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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잭 앤 블랑 Jack & Blanc
작가 : 힛쥐
작품등록일 : 2019.9.6

갈수록 부패해져만 가는 귀족사회. 상류층은 하류층을 억압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들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세상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살인귀. 그들의 이름은 잭과 블랑이라고 한다.

 
28. 살인귀와 기사단 (2)
작성일 : 19-11-08 18:23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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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은 가면 안에서 눈을 크게 뜬채로 자신의 앞에 서있는 다니엘을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잭의 전투 스타일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무기는 오른손에는 나이프, 왼손에는 나이프보다 두세배는 더 긴 칼. 남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접근해 급소를 찌르거나 목을 잘라내버린다. 이능력같은 경우는 예상못한 상황, 놓치면 골치아파지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대부분의 적들이 이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손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이능력을 사용할 경우 거의 확정적으로 적을 죽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현재 잭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능력이 통하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 그 사람은 지금 자신의 앞에 여유만만한 자세로 서있는 로얄 가드의 기사단, 다니엘.

 

  우연이었을까. 라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솔직히 알고있다. 이건 절대 우연같은게 아니라고.

 

  "뭐하고있어. 이게 끝인가."

  "큭……."

 

  다니엘이 도발하듯이 말했다. 잭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지금 이러고있을 때가 아니란것은 잘 알고있다. 하지만 본능이 말하고있다. 저 남자를 놔두면, 분명 언젠가 걸림돌이 될거라고.

 

  저 남자는 살려두든, 살려두지않든 걸림돌이 될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런 상황에서 잭은 다니엘에게 달려드는 판단을 내렸다.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이능력을 사용해 다니엘에게 달려들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다니엘의 앞까지 도달하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다니엘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몸을 빙글 돌리며 오른손의 나이프로 다니엘의 목을 꿰뚫으면 끝나는 싸움. 하지만 다니엘은 또다시── 잭의 공격을 막아냈다.

 

  어느새 왼쪽 허리춤에 있던 검집을 빼들어서는 그 검집을 이용해 잭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잭은 잠시 뒤쪽으로 물러난 다음, 다시 한 번 다니엘에게 달려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의 스피드로 왼손의 칼과 오른손의 나이프를 휘둘러댔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 모든 공격을 얼굴 하나 변하지 않으며 모두 막아냈다. 잭은 정신없이 공격하며 다니엘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잭의 공격 궤도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남자는 대체 무엇인가. 이 존재는 대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즈음, 잭의 몸에 신호가 왔다. 잭은 공격을 멈추고는 잠시 뒤로 물러나 가쁜 숨을 골랐다.

 

  숨을 고르며 동시에 앞에 있는 다니엘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무래도 너와 나는 상성이 안좋은 모양인걸."

  "너…… 대체 뭐야……. 어떻게 내 공격들을 전부……"

 

  잭은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말을 모두 이었다. 침을 왼쪽에 있는 수로에 내뱉은 뒤 다니엘의 대답을 기다렸고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내 눈이 상당히 좋아서 말이야. 더불어 반응속도라던지 상대의 공격을 예상하는 것들 모두 다."

  "그게 무슨……"

  "단순히 눈이 좋다고하면 모르겠지. 흔히들 동체시력이라고 하지 않나."

 

  결론이 나왔다.

 

  다니엘은 딱히 이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신체의 피지컬만으로 잭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던것이다.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잭의 공격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 또한 잭처럼 인간을 초월한 신체속도와 반응속도, 더불어 잭의 공격이 어디로 올지 예측해내어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잭 또한 남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가지고있었지만, 저 다니엘이란 남자는 그걸 웃돌고있다.

 

  이것이 괴물집단. 왕실을 보호하기 위해 뽑힌 최정예. 기사단의 일원.

 

  "그나저나 너의 그 이능력은 패널티가 상당한 모양인걸. 벌써 지친걸 보아하니."

  "……닥쳐."

