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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브리튼 던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8

블루튜더의 전사였던 요한은 레드튜더와 전쟁 준비 중 블루튜더가 레드튜더에 흡수되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탈단하여 외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요한 앞에 아무라는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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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1-09 01:03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1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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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 호위 말씀인가요?”

 

  이른 아침 촌장의 호출로 마을회관으로 간 요한은 스마 촌장에게서 짐마차를 호위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스마 촌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단히 정황을 설명해준다.

 

  “엔 토르에서 우리 마을의 코코다르크 고기와 각종 유제품, 작물들을 선불로 사들이기로 했네. 그쪽은 용병업이 발달해서 자금은 넘치는데 반해 현물은 좀 부족한 편이거든. 거의 2주나 1주 일에 한 번씩은 이렇게 대량으로 식량을 우리 마을에서 구매해가지. 다른 곳에 비해 매번 싼 가격에 모시니까 말이야.”

 

  요즘 도적단들이 설쳐대는 통에 이번에는 호위를 강화할 생각으로 요한을 불렀다고 말한다.

 

  “요한, 아무, 존티, 마도루. 이렇게 보낼 생각이네.”

  “자주 보는 녀석들로 이뤄졌네요.”

  “실력을 비롯해 연계도 얼추 좋을 것 같다고 휘터린이 추천했지.”

 

  그렇게 해서 짐마차 호위대가 정해졌다. 마차는 오전에 물건을 싣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 출발하여 저녁에 도착.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여 점심에 다시 여기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꼬박 하루가 걸리네요.”

  “그나마 가까운 마을이 이정도지. 샤르코바는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 도착핵서 가는데만 1일이 걸리네.”

 

  요한은 다시금 브리튼 던이 엄청 멀리 떨어진 마을이란 걸 새삼 느낀다.

 

  오후까지는 시간이 널널했으나 요한은 오전에 짐 싣는 걸 도와주기로 한다. 그곳에는 찌뿌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앨리와 애꾸눈 한, 맨담, 갈반, 젬 할아버지와 고르브도 있었다.

 

  갈반과 고르브가 열심히 마차 수레에 짐을 옮겨 싣는다. 고르브는 노인 학대라면서 투덜거리지만 젬은 얄짤 없다.

 

  “단팥빵 레시피를 공짜로 넘겨준 거 이걸로 퉁 쳐주는 거야. 열심히 일해!”

 

  결국 젬은 고르브에게 단팥빵 레시피를 넘긴 모양이다.

 

  요한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 몇몇이 도와준 덕분에 점심시간 이전에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허기가 진 요한이 살롱에서 점심을 해결할까 생각하던 도중 누군가 정겹게 요한의 이름을 부른다.

 

  “요한 님, 오랜만입니다!”

 

  낯이 익긴 했지만 그렇다고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요한이 머리를 긁적거리는 사이 그는 요한을 향해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한다.

 

  “샘입니다! 샘! 요한 님을 여기로 모시고 온 놈입죠.”

  “아, 샘! 죄송합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웬걸요, 전쟁이 심해져서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브리튼 던에 오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일단 가족들과 같이 엔 토르 마을에 임시로 생활하고 있습죠. 요한님은 건강하시죠?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는 샘의 말에 요한은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네, 정말 지내기 괜찮은 곳이더라고요.”

  “그거 다행이네요. 표정이 처음 여기에 올 때보다 훨씬 밝아 보입니다.”

  “하하하, 그거 자주 듣는 말이에요.”

 

  요한은 그렇게 전쟁이 심해졌냐고 되묻는다.

 

  “말도 마세요. 녹스 제국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성한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조용한 곳이 화이트튜더, 그린튜더 정도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레드튜더가 그린튜더를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어딜 가든 전쟁소식밖에 없어서 미칠 노릇입니다.”

  “여기도 인신매매단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외진 곳까지 그런 녀석들이 흘러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아, 그 이야기 들었습니다. 요한님께서 활약하셨다고요. 역시 클래스는 어디 안 가는 법이죠!”

 

  샘의 말에 요한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럼 샘 씨가 저희랑 같이 가시는 겁니까?”

