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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리고 그 후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7

2014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이 후 인류는 멸망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설전은 변해버린 환경과 그것에 적응해가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일상을 쓰는 아포칼립스 일상물.

 
21 - 공성전 (2)
작성일 : 19-11-09 01:0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1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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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정찰을 보냈던 인원들이 속속 경묵이 있는 승합차 앞으로 도착했다. 그들은 정문 쪽에 입구 하나, 그리고 창고 쪽에 입구 하나와 마트 직원용 입구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허나, 그 입구들은 전부 벽돌로 막혀 있어 들어갈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경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들의 말을 부정했다.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입구가 없다는 건 무슨 말인가. 필시 숨겨진 입구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마트 주변을 살펴보고 오라고 명령을 내렸으나 한 부하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완전히 벽돌과 시멘트에 의해서 막힌 직원용 출입구와는 다르게 창고 입구와 정문 입구는 벽을 막은 흔적이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창고 입구 쪽은 벽과 벽사이가 붕 뜬 거 같은 느낌이라고. 특히 정문 입구는 의도적으로 안쪽에서 벽돌을 막아 놓은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쪽에서 벽돌을 움직여 문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하고 있나 보군. 의외로 방비가 우리가 있던 곳보다 더 잘되어 있잖아.”

 

  경묵이 천천히 승합차에서 내린다. 그는 정문 입구로 걸어가더니 입구 안으로 들어가 전등을 킨 다음 막다른 곳의 벽돌들을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벽돌 아래에 주먹크기만한 공간이 비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묵은 주머니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하나 꺼냈다.

 

  심지에 불을 붙인 다음 빈 공간 안쪽으로 다이너마이트를 굴려 넣었다. 그는 입구 밖으로 뛰어 나온 뒤 입구 바깥쪽으로 몸을 피해 폭발에 대비했다. 이윽고 거대한 폭발음이 입구 안쪽에서 울렸다. 경묵은 3초 정도 지난 다음 입구 안쪽을 살펴보았다.

 

  벽돌들은 깔끔하게 날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지게차 또한 폭발해 불타고 있었다. 입구는 불길에 휩싸였지만 훤히 뚫려있었다. 경묵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더니 부하들을 향해 품안의 다이너마이트를 하나 더 꺼내 들더니 그것을 쓰다듬었다.

 

  “역시 폭발이 최고야. 훤히 뚫리잖아?”

 

  경묵이 손짓을 하자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이 경묵이 있는 정문 입구 쪽으로 몰려가려 했다. 그러나 처음 뛰어가던 한 남자가 갑자기 들려온 총성과 함께 다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몰려가던 부하들도 걸음을 멈추더니 당황해했다.

 

  어리둥절해하며 우물쭈물 거리는 사이 또 다른 부하 하나가 어디선가 들리는 총성과 함께 다리에 피를 뿜어냈다. 부하들은 이리저리 살피며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마침내 한 남자가 마트 옥상에서 어떤 여자가 견착을 한 채 이쪽을 겨냥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재빨리 총을 들어 옥상을 향해 총을 쐈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사람들이 총을 들 때 옥상 안쪽으로 몸을 숨겨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총알을 회피했다.

 

  경묵은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지만 그렇게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아마 이쪽의 움직임을 미리 눈치 채고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이러한 반격도 예상 범위 내. 하지만 입구가 뚫린 지금은 경묵 일행에게 더 유리한 전황이었다.

 

  경묵은 위의 저격은 신경 쓰지 말고 건물 쪽으로 붙으라 말했다. 건물 쪽으로 붙으면 저격도 쉽지 않을뿐더러 상대방의 상체가 노출되기 때문에 반격하기 쉽다는 이유였다. 옥상에서의 공격이 뜸해진 틈을 타 부하들은 건물 입구로 옹기종기 모였다.

 

  경묵이 손짓으로 입구 안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한다. 명령을 알아들은 부하들은 신속하게 입구 안으로 진입했다. 경묵은 상대편이 총까지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예사 놈들은 아니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때 난데없이 입구 쪽에서 총성이 울렸다.

