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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24화
작성일 : 19-11-09 00:19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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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쉬는 시간에 있던 일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 2교시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뭔가 이렇게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미움을 받는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물론 싸움을 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괜히 반응해주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며 땔감을 넣어주는 꼴이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 감정을 다 태우길 기다리면서 자극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이런 정론을 떠올려보아도 가슴속 물결은 영 잠잠해지지 못했다. 불안함인가 죄책감인가 혹은 의문인가가 끊임없이 파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역시 인간의 감정은 정론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다. 나는 요즘 이것을 자주 체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이 상황을 가장 효과적으로 종결시키는 방법은 나를 향해 타오르는 불을 진화시키는 것이다. 자칫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성공한다면 나도 상대방도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중요한 건 진화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화근이 무엇인지 찾고, 오해가 있으면 풀며,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통해 앙금을 제거해야 한다.

 

  트러블이란 반드시 어느 한쪽이 잘못했거나 오해가 생겨야지만 발생한다. 그런 요소가 갖춰지지 않고 성립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괴롭힘이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깔끔하게 해결하기는 글렀을 것이다.

 

  그래도 예슬하가 나를 일방적으로 갑자기 괴롭힐 확률은 제로였다. 확실히 뭔가 마찰이 생길만한 일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앞서 예상한 것처럼 진하영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정도를 통해 해결한다면 좋겠지만,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태도를 보인 예슬하가 대화를 시도하면 받아줄지가 관건이었다.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는 어느 한쪽이 완강하게 거부를 보이면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이렇게 깊게 생각하니, 어쩌면 혼자서 착각하고 북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현재 그녀는 째려보는 정도밖에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우연일 수도 있고, 오늘따라 그녀의 기분이 나쁜지라 운 나쁘게 화살촉이 잠시 나를 향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겠지. 쐐기를 박듯 내 옆을 지나가며 그녀가 한 말이 머릿속에 울렸다.

 

  ‘염치도 없지.’

 

  그 말은 분명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화를 목적으로 나온 말이 아니다. 혹시라도 못 알아챘다면 나를 싫어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알려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문득 등교하고 자리로 향하던 때 무언가 발이 걸렸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그녀의 응징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일까?

 

  하아. 혼자 속을 태우고 있자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정신도 환기할 겸 한숨을 내쉰 나는 3교시가 수학이라는 것을 깨닫고 책상을 뒤적거렸다. 수학시간에도 머리를 쓴다면 분명 과부하가 걸려 터질 테니 이번 시간은 억지로라도 자야겠다.

 

  국어…… 물리…… 방금 다 읽은 책…….

 

  수학 교과서는 없었다. 젠장, 사물함에 가서 가져와야겠다.

 

  뇌가 피로해서일까,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터벅터벅 교실의 뒤편으로 걸어갔다. 가는 라인의 곁에는 예슬하의 자리가 있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나를 째려보고 있지는 않았다.

 

  나는 혹시나 그녀의 신경이 거슬리지 않도록 재빨리 교과서를 챙기고 돌아오자는 마음가짐으로 그 옆을 지나치려 하자, 분명 장애물이 없던 경로에서 뭔가 발목에 걸렸다.

 

  천천히 걷고 있었기에 넘어지는 것은 면했지만, 분명 등교했을 때와 같은 위치에서 발이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치를 보아 예슬하의 짓이 분명했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는 몸을 돌려 길고 늘씬한 다리를 바깥쪽으로 빼고 싸늘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 미안. 일어서려다가 걸려버렸네.”

 

  그녀는 차분한 말투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저것은 분명히 일부러 건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말이 끝나고 미미하게 웃어 보였지만, 그것은 미안해서 짓는 곤란한 웃음이 아닌 단순한 조소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 어이가 없어져 혀를 내둘렀다. 여기서 그냥 대답하고 돌아간다면 나 자신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질 것 같았다.

 

  분명 아침에도 그녀가 발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또 그녀가 발을 걸었다. 앞으로 계속 이런 게 지속된다면 적잖게 짜증이 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무심코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그러자 그녀는 일어서서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렇게 말했다.

 

  “왜? 그렇게 아니꼬워? 무릎이라고 꿇을까?”

 

  따지듯 그런 말을 뱉곤 적의를 품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 싸해진 공기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는 법이다.

 

  반에 있던 다른 녀석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을 향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예슬하가 실수로 발을 건 정도의 상황으로만 보일 것이다. 대중은 자세한 사실은 원하지 않고 우선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예슬하는 남에게 일부러 발을 건다던가, 장난을 치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사과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게 더 많은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진하영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걱정은 무엇을, 누구를 향하고 있었을까.