 

  잭은 다시 자세를 바로잡아 다니엘에게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조금 더 놀아주고싶지만…… 메인 임무는 이게 아니어서말이지. 슬슬 끝내보도록 할까."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반대로 다니엘이 잭에게 달려들었다. 오른손에 들려있는 칼로 잭을 향해 내질렀다. 잭은 간신히 몸을 옆으로 빼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왼손의 칼을 높게 들어올려 그대로 내려쳤다.

 

  다니엘은 앞으로 내지른 오른손을 그대로 들어올려 잭의 공격을 튕겨냈다. 그리고는 왼손에 들려있는 검집으로 잭의 복부를 강하게 밀어쳤다.

 

  순간적으로 잭의 몸에 공기가 들어가는 것이 턱하고 막혔다. 하지만 다니엘은 기다려주지 않고 잭의 몸에 발차기를 때려박았다.

 

  아무래도 다니엘의 목적은 잭의 사살이 아닌 포획이라 칼을 쓰지 않고 잭을 기절시킬 모양이었다.

 

  잭은 그 공격들을 견디며 가면 안에서 눈을 부릅 뜬 채로 그 공격의 틈을 간신히 찾아냈다. 왼쪽 팔꿈치로 다니엘의 발차기를 튕겨낸 다음 안쪽으로 파고들며 나이프를 다니엘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그리고, 그 공격 또한 다니엘은 쉽게 흘러넘겼다. 잭의 팔꿈치에 튕겨나온 다리가 바닥에 닿자마자 곧바로 몸을 숙이며 잭의 공격을 피해냈다.

 

  "공격이 너무 단조로워."

 

  '피를 흘리는건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하며, 다니엘은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검이 잭의 팔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와 동시에, 어두운 칼날 하나가 다니엘을 향해 돌진했다. 다니엘은 잭을 향해있던 공격을 느닷없이 튀어나온 칼날공격 쪽으로 바꿨다.

 

  철문조차 쉽게 뚫던 '블랑'의 그림자칼날 공격을, 다니엘은 별 탈 없이 튕겨냈다. 튕겨진 그림자칼날은 위쪽으로 궤도가 바뀌어 그대로 지하수로의 천장을 뚫었다.

 

  다니엘은 잭에게서 떨어져 그림자칼날이 이어져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있는 양갈래의 흰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역시 한 명 더 있었군."

  "기사단이지? 지금 잭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한거야."

  "……저항이 너무 거세서, 팔 하나 잘라내려고 했다만."

 

  두 흰머리의 만남. 블랑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다니엘의 목소리에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블랑은 분노에 휩싸여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니엘의 얼굴을 보았다.

 

  "…………."

 

  다른 한 명의 살인귀가 말이 없어지자 다니엘은 잠시 의아함을 가졌다. 옆에 있는 잭은 이미 너덜너덜 해진 상태였다. 덕분에 잭을 무시한 채 블랑에게만 집중해 있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여자 살인귀."

 

  다니엘이 물었지만, 블랑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가면 때문에 얼굴 또한 읽을수가 없었다. 잠시 후, 드디어 블랑이 입을 열었다.

 

  "꺼져, 얼른. 지금 기분이 매우 안좋거든. 죽고싶지 않다면 얼른 꺼지라고."

  "흐음……."

 

  위협하듯이 말하는 블랑에, 다니엘은 왼쪽에 차고있는 시계를 보았다.

 

  "어쩔 수 없나. 시니그바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렇게 말한 다니엘은 몸을 돌려 블랑의 반대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속으로 그녀가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다음번에 또 만날 것 같군, 살인귀들."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인 다니엘은 코너를 돌아 모습을 감춰버렸다. 블랑은 곧바로 잭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빠르게 잭의 가면을 벗겼다.

 

  아무래도 잭은 마지막 공격을 한 뒤에 결국 기절해버린 모양이었다. 만약 블랑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잭의 팔은 그대로 다니엘에게 당해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이번 휴즈의 암살에 예상치 못한 존재들, 기사단 때문에 방향이 확 꺾여버렸다. 블랑은 말없이 다니엘이 걸어간 쪽을 보았다.