  “저를 비롯해 엔 토르에서 보낸 마부들과 용병들과 같이 갈 겁니다.”

 

  그러면서 샘은 작은 소리로 요한에게 속닥거린다.

 

  “그렇지만 이번에 용병으로 온 녀석들 성질머리랑 질이 그닥 좋지 않은 놈들입니다. 시비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세요. 자칫 귀찮아 질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브리튼 던과 엔 토르 마을 간의 시비로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흠……. 엔 토르 마을은 거친 녀석들이 많나요?”

  “그냥 마을 전체가 용병업을 하고 있다 보시면 됩니다. 샤르코바에서도 골치 아픈 일은 엔 토르까지 와서 의뢰를 주고 갈 정도니까요. 일단 이 지역에선 엔 토르가 용병들 퀘스트의 성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충 이야기를 마치고 요한은 점심을 먹기 위해 살롱으로 향한다. 그는 가는 동안에 생각에 잠긴다. 아까 샘이 말했던 레드튜더의 소문이 거슬렸다. 레드튜더가 그린튜더를 향해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문.

 

  레드튜더는 블루튜더를 휘하로 흡수하면서 굉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렇기에 언제든 다른 세력을 향해 돌출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그린튜더를 건드릴 거란 소문이라니.

 

  그린튜더는 어느 때나 평화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오죽하면 제 1차 튜더전쟁 때, 타 세력에 침략한 번 한 적이 없었으며 회색전쟁 때도 참전을 거부했을 정도였다.

 

  이렇다보니 그린튜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존경은 제국 전체에 드높았는데 레드튜더가 그런 그린튜더를 공격한다니. 오명을 뒤집어쓰고서라도 세력 확장에 주력할 생각인가? 단순한 소문에 불과했지만 요한에게 있어 그 소문은 내일 당장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신빙성이 높았다.

 

  살롱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오전에 같이 짐을 싣더 몇몇 인물들이 보였다. 앨리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는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착착 넣으며 볼이 빵빵할 정도로 고기를 넣고 씹어 먹는다. 행복해 하는 그녀의 옆에 앉은 요한은 구스토스에게 로제 파스타를 주문한다.

 

  “여전히 우물우물……. 파스타 사랑이시네요. 우물우물…….”

 

  앨리가 스테이크를 넘긴 후 요한에게 말한다.

 

  “엔 토르에 가실 때는 조심하세요. 거기 놈들은 거칠고 자존심은 엄청 강한데다 승부욕이나 성취욕이 높은 놈들이라 요한 씨가 가면 분명 좋은 표적이 될 거라고요.”

  “조, 좋은 표적이요?”

  “그렇잖아요? 요한 씨를 이기면 단숨에 본인의 가치가 확 올라갈 테니까. 이보다 좋은 자기 어필 수단이 어디 있겠어요.”

 

  앨리의 말대로였다. 실제로 엔 토르에서는 싸움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퀘스트와 관련된 싸움들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상대를 쓰러뜨려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는 행동들이었다. 그런 가운데 요한이 떨어진다면 다들 군침을 흘려할 게 뻔했다.

 

  “그렇다면 저는 빼고 다른 사람을 보내는 게…….”

  “촌장님은 마을에 요한님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신가 봐요. 그 편이 함부로 얕보지 않도록 위협이 되기도 할 테니까요. 은근 마을 간의 파워 싸움이란 게 있다고 해요.”

 

  그런 소리를 들으니 요한의 심정이 더 복잡해진다.

 

  요한은 점심을 먹고 다시 짐마차로 향한다. 거기에는 낯선 인물들이 짐마차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요한이 다가가자 얼굴에 흉터가 나고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중년의 전사가 날카로운 눈으로 요한을 향해 다가간다.

 

  “당신이 여기 호위대 대장이오?”

  “에? 아니 대장은 아닙니다만?”

  “음, 요한 델 베르난데스가 아닌가?”

  “그건 제가 맞습니다.”

  “뭐야, 근데 왜 아닌 척을 하시나? 여기 촌장이 당신이 호위대 대장이라고 말했는데.”

