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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몬스터클럽
작가 : 쇼센
작품등록일 : 2019.9.5

대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뇌신경정신과학자 데이빗 한 박사는 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뇌스캔을 통한 잠정적 사이코패스 범죄용의자 테스트(몬스터 테스트)의 개발을 종용받는다. 마침 그때 한 프로파일러가 사이코패스테스트의 의무실시를 주장해 대중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야당 대선후보 이중필은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몬스터 감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표심을 얻기 시작한다.

한 편 데이빗 한의 장남이자 천재 사이코패스 고등학생인 한명석은 여당 대선후보와 결탁해 전략적으로 소년범죄를 저지르는 <몬스터 클럽>을 비밀리에 조직하고, 군중의 세뇌에 효과가 있는 약물 ‘마리오네트’를 은밀히 유포하는데, 사건성을 의심한 한수형 경위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17. 용이의 선택-1
작성일 : 19-11-08 17:28     조회 : 243     추천 : 2     분량 : 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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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란 무엇인가. 나쁜 것과 좋은 것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어린 용이의 세상에는 착한 모범생인 척 하면서 왕따를 주도하는 악당 같은 또래 녀석도 있었고, 자식을 동정조차 하지 않는 악마 같은 아버지도 있었다. 실제 살아가는 데에는 진실이나 거짓 따위를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늘 거짓으로 아버지의 비위를 맞춰야 덜 얻어맞을 수 있었던 것이 삶의 진실이었고, 아버지는 늘 신고를 받고 찾아온 기관 사람들에게 태연히 거짓말을 했지만 이제 와서 그것을 탓하는 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용이는 아버지를 죽였지만 죄책감이 없었고, 그런 자신을 나쁘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고, 그것이 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세상 밖의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나쁘다고 하겠지.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까.

 용이는 작은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떨궜다. 길어서 음침하게 내려오기 시작한 앞머리가 쿡쿡 눈을 찔렀다. 용이는 작게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용기가 사건을 일으킨 후, 죽어 마땅한 사람을 죽여 버렸다고 해서 자신을 칭찬하는 이는 없었다. 그저 때때로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이가 있었을 뿐이다. 칭찬을 바라고 한 짓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외로움이 용이의 작은 몸을 덮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호소할 수 없었고, 기대할 수 없었다. 용이는 이제 스스로 독립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용이에게 현재 절실히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현재 자신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부모가 없는 자신과 동생은 보호시설로 가게 되겠지만 어딜 가든 부모를 죽인 파렴치범이라는 딱지가 따라붙을 것이었다. 무엇보다 용이는 그 어떤 어른도 믿을 수가 없었다. 용이는 스스로가 이미 ‘독립’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죽이는 순간 비로소 살아갈 만한 어떤 ‘자격’을 얻었다고. 아버지의 뜨거운 피가 손목을 타고 흐르는 순간 비로소 자신은 태어난 것이라고 용이는 진심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다른 아버지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 어떤 어른 밑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용이는 누구보다 이 사회의 어른을 증오했고, 그런 어른 중심의 법을, 또한 그런 법을 세운 이 나라를 경멸했다. 증오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은 최대한 멀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독립’이 아니라 물질적인 ‘자립’이었다. 돈이 절실했다. 이 세상은 뭐든지 돈이었으니까.

 용이는 sns로 자신의 나이에도 숙식이 가능한 아르바이트가 있는지부터 찾아보았다. 동생이 퇴원하려면 병원비가 당장 급했다. 하지만 미성년이 할 수 있으면서 돈이 되는 아르바이트가 그리 흔할 리 없었다. 그런데‘단기 아르바이트’를 검색해 몇 개의 멘션과 링크를 타고 넘다가 용이는 문득 장난 같은 어떤 멘션을 보았다.

 

 - 미성년자 몬스터 모집.

 - 활동 내용: 몬스터방지법 철폐를 위한 범조직 운동.

 - 활동 기간 중 숙식 제공 및 활동비 지급.

 - 1차 결집: 명동 은하수 호텔 1층 이모션. 17시.