 

  벌써 교전이 시작된 건가? 경묵이 밖에서 입구 안을 살펴보려는 순간 입구에서 총알 하나가 경묵의 옆을 빠르게 지나가더니 땅바닥에 박혔다. 경묵은 땅에 박힌 총알을 바라보다 입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에는 부하들이 내부로 완전히 들어가지 못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정제는 입구 맞은편 계산대에서 정문 입구를 겨냥한 채 열심히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왼팔의 통증을 이를 물며 견뎌내고 있었다. 경묵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기 전, 입구를 향해 달려가던 정제는 제때 도착하지 못한 덕분에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할 때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 폭발에 직접적으로 휘말리진 않았다.

 

  그러나 폭발 때문에 튄 벽돌 파편이 그의 왼쪽 팔을 강타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아파할 시간이 없었다. 갑작스런 폭발의 의미는 저들이 위험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해줬으니까. 정제는 계산대까지 뛰어가 거기서 사격 자세를 취했다.

 

  입구를 막고 있던 벽돌과 그 주변은 산산 조각이 났으며 지게차는 폭발 때문에 입구를 벗어나 찌그러진 채 불타고 있었다. 아마 입구 주변에 일어난 화염은 지게차의 폭발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느긋하게 현장을 감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일렁거리는 불길 너머로 몇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정제는 불길 너머의 입구를 조준한 채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불꽃을 넘어 입구에 있던 사람 하나의 어깨를 관통해 나갔다. 그리고 더불어 그 뒤에 있는 사람의 팔까지 꿰뚫었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정제는 계속해서 총알을 쐈다. 몇 개는 조준을 잘못해서 입구 주변을 맞췄지만 그것은 그거대로 위협이 되어 사람들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순간 밖에서 총성이 들려온다.

 

  정제가 계산대 아래로 고개를 낮춘다. 밖의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대응 사격을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응 사격을 한 것 치곤 너무 조용하다. 밖에서 발사한 총알이 안으로 들어와 무슨 소리라도 내야 정상인데 너무 잠잠하다.

 

  다시 총성이 울리자 정제는 이것이 밖에서 안으로 쏘는 총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밖에서도 교전이 일어났다는 뜻. 정제는 계산대 위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헌데 입구에는 정제의 총을 맞고 쓰러졌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도망 친 건가? 정제가 이상하게 여기는 사이 입구 쪽에서 무언가가 날아든다. 정제는 그것이 무슨 물체였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감각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좋은 게 들어올 리 없다는 것을 판단했다. 정제가 계산대를 부리나케 벗어난다.

 

  계산대에서 멀리 떨어져 납작 엎드리자 이번에도 엄청난 폭발음이 마트 내부를 울렸다. 정제는 입 밖으로 미친놈들이라며 소리를 냈다. 아까 입구에 있던 인원들이 없어진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수류탄 같은 폭발물을 던지기 위해서.

 

  정제가 총을 들어 입구 쪽으로 가려고 하자 순간 총성이 울리더니 정제가 있던 옆 바닥이 부서지며 구멍이 파였다. 놈들이 기어코 마트 안쪽으로 들어와 총을 쏜 것이다. 정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난감했다. 허나 지금은 일단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멍청하게 표적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정제가 진열대 사이로 몸을 숨겼다.

 

  총알들이 정제의 머리 위를 지나간다. 낯선 바람이 그의 머리를 간질이자 정제는 머리 위부터 몸 아래로 소름이 퍼져나갔다. 잘못 서있었다면 죽는 건 자기 자신. 그런 생각에 정제는 고개를 저었다. 정신을 차리자. 지금 이런 생각조차도 사치다. 그는 진열대 밖을 벗어나 위협사격을 한다. 그러자 입구 쪽 적들이 정제가 있는 진열대 쪽을 향해 총을 쏜다.

 

  총알 몇이 정제의 옆구리와 허벅지를 스친다. 뜨거운 감각이 그의 위험본능을 자극한다. 정제는 다시 몸을 움직여 뛴다. 뒤에서 그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계속 뛰어가다 마트 정육코너 뒤로 몸을 날린다. 그는 정육코너 진열대 뒤편에 몸을 숨긴 다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정제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 적을 들여보냈다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정제가 그런 반성을 하는 동안 다시 정제의 머리 위로 총알 몇 개가 더 날아간다. 만약 조준을 좀 더 아래로 했었다면 정제가 위험할 뻔 했다. 아무래도 적은 이 어둠속에서 정제를 쫓아 여기까지 들어 온 모양이었다.