 

  아니,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지? 요한은 당황한다. 여기선 오랫동안 활동해온 아무가 대장을 맡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중년의 전사는 요한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엔 토르마차의 호위대 리더를 맡고 있는 구론이라고 하오. 블루튜더의 유명인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잘 부탁합니다.”

  “아, 저야말로…….”

  “우리 인원은 나를 포함해 4명이오. 뭐, 나 빼고는 딱히 통성명을 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엔 토르까지 가면 헤어질 예정이니.”

 

  구론을 포함한 나머지 3명의 인상도 험악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껄렁껄렁한 자세를 취하며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살짝살짝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기에 요한은 가만히 있기로 한다.

 

  살롱에서 치킨 도시락을 잔뜩 받아온 아무가 싱글벙글하며 짐마차로 오자 요한이 왜 네가 대장이 아닌 거냐며 따진다.

 

  “당연히 여기서는 경력으로나 실력으로나 네가 대장이어야지.”

  “아, 그거 내가 하기 싫다고 했어. 대장 같은 거 달면 귀찮단 말이야.”

 

  아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마 촌장은 요한에게 물품 개수가 적힌 리스트를 주면서 단단히 일러둔다.

 

  “가면서도 확인하고 휴식 때도 재차 확인 부탁합니다. 엔 토르에 도착할 때 가지 조금 예민할 정도로 물품관리에 신경을 써주세요. 알겠죠?”

  “……아, 네. 알겠습니다.”

 

  하기 싫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요한은 이해가 간다. 수송임무를 많이 해온 요한이었기에 요한은 능숙하게 짐마차의 물품들을 빠르게 체크하고 다시 한 번 품질을 확인한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몸조심들 하고.”

 

  스마 촌장과 마을사람들의 배웅과 함께 마차가 엔 토르를 향해 천천히 출발한다.

 

  짐마차는 총 4개로 마차 하나당 각각 2명 씩 짝을 이루어 배치됐다. 제일 앞은 구론, 그 다음은 요한과 아무, 존티와 마도루, 엔 토르 호위대 둘의 순서로 배치됐다.

 

  아무는 마차가 숲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초원이 보이자 치킨 도시락 하나를 까먹는다. 걸신들리게 먹는 아무를 무시하며 요한은 주변 풍경을 감상한다.

 

  정말이지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맥도 운치가 있긴 했지만 바다와 다르게 탁 트인 넓은 대지는 또 다른 마음의 평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요한은 자기도 모르게 놀란다. 블루튜더를 떠나면서 내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본인이었는데 지금 마음의 여유가 넘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신기해하는 요한이었지만 내심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때 마차 주변으로 무언가가 달려 나간다. 야생 코코다르크들이 마차를 지나 초원을 가로지른다. 생명력이 넘치는 야생을 보며 요한은 다시금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한편, 브리튼 던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숲속에서 마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던 무리가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두목, 마차를 쫓을까요? 놈들의 수는 고작 여덟에 우리는 200이니까, 쉽게 처치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긴 하지. 헌데 그걸 로는 성이 안 찰 것 같단 말이야. 나 모랄 헥터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좀 더 뭔가가 필요해.”

 

  입맛을 다시는 남자의 이름은 모랄 헥터. 일찍이 레드튜더의 간부였으나 회색전쟁 때 레드튜더를 떠난 몸이었다. 현재 이 일대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도적단의 두목이 바로 이 모랄 헥터였다. 모랄은 떠나가는 마차를 보면서 그는 뭔가 번뜩이더니 기분 나쁘게 입 꼬리를 이죽거린다.

 

 

  //

 

 

  마차는 별 탈 없이 저녁노을이 질 때 즘 엔 토르 마을에 도착한다. 엔토르는 브리튼 던과는 건물양식부터 사뭇 달랐다. 집의 대부분을 돌을 쌓아 만들어 딱딱하고 단단해 보이는 외형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도 전부 우락부락해서 마을 입구에서부터 쉽사리 들어가기 힘든 풍모를 보였다.

 

  엔 토르의 경비병들은 마차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그들을 통과시킨다. 마차가 엔 토르 마을의 마을회관에 멈추자 촌장인 바하드가 그들을 맞이한다.

