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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34. 최악의 밤
작성일 : 19-11-08 21:19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8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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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34. 최악의 밤

 

 

 

 새벽과 성원은 정선을 따라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대화가 없이 산길을 내려왔다.

 

 산길을 내려와 차를 타서 성원이 안전벨트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새벽은 조용히 알아서 안전벨트를 매고는 계속해서 창밖만 바라봤다.

 

 성원은 새벽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은 성원이 어떤 말을 해도 새벽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성원은 새벽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원은 그렇게 새벽의 눈치만 보며 운전을 했다.

 

 정선으로 내려올 때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침묵이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새벽은 계속해서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새벽은 처음 카페 사장님의 연락을 받았을 때, 자신의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슈퍼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그 믿음은 더욱 커졌다.

 

 사람이 힘들면 어디에든 의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확신이 있을 수 없었지만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벽은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도 훨씬 크게 다가왔다.

 

 자신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새벽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지금 여기서 자기가 울어버리면 이 힘든 길을 함께 와준 성원에게 더욱 미안해져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

 

 차는 계속해서 달렸다.

 

 성원은 새벽의 눈치를 보며 운전을 하다가 동해로 빠지는 길을 보게 되었다.

 

 성원은 예전 순신과 가슴이 답답하다며 바다로 급하게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혹시라도 바다를 보면 새벽의 기분이 나아질까?

 

 성원은 급하게 차의 방향을 틀어 동해로 향했다.

 

 새벽은 이 차가 어디로 가는지 신경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얼마간 차가 달리자 조금씩 높은 산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국도를 달리던 차는 계속해서 더 좁은 길을 향해 달렸고, 마침내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차는 해안 도로에 도착했다.

 

 새벽은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초여름의 바다는 파란 에메랄드빛을 내고 있었다.

 

 새벽은 놀라서 성원을 돌아봤다.

 

 성원은 그런 새벽의 시선을 느끼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바다 좋아해요?”

 

 새벽은 성원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예전에 순신이랑 같이 답답한 일이 있으면 항상 바다에 왔었어요.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리고 오늘은 저보다 새벽 씨한테 바다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새벽은 성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새벽은 그 남자를 만나 자신의 아픈 곳이 나아지면 성원에게 말해 자신의 고향인 강릉을 가자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에 고향을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아무 말 없이 서울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원은 새벽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예전에 저랑 순신이가 놀았듯이 한 번 놀아볼까요?”

 

 새벽은 성원을 믿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원은 새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동차의 창문을 모두 내렸다.

 

 바다 내음을 가득 품은 시원한 공기가 두 사람이 있는 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원은 자신의 핸드폰을 차에 연결하고 신나는 여름 노래를 틀었다.

 

 경쾌한 노래와 시원한 바람이 새벽의 온 몸을 때리고 있었다.

 

 새벽은 자신을 위한 성원에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며 성원을 향해 최대한 자신이 지을 수 있는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탄 차는 한참을 달렸다.

 

 해가 거의 떨어졌을 때, 두 사람은 고속도로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해변이 예쁜 길에 잠시 서서 두 사람은 바다를 봤다.

 

 파도 소리가 두 사람에게 들려왔다.

 

 새벽은 크게 숨을 쉬면서 바다 내음을 맡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런 향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성원이 옆에 있음에 얕은 커피 향이 느껴지는 것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새벽은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자신을 사진에 담는 건 아니지만 성원과 함께 온 이 바다를 담아두고 싶었다.

 

 새벽은 자신의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자신의 핸드폰에 민아에게 온 부재중 전화가 10통이 넘었다.

 

 새벽이 놀라며 민아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마침 민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새벽은 놀라서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에서 민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있던 성원에게까지 들리는 민아의 울음 소리.

 

 새벽과 성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에 타고 급하게 서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새벽과 성원이 차에서 내려 바다를 보고 있을 때쯤, 민아는 진료를 끝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엔 순신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아는 희형이 아닌 순신을 만나는데 예전만큼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민아가 생각하기에 순신은 자신의 어머니를 구해준 고마운 사람이었고, 늘 자신을 배려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진료실에 박 간호사가 들어왔다.

 

 박 간호사는 마지막으로 민아의 책상에 있는 차트를 정리하고 진료실도 정리하고 있었다.

