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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리고 그 후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7

2014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이 후 인류는 멸망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설전은 변해버린 환경과 그것에 적응해가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일상을 쓰는 아포칼립스 일상물.

 
22 - 공성전 (3)
작성일 : 19-11-09 01:05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1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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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전은 이상함을 느낀다. 역시 묘한 기분이 든다. 그는 마트 쪽을 향해 연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깨름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어 그는 여전히 기분이 나쁘다. 그런 그를 향해 전투식량을 옮기던 영혜가 무슨 일이냐며 묻자 설전은 그저 아니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까부터...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어요?”

 

  “아니, 그냥. 자꾸 마트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소리요?”

 

  영혜는 설전의 말에 마트 쪽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바람소리 이외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두호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올 뿐이었다.

 

  “어디서 뺑끼치고 지랄이야 미친놈아. 빨리 안 옮기냐?”

 

  “어떤 놈이 똥 싸느라 탄 박스 혼자 나른 나한테 네 놈이 할 말은 아니다만?”

 

  “생리현상인데 어떻게 하냐? 그럼 바지에 싸?”

 

  “응.”

 

  “미친놈.”

 

  혀를 끌끌 차며 두호는 전투식량을 마저 차에 싣더니 트럭 창고 문을 닫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설전을 향해 라이터 좀 달라고 보챘다. 설전은 담배를 피려면 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피라고 주의를 주며 라이터를 두호에게 던졌다.

 

  두호는 라이터를 받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차에서 떨어져 벤치에 앉은 채 담배연기를 뻐끔뻐끔 내뱉었다. 영혜는 그런 두호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설전은 그런 영혜를 보며 너도 라이터 필요하냐고 물었다.

 

  “저 담배 안 펴요!”

 

  “근데 뭘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

 

  “흠...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다가 담배도 부족한데 담배는 아무래도 못 끊나 싶어서요.”

 

  “힘든 상황이니까 더 못 끊는 거 아닐까? 뭐, 알 바 아니지. 자기 몸 스스로 안 좋게 만들겠다는데.”

 

  설전은 영혜와 이야기하면서도 연신 마트 쪽을 향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영혜는 그런 설전을 눈치 챘지만 마트 쪽이 신경 쓰이냐고 물어봤자 그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 뒀다. 설전은 영 불안한지 한쪽 발을 계속 구르고 있었다.

 

  “역시... 불안해..”

 

  “네? 뭐가요?”

 

  “야, 윤두호! 담배 끄고 집에 가자.”

 

  설전은 영혜의 질문도 무시한 채 두호에게 집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그러나 두호는 담배를 흔들어보였다. 아직 덜 태웠다는 말이다. 설전은 아랫입술을 물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두호는 그런 설전의 태도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흠...”

 

  영혜는 설전의 표정을 살피더니 두호에게로 갔다. 그녀는 두호에게 아무래도 설전이 마트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신경이 쓰여 저런 거라고 말했다. 두호는 신경이 너무 예민한 게 저놈의 흠이라면서 혀를 차더니 아직 덜 태운 담배를 땅에 떨어뜨린 다음 발로 짓이겼다.

 

  “가자, 가. 어휴.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아주 그냥 발똥에 등이 떨어지셨어.”

 

  “뭐에 뭐가 떨어져?”

 

  “언어유희다 새꺄. 그것도 모르냐?”

 

  “언어유희? 바보야, 언어유희가 아니라 헛소리겠지. 너의 유머감각은 돌아가셨어, 그것도 모르냐?”

 

  설전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두호는 묵묵히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조수석에 영혜, 그리고 설전이 끼어서 들어갔다. 두호는 코를 몇 번 후비더니 말했다.

 

  “간다. 안에 폭발물이 들었으니 천천히 갈 거다.”

 

  두호가 시동을 킨 다음 가속페달을 밟았다.

 

 

 

  침을 넘기는 소리가 치수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불안한 존재였던가? 문 옆에 기댄 채 익숙하지 않은 총을 들고 서있노라니 치수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긴장되는 탓에 그는 다시 목 너머로 침을 넘겼다.

