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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파수꾼
작가 : Enyy
작품등록일 : 2019.11.9

평소 두통에 시달리며 이상한 꿈들을 꾸던 평범한 대학생인 창현. 어느 날부터 꿈에서 꾸었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파수꾼‘이라 칭하며 국가에선 이미 그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큰 교통사고를 막아낸 창현의 능력을 알아챈 ‘NSR‘과 그 반대세력인 ‘그림자’가 창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창현은 결국 국가기관인 NSR에 들어가지만, 그림자의 알 수 없는 말들이 계속해서 창현의 마음에 남는다. 국가와 싸우는 그림자. 과연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1화
작성일 : 19-11-09 01:35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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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휴학을 하겠다니?”

 

  준식이는 뭔가에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창현을 향해 물었다.

 

 “워킹을 좀 다녀올까 해.”

 

  창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준식은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고는 말했다.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야? 하루라도 빨리 졸업해서 한 푼이라도 집에 가져다드리겠다던 놈이 뭔 워킹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준식이의 태도는 상당히 삐딱했다. 창현역시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왕 이리된거 끝까지 밀고 나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랬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여기서 더 나이 먹으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게 워킹이잖아. 그러니까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어서 생각하게 됐지.”

 

 “그럼 미리 얘기라도 하든가 수강 신청까지 끝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그게.”

 

  직사각형으로 길게 뻗은 술집은 일본식으로 실내장식이 되어있었다. 천장 부근에는 모형 벚꽃이 매달려 장식되어 있었고, 벽면은 나무로 칸칸이 나뉘어 곳곳에 일본산 술이 진열되어 있었다. 네모난 나무 탁자에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비좁아 보이는 붉은색 원형 의자. 술집 입구에서 바로 오른쪽. 카운터 바로 옆에 창현과 준식이 앉아있는 자리였다. 마주 보고 앉은 둘 사이에는 잠깐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와는 상반되게 술집은 뭐가 그리도 신이 나는지 왁자지껄 시끄러웠다.

 

  창현은 미안한 마음뿐 이었다. 준식은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커온 단짝친구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같이 하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였다. 군대까지도 동반 입대로 다녀올 정도로 둘의 사이는 남들의 오해를 살 수준이었다. 서로의 표정만 봐도 어떤 기분인지 아는 친구에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자신이 답답했다.

 

  창현은 준식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창현은 더욱이 준식에게 이번 일을 말할 수 없었다. 경찰서에서 자신을 꺼내준 그들의 권력만 봐도 그랬다. 지금도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창현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미안하다. 계속 생각해 오던 건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거든.”

 

 “아니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복학 준비 한답시고 바쁘다더니. 난 이해가 안 되네.”

 

 “미안하다. 학교는 너 혼자 다녀야겠다.”

 

 “너 이러는거 부모님도 아셔?”

 

 “아직 말씀 안 드렸어. 이제 드려야지.”

 

  준식은 창현을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뭐 네 인생이니까 내가 뭐라 할 건 아니고, 또 내가 혼자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도 상관없는데, 네가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고 말하는게 좀 섭섭하다. 그래도 친구인데.”

 

  창현 역시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미안하다.”

 

  창현의 거듭되는 사과에 준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왕 나가는 김에 아예 눌러앉는 방법도 알아봐. 아는 형도 호주 갔다가 돌아오기 싫다더라. 눌러앉겠다고 지금도 나가 있어. 호주가 그렇게 좋다던데.”

 

  준식은 손에 쥔 500cc 맥주잔을 들이키고는 말을 이었다.

 

 “나도 친구 덕에 호주도 좀 나가보고 그러자. 그리고 예쁜 서양 누님들도 좀 소개시켜 주고.”

 

  준식의 말에 창현은 피식 웃었다. 복학 후 혼자 학교에 다녀야 하는 외로움을 아무렇지 않은 척해주는 준식이 고마웠다. 그리고 답답하고 미안했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이었다.

 

 “나 잠깐 화장실 좀.”

 

  창현은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부모님에게는 또 뭐라고 말해야 할까. 딱히 반대하거나 하시진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하루빨리 졸업하길 내심 바라고 계시는 눈치였다. 부모들은 자식의 대학 졸업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분들이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오른뺨을 훑고 지나갔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좌우로 길게 뻗은 길가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창현은 물끄러미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남자는 분명 파수꾼들이라고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나와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이 분명 더 있다는 말이었다. 이게 흔한 증상인 걸까?

 

  바로 그때 누군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창현은 그 시선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문득 맞은편 건물 2층 술집 창가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창현은 그 사람이 누군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둥글고 넓적한 얼굴에 거무스름한 수염 자국. 그리고 웬만한 성인 여성의 허벅지만 한 팔뚝. 창현은 고개를 돌려 남자의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남자가 있다면 그곳에는 분명 그녀도 함께 있어야 했다. 나의 꿈속에 나타났던 노랑머리의 여자.

 

  남자는 어디 올라와 보라는 듯 창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창현 역시 술집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뒤편에서 문이 열리고 준식이 나타났다.

 

 “뭐야? 여기서 뭐 해? 난 변기에 빠져 죽은 줄 알았네.”

