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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래연 : 암행어사 출도요!
작가 : 린세이
작품등록일 : 2019.11.6

#찐암행어사#박문수#최도지#조선#청춘#로맨스#유쾌#상쾌#통쾌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가 자행되는 조선 중기.
백성들의 고충은 날로 극심해져만 가고 희망은 사라져 절망이 찾아온다.
그 가운데에서도 순수하고 의로운 처자가 있었으니. 범골의 최가댁 장녀, 최도지.
사또나리로부터 '수청을 들라!' 라는 청천벽력같은 명을 받게되고
수청이 아니면 죽음뿐인 삶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때, 정의의 사도 암행어사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하야 박.문.수
부패한 탐관오리를 처단할 '찐'암행어사의 희망적 활약이 시작된다!

 
6. 김 진사댁, 진상
작성일 : 19-11-08 15:20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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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거지나리의 무미건조한 눈빛처럼 무미건조한 어투가 매서웠다.

 

 "진사댁 장남이라 그러한가, 진상이 따로 없구만."

 

 번쩍 들어 올려지는 진사댁 장남의 다부진 주먹이 거지나리 얼굴만 했다.

 도지의 갈피 잃은 눈망울이 도둑놈 같은 주먹과 거지 나리의 한 점 흔들림 없는 꾀죄죄한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세상에 저거에 맞으면 두 쪽이 났으면 났지, 멀쩡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앞에 닥친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렵한 턱을 쳐 들어 천연덕스레 턱을 내어주고 있었다. 분명 저 턱이 산산조각이 날 터였다.

 

 입을 틀어 막은채 잔뜩 굳은 만홍을 보았다. 지금 나설 수 있는 자가 자신뿐이었다.

 한시가 긴박했다. 동무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한다. 에라이 모르겠다.

 거지 나리를 향해 내리쳐지는 양반나리의 주먹 쥔 손을 향해 도지는 냅다 앞니를 드러냈다.

 덥석! 단단한 진사댁 장남의 팔목을 붙들어 냉큼 드러낸 이를 깊이 박았다. 있는 힘껏 냅다 물어뜯노라면.

 

 쿵!

 별안간 급하게 열리는 방문이었다. 그리고 호리한 호리병 같은 사내가 다급하게 들어서며 진사댁 장남을 불렀다.

 

 "형님!"

 

 진사댁 차남이 한양서 돌아왔다더니, 그 차남인가 보다 생각을 고렇게 정리하려는 도지의 눈앞으로 삽시간에 밤하늘의 별이 내려앉았다. 퍽이라는 참으로 둔탁하고 살벌한 소리는 덤이었으니, 그렇게 도지의 세상은 컴컴해 졌다.

 컴컴한 세상은 곧, 아득한 낭떠러지가 되었고 도지의 몸은 낭떠러지로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중, 엄마를 보았다. 계모 배씨가 아닌 죽은 친모를.

 친모의 다급한 하얗게 질린 낯빛이 들어찼다. 근래 들어 자꾸만 꾸는 친모의 꿈이련가.

 

 '어미 말 잘 듣거라,'

 

 다급한 목소리가 메아리 쳤다. 도지가 또렷히 기억하던 단아하고 따스하던 목소리와는 다르다.

 

 '어미 말 잘 듣거라, 여기 가만히 있어야 한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는...'

 

 도지를 수풀 안으로 숨겨 넣으며 연신 뒤를 돌아보던 모습을.

 도지를 잘 숨긴 뒤, 치맛자락을 붙들고 펄쩍 펄쩍 뛰어가는 친모의 뒷모습은 학의 우아한 걸음걸이와 같았다. 그리 걷다, 곧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사라지는 학의 걸음걸이였다.

 그렇게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은... 학의 걸음일지도.

 친모를 향해 도지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손을 뻗었다, 하여 이 손에 잡히기를 바랐으나 잡을 수 없었다.

 새하얀 점이 되어 버린 친모의 뒷모습은, 흰 빛이 되어 낭떠러지로 떨어지던 도지를 끄집어 올렸다. 번쩍 두 눈을 떠올린 도지는 꿈속을 연상해 두 팔을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도지야!"

 

 만홍의 눈물 젖은 목소리가 웅웅 들렸다. 골이 울려 도지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무슨 꿈을 꾼 듯 해, 눈동자를 굴려보니 욱신거림이 찾아 들었다.

 눈동자를 굴릴 때마다 의안을 낀 듯 불편했다. 꾸드득 힘겹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심지어 초점도 맞지 않았다. 그런 눈을 두어번 감았다 떠올리자니 눈두덩이로 묵직한 고통이 동반되었다.

 

 "당분간은 사물이 흐릿하게 보일 것이다."

 

 라는 거지 나리의 목소리를 들어서야, 그 곳에 거지 나리가 앉아 계신 줄을 알겠다.