 

  문 앞을 서성거리던 발소리가 굉장히 크다. 저벅거리는 소리가 마치 심장을 짓누르는 듯하다.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가다듬으려 해보지만 긴장 탓에 치수의 행동은 오히려 산만했다. 그런 산만한 동작은 치수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방긋이가 절묘한 타이밍에 울음을 멈춘 게 다행이었다. 덕분에 밖의 인물은 치수네 근처까지 왔지만 치수네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듯 보였다. 치수는 방아쇠를 만진다. 이것을 당기면 총알이 나가겠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역시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건 두렵다.

 

  발소리가 잠시 멎었다. 너무나 어색한 정적이 치수와 사람들을 옭아맸다. 왜 갑자기 멈춘 거지? 아까만 해도 저벅거리던 발소리 때문에 머리가 울릴 정도로 불안한 그들이었지만 오히려 발소리가 멈추자 아까와는 다른 불안감이 그들의 뒷목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밖의 상황을 알려고 애를 쓴 치수의 귀에 거슬리는 폭음이 들렸다. 무겁고도 낮은 익숙하지 않은 소리. 치수가 소리칠 겨를도 없이 총소리가 그의 귀를 울렸다. 연발로 울리는 총소리에 구석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며 비명을 질러댔다.

 

  이런 상황임에도 치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정제가 가르쳐 준 사격 방법을 떠올렸다. 조정간을 연발로 맞추고 문을 향해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익숙하지 않은 반동과 소음이 치수의 몸을 흔들었다.

 

  총알은 문의 벽면을 찢으며 복도를 향해 날아갔다. 총알이 만들어 낸 구명의 파편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떨어진다. 낯선 화약 냄새와 더불어 목과 코를 간질이는 먼지들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마구 쏴대던 총이 더 이상 총알을 뱉어내지 못하자 그제야 치수는 사격을 중지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수진과 지애. 그리고 아기를 품에 꼭 안은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보람. 경기를 일으키며 엎어진 채 몸을 떨고 있는 태훈. 그러나 이런 총격에도 불구하고 다친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적은 다른 곳을 향해 총을 쏜 모양이었다. 조용하다. 왜 이리 조용한가. 그 고요한 적막이 치수를 불안하게 했다. 방긋이가 다시 울음을 터트린다. 보람이 화들짝 놀라면서 방긋이의 입을 막는다. 정태훈이 신경질적으로 방긋이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다.

 

  치수는 정태훈에게 조용하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올린다. 태훈은 목소리를 낮추긴 했지만 짜증을 내며 방긋이는 괜찮고 나는 왜 안 되냐며 구시렁거린다. 치수는 다시 총열 덮개를 만진다. 아직도 손가락과 어깨에 반동의 감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문을 열까, 열지 말까 고민한다. 상대가 쓰러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대가 그걸 염두해 두고 함정을 파서 치수가 문을 여는 순간 발포한다면 끝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마음을 졸일 수는 없다. 상대가 먼저 여기를 공격해 올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으니까.

 

  집중한다. 치수는 오감을 문 너머로 최대한 집중시킨다. 작은 미동, 소리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의 숨소리도 차분히 줄어든다. 그의 숨에선 공포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구멍 뚫린 바퀴에서 점차 바람이 멎어가는 것처럼. 거꾸로 든 페트병 안의 음료가 다 떨어진 것처럼.

 

  얼마나 집중했는지 밖 너머 공기의 흐름까지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치수 주변의 시간이 마치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뒤의 사람들도 치수에게 감연 된 건지 아니면 그 공간이 넓어진 건지 덩달아 숨소리를 낮추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마치 그 방 안의 모든 것들이 멈춰버린 듯 했다. 알 수 없는 이명만이 그들의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치수의 숨소리는 이제 숨쉬기 불편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저 코와 입이 가늘게 떨린다고 해야 할까. 공기라는 것이 치수의 코와 입에서 스쳐지나가는 정도의 숨이었다.

 

  치수는 천천히 총을 든다. 그는 다시 정제가 가르쳐 준 사격자세를 취한다. 아까의 반동과 감각을 기억해낸다. 그는 총을 어깨에 강하게 밀착시키고 방아쇠 고리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검지의 끝이 차가운 방아쇠를 쓰다듬는다.

 

  치수의 입에서 가느다란 숨이 길게 내뿜어져 나온다. 그는 계속 문 너머를 보고 있다. 그의 집중력은 흡사 송곳과 같았다. 날카로운 송곳은 문을 뚫고 그 너머를 향해 보게 해주는 듯 했다. 그 구멍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치수는 그 구멍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문 너머에 있는 것은 삶인가, 아니면 죽음인가. 열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다. 치수는 등 뒤의 사람들을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으로 모든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 그 무게가 등을 짓누르고 총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망설임은 없다. 지켜야 될 무게가 오롯이 느껴진다.