 

 준비를 하고 있던 민아를 보며 박 간호사가 웃으면 물었다.

 

 “선생님, 오늘 데이트 있으시구나?”

 

 “네?”

 

 “오늘 김 선생님이랑 데이트 있으신 거 같아서요.”

 

 “아.. 아니에요.”

 

 “응? 그래요? 김 선생님도 오늘 엄청 멋지게 입고 오셨던데.”

 

 “아.. 약속이 있으신가 봐요.”

 

 “그런가 보네요. 그런데 데이트도 아닌데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오셨어요?”

 

 “평소랑 똑같은데..”

 

 “음.. 오늘 뭔가 더 밝고 예뻐 보이세요.”

 

 박 간호사는 웃으면서 차트를 챙겨 진료실을 나갔다.

 

 민아는 속으로 박 간호사에게는 뭔가 속이 다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준비를 끝냈다.

 

 민아는 진료실을 나오며 순신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네. 민아 씨. 끝나셨어요?”

 

 “네. 저는 이제 끝났어요.”

 

 “아.. 제가 일찍 출발한다고 출발했는데 사고가 났는지 조금 막히네요. 거의 도착했으니까 진료실에서 잠깐 기다려요. 도착해서 연락드릴게요.”

 

 “네. 전 괜찮으니까 천천히 오세요.”

 

 “네. 그럼 도착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민아는 순신과 통화를 끝내고 진료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있었던 진료실이 답답하게 느껴져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민아는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지하에도 카페가 있어서 그곳에서 기다릴 생각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민아가 지하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는데 옆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지 희형이 민아의 앞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마치 급한 일이 있는지 희형의 발걸음은 매우 빨랐다.

 

 “희형 씨..”

 

 민아는 희형을 불렀지만 희형은 듣지 못하고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나갔다.

 

 민아는 카페로 가려다가 뭐가 궁금했는지 희형이 나간 지하주차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민아는 뭐에 홀린 듯이 희형이 빠져나간 지하주차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희형은 지하주차장 구석에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민아도 조금 속도를 내서 그런 희형을 따라갔다.

 

 희형은 기둥을 지나 바로 옆에 있는 차로 돌아섰다.

 

 그리고 조수석을 열고 그 차에 탔다.

 

 민아는 기둥을 옆으로 두고 그 차를 보는 순간, 차에 있던 보조 등이 켜졌다.

 

 그 안에서 희형은 한 여자와 함께 있었다.

 

 민아는 어딘가 그 여자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잠깐 생각을 하던 민아는 그 여자가 예전에 희형이 자신에게 사촌동생이라고 소개했던 그 여자였다.

 

 어린 나이에 온몸에 명품을 걸치고 있어서 민아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민아는 또 가족 모임이 있나 보다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희형과 그 여자가 키스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키스는 사촌 지간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남녀의 키스였다.

 

 두 사람은 누가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점점 수위를 높여가며 키스를 했다.

 

 민아는 잠시 뇌가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금방 자신이 놓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되었다.

 

 민아는 입을 막으면 ‘헉’ 하는 소리를 간신히 참았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희형이 자신에게 했던 배려들과, 말들, 그리고 그 밤 함께 호텔에 있을 때의 일들이 떠올랐다.

 

 민아는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고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아는 당황해서 제대로 조작도 안 되는 휠체어를 조종해서 뒤로 가려고 했다.

 

 그때, 기둥 옆에 누군가 버려둔 유리병이 넘어지며 지하 주차장에 큰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제서야 키스를 하던 두 사람은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자동차 앞에 있는 기둥 옆에 보이는 민아의 휠체어를 볼 수 있었다.

 

 희형은 한숨을 푹 쉬면서 여자에게 뭐라고 말하고는 백미러로 머리를 한 번 만지고는 차에서 내렸다.

 

 희형이 차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리자 민아는 뒤로 돌아 휠체어를 몰아 병원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희형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민아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민아는 희형의 발소리가 빨라지자 속으로 ‘제발 제발’ 하며 휠체어를 빠르게 몰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희형은 민아가 속도를 줄이지 않자, 빠르게 뛰어와 민아의 앞으로 뛰어들어 휠체어를 잡으며 멈춰 세웠다.

 

 양손으로 휠체어의 손잡이 부분을 잡은 희형의 얼굴은 민아와 가까이 위치하게 되었다.

