는 게 가장 좋은 약이 될 거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결심한다.

 ───이 불행한 소녀가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런 불행을 겪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따라서 신아영, 이 소녀야말로 자신을 이을 차기 신의 대리자로서 적합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이나 정수의 품에서 울던 아영이 결국에는 제 풀에 지쳐 그 자리에서 잠들었다. 그 때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정수는 잠이 든 아영에게 얇은 이불을 하나 덮어 준 뒤, 품에서 동그란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눈을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신의 권능을 발동시킨 정수는 아영을 향해 속삭이듯이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남긴 채, 그 자리를 떴다.

  아영의 집에서 이탈한 정수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고재현을 찾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재현은 복수를 위해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 찰나였다. 이를 확인한 정수는 더 이상 봐줄 건 없었지만 그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었기에 인과율을 지켜야 하는 신의 대리자로서 그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신 그는 고재현에게 평생 고통을 받아야 하는 벌을 내리기로 했다.

  ──CRPS 증후군처럼 그에게 바람만 스쳐도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부여한 것이다. 기적의 권능으로 0.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그에게 있어 그것이야 말로 인과율을 해치지 않고 재현을 벌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 후, 나정수는 PC방에서 며칠 씩 묵어가며 신의 대리자로서는 조금 부족한 아영을 도와줄 조력자를 구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가 택한 사람이 강현수였고,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현수에게 24시간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혜의 권능을 부여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 새 정수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늦은 오후, 정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영이 귀가하는 길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몇 분 지나지 않아 아영과 정수가 만났다.

 “어? 노숙자 아저씨? 뭔가 되게 오랜 만이네요?”

 “어… 인사를 하러 왔어. 그동안 잘 지냈니?”

 “뭐, 덕분에요. 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아빠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통장 명의도 다 제 걸로 되어있더라고요.”

 “꽤 밝아 보이는구나. 다행이다.”

 “언제까지나 울상일 수는 없잖아요. 그건 그렇고 인사라뇨? 이제 노숙자로 위장하는 건 그만 두기로 하신 건가요? 노숙자 아저씨.”

 “…나한텐 나정수라는 이름이 있다니까? 아무튼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영이 너, 좀 더 살아보고 싶지 않니? 네 운명대로라면 몇 개월 내에 죽게 될 텐데.”

  그의 말에 아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자신의 죽음이 다가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 극히 평범한 사람의 반응이다.

 “저한테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는 걸요. 엄마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런 작은 꿈조차도 이제 사라져 버렸는걸요. 그래도… 그래도 아직 살고 싶어요. 물론 이기적이라는 건 알아요. 운명에 따라 일찍 죽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아영이 우물쭈물 말을 더듬으며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살짝 구부정하게 쭈그리며 말했다. 이에 정수는 그녀를 향해 피식 하고 한 번 웃으며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너, 신의 대리자가 되어 볼 생각은 없나? 수락하면 네 수명은 10년 늘어날 거야. 그 기간 동안은 아마 무슨 짓을 하든 쉽게 죽을 순 없지. 아, 물론 공짜는 아니야. 대리자로서 세상의 인과율을 위해 일을 좀 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너무 부담은 갖지 마! 선택하는 건 온전히 네 몫이니까.”

 “신의 대리자?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는 않지만… 신인 아저씨를 도와서 일을 한다는 말인가요?”

 “뭐… 그런 셈이지. 어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지 않나?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좋아요! 그 신의 대리자라는 거 열심히 해볼게요! 더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데 그 누가 거절 하겠어요?”

  아영의 표정에 다시 생기가 돌아오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그러자 정수는 아영의 두 손을 세상 소중한 것을 감싸듯 조심스럽게 잡은 채 가만히 미소 지었다.

  ───신의 대리자의 수명은 10년. 그 시간이 지나기 전에 차기 대리자를 정해 권능을 넘겨준 뒤 자신은 소멸한다. 나정수에게 있어서 마지막 기억이자 그의 최후.

  그래도 그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분명 이 사실을 이 소녀가 알게 된다면 이 제의를 승낙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이 소녀는 앞으로 더 살아가기 위해 그의 제안을 승낙할 것이라 확신했기에 그는 마지막 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위해 아영에게 배운 미소를 유지했던 것이다.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내 선택이 옳았길 바란다!”

  나정수는 더 크게 씨익 웃으며 자신감 있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그와 반응해 아영의 눈도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정수의 몸에서 찬연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아영의 눈동자가 완전한 황금빛으로 물들었을 때에는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순간, 찬란하게 빛나던 아영의 두 눈동자에서 두 줄기의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그녀가 신의 대리자를 위임받음으로써 관련 지식들과 더불어 그의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진실에 탄식 섞인 목소리로 그 자리에 서서 중얼거렸다.

 “하… 신이 아니라 신의 대리자일 뿐 이었잖아요… 나정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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