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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래연 : 암행어사 출도요!
작가 : 린세이
작품등록일 : 2019.11.6

#찐암행어사#박문수#최도지#조선#청춘#로맨스#유쾌#상쾌#통쾌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가 자행되는 조선 중기.
백성들의 고충은 날로 극심해져만 가고 희망은 사라져 절망이 찾아온다.
그 가운데에서도 순수하고 의로운 처자가 있었으니. 범골의 최가댁 장녀, 최도지.
사또나리로부터 '수청을 들라!' 라는 청천벽력같은 명을 받게되고
수청이 아니면 죽음뿐인 삶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때, 정의의 사도 암행어사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하야 박.문.수
부패한 탐관오리를 처단할 '찐'암행어사의 희망적 활약이 시작된다!

 
7. 나의 벗
작성일 : 19-11-08 15:21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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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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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혈이 질 것이니, 오늘밤 꼭 찻물 우려 마시고 찌꺼기로 고약을 만들어 붙이고 자라며 만홍은 약재를 안겨주며 신신당부했다.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양 미안해하는 만홍을 위해 방싯 방싯 웃어 보여 도지는 연월각을 나섰다. 집으로 향하는 도지의 걸음은 이상하리만큼 가벼웠다.

 들뜬 마음으로 약재를 품에 안고 도지는 사뿐 사뿐 걸었다.

 그리 걷다 도지의 다홍빛 입가가 들썩이며 석자를 뱉었으니, 그 석자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박.문.수."

 

 자신의 눈두덩이 근처로 침을 놓던 문수를 떠올리고 있었다.

 

 "참 박학다식하기도 하지. 흠흠, 짚신을 태우거라."

 

 문수의 목소리 흉내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리하고 저 혼자 꺄르르 터트리는 웃음꽃이 만발인지라. 자신의 눈두덩이 꼴은 생각지도 못하고 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간만에 앞치마를 맨 계모 배씨가 놀라며 옮기던 빈 물독을 넘어트리고 말았다.

 물독 아래로 선명한 금 자국이었다. 도지는 부리나케 달려와 물독을 일으켰으나, 선명한 금자국은 여전했다.

 

 "이걸 어째."

 

 라는 도지의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계모 배씨의 냉정한 손길이 도지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잘못 보기라도 해서, 가까이 보고 확인하려는 듯 가깝게 얼굴을 들이밀던 배씨는 두 손을 들어 허리를 짚었다.

 

 "언놈이냐."

 

 "...뭐, 뭐가요."

 

 "언 놈이랑 치고 박고 했냐고!"

 

 "내가 나이가 몇 개인데, 치고 박고는..."

 

 소란에 방문이 열렸다. 방 안에 배를 깔고 누우 원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지의 눈을 확인하자마자 경박스럽게 깔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도지의 콧잔등이 씰룩거렸다.

 

 "허면 그 상판이 넘어졌다 이거야!"

 

 "아니,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요. 그럴만한 일이."

 

 "...으이그! 속상하게 정말!"

 

 "근데, 오늘 무슨 날이래? 앞치마를 다 메셨어?"

 

 화재를 무작정 돌리려는 도지의 등짝을 매섭게 내리치는 배씨 부인이었다.

 

 "달걀 내올 테니깐, 기다려."

 

 이리 퉁명스레 읊은 뒤 배씨 부인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도지는 실금웃음을 띄웠다.

 한대 얻어맞고, 얻은 것이 너무 많았다. 이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야, 두 대도 더 맞을 수 있겠다 싶으며 평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전히 원지의 깔깔깔 소리를 들으며 도지는 나즈막이 읊조렸다.

 

 "확 가만 안 둘까 보다, 그만 웃어라."

 

 "흥!"

 

 코웃음 뱉은 원지는 창호지문을 힘껏 닫았다. 창호지가 다 뜯어질 지경에 계란 들고 나오던 배씨 어멈의 쌍 소리가 시원스러웠다.

 

 "저 대바라진 년!"

 

 얼른 도지 곁으로 다가서 따스한 손길로 다친 부위를 어루만지는 계모 배씨는... 분명,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따스하던 어머니였다.

 퉁퉁 부어오르는 눈에 안타까이 바라보시며 계란을 문질러 주었다.

 깃든 정성에 벌써 다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방긋 눈웃음을 짓는 도지의 허벅지를 찰싹 내리쳤다.

 

 "부은 눈으로 뭘 웃어."

 

 "...좋아, 그러지."

 

 "속없는 것."

 

 "...어머니는 비단옷이 참 곱고 잘 어울려요."

 

 "..."

 

 "은비녀도."

 

 "...망할 것."

