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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0. 고백(2)
작성일 : 19-11-08 21:4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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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에드먼드를 순간이동 시킨 원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라나는 아직 에드먼드가 자각하지 못한 그의 능력일 가능성을 놓지 못한 것 같은 눈치였다. 하지만 굳이 계속해서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정말로 에드먼드가 순간이동 능력을 가져봤자, 지금은 그가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을 안겨주는 꼴이었다. 일의 순서를 따진다면 그를 확실하게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게 먼저였다.

 

 "일단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자세한 얘기는 내일 다시 하자."

 

  라나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방을 나서면서 습관적으로 불을 끄려다, 에드먼드를 한 번 쳐다보곤 다시 그대로 나가버렸다.

  에드먼드는 베네딕트와 둘만 남은 상황에서 떨떠름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젠 대놓고 24시간 감시를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베네딕트는 그에 반해 에드먼드라는 존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만큼 공동생활에는 익숙했다. 단지 새로운 룸메이트가 에드먼드라는 건 그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가 택한 방법은 적절한 무시였다.

 

 "네 녀석 날 감시하는 것 말곤 다른 일은 안 하냐?"

 "가끔은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필요 없다."

 "보아하니 불법적인 일이겠네."

 

  에드먼드는 남의 속을 긁는데 재주가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베네딕트는 굳이 에드먼드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실은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에테르 사용자로서 폐인이 되는 수술을 당할 뻔하고, 그러다 라나에게 구해진 뒤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힘들었다. 그는 줄곧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그런 그가 정상적인 일을 한다는 건 당연히 무리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에드먼드가 자신과 같은 에테르 사용자라는 것을 안 뒤엔, 동질감을 느끼기보단 더욱 먼 거리감을 느꼈다. 물론 그가 재주 좋게 자신의 능력으로 정체를 숨기고 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누리지 못한 것 이상의 것의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지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내려와 있긴 하지만, 아직 에드먼드는 모든 걸 잃은 게 아니었다.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아직 그는 많은 것을 갖고 있었다.

 

 "난 네 녀석이 싫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나에 대한 간섭은 적당히 해라."

 "나도 딱히 네녀석에 대해 알고싶은건 아냐."

 

  침대에 누운 에드먼드가 베네딕트의 얼굴을 보기 싫은지 뒤로 돌아누웠다. 베네딕트는 돌아누운 에드먼드의 뒤통수를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불은 네가 꺼라."

 "내가 왜."

 "내가 건들면 건물 전체 조명에 영향이 간다."

 "아, 진짜!"

 

  베네딕트의 체질을 알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에드먼드는 짜증을 내면서도 침대에서 일어나, 조명 스위치를 내리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있던 베네딕트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에드먼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무언가 골몰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는 어떻게 에테르 장치를 조작하는 게 가능하지?"

 "그게 뭐 어때서?"

 "나는 그게 에테르 사용자가 가진 특징인 줄로 알고 있었다."

 "너만 그런 거야 멍청아."

 

  에드먼드는 대답하는 것도 귀찮은지, 이불을 머리 위로 뒤집어썼다. 한방을 쓰게 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짜증이 확 올라왔다.

  하지만 베네딕트는 여전히 에드먼드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았다. 솔직히 자신은 에테르 사용자이긴 하지만, 정작 에테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에테르에 대한 지식은 리타가 더 많았다. 그리고 에드먼드 역시 그녀 못지 않게 에테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래 자신은 에테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도,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것만으로 자신의 몫을 해왔다. 에테르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보다 리타같은 부류의 몫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 이렇게 같은 에테르 사용자이면서도, 그에 대한 탐구도 함께하고 있는 에드먼드가 나타나 버렸다.

  베네딕트는 그동안 얼마나 자신이 안일하게 살아왔는지 내심 느껴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자신이 에테르 사용자라는 사실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자신의 원래 삶을 잃어버렸으니까. 그래서 교회를 증오하는 만큼, 자신이 가진 힘도 한편으로 저주처럼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에테르에 대해 자세히 알려 하지 않은 것은 그런 문제에서 도피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몰랐다.

 

 "나는 교회가 싫다."

 "나도 싫어한댔잖아."

 "그리고 에테르에 대해서도 그다지 좋아할 수가 없다."

 "나도 마찬가지야."

 

  베네딕트는 라나나 에드먼드 같은 타입처럼, 머릴 써서 대화하는 재주는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건 저주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에드먼드였다. 그 사실을 알기에 그의 대답을 굳이 의심할 필요 없다는 건 생각보다 편했다.

  물론 에드먼드는 지금 베네딕트와 하는 대화에서 굳이 무언가를 숨길 필요도 없었다. 교회와 에테르에 관해서 만큼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비슷한 처지였다.

 

 "그럼 너는 왜 에테르에 대해 그렇게나 자세히 알고 있지?"

 "내 약점이니까. 절대적인 거짓말로 감출 수는 있어도 안심이 되지 않아. 그래서 공부했지."

 "그러면 내가 에테르 장치를 쓸 수 없는 이유도 알고 있나?"

 

  이번 질문에 대해선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베네딕트에게도 그 이유를 알아챌 눈치는 있었다. 에드먼드는 별로 얘기해주고 싶지 않아 보였다.

 

 "알고 있지만 말하기 싫은 건가?"

 "안다기보단 예상하는 부분은 있지만, 내가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는 거지."