 

  그때였다. 작은, 아주 작은 소리가 치수의 귀를 스쳤다. 그것은 옷깃이 스치는 아주 작고 미묘한 소리였다. 치수의 검지가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다시 한 번 총의 반동이 치수의 어깨를 타고 몸 전체에 퍼진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사격한다. 총성이 방 안 가득 울린다. 방긋이가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다시 운다.

 

  치수는 문을 연다. 치수가 총을 쏜 순간 이미 상대는 이곳의 존재를 눈치 챘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가 먼저 쏘기 전에 자신이 쏜다. 놈의 반응보다 자신의 반응속도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총구를 돌리며 복도의 상황을 관찰한다.

 

  문 앞에는 낯선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의 총은 피로 샤워한 듯 붉게 물든 채 주인 곁에 떨어져 있었다. 치수는 총구를 들어 상대의 머리에 조준한다. 완벽히 죽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눈을 뜬 채로 쓰러진 남자는 다행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의 이마에선 그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싶은지 상처에서 계속 피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참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사실 이 남자는 경묵의 부하로 치수가 방금 총을 쐈을 때 몸을 피해 있었다. 치수가 아까 생각했었던 것처럼 이 남자는 치수가 문을 열면 치수를 향해 발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안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자는 아주 조심스레 문 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그는 문을 향해 사격을 실시하려는 순간 그 작은 움직임 때문에 들린 소리로 인해 치수에게 사격을 당하고 만다. 만약 치수가 조금이라도 늦게 쐈다면 이렇게 쓰러져 있는 건 남자가 아니라 치수였을지도 모른다.

 

  치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피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최대한 날카롭게 만들어 송곳과 같이 유지하고 있던 터라 피곤할 만도 했다.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도 그의 체력을 뺏는데 한 몫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살인을 했다 라는 사실이 치수를 더욱 힘겹게 했다. 총을 쏘기 전, 아니 안에 있을 때만 해도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사치이며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지금 상황이 끝나자 치수의 눈앞에 자신이 만든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내가 죽였다. 그 사실이 치수의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경험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그것은 19세의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문 안에는 아직 사람들이 긴장을 잔뜩 한 채 웅크리고 있다. 치수는 문을 열고 나온 자신이 왠지 그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문 안쪽과 밖의 세상은 전혀 달랐다. 문 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있었고 문 밖은 죽음과 살의가 있었다. 치수는 문 밖의 세계로 나왔다.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이제 그도 먹잇감이 되거나 먹잇감을 먹어야 될 때가 왔다.

 

  치수가 총을 굳게 잡는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의 무게와 촉감이 너무나 잘 느껴진다.

 

 

 

  대형마트 내 물류창고. 안이 꽤 어두웠는지 경묵의 부하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는 많은 양의 물품들이 보존, 적재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중이었다. 이 정도 양이면 교도소에서 사람을 먹지 않아도 몇 개월은 풍족하게 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곳이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그는 수색반경을 진작에 넓혔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어서 빨리 이곳에 남아있는 놈들을 다 죽여 버리고 이 물품들을 얼른 차지하고 싶었다. 마치 보물창고라도 발견한 냥 그는 매우 들떠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적지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설마 이런 곳에 적이 있을까 하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것은 마음의 틈이었고 그 틈 때문에 자신의 동료가 죽었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때문에 그의 어깨에 총알이 관통하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갑작스런 공격 때문에 그는 소총을 놓치고 말았다. 메아리치는 총성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후속타가 그의 허벅지를 관통한다. 바닥으로 쓰러지는 남자. 그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지만 어둠 속에서 그를 도와줄 동료들은 없다.