 

 투닥투닥 그리 떨어졌던 정이 다시 붙는가 싶었더니, 웬 불청객이 늦은 시각 느닷없이 네명의 여자만 산다 하여 사내출입 쉬쉬하는 사녀집으로 들어섰다.

 배씨가 먼저 몸을 일으켜, 들어선 불청객을 반기는 척 했다.

 

 "이방 어르신, 아니십니까?"

 

 "흠흠."

 

 우물쭈물 들어서는 폼이 심상치 않다. 거기다 손에 들린 보따리가 한 가득이었다.

 이방 아전에게 받을 것도 꾼 것도 없었다.

 배씨 어멈의 흔들리는 눈매가 이방 어르신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마주하였다. 털썩 주저앉아 버리는 배씨 어멈은 손에 쥐고 있던 귀하디 귀한 달걀을 쩍 떨어트리고 말았다.

 바닥에 가 쩍 들러붙은 갈라진 달걀 틈새로 달걀의 눈물이 찐덕하게 흘렀다.

 

 #

 방 안의 한가운데에는 전혀 달갑지 않은 고가의 화려한 장신구가 버젓이 놓여있었다. 그 꾸러미를 기준으로 자세는 달라도 둥그렇게 모여 있는 세 여인이었다.

 등을 져 벽을 보고 드러누운 계모 배씨와, 그 장신구가 연신 탐나 바짝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원지가 있었으며. 그 옆에는 배씨의 등만 뚫어져라 응시한 도지가 있었다.

 

 "나, 가?"

 

 "...어머, 이 장신구 진짜 예쁘다. 한양 건가보네."

 

 장신구를 향해 손을 뻗는 원지를 향해 홱 등을 졌던 몸을 일으킨 배씨는 원지의 손을 내리쳤다.

 

 "...어머니, 나 가냐고요."

 

 배씨 어멈은 두시진만에 겨우, 도지를 마주했다.

 

 "그럼 어쩌냐. 어린 원지가 가랴? 늙은 어미가 가랴? 아님, 저기 똥오줌도 못 가리는 늬 할멈이 가랴!"

 

 도지의 흔들리는 눈매를 연신 모른 척 했다.

 

 "...안 가면, 우린 이 고을서 못 산다. 헌데, 병마 붙은 할멈 끌고 계집 넷이서 어딜 가서 새로 시작을 할 수가 있겠냐? 어!"

 

 호통을 쳤다. 그러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러하면 안되면서도. 어르고 달래서 타일러 보내는 게 더욱 싫어. 퉁명한척 호통이나 뱉는 가여운 처지였다.

 

 "도지 너보고 수청 들라 안 하냐."

 

 "수청 든 처자들 다 집에 숨어 살아. 알아요? 사람들이 손가락질 해서! 이 마을서 혼례도 못 올려! 아냐구!"

 

 "알아!"

 

 "...근데... 어떻게 나보고 가라 그래."

 

 투둑, 도지의 투영한 눈에서 떨어진 그것은 참 맑디맑은 그것이었다. 때 묻지 않은. 너무나 고운.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계모 배씨에게 고역인지라 얼른 다시 등을 져 돌아 누웠다.

 

 "언니, 이 장신구 나 주라."

 

 원지에게 누웠던 배씨를 일으키는 재주가 있었다. 일어난 배씨는 원지의 등짝이고 머리통이고 오만 곳을 내리쳤다.

 

 "악! 엄마! 왜 때려!"

 

 소란스러움을 빤히 노려보는 도지의 눈에는 견고한 눈물 벽만 겹겹이 쌓일 뿐이었다.

 토옥 떨어진 눈물방울이 자신의 초라한 무명치마를 적셨다. 도지는 빤히 눈물자욱 짙은 치마를 바라보다 이내 손등으로 눈물을 문질러 닦아냈다.

 언제나 그러했던 거처럼 씩씩하게 도지는 몸을 일으켰다.

 

 "...알았어, 갈게."

 

 어디 뒷산 다녀올 듯이 초연하게 읊고 방을 나서는 도지에, 원지를 향했던 배씨 어멈의 손길도 멈추었다. 투욱 늘어진 손이 바닥에 들러붙은 듯 흉한 몰골로 앉아 있었다.

 대청마루를 내려 밟아, 신을 신는 도지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도지의 담담한 인사 소리마저 들려왔다.

 

 "다녀올게."

 

 "...그려! 다녀와!"

 

 멀어져 가는 도지의 걸음소리를 들으며, 배씨 부인은 여전히 읊었다.

 

 "그려... 그려, 다녀와."