 - 예약자명: 오림.

 

 용이는 그 묘한 모집 글귀에 이끌리듯 시선이 멎었다. 몬스터방지법이 뭐였더라. 다급히 검색해보니 관련 기사가 주르륵 펼쳐졌다. 몬스터방지법의 정식 명칭은 ‘M테스트 의무화 법안’이었고, SNS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편하게 몬스터방지법으로 불리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학교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사이코패스를 미리 알고 관리하면 얼마나 안심이겠냐 하면서 남자애들은 그런 놈들은 차라리 죽여 버려야 한다고 허공에 주먹질을 해보이기도 했었다. 여자 애들도 주변 가까이에 사이코패스가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는 식으로 남자애들의 허세를 거들었다. 그 때 용이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생각했었다. 왜 그러는 본인은 절대 사이코패스일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고. 사이코패스란 괴물 영화에 나오는 몬스터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은 슈퍼에도, 학교에도, 심지어 집안에 숨어 있기도 했다. 평범한 이웃이나 가족의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아이들은 진짜 사이코패스를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괴물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그 괴물의 평범함이 가장 끔찍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용이는 진짜 그런 걸 구분해주는 테스트가 있다면, 자신이 숨기고 있는 이 검은 욕망이 반드시 들킬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통과하지 못하겠지, 하고. 사이코패스로 판명이 날 게 분명했다. 제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일념으로 기회를 엿보며 하루하루를 사는 인간이 정상 판정을 받을 리 없을 테니까.

 

  용이는 생각을 멈추고 다시 휴대폰의 액정을 들여다봤다. 다시 읽어 봐도 분명 몬스터방지법 철폐를 위한 운동이라고 적혀 있다. 몬스터방지법에 반대한다는 것은 모집하는 사람 역시 몬스터라는 것일까. 평범한 일반인이 사이코패스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활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학교에서도 그런 반응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용이에게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처음부터 이질감이 있었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그 단어를 대하는 과민한 거부반응에 대한 이질감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휴대폰의 화면이 빛을 잃는 동시에 용이의 머릿속에는 기이한 생각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이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측불가능한 잔혹함? 비인간성? 패륜성?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용이에게는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용이는 오히려 보편적인 인간의 본능이라고 믿고 있었다. 사이코패스라고 규정지어 따로 구분짓고 손가락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용이가 아버지를 계획 끝에 죽인 일도, 몇 번이고 동네입구의 슈퍼마켓 주인아저씨가 볼을 꼬집어 흔들 때마다 칼로 찔러버리고 싶다고 충동적으로 생각했던 것도 자신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공격본능은 곧 삶의 본능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미 이 세계는 생존을 위한 더러운 아수라장 같은 곳이니까.

 

  용이는 다시 휴대폰을 켜서 트위터 문구를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숙식 제공과 활동비 제공에 시선이 쏠렸다. 미성년자에게 숙식까지 제공하는 일자리는 드물었다. 있다 하더라도 열에 아홉은 불법적인 유흥업 관련일이라 꺼려졌다. 물론 용이가 그런 일을 꺼리는 것은 도덕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그 안에 어른에 의한 지독한 착취와 학대의 냄새가 폴폴 풍겼기 때문이다. sns에서 자신과 이따금 메시지를 나눴던 가출팸의 한 형이 절대 유흥업소는 가지 말라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었다. 그래서 유흥업소는 영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수상쩍은 모집 문구긴 하지만 가보는 수밖에. 마지막으로 용이가 한 번 더 확인한 것은 예약자명이었다. 오림. 외자 이름인가. 이상할 만큼은 아니지만 꽤 독특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용이는 시계를 흘긋 보았다. 시간은 적당하게 충분히 남아있었다. 문득 용이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마치 그 메시지가 자신이 보라고 보내진 편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이상한 확신이었다. 글에서 왠지 동류의 냄새가 났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깊은 공감 같은 어떤 것.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쓴 글에 이런 기대를 한다는 게 문득 우습다는 생각에 용이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병원 건물의 회전문을 날쌘 도둑고양이처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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