 

  그는 허벅지를 만진다. 뜨겁고 질척이는 피가 끝도 없이 나온다. 상처에서 불이 타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태어나서 이런 격통을 느끼는 건 처음이다.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이 깜깜한 어둠. 겨우 물체의 실루엣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거리가 근거리일 경우나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자신을 쏠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그가 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서려 하자 이번엔 반대쪽 허벅지에 총알이 날아든다. 그는 빠르게 주위를 살펴보지만 역시 가까운 곳에 자신을 쏠만한 사람의 실루엣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가 바닥을 기면서 떨어진 소총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이대로 그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총알에 의해 날아가면서 그의 노력은 허사가 된다. 그는 없어진 손가락 자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른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물리적 고통을 지금 여기서 느끼고 있었다. 온몸이 전기가 감전된 듯 고통의 전기가 그의 몸을 사정없이 찌르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통에 창고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는 묻힌다. 발자국은 그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총을 발로 차버려 반격의 기회를 없애버린다. 소총이 멀어지는 소리를 듣고 남자는 고개를 돌린다. 순간 남자의 이마에 뜨거운 무언가가 대인다.

 

  그건 소총이었다. 방금 총알을 내뱉어서 뜨겁게 달구어진 총구가 그의 이마를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자는 히익 소리를 내며 굳는다. 발자국의 주인과 이 소총의 주인은 대범. 대범은 소총으로 그의 이마를 밀며 입을 열었다.

 

  “몇 놈이나 온 거냐.”

 

  “모,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잘못했다고 빌다니. 목숨을 구걸하려면 제대로 된 물건으로 거래해야 되지 않아? 설마 진심 없는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상당히 약았구나, 너.”

 

  “죄송합니다! 살려만 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뭐든지 요! 지금 제 모습을 보세요... 으으으... 더 이상 뭘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총도 없고 손가락도 날아가서... 끄윽...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다고요.”

 

  “뭐든지 한다 라고 했지?”

 

  “예, 예예! 뭐든지입니다, 뭐든지!”

 

  “그럼 일단 네 녀석들이 온 곳이 어디인지, 목적은 무엇인지, 몇 놈이나 왔는지부터 나불거려 보실까?”

 

  “네...네! 다 말씀드릴 테니... 제발...”

 

  남자의 간절한 부탁에 대범은 주머니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주사기의 뚜껑을 열고 쓰러져 있는 남자의 상처부위에 나누어서 주사한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마취약. 원래 이렇게 써서는 안 되지만 지금은 이걸 쓴다고 제제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간 고통이 가시자 남자는 좀 편해진 듯 보였다. 대범은 남자에게 다시 여러 가지를 묻는다. 어디서 왔는가, 목적이 무엇인가, 몇 명이 왔는가. 남자는 막상 그런 질문을 받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방금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면서도 이런 태도. 대범은 그의 이마에 총구를 다시 들이민다.

 

  남자의 숨소리에서 두려움이 느껴진다. 역시 죽는 것은 무섭다.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연다. 그는 사라진 동료의 행방을 수색하면서 더불어 식량 조달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또, 현재 여기에 온 동료들의 수는 총 10명. 경묵을 필두로 9명의 소규모 수색인원이었다고 했다.

 

  “9명씩이나 달고 다니는데 소규모라고?”

 

  대범은 예전 영혜가 헌터들은 100명이 넘는다는 소리를 기억해냈다. 대범은 이 녀석들이랑 싸우 건 역시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럼 너희들이 온 곳은 어디지? 어디에 본거지가 있냔 말이다.”

 

  남자의 표정이 굳어진다. 더불어 입도 굳게 닫힌다. 대범이 다시 한 번 총구를 남자의 이마를 짓누르듯 들이민다. 하지만 이번엔 남자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다. 남자의 갑작스런 태도변화. 대범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할 수 없다는 거냐? 방아쇠를 당겨도?”

 

  방아쇠 고리에 손가락을 넣으며 대범은 남자를 협박한다. 하지만 역시 남자는 반응이 없다. 아니, 마치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듯, 그런 모습이었다. 뭘까. 다른 건 죄다 나불거릴 것 같은데 이것만은 전혀 말하지 않는 이유는.

 

  대범이 모르는 남자의 속마음. 남자는 대범이 한 질문의 답도 죽음이고 답의 회피도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혁을 떠올린다. 붉은 눈에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행동의 압도적인 공포. 거스르는 순간 인간에서 먹이로 전락하게 만드는 그의 능력.

 

  자신들이 온 곳을 말하면 그건 주혁의 위치를 발설하는 꼴, 그것은 주혁을 배신하는 꼴이었다. 만약 여기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자신을 팔아넘긴 것을 주혁이 용서할 리 없었다. 반드시 주혁에게 보복당해 죽으리라. 애초에 그는 여기 사람들이 주혁을 이길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대범은 이런 속마음을 잘 몰랐지만, 더 이상 몰아붙여봤자 정보는 나오지 않으리라 여겼다. 분명 남자는 어떤 공포로 인해 함구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건 아마 영혜가 이야기한 저들의 대장이라는 존재가 무척이나 크기 때문이라 여겼다.