 "그렇지. 네가 굳이 나에게 도움을 줄 필요는 없다."

 

  베네딕트도 그렇게 딱 잘라 대답하며 입을 닫았다. 다시 방 안에는 얼마간 고요함이 가득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지 못하고, 이 정적을 참지 못한 건 에드먼드였다. 무언가 못마땅한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계속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걷어버렸다.

 

 "아니, 조금이라도 애원하는 모습을 보이면 죽기라도 하냐?"

 "그렇게까지 해서 알아낼 필요는 없다. 여태까지 어떻게든 잘 지내왔다."

 "하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야..."

 

  조금 안달 난 모습을 볼 요량으로 애를 태워봤건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대체 어디까지 무뚝뚝한 건지 오히려 에드먼드 쪽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자기 말대로 가르쳐줄 이유는 없지만, 사실 가르쳐주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에드먼드가 목적하는 바를 생각하면, 도리어 가르쳐 주는 편이 나았다.

  이런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지만, 쓸데없는 수작을 부린 본인의 잘못이었다. 결국 에드먼드는 체념하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에테르 장치에 간섭을 일으키는 건, 네 에테르가 불안정해서 그런걸 꺼야."

 "어떤 의미로 불안정하단 거지?"

 "너 말이야. 자신의 에테르를 제대로 컨트롤 하는 게 맞냐?"

 "모르겠다. 뭐가 맞는 건지 모르니까, 그냥 되는 대로 할 뿐이다."

 

  그럴 줄 알았다. 베네딕트에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에드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어차피 에테르 사용자에겐 스승 같은 존재가 있기 힘들었다. 그들은 불법적인 존재였고, 또 각자가 가진 능력의 개성도 뚜렷했다.

  결국 베네딕트만이 아니라 에드먼드 역시, 자기만의 감각에 따라서 에테르를 다룰 뿐이다. 만일 그것을 비효율적이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행하고 있다고 해도 그걸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줄 사람도 없다.

 

 "네가 만들어내는 검은 안개 말고도, 네 주변에 있어도 불씨가 생기지 않는다며? 그게 제대로 컨트롤 못 하고 있단 증거지. 거기다 어쩌면 네 진짜 능력이 그게 아닐 수도 있고. 그냥 불완전하게 발현된 형태가 지금의 그 능력일 가능성이 높을 거다."

 "그럼 어떻게 제대로 컨트롤하지?"

 "낸들 알까? 너도 알겠지만 결국 우린 기본적으로 직관적으로 힘을 쓰잖아? 어쩌면 네가 수술받을 뻔하다가 생긴 상처가 원인일 수도 있겠지."

 

  베네딕트는 자기도 모르게 일을 갈았다. 결국엔 에테르 교회가 모든 것의 원흉이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것도, 계속해서 원치 않는 고통을 받는 것도, 모두 그 녀석들이 원인이었다.

 

 "에디, 넌 교회를 어떻게 할 셈이지?"

 "어쩌긴. 당연히 박살 내야지. 그러지 않고선 원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해."

 "너는 진범만 찾으면 끝나는 일 아니었나? 어차피 에테르 사용자란 사실을 감추는 건 어렵지 않을 텐데?"

 "추기경을 죽인 건 내가 맞으니까."

 

  한순간 베네딕트는 자기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렇게 내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던 에드먼드가, 갑자기 자기 죄를 시인하다니. 사실 순간이동을 한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뀐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딱히 말실수로 얘길 꺼낸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그녀를 죽인 행위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줄곧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던가?"

 "응 맞아. 난 내가 무죄라고 생각해."

 "너 거짓말을 못 하는 게 아니던가?"

 

  베네딕트는 의아한 얼굴로 어둠 너머의 에드먼드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쯤 되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 밝힌 내용이 거짓말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나 싶었다.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오히려 라나와 자기를 속이려 한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정체성에 관한 거짓말을 강제로 믿게 만드는 힘을 봤으니, 다른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제법 신빙성 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란 보장이 없었다.

 

 "내가 무죄라고 생각하는 건 거짓말이 아니야. 추기경을 죽인 건 어디까지나 불가항력이었어. 나라를 위한 일이었지만, 단지 그걸 밝힐 증거가 없던 상황이었거든. 그 증거만 있으면 교회를 몰락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아."

 "그래서 그 증거를 어떻게 찾으려고?"

 "여기서 찾아야지."

 

  에드먼드가 말한 증거가 교회를 몰락시키는 무기가 된다는 말에 베네딕트는 솔깃했다. 여차하면 그에게 협조할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것을 찾는다는 대답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에드먼드 대답은, 더욱더 베네딕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페럴 추기경. 그녀가 카라바스 후작이거든."

 

  베네딕트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순간만큼은 에드먼드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지금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단순히 에드먼드의 착각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 내일 라나에게 그 얘길..."

 "아니, 하지 않을 거야."

 "어째서? 도움을 받으려면 라나에게 확실히 말하는 편이 좋을 거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녀도 카라바스 후작이 추기경이란걸 알고 있을지도 몰라."

 

  베네딕트는 차마 부정은 못 했다. 원래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던 라나였다. 단지 그것을 알고서도 자신이 가장 적대할만한 존재와 손을 잡아왔단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물론 라나의 입장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었다.

  일단 써먹을 수 있는 수단이라면 뭐든 이용하려는 게 라나였다. 그녀의 방식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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