 

  “어서 오시게. 자네가 그 유명한 요한인가?”

  “안녕하십니까? 브리튼 던에서 왔습니다. 촌장님이신가요?”

  “그렇다네.”

  “일단 물품들부터 확인해 보시죠.”

 

  요한이 바하드를 데리고 짐마차의 물품들을 확인시켜 준다. 리스트에 적힌 물건들을 모두 확인한 바하드는 만족스런 얼굴을 하더니 수고했다며 요한과 일행들을 치하한다.

 

  “오늘 저녁은 여기서 푹 쉬시게. 엔 토르의 음식들은 야성적이라 피로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걸세.”

 

  바하드의 안내를 받으며 네 사람은 여관으로 들어간다. 주점 겸 여관인 이곳에선 한바탕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술판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단체로 싸움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격렬했다.

 

  술 대결을 벌이고 있는 남녀,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 사람들, 육중한 남자의 팔을 넘기며 팔씨름에서 승리해 기뻐하는 여전사, 카드놀이를 하며 인상을 쓰고 있는 사람들, 게걸스럽게 식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등 브리튼 던에서 볼 수 없었던 과격한 열기가 여관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이었다.

 

  이 열기를 보자 존티와 마도루는 그리운 얼굴을, 아무는 숨막힐 것 같은 얼굴을 한다.

 

  “간만이네, 이런 열기. 그치? 마도루?”

  “브리튼 던에 정착하고 나서는 이런 끓는 느낌을 거의 받은 적이 없었지.”

  “으으, 뭐가 이렇게 뜨거워. 으으…….”

 

  세 사람의 다른 반응에 요한은 웃음이 났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앨리가 해준 조언을 떠올린다. 표적이 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조언 때문인지 요한은 괜스레 위축되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아무가 덥다며 손으로 바람을 부치다가 요한의 모습을 본다.

 

  “요한? 왜 그렇게 주눅 들어 있어? 배 아파? 똥이라도 싸고 싶은 거야?”

 

  아무가 입 밖에 요한이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싸악 가신다. 일순 정적이 흐르면서 여관 안의 시선들은 일제히 한 사람에게 꽂힌다.

 

  “요한? 블루튜더가 시들지 않는 이유?”

  “움직이는 푸른 거성이 여기 왔단 말인가?”

  “브리튼 던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진짜?”

  “이거, 이런 곳에 대단하신 분이 올 줄은 몰랐는데?”

 

  다들 우리에 던져진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의 눈이 되었다. 그들의 눈이 하나의 목적으로 바뀌는 걸 느낀 요한은 눈을 질끈 감는다.

 

  “젠장…….”

 

 

 //

 

 

  브리튼 던의 밤은 느긋하다. 일을 마치고 느릿느릿 자기 집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발걸음에는 여유가 넘친다. 시원한 바닷소리가 오늘 하루 고생했다며 잔잔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러나 아직 휘터린은 할 일이 남아있다. 야간순찰을 하며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주민들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는 살롱에 들어가 간단한 음료를 챙기고 마을 입구 쪽으로 향한다. 경비를 보고 있던 자경대원 둘이 휘터린을 반긴다.

 

  “오셨어요, 대장?”

  “수고하고 있네. 자, 여기 음료수.”

  “감사합니다! 마침 입이 궁금하던 차였는데.”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을 보며 휘터린은 특이사항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직 없습니다. 아침에 나간 짐마차를 제외하면 마을 밖으로 나간 사람들도 없구요.”

  “네, 그리고 뭐, 늘상 그렇듯 눈에 띄는 건 없…….”

 

  브리튼 던 바깥쪽을 살피던 자경대원 하나가 말끝을 흐린다. 저 멀리서 묘한 불빛들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건 뭐지……?”

 

  휘터린이 인상을 쓰며 이쪽으로 향하는 정체불명의 불빛들을 향해 집중한다. 어두워서 흐릿하게 보이긴 했지만 일순 불빛에 비쳐진 그들의 모습은 중무장을 한 모습이었다. 불길한 감각이 휘터린의 관자놀이를 스친다.

 

  “……다들 경계태세! 뭔가가 접근하고 있다!”