 

 희형은 민아를 똑바로 쳐다봤고, 민아는 그런 희형이 보기 싫어서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민아는 입술을 앙 다물고 최대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희형은 그런 민아에게서 조금 멀어져 민아의 휠체어 앞에 섰다.

 

 “다 봤어?”

 

 희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민아에게 말했다.

 

 민아는 희형을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계속해서 울음을 참고 있었다.

 

 “하아. 이왕 알았으니까 뭐 어쩔 수 없지. 봤으면 알겠으니 사촌 아닌 건 알 테고. 머 미안하게는 생각하는데 솔직히 너랑 내가 결혼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치?”

 

 민아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머, 너도 남자 만나기는 힘들 것 같고 같이 좀 즐기려고 했는데 니가 알아버렸으니까 그것도 이제 못하겠네.”

 

 민아는 기침을 하는 척하며 약간의 울음을 터져내었다.

 

 희형은 머리를 다시 한번 쓸어 올리며 민아에게 말했다.

 

 “병원에 말하고 싶으면 말해. 사람들이 누굴 더 욕할지는 모르지 머. 솔직히 나는 아쉬울 거 없어. 저 여자랑 결혼하기로 했거든. 개인 병원도 차릴 거니까 이 딴 병원 난 별로 상관없어. 그러니까 말하고 싶으면 말해.”

 

 민아는 계속해서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희형은 민아를 지나쳐 가려고 하다가 다시 민아의 앞에 서서 민아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좋았잖아? 그날 호텔에서. 머 저 여자가 부르지 않았으면 그날 우리 더 좋았을 텐데. 그치? 솔직히 너도 남자랑 자본 적도 없을 테고, 서로 좋았을 텐데 아깝네. 장애인이 그런 대접받기 쉽지 않잖아? 머 그래도 필요하면 말해. 내가 저 여자 몰래 만나 줄 수는 있으…”

 

 “그만해!!!!”

 

 민아는 더 이상 희형의 말을 듣지 못하고 귀를 막은 채, 지하 주차장이 가득 울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야 이 개새끼야!!!”

 

 순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순신이 인지하고 있는 거라곤, 민아가 울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민아가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순신은 달려오는 힘 그대로 희형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희형은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순신의 주먹을 맞고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사실 순신은 민아가 희형과 이야기를 할 때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분명 지금 자신이 등장하면 대화에 방해가 될 테고, 희형과 단순히 대화를 한다는 생각에 민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마 두 사람의 대화를 볼 수 없어서 조금 멀리 차를 세우고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민아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순신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넘어진 희형에게 다가가 깔고 앉아 계속해서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뭐라고?! 뭐라고 개새끼야?! 너가 인간이야? 너가 인간이냐고 이 씨발롬아!!”

 

 순신은 주먹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희형의 얼굴과 어깨 눈에 보이는 어디든 때리고 있었다.

 

 민아는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차에서 보고 있던 희형의 여자는 희형이 누군가에게 맞고 있는 걸 보고 차에서 뛰어나와 순신을 말렸다.

 

 “야!! 너 머야!! 우리 오빠한테 왜 그래!! 이 병신 년이 잘못…”

 

 순신은 병신이라는 말을 듣자 희형의 멱살을 잡은 채 여자를 노려봤다.

 

 순신의 눈에서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뭐가 분한 것인지 약간의 눈물도 맺혀 있었다.

 

 순신의 얼굴을 보자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순신은 자신의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희형을 때리고 또 때렸다.

 

 

 시간이 흘러 네 사람은 모두 경찰서에 앉아 있었다.

 

 단정했던 희형은 얼굴이 삐떡이 되어 앉아 있었고, 희형의 여자는 옆에서 우리 오빠 얼굴 어떻게 하냐며 울며 불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순신은 피가 묻은 셔츠를 풀고 형사 앞에 앉아 있었고, 민아는 그 옆에서 핸드폰을 꼭 부여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었다.

 

 희형은 분에 못 이기고 경찰서에서 소리 질렀다.

 

 “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해요. 내 얼굴 안 보여요? 이 새끼가 다짜고짜 와서 나 때린 거라니까? 빨리 깜빵에 집어넣어야지 여기서 머하는 거야!!”