 

 

 ※ ※ ※

 

 

  잭과 블랑을 만난 이후로, 다니엘은 별 방해 없이 지하 수로를 이용해 휴즈 엔틱의 저택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시니그바가 이미 도착해있었다.

 

  "늦었잖아, 다니엘. 뭐하다왔어?"

  "살인귀를 만났다."

 

  그 말에, 시니그바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살인귀라면, 왕님이 그렇게 만나고싶어하던 그 녀석들이잖아. 그놈들이 왜 여기에왔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다니엘은 잠시 말을 끊더니 앞에 서있는 마피아의 수많은 지부장들을 보았다. 그들은 저마다 무기를 든 채로 두 명의 기사단을 환영해 주고 있었다.

 

  "먼저 이번 임무를 끝내자고."

 

  그리고 동시에, 다니엘이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다니엘의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

 

  이 날, 왕국의 거대한 범죄조직인 마피아의 역사가 끝이났다.

 

 

 ※ ※ ※

 

 

  잭은 기절하고나서 시간이 좀 지나고나서야 눈을 떴다.

 

  지하수로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문 라이트에 있는 집도 아니었다. 바깥에는 아직 비가 세차게 내리고있었다.

 

  의자들이 서로 길게 붙어져있었고, 잭은 거기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머리쪽에는 부드러운 감촉이 있었다. 고개를 올려다보니 블랑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블랑은 말없이 잭의 어지럽혀진 머리를 만져주었다.

 

  "블랑……"

  "몸은 괜찮아, 잭?"

  "……응."

 

  아직 욱씬거림이 좀 남아있긴 했지만 잭은 애써 괜찮다고 대답했다. 이곳은 어디일까. 아주 자그마한 단칸방같은 느낌이었다.

 

  "여긴 어디야, 블랑?"

  "으음…… 예전에 내가 박살내버렸던, 그, 마약 작업장. 그 위야."

 

  몇 달 전, 블랑이 홀몸으로 쳐들어가 거기에 있던 인원들을 모조리 몰살시켰던 곳. 마약 작업장이 있는 건물. 이 작은 집은 보여주기식이고 진짜는 비밀문으로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지하에 있다.

 

  이 집의 지하에는 아직 수많은 시체들이 그대로 있을것이다. 잭은 "그렇구나……."라고 짧게 대답한 뒤 다시 고개를 돌려 창문을 통해 밖에서 내리고있는 비를 말없이 보았다.

 

  압도적인 패배였다. 지금까지 적들을 손쉽게 죽여왔던 잭의 공격이 모두 막혔다. 그리고는 적의 공격에 기절까지했다. 잭은 모르겠지만 자칫하면 팔까지 잘릴뻔한 상황이었다.

 

  기사단의 강력함은 전에 있었던 축제에서 시니그바를 통해 어느정도 알고있었으나, 그래도 잭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니그바의 화력은 분명 굉장하나, 자신이 이능력을 사용하면 절대 자신을 맞추지 못할거라는 생각. 하지만 기사단에는 시니그바만 있는것이 아니다. 다양한 괴물들이 늘어서있다.

 

  또한 다니엘이 했던 말이 있다. 왕이 잭과 블랑에게 관심을 가지고있다고.

 

  다니엘은 그것때문에 잭을 막아섰고, 공격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마피아처럼 괴멸까지는 아니지만, 언제든지 기사단이 잭과 블랑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기사단은 잭과 블랑이 어디에 살고있는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문 라이트에 기사단이 왔을 때에도 그들의 목표는 축제였지 살인귀 생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만약 기사단과 조우한 뒤 불가피한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 블랑을, 지킬 수 있을까?

 

  옛날, 그때처럼──

 

  "잭."

 

  그때, 위쪽에서 블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잭은 다시 시선을 올려 블랑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싱긋 웃고있었다.

 

  "너무 신경쓰지마."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잭의 가슴에 파고들어갔다. 잭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블랑이 머리를 만져주자 어딘가 좋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블랑은 잭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을 날카롭게 뜨고는 머릿속으로 다니엘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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