  “대장, 비상종을 울리겠……으악!”

 

  자경대 하나가 바닥에 쓰러진다. 어깨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 것이다. 나머지 자경대 하나가 다급하게 비상종을 울려댄다.

 

  “비상! 비상! 비상! 미확인 적 출현! 미확인 적 출현!”

 

  종을 울림과 동시에 저쪽에서 수많은 화살들이 마을을 향해 날아든다. 휘터린이 자경대 둘을 보호하며 검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쳐낸다. 그러면서 휘터린은 눈앞의 적들을 본다. 얼핏 봐도 적의 수는 꽤나 상당했다.

 

  “움직일 수 있겠나?”

  “네……. 이정도 쯤은……!”

  “얼른 마을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대피시켜라! 그리고 비상종을 울려서 용병들과 길드, 자경대원들을 모아 마을회관에 농성을 준비하라고 해!”

  “대장님은요?”

  “나는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다! 얼른!”

 

  자경대 둘이 마을 안쪽으로 향한다. 어느새 적은 마을 입구까지 달려왔다. 그들은 아까 낮에 마차를 주시하고 있던 모랄 헥터의 도적떼들이었다. 말을 탄 도적들이 휘터린을 향해 위압적으로 달려든다.

 

  휘터린은 위축되지 않고 침착하게 말들의 다리를 베며 지나간다. 말이 쓰러지며 말을 타고 있던 도적단 녀석들도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기절한다. 그리고 뒤 이어 말을 타고 달려오던 도적놈들은 쓰러진 말들을 피하지 못해 부딪치며 줄줄이 쓰러진다.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리려는 도적단의 등을 휘터린은 가차 없이 베어버린다. 뛰어오던 도적단 몇은 기마대가 당한 것을 보고 당황한다.

 

  “뭐, 뭐야 기마대가 순식간에 당했잖아?”

  “말을 타고 있는 놈들이 고작 사람 하나에게 쓰러졌단 말이야?”

 

  도적단은 당황하며 움직임을 멈춘다. 휘터린은 칼을 들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그들을 윽박지른다.

 

  “네 녀석들! 썩 꺼져라! 여기는 너희 같은 쓰레기가 들어올 곳이 아니야!”

 

  휘터린의 일갈에 도적단이 움찔거린다. 그러나 뒤에서 그보다 더 살벌한 목소리가 도적단의 마음을 움직인다.

 

  “뭘 우물쭈물하고 있나? 고작 잔챙이 하나에게 무서움을 느껴서 오줌이라도 지렸나? 누가 진짜 무서운지 가르쳐 줄까?”

 

  살벌한 모랄 헥터의 말에 도적단들이 휘터린을 향해 돌격한다. 휘터린은 생각보다 많은 수를 보고 당황하지만 이내 숨을 고르고 자세를 잡는다. 물러나면 뒤의 마을이 위험하다. 여기서는 싸워서 버틸 수밖에 없다.

 

  달려드는 도적단의 어설픈 검을 물리치고 휘터린은 그들의 팔과 다리들을 베며 전진한다. 휘터린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자 휘터린은 마력을 끌어 모아 주변에 방출한다.

 

  “에어 실드!”

 

  돌풍이 방패처럼 휘몰아치며 화살들을 날려버리고 공격하려던 도적단들도 넘어지게 만든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휘터린이 쓰러진 도적단들의 다리와 팔을 베어낸다.

 

  허나, 수가 너무 많았다. 휘터린이 에어 실드를 펼친 사이에 양 옆으로 도적단 기마대가 마을을 향해 들이닥치고 있었다.

 

  “제길!”

 

  휘터린이 쫓으려고 했지만 뒤에서 내뿜는 살기에 본능적으로 칼을 들어 뒤를 돌아 반응한다.

 

  챙!

 

  모랄 헥터의 대도가 휘터린을 잡아먹을 뜻 내려찍고 있었다. 짓누르는 대도를 겨우 쳐내고 휘터린은 백스텝으로 물러서 간격을 확보한다. 그 사이 꽤 많은 도적단들이 마을 안으로 침입한다. 휘터린이 인상을 찌푸리지만 소용없다. 휘터린이 쫓아가지 못하도록 모랄이 맹공을 퍼부어댔기 때문이다.