 

  “지금 당장 사람을 잡아먹는 네놈의 대가리를 뚫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하지만 그렇게 함부로 사람을 죽이면 나도 너희들과 별 다를 바 없는 놈들이 되겠지. 후... 게다가 아직 너한텐 얻어 낼 것이 많으니까.”

 

  덜덜 떨고 있는 남자를 대범이 일으켜 세운다. 그는 치료를 해줄 테니 나와 같이 가줘야겠다면서 그를 부축하며 창고를 떠난다.

 

 

 

  박스 트럭 한 대가 대형마트로 향한다. 두호는 계속 재촉하는 설전의 닦달이 너무 싫었다. 마트에 대기하는 사람이 몇인데 뭘 그리 걱정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두호는 설전을 놀려먹을 생각으로 화기를 실었기에 천천히 간다며 일부러 속도를 내지 않고 있었다.

 

  설전은 애가 탔지만 두호의 말도 맞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그의 신경은 오로지 대형 마트 쪽에 있을 뿐이었다. 영혜는 괜찮을 거라며 설전을 다독거렸다. 설전도 영혜의 말을 듣고 그러길 바랐다. 아마도 괜찮을 거야, 괜한 걱정이겠지. 적어도 마트 입구에 다다르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두호가 마트 쪽 도로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이었다. 그는 이제 핸들을 꺾어 마트의 물류창고 쪽으로 방향을 틀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총성이 들리더니 트럭이 휘청거린다. 두호는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놀랐지만 침착하게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었다.

 

  다행히도 트럭이 뒤집어지거나 넘어지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트럭이 멈췄음에도 총성은 멈추지 않는다. 두호는 욕설을 내뱉으며 옆에 있던 총을 들고 내리려 한다. 설전은 그런 두호를 만류한다. 아무래도 저 총성은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X발, 진짜 뭔 일 있을 줄이야.”

 

  “그러게 빨리 오자고 했잖아. 뭐? 발똥에 등이 떨어져?”

 

  “어떡하지? 총성은 멎었는데...?”

 

  “일단 차 안에서 상태를 살피자. 괜히 먼저 나서다가 위험할지 몰라.”

 

  “그렇다고 마냥 차에 있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우린 화기를 싣고 있으니 공격당하면 꽤 위험하지 않겠냐?”

 

  “하긴 그렇겠네. 그럼 일단 경계하면서 밖으로 나가자. 영혜는 여기 있어.”

 

  “네? 어째서요.”

 

  “어째서긴...”

 

  설전은 되도록 영혜를 이곳에 놔두고 싶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는 건 방금 두호에게 들어서 이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혜만큼은 이곳에 놔두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상대해야 할 적은 괴물이 아닐 테니까. 그 의미는 하나였다. 이제 싸움이 벌어지면 불가피해지는 게 있다. 바로 살인.

 

  “이제부턴... 위험해. 특히 너에게는.”

 

  “위험하다니요, 계속 위험한 상황이 있었잖아요.”

 

  “아니, 이번은 설전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번엔 설전의 말에 두호도 거든다. 두호도 설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혜의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영혜는 이제 고작 20세 여성이다. 사태 이전에는 아직 19세의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총을 들고 싸우는 것도 대단한데 지금 여기서 살인을 경험 시키겠다? 별로 선택하고 싶지 않은 선택지다.

 

  “왜요? 두호오빠도 말했잖아요. 여기 있으면 오히려 더 위험해 질지 모른다고.”

 

  “설전이랑 나랑 놈들의 주의를 끌면 여기 있는 게 안전할거야. 아니면 여기 말고 저기 저 자동차 안에 라든지 숨어있어.”

 

  “어째서죠? 제가 별로 미덥지 못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아...”

 

  뒤늦게 영혜도 설전과 두호가 왜 그러는지 이해했다. 설전과 두호는 여기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내리려 했다. 그러자 영혜가 설전의 팔을 잡는다. 설전이 놀라며 왜 그러느냐 묻자 영혜는 각오를 굳힌 듯 설전을 향해 말했다.