 

  정제가 정육코너 진열대 위로 머리를 올린다. 마트 내부로 깊게 들어와 어둠 때문에 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건 총은 분명 날아왔고 상대도 이 근처 어딘가에서 이쪽을 향해 쏘고 있다는 소리다. 정제는 상대만 자신의 위치를 아는 불리한 상황에 욕이 나왔다.

 

  “하, 총 쏘는 건 두호나 설전이가 딱인데...”

 

  말을 마칠 시간도 없이 다시 총알이 정육코너 진열대를 뚫고 정제의 옆 자리를 지나갔다. 정제는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며 총을 조준했다. 정제가 조준한 곳은 채소, 과일 코너였다. 분명 저곳에서 빛이 번쩍였지. 정제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어둠을 가른다. 그러나 그 이후엔 반응이 없다. 정제는 이 적막을 상대를 맞추지 못했다는 사실로 받아들였다. 다시 진열대 안쪽으로 들어간다. 상대에게 정확한 자신의 위치를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정제는 침을 삼켰다.

 

  총성이 울리더니 아슬아슬하게 정제의 왼쪽에서 총알이 진열대를 뚫고 들어온다. 정제의 뺨에 총알이 스쳐가면서 총알이 지나간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죽음. 뺨에서 죽음이 느껴진다. 정제는 숨을 고른다. 괴물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설마 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죽음을 느끼다니. 아이러니하다.

 

  정제는 다시 진열대 위로 총을 든다. 순간, 정제가 노리는 자리에서 검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정제는 검은 그림자를 조준한다. 그림자도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바삐 움직인다. 정제는 그 그림자에게 틈을 주지 않기로 한다.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정제의 오른쪽 귀가 사정없이 타오른다. 불에 덴 것처럼 뜨겁다. 정제는 이 통증이 총알에 의해서 귀의 일부가 뜯겨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귀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자꾸 뱉어내는 느낌이다. 그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귀를 감쌌다.

 

  끈적하고 뜨끈한 느낌이 손에서 뭉클하게 잡힌다. 도대체 얼마나 다친 건지 감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그저 귀가 뜨겁다. 이 생각이 들 뿐. 그러나 순간 정제는 아차 한다. 아직 적이 제대로 쓰러졌는지 확인이 안됐다.

 

  정제가 적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채소, 과일 코너를 보려는 순간 정제의 궁금증에 답하든 다시 총알 하나가 정제의 옆을 지나간다. 아직 살아있었다. 정제는 통증을 참아가며 총을 잡는다. 그림자는 아직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정제는 왼쪽 손으로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낸다. 그는 손을 아래로 내려 라이터를 켤 준비를 한다. 그리고 라이터를 키고 공중을 향해 던지자 라이터 불을 향해 총알이 날아든다. 라이터가 총알의 바람에 일렁거린다. 정제는 상대가 쏜 총의 불길을 놓치지 않고 그 지점을 향해 총알을 날렸다.

 

  연발. 연발로 쏘아진 총알은 상대의 비명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지막지한 총성은 적의 단말마조차 잡아먹었다. 정제의 사격이 멈춘 이후 더 이상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정제는 진열대 안쪽으로 몸을 돌린다. 뜨거운 핏덩어리들이 아직도 정제의 귀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제는 끈적해진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문댔다.

 

 

 

  안에서 벌써 싸움이 시작 된지 몇 분전, 밖은 밖대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안과 밖, 권란과 정제 덕분에 총상을 입은 사람이 5명이나 되었다. 그 중 3명은 다리, 1명은 오른쪽 어깨, 1명은 오른팔에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다리를 다친 인원이 옥상을 향해 위협사격을 가하고 있어 옥상에서의 저격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묵은 주머니 속에 있는 주사위를 만지작거렸다. 좋지 않은 수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겨우 남은 4명의 인원들을 안으로 보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는 듯 보였다. 뒷맛이 씁쓸하다고 할까. 쓴물이 입안을 간질이자 그는 침을 가볍게 뱉은 다음 쓰러져 있는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여기서 망을 보고 있어라. 난 안에 들어갔다 올 테니.”

 

  “하... 하지만 경묵님...”