 

  “흐하하하하! 이런 촌구석에 제법 쓸만한 놈이 있었을 줄은 몰랐군. 네가 여기의 대장인가?”

  “……네 녀석은 누구냐? 원하는 게 뭐야?”

  “내 이름은 모랄 헥터! 도적이 죽이고 뺏는 거 외에 뭐가 더 필요하겠나? 크크크크.”

  “네 녀석이 요즘 날뛰고 있다는 도적단의 두목인 모양이구나. 여기서 네 녀석을 처단한다면 더는 위험할 일도 없겠지!”

 

  휘터린이 모랄을 향해 검을 찌른다. 모랄은 대도를 마치 단도처럼 가볍게 휘두르더니 휘터린의 검을 쳐내고 휘청거리는 그의 복부를 발로 차 날려버린다.

 

  “으으으윽!”

  “허접하지만 마음에 드는군. 본격적인 즐거움에 앞서서 잠시 에피타이저를 즐겨야겠어.”

 

  모랄의 대도가 휘터린의 머리를 향해 날아든다.

 

 

 //

 

 

  마을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상업지구의 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 안으로 대피를 했지만 농촌, 어촌 지역까지는 아직 자경대가 피난을 유도하지 못한 상태였다.

 

  파머네 식구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집밖으로 나온다. 상업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크고 작은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스틸은 일이 뭔가 잘못 됐구나 느낀다.

 

  “……앨리는 눈지오를 데리고 요한 씨와 아무가 묶고 있던 집으로 가거라. 숲 쪽으로 잠시 피해있는 편이 안전할 것 같구나.”

  “아빠…….”

  “빨리! 마을 쪽은 이미 난장이 된 상태니 지금 저기로 가봤자 더 위험할거야. 어쨌든 마을 밖으로 나가 있는 것이 좋겠구나.”

  “아빠는요?”

  “나는 이 집을 지켜야지. 나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앨리는 불안했지만, 아빠의 말을 듣기로 하고 눈지오를 데리고 요한의 집으로 향한다. 스틸은 말라에게도 딸의 뒤를 따라가라고 일렀지만,

 

  “당신 혼자 여기 놔둘 수 없어요. 저도 함께 있겠어요.”

  “……그러다 우리 둘 다 큰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앨리 혼자 어떻게 감당을…….”

 

  그때, 자경대원 하나가 헐레벌떡 올라오며 스틸을 향해 외친다.

 

  “스틸 씨! 도망치세요! 지금 엄청난 수의 도적떼가……으윽!”

 

  자경대가 올라오다가 쓰러진다. 그의 등 뒤에는 화살 여러 발이 박혀있었다. 이윽고 화살들이 파머의 집을 덮치면서 도적떼 여럿이 스틸과 말라를 향해 달려든다.

 

 

 //

 

 

  이번에도 화살이 도적의 머리에 명중한다. 한은 재빠르게 화살을 다시 활시위에 낀 다음 활을 쏜다. 집 안에서 농성을 하던 한은 창문을 통해 밀려오는 도적단의 머리를 하나하나 날려버리는 중이었다. 도적단은 정확한 저격 때문에 한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 같지? 잭?”

  “크르르르르르…….”

 

  잭이 낮게 울음소리를 낸다.

 

  “화살이 부족해.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낮에 사둘걸 그랬어. 귀찮다고 내일로 미뤘다가 내일이 안 올지도 모르게 됐네.”

 

  부정적인 농담을 하며 한이 씨익 웃는다.

 

  “일단 마을회관 쪽으로 가봐야겠어. 자경대가 그쪽으로 농성을 펼치고 있을 테니 거기에 합류해서 같이 싸워 보자구, 잭.”

  “멍!”

 

  잭이 대답하는 순간 집 문이 부서지면서 한이 잭을 타고 나타난다. 잭은 단숨에 도적 하나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물어뜯더니 그 시체를 도적떼에게 던져버린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짐승에 도적떼가 당황하는 사이 잭은 또 다른 도적의 목을 문 채로 그 포위망을 탈출한다.

