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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파수꾼
작가 : Enyy
작품등록일 : 2019.11.9

평소 두통에 시달리며 이상한 꿈들을 꾸던 평범한 대학생인 창현. 어느 날부터 꿈에서 꾸었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파수꾼‘이라 칭하며 국가에선 이미 그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큰 교통사고를 막아낸 창현의 능력을 알아챈 ‘NSR‘과 그 반대세력인 ‘그림자’가 창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창현은 결국 국가기관인 NSR에 들어가지만, 그림자의 알 수 없는 말들이 계속해서 창현의 마음에 남는다. 국가와 싸우는 그림자. 과연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6화
작성일 : 19-11-09 01:44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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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현이 워킹을 떠난다고 했던 것은 몇 달 전이었다. 분명 창현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나간다고 했었다. 지금쯤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며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복학 준비로 바빴던 자신이 창현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변명거리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이제 와 느낀 것이지만, 이상한 낌새는 그날 느꼈다. 답답한 공기에 마주 앉았던 서울의 그 술집에서. 하루라도 빨리 졸업을 하겠다던 녀석이 그렇게 갑자기 생각을 바꿀 리 없었다. 분명 어떤 일이 녀석에게 일어났던 것이 틀림없다. 그 불안한 눈동자와 어색한 말투.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녀석에게 무슨 일이 닥쳤음을. 가장 친한 내가 알아주길 바랐을 것이었다. 녀석의 불안한 눈빛과 말투가 바로 어제 일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간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 창현의 부모님에게 물어봐도 발신지 없는 편지에 달랑 자연풍경과 함께 찍은 사진 몇 장 들어 있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나마 내게는 편지하나, 전화 한 통, 이메일 하나 오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었기에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나버렸을까.

 

 ‘우우웅!- 우우웅!-’

 

  허벅지를 저릿하게 울려오는 진동 소리에 나는 휴대전화 액정을 들여다봤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일었지만, 액정에 떠오른 ‘김형식 형사’라는 이름이 금세 실망감을 가져왔다.

 

  창현이 떠난 후 나를 지겹도록 쫓아다니는 사람이었다. 예전 커피숍 절도사건 때 만난 형사였는데 나의 번호는 대체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창현의 행방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다녔다. 당연히 나는 내가 아는 대로 말했지만, 형사는 마치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듯 행동했다.

 

  손을 휘저어 통화버튼을 누르자 건조한 남자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잠깐 시간 되십니까?”

 

 “전 그쪽이랑 더 이상 할 말 없는데요.”

 

 “만약 창현 씨가 해외를 나간 것이 아니라면 어떠시겠습니까?”

 

  대뜸 튀어나온 형사의 말에 난 잠시 망설였다. 형사는 나의 망설임을 알아챘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최근에 분명 이창현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그럴만한 증거를 찾았으니 잠깐 볼 수 없을까요?”

 

  그것은 분명 끌리는 제안이었다. 내가 알아채지 못한 창현이의 문제를 비록 형사지만 알아봐 준다는 것은 나에게 손해 볼 일은 아니었다. 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동의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형사는 냉큼 말했다.

 

 “학교 근처입니다. 정문에 있으니 나오기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곧장 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형사가 보였다. 형사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운전석 문 앞으로 가며 말했다.

 

 “타세요.”

 

  구형 SUV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차에서는 담배에 쩔은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그리고 조수석 의자 밑에는 언제 청소를 했는지 모래와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형사는 먼저 올라타 왜 타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 딱 감고 올라타자 형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이 사람부터 보시죠.”

 

  형사의 휴대폰 액정 위에는 어느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검은 단발머리에 짙은 눈썹, 우뚝한 코에 얇지만, 얼굴의 균형을 잡아주는 붉은 입술이 아리따운 여성이었다.

 

  나는 휴대폰 액정과 형사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자 형사가 물었다.

 

 “혹시 이창현 씨가 알던 사람입니까?”

 

 “전혀요. 창현이가 이런 여자를 알았다면, 저에게 제일 먼저 말했을 겁니다.”

 

  그러자 형사는 손을 휘저어 화면을 넘겼다. 그러자 둥글넓적한 얼굴을 가진 남자 사진이 나타났다. 표정 없는 딱딱한 얼굴에 짙은 쌍꺼풀, 턱에는 거뭇거뭇한 수염 자국. 그리고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였다.

 

 “이 사람들이 누군데 보여주시는 겁니까?”

 

 “창현 씨가 출국 전 마지막으로 잡힌 CCTV에 함께 있던 사람들 입니다. 창현 씨 원룸 근처 비둘기공원으로 들어간 장면이 잡혔습니다.”