 

  “저도 내리겠어요. 따라 가겠다구요.”

 

  “뭐? 너 지금...?”

 

  “총을 들 때 이런 사태까지도 생각해 봤어요. 어차피 헌터, 인육사냥꾼 놈들을 만난다면 싸움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 반드시 내가 쓴 총에 누군가가 죽을 것이다. 알고 있어요. 그런 거.”

 

  영혜는 설전을 본다. 그녀의 눈은 예전 두려움에 떨던 눈이 아닌 강하고 굳센, 의지가 깃든 눈이었다.

 

  “적어도 살인을 한다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하고 싶어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면. 전 이 총으로 사람을 쏠 수 있어요. 총을 쏘기로 결심한 그때, 이미 이것도 각오한 바에요.”

 

  그녀의 의지는 대단했다. 설전은 솔직히 그녀를 만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억센 눈은 도저히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어보였다. 설전은 두호를 본다. 두호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고개를 저어봤자 저 아가씨는 자기 멋대로 따라 올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녀와 같이 행동하는 게 나을 것이다. 설전은 영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다급하면서도 경계와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재빠르게 차에서 하차한다. 트럭이 세워진 곳은 대형 마트의 옆 부분으로 정문과는 제법 떨어져 있었다. 설전은 마트 화단에 몸을 숨기고 전방을 주시한다. 영혜는 마트 위와 주변 아파트를 살핀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수상한 움직임은 없다.

 

  두호는 차를 살핀다. 타이어에 총알이 맞은 모양이다. 타이어가 터지면서 트럭이 휘청거렸던 것 같다. 그 외에는 다행스럽게도 트럭에 총알이 맞은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외상이 없는 트럭의 상태에 안심하고 두호는 앞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간다. 두호가 어떻냐고 묻자 설전은 아무래도 놈들이 여기로 오는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한다.

 

  “마트 옥상이나 아파트를 둘러봤는데, 그 쪽으론 수상한 움직임은 없어. 아무래도 방향을 보건데 마트의 정문 쪽인 것 같아. 우릴 공격한 게 뭔지,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우릴 노리고 있다고 한다면 여기로 오는 속도가 너무 느려. 놈들이 오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마트 쪽 정문을 점거한 채 방어에 전념하고 있단 소리겠지.”

 

  “도대체 뭔 일이래. 제길... 도대체...?”

 

  “요번에 데려온 사람들 이야기를 보건데 아무래도 헌터들 아닐까? 탈출한 먹이들을 다시 데리러 온 걸지도 모르지.”

 

  “X발, 그럼 지금 우리 집이 뚫렸다는 이야기야?”

 

  “아마 그렇지 않을까? 아직 완전히 마트 안까지 점거 당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제길...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빠들은 어떻게 할 거에요? 이대로 정문 쪽으로 가실 건가요?”

 

  영혜가 이제부터 어찌 할 것인지 묻는다. 설전은 머리를 굴린다. 어떻게 할까. 마트 안까지 완벽히 점거 당했다고 봐야 할까. 아마 아버지, 어머니의 실력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당하시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 만약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법이니까.

 

  일단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낫겠지. 저 마트는 현재 점거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저 마트를 탈환하려면 일단 몰래 잠입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일단 설전은 물류 창고 쪽 입구를 향하기로 한다. 만약 열려 있지 않는다면 계속 돌아서 정문 쪽을 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단 움직이자, 당장 정문 쪽으로 가는 건 위험해. 놈들은 지금 우리 쪽을 향해 경계하고 있을 거야. 창고 쪽 입구로 향하고 닫혀 있으면 계속 돌아 정문 쪽을 치자.”

 

  “한 바퀴 돌자는 거군. 돌겠네.”

 

  “정문 쪽에 헌터 놈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건데. 만약, 사람들이 도망치려고 했다면 창고 쪽 문이 열려있을 거야. 열려있지 않다면... 아마 안에 계실 확률이 높겠지.”

 

  “아저씨, 아주머니는... 괜찮으실까요?”

 

  “우리 부모님은 걱정할 필요 없지만, 문제는 안에 있는 사람들이지.”

 

  영혜는 영우를 떠올린다. 잘 있을까. 갑작스레 불안감이 몰려온다. 이렇게 또 갑자기 이별을 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영혜의 몸이 떨린다. 가슴 속 서늘한 감정이 등을 넘어 목덜미까지 올라온다. 애써 고개를 저으며 그럴 리 없다고 자신을 안심시켜 보려하지만 역부족이다.

