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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8
작성일 : 19-11-08 22:0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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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의 생각은 빗나감이 없었다. 화련태후, 그녀는 매화를 거슬려하고 있었다. 태후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그저 후궁인 계집따위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겨우 한낱 그 계집이? 아무것도 모르고 어화둥둥 예쁨만 받으며 자란 계집이 자신이 일평생 일군 궁에 대해 무엇을 알겠나. 아무것도 모르는 그 후궁은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 한다.

  그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불안한 듯 손톱을 틱틱 깨물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우연이야.'

 

  화련은 자신이 만든 그 이야기들을 생각한다. 나이야족을 모조리 죽이고, 자신을 증오하던 황제에게서 황후 자리를 얻어낸 쾌감들을 생각한다. 이 자리는 자신에게 보상 그 자체였다. 힘든 삶, 고생한 삶.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필요했던 보상.

  어린 시절, 후궁에 들어올 때를 생각한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경멸의 눈빛과 혼자 떨고 있는 자신.

  그녀는 그때처럼 살 수 없었다.

 

 '아니야. 이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그런데 왜 자꾸 그때가 떠오르며 불안해질까. 태후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탕 책상을 두들기고 큰 소리로 외쳤다.

 

 "여옥아!"

 "네, 마마!"

 

  여옥은 그녀가 후궁으로 들어올 시절부터 같이 있었던 궁녀였다. 이제 상궁이 된 그녀는 태후의 최측근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분노하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여옥은 납작 엎드려 물었다.

 

 "마마, 무슨 일이라도 계십니까."

 "설재인, 고 계집애를 불러오거라."

 "설재인 말씀입니까. 알겠습니다."

 

  여옥은 어떤 토도 달지 않고 바로 깊이 고개를 숙이고 일어섰다. 그녀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이런 태도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그녀가 가기도 전에 헐레벌떡 들어오는 또 다른 궁녀가 있었다.

 

 "마마!"

 "무슨 일이냐. 왜 이리 소란이야."

 "마마, 그것이, 폐하께서…."

 "폐하가 왜. 무슨 일 있느냐."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예민해지는 화련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을 보며 궁녀는 그런 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아니오라 폐하께서 설재인을 빈으로 품계를 올리셨습니다!"

 "뭐라?"

 "그래서 지금 환관이 설재인이 기거하는 궁으로 가는 중이라고…."

 

  궁녀는 덜덜 떨며 말을 전했다. 안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그 계집에게 품계를 올리겠다고? 품계를 빈으로? 악 소리를 지른 그녀가 책상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뒤집어 엎었다. 와장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궁녀들의 작은 비명이 들렸다. 그녀들은 겁 먹은 얼굴로 더욱 납작 엎드렸다.

 

 "폐하께 가야겠다! 여옥아!"

 "네, 마마!"

 

  성이 난 태후의 발걸음 소리가 거칠었다. 빠른 걸음으로 훤이 있는 궁으로 향했지만, 무사들로 인해 그녀는 걸음을 멈춰야 했다. 감히 건방지게 자신의 앞길을 막다니. 화가 난 그녀가 손을 들어 무사의 뺨을 내려쳤다.

 

 "감히 너따위가 내 앞을 막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태후마마. 허나 폐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뭐라?"

 "폐하께서 중요한 업무를 처리 중이니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화련은 발을 동동 구르며 무사를 협박했다. 이런 식으면 네 목숨이 날아갈 것이다. 어딜 감히 막는 것이냐. 나는 폐하의 어미다! 별에 별 말을 다 꺼냈으나 무사들은 끄덕도 없었다. 황제가 뭐라 말한 건지 그들의 변함없는 태도에 지쳐가는 사람은 태후였다. 결국 그녀는 수확없이 자신의 궁으로 돌아왔다. 허나 그렇다고 그녀의 분노가 풀린 건 아니었다. 그날 밤, 태후의 궁에서는 곡소리와 비명이 가득했다.

 

 

 *

 

 

  매화는 튀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췄다. 환관은 칙령을 가지고 왔다며 갑자기 그녀의 궁으로 들이닥쳤다. 절하고 있는 그들에게 그는 두루마리를 꺼내 읽었다.

  서신의 내용은 그녀를 빈으로 봉하고, 호는 '진(眞)'을 내리겠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이제 '진빈'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참 되다는 뜻이 너무도 웃겼다. 그가 어떤 의미로 이에 대한 칭호를 내렸는지 알 것 같았다. 분명 진실되게 행동하라는 거겠지.

 

 "아, 또한 오늘 밤 침소로 오시랍니다."

 "침소?"

 "예. 폐하께서 합궁을 하겠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는 예상하지 못 했다. 매화는 당황스러움에 눈을 크게 뜨고 깜빡였다. 저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폐하께서 정말 나와 합궁하겠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마마."

 "허어…."

 "그럼 조금 있다 모시러 오겠습니다, 마마."

