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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막장 남주가 찾아왔다
작가 : 연새하
작품등록일 : 2019.11.6

그는 내게 그의 형제를 유혹하라 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카일을 유혹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존재감이 없습니다.”

- 부제: 회귀 좀 그만해주실래요.( Feat. 빙의)
단역, 무존재 여주. 존재감이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존재감 어필을 너무 잘해버림 // 표지: 픽사베이 저작권 무료 이미지

 
12. 성불을 위하여
작성일 : 19-11-08 16:08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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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리, 추워?"

 

 "아니여."

 

 "놀랐구나."

 

 캔디스에게 안겨있는 동안 캔디스의 등에 매달린 유령과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나는 의식적으로 유령의 시선을 피했다.

 

 "이제 괜차나여. 내려주떼여."

 

 캔디스는 나를 달래려 곰인형을 가져왔다. 나는 하나도 달갑지 않은 곰인형을 보며 방긋방긋 웃으며 인형을 하나 더 달라고 했다.

 

 나는 곰인형 하나는 드레스를, 다른 하나는 턱시도를 입혔다. 그러고 나서 성별 따위 없는 곰인형을 신랑, 신부라고 명명하고 결혼식을 거행했다.

 

 "딴따단 딴딴따단 딴딴딴 딴따다 딴딴따다."

 

 이것만 수십번을 반복했다. 애들이 어떻게 노는지 까먹은 지 오래다. 그냥 이러면 되겠지 싶었다.

 

 머릿속엔 아빠곰은 살인마고, 엄마곰은 알고 보니 유령이었다는 호러스토리가 떠올랐지만,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결혼식을 올리게 했다.

 

 "애들은 역시 지치지 않나 봐. 같은 것만 여러 번을 반복한다니까."

 

 캔디스가 사랑스러운 눈길로 나를 봤다. 유령을 등에 업은 채로.

 

 나는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다잡고 캔디스에게 배시시 웃어주었다. 딴딴따를 수십번 반복하는 동안 내내 유령은 떠나지 않았다.

 

 제발 좀 가라, 가. 아무리 외쳐본들 유령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평소에는 종종 사라지기도 하더니, 내게 흥미를 느꼈는지 무섭게 나만 본다.

 

 나는 유령을 무시하고 결혼행진곡을 몇 번 더 반복했다. 그쯤되자 유령도 지겨웠는지 내게 흥미를 잃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나는 유령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곰인형이 혼인 서약 키스를 하게 하면서 넌지시 말했다.

 

 "캔디스 어제 나쁜 꿈 꿔떠여?"

 

 "응?"

 

 "자다가 얼굴을 이렇게,"

 

 나는 미간을 와구와구 찡그려 보였다.

 

 "하면서 끙끙했어요."

 

 "아..."

 

 "나쁜 꿈 자주꿔요?"

 

 캔디스는 "자주...는 아닌데... 최근에..." 하고 말하다 어린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던지 멜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말을 접었다.

 

 흐음... 어젯밤 캔디스가 악몽을 꿀 때 유령이 캔디스의 목을 만지던 거로 보아 악몽의 원인은 유령이 맞는 듯하다.

 

 그런데 캔디스가 빙의한 후로 계속 함께 있었을 유령이 왜 내가 나타난 이후로 갑자기 악몽을 꾸게 하는지 의문이다. 유령의 심경에 변화를 줄 만한 행동을 했다면 유령을 알아봤다는 것뿐이다. 이거 유령이랑 대화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에드워드가 찾아왔다.

 

 

 

 

 

 *

 

 

 

 

 

 눈앞에 땅이 보였다가 하늘이 보였다. 내 몸이 지상에서 하늘로 붕 떴다 아래로 내려갔다. 내 양 겨드랑이에 끼워진 에드워드의 큼지막한 손이 나를 번쩍번쩍 들었다, 내렸다 반복했다. 하늘 높이 올려진 나는 환하게 웃었다.

 

 "에헤헤헤 재밌다."

 

 그리고 내려가며 이를 악물고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으만."

 

 내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에드워드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다시 내려오면서 복화술을 시도했다.

 

 "그으만하라고으."

 

 "요녀석 참 귀엽구나. 하하하하."

 

 에드워드가 크게 웃으며 나를 들어 올리고 작게 뒷말을 붙였다.

 

 "캔디스가 보잖아."

 

 캔디스가 정원이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우리를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에헤헤헤."

 

 나는 하늘을 보며 즐거이 웃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됐어요."

 

 에드워드는 조금 더, 하고는 또 하하하하 크게 웃었다. 나는 그만하라고 에드워드를 보며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에드워드가 짧게 한마디 했다.

 

 "왼쪽으로 45도."

 

 그게 뭐? 나는 눈썹을 꿈틀대며 미간을 좁혔다.

 

 "카일."

 

 그놈은 또 왜 있는 거야.

 

 나는 하늘 높이 붕 떠올라 슬쩍 곁눈질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 머리 남자가 보였다.

 

 나는 일단 "에헤헤헤, 에드워드 삼촌 최고!" 외치고 땅으로 떨어지며 "멀미 나요." 하고 이를 악물었다.