 

  한은 잭의 등 뒤에서 주변을 살핀다. 도적단의 수가 상상이상이었다. 도적단의 수가 거의 부대급인 것으로 추측되자 한은 식은땀을 흘린다.

 

  “위험해. 어째서 도적떼가 이곳에 나타난 거지? 뭘 털어먹을 것이 있다고…….”

 

  잭이 도적떼를 가로지르며 마을회관 근처에 도착하지만, 이곳의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용병들과 길드원, 자경대가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이미 몇몇은 피를 흘린 채 위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나머지 인원들도 벅찬 모습을 보였다.

 

  “이 놈들! 썩 꺼지지 못해!”

 

  고르브가 창을 휘두르며 도적떼를 찔러댔고 갈반도 도끼를 들고 맞서 싸운다. 맨담은 모닝스타를 들고 도적떼의 접근을 봉쇄하는 중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자경대 둘과 함께 알베르토가 오고 있었다. 갈반은 알베르토를 향해 다급하게 손짓을 했다.

 

  “알베르토! 이쪽이야! 얼른 마을회관으로 들어가!”

  “알았어! 갈반 위험하니 조심…….”

 

  그때 알베르토의 등을 도적 하나가 벤다. 알베르토의 등 뒤에서 붉은 핏방울이 터져 나온다.

 

  “알베르토!”

 

  갈반이 이성을 잃고 알베르토에게 달려간다. 알베르토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으나 곧 이어 앞에 있던 도적의 칼에 복부를 찔리고 만다. 자경대 둘이 쓰러지려는 알베르토를 도우려고 움직이나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도적떼의 맹공에 알베르토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뛰쳐나온 갈반이 복부를 찌른 도적의 어깨를 도끼로 내리찍으면서 알베르토의 곁에 다가간다. 그는 등을 벤 도적의 팔도 도끼로 벤 후 알베르토를 부축하려 애를 쓴다.

 

  “정신 차려! 알베르토! 알베르토!”

 

  갈반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알베르토는 정신을 못 차린다. 갈반이 다시 한 번 간절하게 알베르토의 이름을 외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도적의 날붙이었다.

 

  “으으윽!”

 

  도적의 칼이 갈반의 등을 찌른다. 엄청난 통증이 그의 머리를 관통했지만, 갈반은 쓰러지지 않은 채 뒤를 돌아 자신을 공격한 도적의 손을 도끼로 찍어낸다. 그러나 이내 곧 힘이 빠져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는다.

 

  “젠장……! 알베르토! 정신 차려! 야!”

 

  도적떼가 알베르토와 갈반의 주위를 포위한다. 갈반이 두눈을 질끈 감으면서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각오를 다진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울림과 함께 거대한 모래바람이 일어난다. 갈반이 눈을 떴을 때는 주변을 포위했던 도적들이 공중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갈반 옆에는 맨담이 모닝스타를 들고 도적떼를 날려보내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와중에 한과 잭이 도적 한 놈의 목을 물어뜯으며 갈반과 알베르토를 도우러 왔다.

 

  “알베르토를 부축해서 넘겨! 갈반!”

 

  한의 말에 갈반이 정신을 차린다.

 

  상화을 파악한 갈반이 알베르토를 부축해 한에게 넘긴다. 한은 알베르토를 한손으로 잡고 잭의 등 뒤에 태우더니 이내 잭은 마을회관 쪽으로 달려간다. 갈반 또한 맨담의 도움을 받으며 마을회관으로 향한다.

 

  마을회관 앞에서 도적떼와 싸우는 십여 명을 제외하곤 부상병들은 전부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잭과 한도 알베르토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회관 안에는 마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런 습격이 처음 있는 일인지라 다들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스마 촌장이 무던히 애를 썼지만 그의 표정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이, 스마 영감! 휘터린은 어디 있어?”

  “휘, 휘터린 님은…….”

 

  한의 다그침에 피를 많이 흘린 자경대 하나가 자리에서 상체를 겨우 일으키며 말한다.