 

  환관이 나간 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 뒤통수를 쳤다. 그도 의외로 할 땐 하는 구나 싶어 저절로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아무리 태후의 손에 놀아나고는 있다고 하나 그도 결국 황제였다. 만약 태후의 손을 벗어나 젖은 날개를 말리고 날아오른다면 어찌 될까. 피식. 웃음이 터졌다.

 

 "소나야, 오늘 만만의 준비를 해야겠다."

 "마마, 정말 폐하께서 합궁을 바라시는 걸까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가 결국 이렇게 부른 이유는 그녀와 단 둘이 얘기하기에는 그 시간이 제격으로 보여 그런 것일 테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불러들일 줄이야. 조금 예상치 못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행동을 예상하지 못 한 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란 또한 이성을 차라지 못하고 당황하며 입을 벌렸다. 마마. 짧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겨우 차렸지만 여전히 황당했다.

 

 "폐하께서 합궁을?"

 "네, 마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설재인, 아니, 진빈이 총애를 얻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아닌 것 같다만, 확실히 당혹스럽긴 하구나."

 "마마, 어찌 확신하십니까?"

 "폐하를 모셔온 세월을 허투루 보낸 건 아니란다."

 

  후사는 꼭 필요하다. 지금 황제에게는 후사가 하나도 없었다. 제위한지 꽤 된 그에게 그 점은 생각보다 치명타다. 분명 좋은 일이기는 한데. 자란은 당혹스러운 심정을 애써 감추며 차를 들어올렸다.

  황태자에서 황제가 된 훤, 그 시기에 자란 또한 황태자비에서 황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딱 화비와 숙비가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올 때, 상재라는 품계가 내려졌을 때도 바로 합궁을 한 적이 없었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고. 확실히 좀 이상하긴 했다. 총애까진 아니어도 분명 그녀에게만 다른 모습을 보였다.

  큰 일이군. 자란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 이야기가 자신에게 들어왔다면 분명 화비나 숙비, 그리고 소재인에게도 들어갔을 터였다. 특히 화비는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몰랐다.

 

 "옥녀야."

 "네, 마마."

 "화비의 궁에 심어둔 궁녀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내게 전하라고 해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분명 화비는 난리를 칠 것이다. 사랑에 눈 먼 여인은 무서웠다. 이성을 차리지 못하고 궁을 뒤엎을 게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화비 또한 태후처럼 궁을 뒤집어 엎고 있었다. 그녀는 찻잔을 자신의 궁녀로 향해 던졌다. 찻잔이 궁녀의 머리에 맞아 깨지면서 피가 흘렀다. 궁녀가 머리를 잡고 비틀거릴 때, 화비는 붉은 연지를 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그녀를 모시는 상궁이 엎드려 절하며 외쳤다.

 

 "마마, 제발 고정하시옵소서."

 "지금 그런 말이 나와?! 감히 합궁을 해?!"

 

  비를 내렸다고 소문이 파다하니 품계를 올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속이 쓰리지만 그랬다. 허나 합궁은 아니지 않는가. 그 계집이 자신을 비웃으며 폐하의 품 안에 있을 생각하니 그녀의 속이 뒤집혀서 살 수 없었다.

 

 "폐하, 어째서 신첩에게는, 왜."

 

  눈길 한 번 준 적 없으시면서 그년에게는 왜. 그녀는 곧 흐느끼며 주저앉았다. 분노를 풀어내고 나니 서러움만이 남았다. 흐느끼며 우는 그녀를 보며 궁녀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서있었을 뿐이었다.

  그녀와 황제의 합궁 소식에 그야말로 궁이 발칵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

 

 

  고름을 풀기 쉬운 침의로 갈아입고 황제의 궁으로 향했다. 매화는 막상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이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와 혼례를 치르고, 평생 한 사람을 지아비로, 반려자로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합궁을 하러 가다니. 참 이상한 일이구나.'

 

  분명 그런 일이 아닌 걸 아는데. 밤이라 그런 건가. 모두가 조용한 시간이라 그런 건가. 기묘했다. 곧 가마가 멈추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려 궁 안으로 들어갔다. 침소 안에는 작고 여린 불빛과 보드라운 비단 이불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환관이 문을 닫고 나갔고, 그녀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생각보다 화려하진 않구나.'

 

  황제의 침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정갈하고 검소했다. 그가 평소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가보다.

  분명 태후가 자신의 권력에 눈이 멀지 않았어도 그는 자신이 황제로서 을련국을 다스리고 살아가고 있었겠지. 그 생각을 하니 저절로 눈쌀이 찌푸렸다.

 

 '원수의 아들일 뿐이다. 이런 동정도 사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를 향한 동정은 금할 수 없었다. 태후는 손아귀에 꽉 쥐면 쥘수록 망가질 뿐이라는 걸 알아야 했다. 가만히 이불 근처에 서서 생각에 빠져있는 찰나, 문이 드르륵 열리며 황제가 들어왔다.

 

 "미리 와있었군."

 

  기분이 이상했다. 훤은 평소에 보이던 힘이 들어간 복장과 머리가 아니었다. 어쩐지 편안하게 흔들리는 부드러운 머리칼을 보며 매화는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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