 

  설전이 영혜의 어깨를 다독인다. 그녀는 그가 한 행동의 의미를 알았다. 영혜는 위안이 됨과 동시에 부끄러웠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설전의 부모님들도 저기 안에 계실 것이다. 아마 놈들과 싸우고 계시거나 싸우셨을 테지. 전투에 앞장 서셨을 그 분들을 생각하면 자신의 걱정은 설전의 걱정보다 작게 느껴졌다.

 

  세 사람은 설전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설전이 선두를 맡았고 중간에는 두호, 눈이 좋고 사격 실력이 좋은 영혜는 후방 경계를 하며 이동했다. 뜨거운 여름 날씨 때문에 세 사람은 금방 땀에 젖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지체 없이 움직인다.

 

  어느새 창고에 다다른 세 사람. 창고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그들은 조금씩 앞으로 전진 하면서 평소 입구로 사용하던 셔터 앞에 다다른다. 셔터는 열려 있었지만, 아쉽게도 문은 지게차로 인해 막혀있다.

 

  지게차로 막혀 있다는 뜻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빠져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설전은 다시 머리를 굴린다. 마트 옥상에서 저격을 한 게 아니다, 이 점이 굉장히 안심이 되었다. 놈들이 만약 마트를 점거했다면 옥상 쪽을 먼저 점령했겠지. 그래야 경계하기 쉬울 테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직 마트가 완전히 점령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어쨌든 위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마트는 아직까진 완전히 점령당한 건 아닌 모양이야.”

 

  “모르지, 어떻게 될지.”

 

  두호가 혀를 차며 대꾸한다. 설전은 다시 손짓으로 두호와 영혜를 이동시킨다. 그들은 그렇게 마트 반 바퀴 정도를 돌아 마트 모퉁이까지 전진한다. 설전 일행이 도착한 곳은 차를 주차시켜 놓은 곳의 정 반대 방향이었다. 이 모퉁이를 돌면 마트 정문이다.

 

  세 사람은 모퉁이 끝 부분에 옹기종기 모인다. 설전 일행이 모퉁이 끝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문 쪽에서 신음소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적이 있음이 확실하다. 설전은 고개를 살짝 내밀어 정문 쪽을 본다. 적의 상태와 수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모퉁이에서 정문까지의 거리는 채 10m 도 안된다. 정문 앞 도로에는 낯선 승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고 정문 앞에는 예상대로 적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정문 앞을 방어하고 있었다. 총알이 날아든 방향을 고려해 볼 때 이곳에서 쏜 것이 맞았다.

 

  헌데 의외로 적의 상태는 안 좋아 보였다. 죄다 어딘가 상처를 입고 바닥에 나 앉아 있는 꼴. 신음소리가 섞여 있던 이유는 저것 때문이었나? 놈들의 꼴을 보니 왜 우리를 발견하고 상격을 했어도 쫓아오지 못했는지 이해가 갔다.

 

  순간, 다리를 다친 남자 하나가 설전과 눈이 마주친다. 설전의 반응보다 남자의 손이 더 빨랐다. 남자의 소총이 설전을 향했고 설전은 모퉁이 안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총성이 울리더니 총알이 설전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설전이 두호를 보며 말한다.

 

  “들켰어!”

 

  “당연하겠지. 우리가 왔는지 알고 있을 텐데 바짝 경계하고 있는 게 당연하잖아!”

 

  “제길, 반격해야 하나?!”

 

  “오빠!”

 

  영혜가 다급히 설전을 부른다. 설전이 왜 부르냐고 말하자 영혜는 빨리 도망치라고 하면서 먼저 뒤로 달려간다. 순간 두 사람은 오싹한 불안감이 척추를 타고 뒤통수를 강타한다. 두 사람도 영혜를 따라 전 속력으로 달린다.

 

  등 뒤에서 무엇인가 폭발한다. 수류탄? 폭탄? 설전과 두호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폭발의 파편들이 두 사람을 덮치기 직전이라는 것. 두 사람, 아니 앞서 가는 영혜를 포함해서 세 사람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땅을 향해 엎드린다. 하지만 때때로 현실은 잔혹하다. 날카로운 파편들은 설전과 두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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