 

  준식의 등장에 창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찬 바람 좀 쐬고 들어갈까 해서.”

 

 “또 두통이야? 요새는 괜찮은 것 같더니. 그래도 둘이 술 마시는데 이렇게 오래 나와 있으면 나는 혼자 뭐 하라고.”

 

 “아아. 미안 먼저 들어가 있어. 어머니한테 전화 한 통화만 하고 들어갈게.”

 

  준식은 창현의 덤벙대며 둘러대는 모습을 실눈으로 잠시 바라보고는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준식이 술집으로 들어가자 창현은 황급히 맞은편 건물 2층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위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조명에 비친 술잔의 그림자가 알려줄 뿐이었다.

 

  차마 준식이를 혼자 두고 맞은편 술집으로 올라가 볼 수 없었다. 안 그래도 투명한 출입문에서 느껴지는 준식이의 뜨거운 시선 때문에 남자를 쫓는 일은 포기해야 했다. 여기서 남자를 쫓는다면, 준식이의 의심을 살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준식이는 헤어지는 순간까지 나를 다른 사람 보는 눈빛으로 보았다. 준식이의 그런 눈빛 때문에 한시라도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대충 작별 인사를 건네고, 후다닥 길을 건너 초록색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는 휑했다. 뒷문 너머에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 몸을 던지듯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시야에 운전석 옆 붉은색 숫자가 보였다.

 

 ‘11:09’

 

  하마터면 괜한 돈을 주고 택시를 타야 할 뻔했다. 썰렁한 버스에 승객은 나를 포함해 고작 네 명뿐이었다. 아마도 지금 내가 탄 버스가 막차인 것 같았다. 이곳저곳을 휘젓던 버스는 뻥 뚫린 대로에 올라섰고 이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의 속력만큼이나 창문 너머로 서울의 풍경이 지나갔다. 생명이 빠져나간 듯 불이 꺼진 점포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와는 상반되게 한창을 알리는 술집과 노래빠의 번쩍이는 불빛은 피로한 나의 눈을 찔러왔다. 버스가 속력을 늦추기 시작하더니 이내 멈춰 섰다. 앞문이 열리는 소리로 보아 또 다른 귀가자가 탑승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의 신경은 모두 다른 곳에 쏠려있었다.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가 걱정되었다. 부모님께는 또 뭐라고 말해야 하며, 파수꾼의 훈련은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고, 훈련이 끝나면 평생을 파수꾼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내가 분명 경고했을 텐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창현은 화들짝 놀라며 잡념에서 깨어났다. 창현의 바로 옆자리에 웬 여자가 앉아 있었다. 창현은 그 여자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노란 머리에 좌우로 뻗은 짙은 눈썹. 오뚝한 코. 붉은 입술까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창현과 여자 앞에는 조금 전 술집 맞은편 건물에서 보았던 남자가 손잡이를 움켜쥐고 서 있었다.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여자는 창현의 물음에 날카롭게 대답했다.

 

 “네가 영웅이라도 된 것 같았어? 내가 분명히 평범하게 살라고 했잖아.”

 

  다짜고짜 자신을 혼내는 여자의 말투에 창현은 순간 발끈했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합니까? 내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요?”

 

  창현의 공격적인 말투에 여자는 한심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서 친구도 잃고 가족도 잃고?”

 

 “예?”

 

 “이미 그놈들을 만났겠지. 파수꾼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어때? 정부의 개가 되기로 한 기분이.”

 

  창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올백 머리의 남자는 일급기밀 사항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누설할 경우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앉은 이 여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창현은 당장에라도 묻고 싶었다. 당신도 나와 같은지. 현실 같은 꿈을 매일 같이 꿔 왔는지. 이 지긋지긋한 두통은 대체 어떻게 해야 없어지는 건지.

 

  창현이 눈알만 굴리며 아무런 대답이 없자 여자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겁이 많네. 놈들이 준 겁을 잔뜩 집어먹은 걸 보면 말이야. 놈들은 절대로 너를 어쩌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넌 그들에게 아주 필요한 존재니까.”

 

  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버스는 이제 후미진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마을버스라 그런지 골목골목을 누비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 말은 곧 창현의 원룸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말 이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고급 SUV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버스 옆으로 바짝 붙었다. 창현의 얼굴과 그 앞에 손잡이를 붙들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비치는 조수석 창문이 내려감과 동시에 검은 물체가 튀어나왔다. 무엇인지 채 확인하기도 전에 그것이 불을 뿜었다.

 

 ‘탕! 탕!’

 

  소리와 함께 창현의 앞 좌석 유리가 터져나갔고, 손잡이를 붙들고 있던 남자의 어깨와 가슴에서 붉은 폭죽이 터졌다. 남자는 곧장 바닥으로 허물어지며 쓰러졌다. 총소리에 버스는 급정거했다. 때문에 창현과 여자는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튕겨져 나가는 순간 창현의 시야에 들어온 붉은색 숫자가 보였다.

 

 ‘11:46’

 

  늘어진 테이프처럼 느려졌던 순간이 다시 빨라졌고, 창현은 순식간에 앞좌석에 얼굴을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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