 

  예슬하의 언행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은 역효과를 낳아 그녀가 그런 말을 하게 될 정도로 내가 과민한 반응을 했다고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원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처럼 그녀의 표정은 승리를 확신하고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어서 꼬리를 내리고 꺼지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따지러든다던가 화를 낸다면 나는 그만 구차하고 속 좁은 녀석으로 대중에게 못 박히고 말 것이다.

 

  수많은 구경꾼들의 시선으로부터 압박감이 느껴져 속이 울렁거렸다. 분했지만 나는 저 눈빛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냥 이 상황에서 몸을 빼고 문제없이 끝났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의 말은 긍정이나 부정 등의 정상적인 답변을 바하고 세상에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저 악질이라면 악질인 도발을 목적으로 뱉어진 말이다.

 

  사건이 마무리되었음을 안 시선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주섬주섬 교과서를 꺼내는데 뒤에서는 코웃음이 들렸다.

 

  다행히 그녀는 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막아선다는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어서려던 목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같은 자리에서 두 번이나 넘어질 뻔했으니 주의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자리로 돌아가는 길엔 그녀의 발이 튀어나오지 않아 무사히 착석할 수 있었다.

 

  이러다 피해망상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다음엔 예슬하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가할지,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3교시에도 잠이 들 수 없었다.

 

 

  4교시는 음악으로 이동수업이다. 세 시간 동안 꿀잠을 자는 강지석을 깨워 음악실로 이동했다.

 

  잠을 자지 않고 수업시간에 계속 깨어있자니 평소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한두 시간 정도는 오전에 자둬야 하는 법인데 오늘은 전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한 탓인지 하품이 나왔다.

 

  머릿속엔 현재 놓인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했던 생각을 또 하고, 분석하며 도통 끝이 나지 않았다. 아마 예슬하와 직접 대화로 풀어내지 않는 한은 계속 지속될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와서 앉아있자니 슬슬 반 친구들이 하나둘씩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예슬하도 그중 한 무리에 섞여 딱딱한 표정으로 음료수를 마시며 들어왔다.

 

  여기서도 나보다 뒷자리인 그녀는 일부러 인지는 몰라도 내 옆으로 지나쳐갔다. 나는 눈을 마주치지 않게 내리깔고 그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왜 내가 눈을 깐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다다다다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어쩐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에잇!” 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나도 모르게 가까이서 멈춘 소리에 반응해 옆을 보자 한 여학생이 예슬하를 옆에서 안고 있었다. 그리고 추진력을 더한 그녀의 체중을 그대로 받은 예슬하의 몸이 휘청거렸고,

 

  ““아.””

 

  그만 예슬하가 들고 있던 음료수가 출렁거리면서 밖으로 튀어 올라 내 어깨를 적셨다.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예슬하와 나는 동시에 놀란 소리를 냈다.

 

  음료는 이미 교복에 스며들어 차갑고 불쾌한 끈적거림이 느껴졌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적다고도 생각되지 않는 양이었다.

 

  “왜 안 기다리고 먼저…… 헐.”

 

  이 상황의 근원인 예슬하를 습격한 용감하고 부산스러운 여학생은 상황을 파악하곤 조용해졌다.

 

  옆에서는 예슬하가 진심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이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순간 벌어진 입은 사과를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하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무표정으로 돌아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자, 닦아 이걸로. 안 돌려줘도 되고. 세탁비 필요해?”

 

  적의는 없는 말투였지만 살갑진 않았다.

 

  “아니, 됐어……”

 

  세탁비까지는 필요 없어 손수건만 받았다. 예슬하는 일의 원흉인 여학생을 노려본 후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어…… 미, 미안해.”

 

  그 여학생은 배시시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다시 통통 뛰며 예슬하를 따라갔다. 그 여학생은 아마 예슬하에게 서슴없는 장난을 칠만큼 그녀와 친분이 있는 사이일 것이다. 이 일로 그녀에게 미움받진 않겠지만, 적당히 핀잔받을 게 뻔하다.

 

  나는 교복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어깨로 손을 집어넣어 얇은 티 아래로 손수건을 문질렀다.

 

  그보다 조금 전 예슬하의 표정을 떠올리니, 얘도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그동안 상상 속에서 부풀려진 그녀에 대한 싸늘한 이미지가 조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 후 점심시간까지 무사히 끝나고 교실에 왔을 때 책상에서 조금 삐져나와 있는 소설책에 종이가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책을 펼쳐보니 대충 찢은 작은 종이에 뭔가 적혀있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전에 별관 뒤쪽 주차장으로.

 

  반듯하고 좋은 모양새의 글씨체는 분명 여자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게 이런 쪽지를 남길 여자가 있다면 한 명밖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작가의 말
 

  드디어 목표했던 화까지 업로드가 끝났습니다. 아직 미미한 실력의 글을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리며, 냉정하고 가차없는 평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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