 

  “상처 난 걸로 지랄 떨지 마. 그 정도는 알아서 지혈해.”

 

  경묵이 거칠게 말하더니 부하들을 놔둔 채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피어오르는 불길들을 헤쳐 가르며 경묵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부서진 벽돌들과 지게차가 일렁거리는 불꽃 때문에 괴기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이미 부하들은 마트 안 깊숙이 들어간 듯 보였다. 경묵은 천천히 총을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저벅거리는 소리가 어두운 마트 내부를 요란스럽게 울렸다. 주머니 안에서 주사위가 시끄럽게 달그락 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는 흥분된다. 좋지 않은 수가 나올 것만 같았다. 그것이 오히려 그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불안하면 할수록 그의 아드레날린은 폭주하듯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이곳은 재밌는 곳이었다. 안경 너머로 그의 눈이 빛난다. 역시 부하들에게 맡기는 것 보다 자신이 직접 일을 처리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즐겁다.

 

  마트 내부에서 총성이 울린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퍼진다. 안이라서 그런지 바깥보다 비명소리가 더욱 끔찍하게 들려온다. 그곳은 마트 내부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하지만 경묵은 비명이 있는 곳으로 향하지 않는다. 그는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며 2층으로 올라가는 비상계단을 발견한 뒤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2층으로 올라가기 직전 그는 묘한 것을 보았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 부분이 돌과 흙무더기로 막혀 있었다. 아무래도 벽면이 무너지고 그 사이로 토사가 흘러나와 막히게 된 모양이었다. 헌데 그 모습은 마치 일부러 지하를 막아놓은 모양새였다.

 

  왜 저렇게 막힌 걸까. 궁금증과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경묵은 시선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지금은 자신의 호기심보다 자신의 스릴과 흥분을 충족시킬 이 전쟁이 더 중요하다.

 

 

 

  옥상 위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 경묵의 부하. 경묵을 제외하고 마트 내부로 돌입한 4명은 각자 따로 흩어져서 적을 각개격파 하기로 한다. 한 명은 입구에서 자신들을 저격하던 놈을 찾으러 갔고 다른 두 명은 다른 곳을 수색하러 떠났다. 자신은 옥상 위에서 자신들을 저격하던 여자를 찾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거침없이 계단을 올랐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는 전혀 위축이 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위기감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그래봤자 상대는 여자니까. 아무리 총을 가지고 있어도 남성인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옥상 입구의 빛이 계단 아래를 향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총을 들어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계단을 힘차게 올라갔다. 옥상 입구 밖을 나오자 강렬한 햇빛이 그의 눈을 따갑게 했다. 그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여유롭게 상대를 찾는 순간 총을 들고 있던 오른손 손가락이 뜨거워졌다.

 

  아니 뜨거워진 게 아니다. 남자가 고통에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이 잘렸다. 아니, 뜯겨져 나갔다고 해야 옳을까. 잘려진 검지에서 핏덩어리들이 떨어진다. 그러나 비명을 계속 지를 새도 없이 그의 오른쪽, 왼쪽 어깨에 총알이 관통한다.

 

  이윽고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까지 관통 당하자 남자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는 고통에 남자는 총을 들고 반격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 반격할 틈조차도 사실 없었지만.

 

  “으아..아아.. 아악!”

 

  상대는 이미 전의를 잃었다. 당연하다. 방아쇠를 당길 손가락이 날아갔다. 거기다 다리와 팔, 어깨가 전부 총알에 관통 당했다. 상처 부위에선 느껴본 적 없는 출혈이 사정없이 분출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옥상입구에서 계단으로 도망가려 했다.

 

  방뇨로 인해 축축하게 젖은 바지는 그가 얼마나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도 나름 프로였다. 수많은 괴물을 상대하면서 먹이로 쓸 사람들을 포획해왔다. 그런 그에게 공포란 그렇게 확연하게 와 닿는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죽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다시 새겨지게 되었다. 무감각해진 공포가 현실의 고통으로 인해 깨어난 것이다. 상대와 자신의 격차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상대를 함부로 얕봐 전장에서 방심한 자의 말로는 처참했다.