 그리고 그리해서야 자신의 인중에 덜렁거리는 가느다란 침을 발견했다.

 

 "침을..."

 

 "경혈을 찔렀으니, 오늘은 푹 쉬도록 하고."

 

 "...경혈?"

 

 "중한 혈 자리란 뜻이다. 내일이면 눈으로 어혈이 뭉칠 것이니 어혈에 좋은 침을 마저 놔주마. 도로 눕거라."

 

 만홍이 뻣뻣하게 굳은 도지의 어깨를 내리눌러 도로 눕혀서야 도지는 폭신한 보료 위에 다시 누울 수 있었다. 이미 꿈은 저 멀리 달아난 뒤였다.

 침을 쥔, 거지 나리의 손이 불쑥 도지의 코앞에 드리웠다.

 가깝게 다가선 거지 나리는 곧 눈 주위로 침을 살콩살콩 내리 꽂았다.

 치렁한 소매 부리를 정갈하게 붙들어 한수 한수 놓는 침은 꽤나 효과가 있는 듯, 침을 놓은 주위가 파르르 떨려 왔다. 도지의 두 눈은 제 앞의 거지 나리를 빤히 우러렀다.

 

 "...침은 어찌 놓으실 줄 아신 답니까?"

 

 "잔재주일 뿐, 사람을 살리는 화타는 되지 못한다."

 

 거지 나리가 침을 놓겠다며 가깝게 다가설 때마다, 도지는 움찔 움찔 떨림을 머금어 보료자락을 꾸욱 비틀어 쥐었다.

 마지막 침을 시뻘겋게 부어 오르기 시작한 눈꺼풀 측면에 꽂으며 거지나리는 물러앉았다. 젖은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거지 나리는 만홍을 돌아보았다.

 

 "가서 끓이던 차를 좀 내어 오겠느냐."

 

 "예, 그리합지요."

 

 고분고분 공손하게 읍하고 일어서 조르르 뒷걸음질로 물러나는 만홍을 보며 도지는 자신이 꽤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낮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홍이는 괜찮답니까?"

 

 마른 수건에 마저 손을 닦던 거지나리의 손길이 느릿, 멈추었다.

 

 "얻어맞은 것은 너인데, 저 아이 걱정을 하는 게냐?"

 

 "거지 나리 걱정도 하고 있으니, 너무 섭섭해 마십시오."

 

 "말했듯, 내가 가진 것은 잔재주일 뿐 사람을 살리는 화타는 되지 못한다 하였다. 그것은 나의 한계를 알기에 시인한 것. 즉, 주제를 안다 이것이다."

 

 부어오른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려 도지는 거지 나리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에게 필요한 것은, 주제 파악이겠구나."

 

 "주제 파악이요?"

 

 "양반의 몸에 해를 가했다. 그리 쉬이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

 

 "모를리 없을 터인데."

 

 "...압니다."

 

 "알면서, 만홍을 위했다? 거 눈물겨운 우정이구나. 계집들의 의가 사내들의 의보다 낫다."

 

 비아냥이 따라 붙었다. 거지나리를 향해 도지의 입술이 절로 비죽거렸다.

 

 "만홍을 위해서만 그리한 것이 아닙니다."

 

 "..."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같은 처지는 곧 벗이라.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얻어터진 눈에서 발하는 빛을 보았다. 거지 나리의 굳게 다물어져 있던 입술이 토옥 벌어졌다. 허탈함이었을까, 경이로움이었을까.

 

 "벗을 돕지 않음은, 당신을 벗이라 불렀던 제 위선이 아니겠습니까."

 

 "위선이라... 진사댁 차남이란 자는 말이 통하는 자이더구나.

 이 일로 불거질 일은 없을 것이라 대장부 다짐을 받아 두었으니, 일단은 심려치 말고 쉬거라."

 

 "진정이십니까? 아효... 제 벗이자, 이제는 제 생명의 은인이 아니십니까?"

 

 침을 잔뜩 꽂은 채로 읊는 은인 소리에 거지나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네 생명의 은인이다?"

 

 고개를 대차게 끄덕이는 도지를 보며 사내의 입가로 한숨이 쏟아졌다.

 

 "내가 아니라, 네가 내 생명의 은인이겠지."

 

 "...그죠? 그 주먹에 맞아낼 재간이 없으셨지요?"

 

 금세, 득의 양양하는 모습이 우습다. 거지나리의 입가로 푸쉭 빠져나가는 웃음기였다.

 웃음을 지워 꽤 근엄하게 뱉었다.

 

 "넌 맞아낼 재간이 있고?"

 

 도지는 신명이 나, 벌어졌던 입술을 합 다물었다.

 

 "내가 건 시비였다."

 

 눈알만을 떼르륵 굴렸다. 고통이 전해졌는지 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눈을 감았다. 기다란 속눈썹의 절경이었다. 거지나리의 눈길이 그곳에 가 닿는 듯 했다.