 

 조금 전에 먹은 점심과 디저트가 목구멍까지 차 있는데다가 어린애 몸이라 아직 위장이 약해 속이 울렁거렸다.

 

 그런데도 에드워드는 또 나를 번쩍 들었다. 속이 울렁울렁 미식거리 상태로 높이 붕 떠올랐다. 내 몸이 들리고 위장에 있던 음식물들도 위로 붕 떠올랐다. 결국 음식물이 역류하고 말았다.

 

 "우웨엑."

 

 입에서 짓이겨진 쿠키와 빵이 와르르 쏟아졌다. 에드워드는 오만상을 하고 나를 내려놓고는 멀찍이 떨어졌다.

 

 "그러니까 그만하랬잖아요."

 

 나는 침을 질질 흘리며 에드워드에게 눈을 홉떴다.

 

 "미, 미안하게 됐군. 이렇게 될지 몰랐다."

 

 "애들은 위장이 약하다고 이 양반아!"

 

 나는 더 소리치고 싶었지만 캔디스가 달려오는 걸 보고 말을 멈췄다. 그 와중에도 에드워드는 캔디스에게 안겨 가는 내게 비밀스레 입을 벙긋벙긋했다.

 

 ‘거사는 오늘 밤이다.’

 

 나는 축늘어져 안긴 채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주었다. 그렇게 에드워드와 교신을 끝내고 나니 멀거니 나를 보는 카일이 보였다.

 

 카일은 어제 나를 뻥 날려버렸을 때처럼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이번 기회로 저 두 놈의 쌍둥이가 어린아이의 몸이 얼마나 약한지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는 거사를 준비하는 굳은 표정의 에드워드와 놀란 카일을 모두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캔디스는 내가 새 옷으로 갈아입게 하고 따스한 물을 먹으라고 했다.

 

 점차 울렁거리는 속이 진정되고 슬슬 잠이 왔다. 4세 어린이의 생체리듬을 거역할 수 없다. 나는 여느 유아기의 아이들처럼 낮잠에 빠져들었다.

 

 한참 단잠을 자고 일어나자, 하늘거리는 캐노피 밖으로 카일의 형체가 보였다. 머쓱한 기분에 잠자는 척 눈을 감았다. 카일은 나를 한참 내려다보는 듯하더니, 뺨을 한번 살짝 찔러보고서 돌아갔다. 나는 시큰둥이 일어나 뺨을 만졌다.

 

 뭐야, 남의 볼때기는 왜 찔러.

 

 

 

 

 *

 

 

 

 그날 밤 모두가 잠들었을 즈음, 에드워드가 조심스레 찾아왔다. 나는 에드워드가 문틈으로 건네는 호리병을 은밀히 받았다. 남몰래 낮에 주고받은 대화의 결과물이었다.

 

 에드워드와 나는 오늘 밤 유령 사냥을 계획했다. 이 호리병으로.

 

 나는 호리병을 등 뒤로 숨기고 캔디스 옆에 누웠다. 그리고 서늘한 감각이 느껴질 때 슬그머니 눈을 떴다.

 

 오늘도 유령이 캔디스를 찾아왔다. 유령은 캔디스를 가만히 내려보다가 뺨을 쓸어내리더니 서서히 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또 목을 조르려는 듯했다.

 

 유령이 빙의 전 캔디스라면 충분히 원한을 가질 만했다. 자신은 몸을 뺏기고 유령으로 사는데, 그녀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심성이 착했던 사람이라도 제정신이기 힘들다. 하물며 유령인데 악령이 되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일 테다.

 

 가엾은 혼령이라 연민이 들긴 했지만,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나는 이불 속에서 꼼지락대며 호리병의 뚜껑을 열 준비를 했다.

 

 그때 유령이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곁눈질로 나를 보았다. 나는 얼른 눈을 감았지만 들켜버렸다.

 

 “내가 보이지?”

 

 오싹한 기운이 전신을 에워쌌다. 나는 열지 못한 호리병을 꽉 움켜쥐고 실눈을 슬쩍 떴다가 놀라 눈을 활짝 뜨고 말았다. 다크서클이 시커멓게 내려온 유령이 입을 헤벌쭉 벌리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러지... 마요... 우리 대화로...”

 

 “대...화...”

 

 유령은 섬뜩하게 웃으며 탁자에 앉아 내게 이리로 오라 손짓했다. 나는 살며시 이불을 걷고 일어나, 유령에게 가까이 갔다.

 

 “손은... 왜... 감춰...”

 

 유령이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두 눈을 치뜨고 코앞으로 훅 다가왔다. 나는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치며 호리병 뚜껑을 확 열었다.

 

 “무슨 짓이야!!!”

 

 유령은 뭉크의 절규처럼 무섭게 비명을 지르며 벽으로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미리 쳐둔 결계 때문에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튕겼다. 나는 튕겨 날아오는 유령을 향해 호리병을 내밀었다.

 

 “죄, 죄송해요! 이게 다 성불을 위해서예요!”

 

 유령이 자성에 이끌리듯 호리병 속으로 쏙 빨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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