 

  총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 채 핏물에 허우적대는 모습을 옥상 환풍기 뒤에서 권란은 담배를 한 개비 깊게 피우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젖혀 연기를 위로 내뱉는다. 그녀의 시선이 하늘을 향한다. 하늘은 파랗다, 놀라울 정도로. 아들놈은 가끔 하늘이 파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란은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다리와 팔을 관통당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던 그는 열심히 기어가려 애를 썼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자 절규했다. 어찌 보면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광경을 보고도 권란은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 담배를 피우는 동작을 제외하고는.

 

  이윽고 점점 남자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한다. 아마 출혈과다로 서서히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리라. 조금 있으면 그의 수명은 천천히 다하게 될 것이다. 허나, 그런 와중에도 권란은 움직이지 않은 채 옥상 입구를 주시한다. 눈앞의 적이 죽어가든 말든 그녀는 상관하지 않는다. 입구에 적이 나타나면 쏜다. 권란은 오로지 다음 타겟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린 다 죽었어... 놈들이야. 놈들이 우릴 찾은 거라고...!”

 

  “아, 아재. 좀 가만히 있어요.”

 

  “어린놈의 새끼가... 지금 이 상황이 뭔지 몰라? 녀석들이야. 인간고기 먹는 놈들!”

 

  “누가 몰라요? 아마 그렇겠죠. 여기까지 총질하러 온 놈들이라면야.”

 

  “근데 지금 여기서 싸우는 놈들은 전부 주부 아니면 아저씨야. 어떻게 이겨? 우린 끝났어. 죽었어!”

 

  정태훈이 벌벌 떨며 재연에게 한사코 투정을 늘어놓았다. 그는 공포에 덜덜 떨며 계속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 그를 재연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난감했다.

 

  태훈과 아이들이 있는 곳은 마트 직원용 사무실, 그것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휴게실이었다. 그들은 가장 구석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리고 있었으며 치수는 문 옆에서 총을 든 채 그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정태훈만 유독 이 상황에 부정적이었다.

 

  “다 틀렸어. 어떻게 이겨 그런 놈들을! 그것도 고작 3명이야, 3명! 망했어! 망했다고! 으으으으! 다 망했어!”

 

  정태훈의 절규는 점점 커져갔다. 재연은 조용히 하라고 윽박질렀으나 태훈은 어린놈이 대들지 말라고 재연을 거칠게 밀치더니 오히려 화를 냈다. 그는 점점 더 불안한 증세를 보이더니 이윽고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차...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아예 저 사람들한테 붙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우린 아무 잘못 없다고. 우리도 그냥 붙잡혀서 이렇게 된 거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그래. 살려 줄지도 몰라. 그래, 맞아! 그러면 조금이라도 목숨을 더 보장시켜 줄지도 몰라. 맞아, 그럴 거야. 그러자. 응? 그렇게 하자.”

 

  태훈이 횡설수설하며 수진과 지애, 그리고 재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불안한 듯 흔들리는 동공은 그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최악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는 치수를 가리키더니 언성을 높였다.

 

  “저런 꼬맹이가 어떻게 우릴 지켜줄 수 있겠어, 응? 총도 한 번 못 쏴본 대가리에 피도 덜 마른 애가 무슨 우리를 지켜! 그러니까 우리만이라도 살자고. 저렇게 대들다가 총 맞아 죽는 거 보다 차라리 조금 더 목숨을 보존하는 게 더 낫잖아 안 그래? 저건 개죽음이야 개죽음! 어차피 밖의 놈들도 다 개죽음 당했을 거라고! 그러니 얼른 항복하자! 빨리!”

 

  태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보람의 손이 태훈의 뺨을 후려 갈겼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소리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며 보람을 쳐다보았다. 보람은 아이를 안은 채 분노에 찬 모습으로 태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작스런 엄마의 행동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쓰러진 태훈은 뺨을 어루만지며 보람을 쳐다보았다.

 

  “이런, 미친 X!”

 

  태훈이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서려고 하자 이번엔 보람이 발갈질로 그의 얼굴을 뭉갰다. 다시 뒤로 쓰러진 태훈의 코에선 코피가 터져 나왔다. 보람은 분이 안 풀렸는지 다시 그의 얼굴에 싸대기를 한 번 더 날렸다.

 

  정신을 못 차리는 태훈의 멱살을 잡은 그녀는 거칠게 그를 향해 말했다.