 

  “마을 입구에서 도적단을 들이지 않기 위해 남으셨습니다만, 지금까지 오고 계시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제길…….”

 

  한은 자경대에게 화살 통을 보급 받고 회관 창으로 가서 도적단을 저격한다. 밖의 수비 병력들은 나름 잘 버티고 있었지만 도적단의 수는 아직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그 수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

 

  밀려드는 도적단의 수를 보며 한은 인상을 찌푸린다. 스마 촌장은 한에게 다가와 잭에게 일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지금 상황에선 우리 병력으론 어림도 없는 상황이야. 잭을 엔 토르로 보내서 지원 병력을 요청하세나.”

  “잭 혼자서 말인가요? 지금 이 도적단의 포위를 뚫고요?”

  “잭의 속도라면 충분히 빠르게 엔토르에 도착할 수 있을 걸세! 지금 상황에선 그 방법밖엔 없네!”

 

  한은 마을회관 안을 돌아본다. 소라는 숨을 헐떡이면서 아까부터 정신을 못 차리는 알베르토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당찼던 레이미조차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창밖으로 내다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히포크와 간호사는 주변 부상병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흐느끼는 소리, 불안에 떠는 소리, 밖에서는 비명과 날붙이들이 살벌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들을 뒤로하고 한은 이를 갈며 잭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잭, 위험한 부탁이지만 너 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부탁할게. 엔 토르로 가서 지금 상황을 알리고 지원 병력을 데리고 와줘. 아무와 요한을 찾아가. 걔들이라면 네가 왜 거기 갔는지 알아 줄 거야.”

 

  한의 말에 잭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내 마을회관의 문을 열고 나와 도적떼를 가로질러 간다. 도적들은 이 거대한 짐승을 잡기 위해 화살을 쏘고 칼을 휘두른다. 잭의 몸에 칼이 스치고 화살이 박혀 피가 흐른다. 빛나는 은색 갈기는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잭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마을입구를 지나 엔 토르를 향해 달려간다. 모랄과 싸우고 있던 휘터린은 자신을 지나쳐가는 잭을 보면서 단번에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하고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부탁한다, 잭.’

 

 

 //

 

 

  달빛이 비추는 길을 따라 잭은 달려간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익숙한 냄새를 따라 숨을 헐떡인다. 몸에 박힌 화살과 찢어진 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잭의 의식을 희미하게 만들었지만, 잭은 쉬지 않는다.

 

  그는 몸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한의 얼굴을 떠올리며 달린다. 자신을 예뻐 해주고 아껴주던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고, 슬픈 얼굴로 우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면 지금 넘치는 고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얼마나 달렸을까? 희미해지던 냄새가 점점 더 짙어지면서 저 멀리 불빛들이 보인다. 잭은 남아있던 힘을 전부 짜내서 그 불빛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곧 이어 엔 토르에 거대한 짐승이 나타난다. 피투성이의 짐승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엔 토르의 경비병들을 뛰어 넘고 마을 한 가운데에 당도한다.

 

  “맹수다! 맹수가 나타났다!”

 

  경비병들의 무장을 하고 잭을 둘러싼다. 잭은 으르렁거리면서 자신을 향해 노려보는 자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 녀석. 상처투성이인데? 사냥을 당하다가 여기까지 온 건가?”

  “그렇다면 더욱 위험하지! 빨리 처리하자고!”

 

  경비병의 창이 잭에게 향한다. 잭은 경비병의 창을 피하지만 몸이 무겁다.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미끄러지듯 쓰러지고 경비병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잭에게 창을 들이댄다.

 

  잭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중무장을 한 채 나타난다. 잭의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 가죽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몇몇은 저 가죽을 두고 싸워서 이기는 놈이 갖자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잭은 억지로 일어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브리튼 던의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다. 잭이 움직이자 경비병들은 일제히 잭을 향해 창을 찌른다.

 

  “잠시만!”

 

  갑작스런 소리에 경비병들의 움직임이 멈춘다. 이윽고 경비병들과 주변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해 길을 터준다. 금발의 벽안을 한 남자는 잭의 얼굴을 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잭?”

 

  요한과 아무, 존티와 마도루가 잭을 향해 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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