 

 배씨의 두 눈은 이내 방 안 한가운데에 여전히 놓인 값비싼 장신구에 가 닿았다. 도지, 고것의 몸값이 고작 장신구 몇 줌이라니.

 어깨춤이라도 추려는가 빤히 장신구를 노려보던 배씨는 아랫입술을 내리 물었다.

 원지는 여전히 배씨에게 얻어맞은 곳이 아파 구시렁거리기에 바빴다.

 

 "실은, 나한테도 계모지?"

 

 앙칼진 목소리에 돌아오는 것은 배씨의 모진 발장구였다. 그렇게 한차례 발광을 떨고, 배씨는 이내 홱 도로 벽을 향해 드러누웠다. 벽을 노려보며 한참을 두 눈을 깜박이고 있었을까. 다부지게 입술을 다문 배씨가 벌떡 자리를 박 차고 일어섰다. 그런 배씨의 산 멧돼지 같은 기세에, 원지는 화들짝 놀랐다.

 짐승의 기세로 자리를 박찬, 계모 배씨가 답지 않게 다리를 재개 놀린 방향은 다름아닌 연월각이었다. 달빛이 휘영청 하니, 연월각에 어울릴법한 이름다운 달밤 하늘이었다.

 허나 고깟 아름다움이고 나발이고 시뻘건 빛을 내는 야차 같은 눈동자로 연월각에 들어선 계모 배씨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밤늦게까지 만홍과 노닥거리는 도지 잡으러 여럿 들어선 기방이었던지라, 길이 낯설지는 않았다. 하여, 배씨는 단번에 만홍의 방 앞이었다.

 허나, 하필 문수의 청으로 파발문을 속저고리에 찔러 넣고 방을 나서고 있는 만홍이었다. 배씨를 발견한 만홍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계모 배씨는 만홍만 봤다 하면 몸 파는 계집이라 은근 무시질에, 도지와 놀지 말라 입이 닳고 마르도록 읊었으며. 몇 해 전부터는, 도지의 온 고생길의 원흉이 배씨였기 때문이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섬돌을 밟아 풀썩 풀썩 내려선 만홍이 심드렁하니 물었다.

 

 "도지... 우리 도지 좀 도와다오."

 

 숨도 채 뱉지 못해, 다급하게 뱉는 도지 소리에, 심드렁하던 만홍이 고개를 쳐 들어 제 앞의 배씨를 보았다. 이제 보니 싯뻘건 이채를 띈 눈빛하며, 헝클어진 몰골하며 뭔 일이 나도 단단히 난 듯 했다.

 

 "무슨 일인데요? 도지는 어디 있어요?"

 

 "범골 움막.... 총각귀 나타난다던, 그 움막..."

 

 "...거길 이 밤중에 갔다구요? 왜요?"

 

 배씨는 덥석 만홍의 고운 손을 붙들었다. 절대 놓지 않을 듯 꽈악 틀어쥐고 달달 손을 떠는 꼴이 퍽 가여웠다.

 

 "너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내한테 몸 팔아 가며 사는 팔자 아니냐."

 

 만홍의 꽃 같은 이마가 팍 구겨지며, 자신의 손을 붙든 배씨의 손을 뿌리쳤다.

 

 "또 무슨 패악을 떠시려구? 바쁘니, 이만 갑니다."

 

 홱 돌아서는 만홍의 뒷 춤에 대고 배씨는 꽤액 목청을 내질렀다.

 

 "사또 놈팽이! 수청 들러 갔다!"

 

 이제 보니 그 기세가 그냥 산멧돼지의 기세가 아니라... 새끼 잃은 산 멧돼지의 기세였다.

 만홍의 걸음이 멈추어 섰다. 그리고 곧, 만홍이 내려섰던 방문이 스르륵 열렸으니.

 

 끼이익, 소리에 엉엉 울며 방문을 쳐다본 배씨는 이로보나 저로보나 소문으로 듣던 총각귀의 등장에 울음 쏙 들어갈 지경으로 자지러졌다.

 허나 성큼성큼, 댓돌을 뛰어 내려선 총각귀에게는 그런 자지러짐을 받아줄 여유는 없는 듯 했다. 단번에 계모 배씨에게 물었다.

 

 "말하는 도지가, 범골 사는 최도지가 맞소?"

 

 다급하게 묻는 총각귀의 행색은 놀랄 노자일지 몰라도,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두 눈은 그 누구보다 믿음직했다. 배씨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여 내렸다.

 

 "...우리 아이를... 알고 계시오?"

 

 "알지. 그 아이는 내 벗이오. 이해함에 같은 처지라... 해서, 나의 벗."

 

 그리 읊는, 문수의 두 눈이 저 하늘 높다하게 떠오른 휘영청 달보다 더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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