 

  “죽음? 개죽음? 당신 지금 우리 남편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그딴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아...아니 그게...”

 

  “목숨을 보존해? 누구 때문에 지금 여기서 안전하게 있는데! 그런 놈이 뭐? 개죽음? 어떻게 믿냐고? 당신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어? 늙기 만한 똥덩어리야!”

 

  보람의 거친 어투, 거친 행동에 사람들은 놀라했지만 정작 아무도 그녀를 말릴 생각은 안했다. 치수도 그런 그녀를 말릴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당신이 총을 들지 않는다고 뻐팅겨서 저 어린 친구가 총을 들었어. 그리고 지금 내 남편, 이 애 아빠랑 설전네 아저씨, 아주머니가 당신들 때문에 왔을지도 모르는 인육사냥꾼, 헌터들이랑 싸우러 나갔어. 근데 뭐? 목숨을 보존해? 그게 뚫린 주둥이에서 쳐나올 말이야?”

 

  보람이 멱살을 흔들며 말했다. 태훈은 그러나 그녀의 말에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그저 얻어맞은 충격과 여자가 자신을 깔아뭉갰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오히려 반대로 태훈이 성질을 내며 보람에게 손찌검을 하려는 찰나 치수가 그의 손을 막았다.

 

  “그만둬 아저씨. 더 이상 막나가지마.”

 

  “으으.. 놔! 이 미친 X을 가만 놔둘 거 같아, 내가?!”

 

  “그만두라고 했지. 지금 아저씨 손 휘두르면 누가 다치는 줄 알아?”

 

  “다치긴 누가 다쳐! 지가 잘못해서 다치는 거지! 인과응보야 인과응보!”

 

  “뭐? 인과응보?!”

 

  보람도 다시 싸대기를 때리려고 하자 이번엔 지애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언니, 그만둬요! 애 울어...”

 

  “하아... 하아...”

 

  지애가 보람과 아기를 데리고 태훈에게서 멀리 떨어진다.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보람은 연신 콧바람을 내뱉었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상태를 보더니 여전히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울음소리는 휴게실 안을 쩌렁쩌렁 울려댔다.

 

  “허이고! 지 엄마 닮아서 아주 그냥 지랄 발광을 하는 구만!”

 

  “아저씨. 방금 아저씨가 손을 휘둘렀으면 저 애가 맞았어.”

 

  “뭐? 그게 뭐 어쨌는데!”

 

  “아저씨, 아저씨 그렇게 사리분별 없는 인간이야?”

 

  치수의 말에 다시 태훈은 열이 올라왔다. 자기보다 한참 어린, 그것도 아직 20살도 안된 아이에게 이런 소리를 듣다니. 태훈이 뭐라고 입을 열려는 찰나 치수가 총구를 태훈의 가슴에 갖다 대었다. 싸늘한 총의 감각이 태훈의 가슴에서부터 서서히 퍼져나갔다.

 

  “아저씨가 들고 있어야 할 거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거 보여?”

 

  태훈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저씨가 어떤 말을 하든 상관없는데 그게 우리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였으면 좋겠어. 알았지?”

 

  치수가 나긋한 협박을 마친 다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태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태훈이 지금 가슴 속에서 짓밟힌 자존심 때문에 얼마나 울분을 토하고 있는지 그가 알 리 없었다. 관심도 없었지만.

 

  보람이 안고 있던 방긋이는 겨우 울음을 멈추었다. 보람과 지애가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었고 치수도 내심 아이의 울음이 그친 것에 대해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치수는 계속 아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려왔으니까. 그것은 묵직하고 그리고 다급한 소리였다.

 

  치수는 단번에 그것이 적임을 간파했다. 만약 적이 아니라면 자신들이 있는 곳을 향해 이름을 불렀을 테니까. 치수가 총의 방아쇠를 만지작거린다. 삐걱대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치수의 숨이 가빠지고 떨린다. 사람들도 구석에서 조용히 숨을 죽인다.

 

  어느새 삐걱대는 발소리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움직인다. 치수는 정제가 가르쳐준 총 쏘는 법을 계속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본다. 어설프더라도 실수는 절대 해선 안된다. 실수는 죽음. 그것도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게 된다. 치수의 숨이 심하게 떨리는 그 순간, 발소리는 어느새 문 밖까지 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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