 

 경찰은 그런 희형을 째려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조용히 좀 하시죠. 상황을 알아야 이 사람이 들어갈지 당신이 들어갈지 알 거 아니야.”

 

 희형은 경찰에 말에 주눅이 들어 다시 조용히 자신의 상처를 만졌다.

 

 경찰은 고개를 돌려 민아에게 말했다.

 

 “저기요.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피해자인 거 같은데. 말을 해야지 우리가 도와줄 거 아니에요.”

 

 민아는 경찰에 말에도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계속 흐느끼고만 있었다.

 

 경찰은 수사에 비 협조적인 민아를 보며 약간 짜증이 났는지 소리를 질렀다.

 

 “아니. 경찰서까지 왔는데 말을 해줘야 우리가 해결을 할거 아니야!! 묵비권이야 머야!!”

 

 경찰이 민아에게 소리를 지르자 순신은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지금 놀란 거 안 보여요? 진정을 시키고 찬찬히 물어봐야지 왜 대뜸 소리를 질러요!! 여기 여자 경찰 없어요? 그렇게 윽박지르면 무슨 말을 합니까?”

 

 순신의 말해 경찰은 한숨을 푹 쉬고는 옆에 있는 경찰에게 여자 경찰을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여경을 찾으러 가는 경찰 옆으로 새벽과 성원이 뛰어 들어왔다.

 

 새벽은 들어오자마자 민아에게 달려갔고, 새벽을 본 민아는 다시 울음이 터지는지 새벽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성원은 순신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 상황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면서 순신에게 다가갔다.

 

 희형의 옆에 있던 여자는 희형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소리를 질렀다.

 

 “빨리 저 새끼 감옥에 넣어요!!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요?!?!?”

 

 여자가 앙칼지게 소리치자 경찰들은 여자를 말렸고, 그때 그 아수라장으로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남자는 경찰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순신 씨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명인에 윤상호 변호사입니다. 저랑 이야기하시죠.”

 

 순신은 윤 변호사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윤 변호사님이 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잠시 후, 네 사람은 경찰서를 나섰다.

 

 민아는 새벽이 옆에 있어서 조금 진정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눈에서 눈물을 가득 흘리고 있었다.

 

 순신은 그런 민아를 보며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조금 더 어른스럽게 행동했다면 민아가 상처를 덜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민아를 보며 생각하던 순신의 어깨를 성원이 툭 하고 쳤다.

 

 성원은 순신에게 턱으로 살짝 어딘가를 가리켰고, 그곳에는 검은색 고급 차량이 서 있었다.

 

 순신은 한숨을 푹 쉬고 민아에게 말했다.

 

 “오늘은 정말 죄송해요. 제가 또 뭔가를 잘못 했나 보네요. 몸 잘 추스르고 조심해서 들어가요. 성원이가 데려다줄 거예요. 새벽 씨, 민아 씨 잘 부탁해요. 성원아 부탁한다.”

 

 순신은 인사를 하고 가려고 할 때, 민아가 순신의 손을 잡았다.

 

 순신은 그 순간 얼음이 되어 버렸다.

 

 민아는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숨을 가다듬고 순신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순신은 그런 민아의 말을 들으며 침을 한 번 삼키고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 큰 미소를 띠며 민아를 돌아봤다.

 

 “아니에요. 민아 씨 때문인 건 없어요. 괜찮으니까 아무 걱정 말아요.”

 

 순신은 그렇게 세 사람에게서 멀어져 갔다.

 

 민아는 지금 보고 있는 순신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자신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뛰어가서 안아주고 싶은 그런 뒷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악몽 같았던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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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약속의 향기 - #13. 저마다의 사정은 존재한다. 2019 / 10 / 15 392 0 5156   
13 약속의 향기 - #12. 우리는 결국 이기적이다. 2019 / 10 / 14 397 0 7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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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약속의 향기 - #10. 사람마다 고민의 무게는 다… 2019 / 10 / 12 395 0 5918   
10 약속의 향기 - #9. 걸어가는 두 사람, 하나의 … 2019 / 10 / 11 394 0 7775   
9 약속의 향기 - #8. 사랑을 다시 믿어보게 만드… 2019 / 10 / 10 389 0 7360   
8 약속의 향기 - #7. 우린 때때로 너무 많은 오해… 2019 / 10 / 9 401 0 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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