 

 “공원 안 CCTV는요? 요새 공원에도 방범용 CCTV 다 있잖아요.”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날 하필 고장이어서 촬영이 안 됐답니다. 그래서 제가 확보한 영상은 이 남성 여성과 함께 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영상이 전부입니다. 혹시 이창현 씨가 아는 지인일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일 겁니다.”

 

 “혹시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군대도 함께 다녀온 사이입니다. 휴가를 나올 때도 한 번도 빠짐 없이 같이 나왔었습니다. 분명 이런 사람들을 알았다면 저에게 말했을 겁니다.”

 

  형사는 턱에 손을 대고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했다. 준식이 퉁명스레 물었다.

 

 “그래서 무슨 근거로 창현이가 해외로 출국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사실 그건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근거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추측을 하신 거죠?”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조사 진행 상황을 일반인에게 공개할 수는 없거든요.”

 

  준식은 차가운 눈빛으로 형식을 노려보다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다시는 만날 일 없겠군요.”

 

  준식이 거칠게 차문을 닫자 차가 한번 휘청였다. 멀어지는 준식의 뒷모습을 보며 형식은 혼잣말을 했다.

 

 “당신 친구가 살인죄로 경찰에 잡혀 왔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 그리고 그놈들이 와서 데려갔다는 이야기는 또 어떻게 하고.”

 

  형식이 차에 꽂힌 키를 돌리자 자동차는 덜덜거리며 시동이 걸렸다.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리며 형식이 나지막이 말했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지.”

 

  형식의 허름한 자동차는 서울의 바쁜 도로 위로 섞여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창밖으로는 털을 모두 뽑아낸 새들처럼 알몸을 드러낸 얄쌍한 나무들뿐이었다. 겨울의 동장군이 산 전체를 헐벗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아직 덜 녹은 눈들이 동장군을 돕고 있었다. SUV에 오른 지 한 시간 남짓. 좌우엔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들이, 조수석엔 NSR의 담당자 최용현이 앉아있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배경들은 빠른 속도로 차창으로 사라져 버렸다. 대신 끝없이 보이는 헐벗은 산들만 애처롭게 보였다.

 

  선택권이란 것이 애초에 있었을까. 공원에서 붙잡히던 순간 나에게 있던 선택권이란 것은 박탈당했다. 이들이 주었던 말미의 시간도 이젠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모든 조치는 NSR에서 취해주기로 했다. 학교도, 친구도, 가족도. 청와대 직속 기관이며, 경찰서에서 보여주었던 힘이라면, 이들의 조치를 의심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내가 직접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난 이들이 말하는 파수꾼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까 NSR을 떠날 때 물었지만,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다고 했다. 나의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기간이 짧아질 수도 혹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훈련기관이 어디 있는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저들이 말해준 것은 그저 ‘차에 타’가 전부였다. 그래도 대충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들이 나의 눈까지는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 박혀있는 표지판들이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친절히 알려주고 있었다.

 

 ‘강원도 23km’

 

  보충대에서 훈련소로 이동할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각자의 사단을 배정받고 커다란 관광버스에 몸을 실으면 버스 안 공기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긴장됐다. 그때는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수십이 함께했다. 최소한 혼자 죽는 일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 혼자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다. 더구나 내 양옆에 있는 이 덩치들을 틈에서 혼자 도망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불현듯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

 

  차는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어 곡선을 그리며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다. 곧장 나타난 ‘원주’라고 커다랗게 적힌 톨게이트를 지나 계속해서 내달렸다. 점점 더 굽이지며 산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심심하게 보이던 주유소와 편의점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주택들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차는 쉬지 않고 달렸다. 벌써 톨게이트에서 나와서 한참을 달린 것 같았는데도 차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허허벌판만이 덩그러니 창밖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곳에 사람이 살기는 할까. 하지만 논과 밭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살고 있기는 한 것 같았다. 전방에 보이는 커다란 산의 모퉁이를 돌자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여서 모퉁이를 돌기 전까지 이곳이 존재하리라 생각지도 못했었다.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이곳은 좁은 2차선 도로 옆으로 다 쓰러져가는 주택 몇 개와 그 앞으로 녹이 슨 푯말에 ‘수퍼’라고 적혀있는 허름한 구멍가게가 전부였다. 차는 이제 점차 속력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섰다. 커다란 SUV가 당장에라도 허름한 담장들을 밀어 넘어트릴 것 같이 아슬아슬 지나자 널따란 공간이 나타났다. 그 앞으로 자주색 벽돌을 쌓아 만든 초등학교 정문의 기둥이 보였다. 기둥에는 잔뜩 녹슨 쇠붙이가 학교의 이름을 나타내고 있었다.

 

 ‘학수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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