 고통이 진정되었는지 도지는 눈을 떠올렸다.

 

 "나는 그깟 주먹에 맞고 아작 날 사내가 아니다. 허니, 두 번 다시 사내놈 주먹에 얼굴을 들이미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거라."

 

 "다음에도 저는 그리 할 것입니다. 같은 처지의 동무를 돕는 것이 어디 흠이겠습니까? 모른 척 하는 것이 흠이겠지요."

 

 거지 나리는 정좌를 튼 채로, 빤히 누운 도지를 내려다보았다.

 

 "의롭구나, 무식할 정도로 의로운 너의 이름이 어찌 되느냐."

 

 "그것은 칭찬이십니까?"

 

 "알아서 정하거라, 그것이 칭찬일지는."

 

 "여하튼 전 범골 사는, 최가 도지입니다. 허면, 거지나리의 이름은 어찌 되십니까?"

 

 방싯 방싯 웃으며 묻는 도지는 참 싱그럽다. 어여뻤다. 자신을 마냥 어여삐 꾸미지 않았으나 하여도 가진 본연의 것이 어여뻤다. 빤히, 도지를 바라보던 거지 나리의 입술이 조심스레 벌어졌다.

 

 "...문수."

 

 싱긋, 미소를 머금어 버린 문수의 입가가 환희 벌어졌다.

 

 "박문수라 한다.“

 

 #

 문수는 어느덧 코를 골아 도로롱 잠에 빠진 도지의 얼굴에서 수침을 뽑아 들어 수침 통에 고이 집어넣었다.

 뭐가 그리 곤한지 도로롱 골아 떨어진 도지를 빤히 바라보던 문수는 몸을 일으켰다. 뜨끈한 구들장에 계속 앉아 있노라면, 이 곤한 몸 또한 저리 잠들겠다 싶어와 빠르게 문 밖을 나서니. 어성초 향기가 짙은, 어성초차를 든 만홍과 딱 마주쳤다.

 

 "가십니까?"

 

 "...내 도성을 나선 후, 이길 저길 떠돌다보니."

 

 "예.“

 

 "세상 눈치 빠삭한 것은 궁인 다음으로 기녀들이더란 말이지.

 자네라면 내가 누군지 알아챘을 것 같은데."

 

 "그 소문 자자하신데, 모를리 있겠습니까."

 

 만홍의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만홍의 미소를 바라보던 문수는 가감 없이 품에서 서찰을 꺼내 들었다.

 

 "역참을 통해 보내질 수 있는 파발이 아니네. 이 고을의 폐단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 주변의 경계가 워낙에 삼엄하니."

 

 "..."

 

 "해서, 경기도 감영에 직접 닿아야만 할 파발이지. 오늘 밤에, 길을 떠나줬으면 하는데.

 그리 할 수 있겠는가?"

 

 "저를 믿으십니까?"

 

 "자네를 믿느냐고?"

 

 "예."

 

 "그럴리 있겠는가?"

 

 만홍은 움찔하였다. 어찌 처음 본 사내에게 믿는다는 소리가 듣고 싶었을꼬.

 

 "허나."

 

 허나라. 만홍의 가라앉았던 눈꺼풀이 들어 올려졌다.

 

 "저 아이. 저 아이라면, 믿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

 

 자신이 나선, 굳게 닫힌 장지문을 돌아보았다. 만홍도 따라 눈을 두었다.

 

 "구휼에 서슴지 않는 자, 도움에 인색하지 않은 자, 그런 자를 어찌 아니 믿을 수 있겠는가."

 

 "...도지를 말씀하십니까."

 

 "허니, 그 아이의 벗인 자네 또한 믿지 않을 수가 없지."

 

 문수의 입 꼬리가 들어 올려져 만홍을 향하였다. 순간 만홍의 두 볼로 퍼지는 홍조였다. 만홍은 빠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해가 뜨기 전에는, 경기도 감영에 꼭 당도하여야 하네."

 

 "..."

 

 "진정, 썩은 냄새가 물씬한 이 고을을 바로 잡으실 수 있으십니까?"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빚을 수 없는 법. 허나 내 아는 높다한 분께서는 조각 빚기를 즐겨 하시네. 하여, 썩은 나무를 쳐 내기 위해, 많은 좋은 목재를 찾아 기르고 계시지."

 

 "젊은 나리께서도 그 높다하신 분의 목재 중 하나라, 이 말씀이시옵니까."

 

 문수는 확답 대신, 어깨를 들어 올렸다 떨궜다. 그런 문수에게서 만홍은 선뜻 손을 내밀어 파발을 받아 들었다. 시익 매혹적인 미소를 그리는 만홍이었다.

 문수의 손끝에서 서찰은 떠났다. 이제 운만이 자신들을 시험할 차례였다.

 안타깝게도 그 운이란것이, 문수는 몰라도 도지에게는 야박한 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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