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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이 살고 있다.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9.10.30

어느날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살인의 과정에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끼어 있다.

형사 여운은 평범해 보이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존재와 접촉하여 은밀한 거래를 하게 되는데...

 
6화. 잠재적 연쇄 살인마
작성일 : 19-11-08 12:22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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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잠재적 연쇄 살인마.

 

 먹음직한 깍두기가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의찬은 젓가락을 푹 찔러 넣은 깍두기를 입안에 넣었다.

 게걸스럽게 밥과 국을 입안으로 쑤셔 넣고 있는 그의 건너편으로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몸이 다부지고, 눈이 부리부리하게 생긴 그는, 의찬이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태훈이었다.

 폭력 전과로 의찬과 함께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그는, 출소 후 나이트에서 삐끼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의찬이 그를 찾은 이유는, 단순히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교도소에서 도움을 받은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태훈 역시 무작정 찾아온 그를 쫓아내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그저 밥이나 한 끼 얻어먹으러 온 것인 줄 알았던 태훈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생각보다 큰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창가의 여자에게 빠져 접대를 하던 남자를 죽였다는 것. 그리고 경찰로부터 도주하다가 형사 한 명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까지 모두 들은 태훈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친놈…… 너 제정신이냐?”

 “…….”

 

 의찬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식탁 위에 있는 음식들을 입 안으로 밀어 넣고 있을 뿐이었다.

 쫓기는 와중이라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것 같았다.

 태훈은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뒤, 차분하게 다시 말을 걸었다.

 

 “그래서, 교통사고 난 형사는 어떻게 됐는데?”

 “몰라. 죽었겠지.”

 

 별 관심이 없다는 표정의 의찬을 바라보며 태훈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을 다치게 하고 하필 찾아온 곳이 이곳이라니.

 이제 겨우 마음잡고 제대로 살아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태훈은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야! 죽은 걸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 짭새들이 자기 식구 다치는 거 얼마나 민감한지 몰라?!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일단은 숨어 있어야지.”

 

 무심하게 말하는 의찬을 보며 태훈은 마음속에 불길한 느낌이 찾아왔다.

 

 “숨기는 어딜 숨어? 어디 아는 데라도 있어?”

 “…….”

 

 의찬은 대답 대신 태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흐리멍텅한 눈빛과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고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너의 집에 숨어 있을 거라고.

 

 태훈은 애써 태연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려 하는 불길한 예감을 털어내려 했다.

 

 “너 설마…… 우리 집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맞는데.”

 

 짧은 대답이었지만 숨이 턱 막히게 만들었다.

 아무리 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어 도움을 준 의찬이라 해도, 원치 않게 공범이 될 생각은 없었다.

 태훈은 의찬의 밥그릇 앞으로 반찬 몇 개를 밀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쥐어짰다.

 

 “야…… 그러지 말고 그냥 자수해라.”

 

 순간, 의찬의 눈빛이 번뜩이며 태훈을 노려보았다.

 태훈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꾹 닫아버렸다.

 초점이 없는 그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태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수감 시절부터 그는 언제 어떤 식으로 발포될지 모르는 산탄총 같은 존재였다.

 마음속에 있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탓에, 뜬금없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을 많이 했다.

 입소 첫 날에 그에게 신고식을 하려했던 수감자들 중 한 명의 눈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 번은 운동 중에 어깨를 부딪쳤다며 수감자 중 한 명의 입 안에 돌멩이를 처박아 넣은 적도 있었다.

 무엇이든 자기 마음에 맞지 않거나 심기를 거스르면 과격하고 난폭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간수들은 그에게 손을 대지 않으려 했다.

 태훈은 움찔 물러서서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네가 걱정되니까 그렇지…….”

 “…….”

 

 의찬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탁하고 영혼이 없는 눈이었다.

 태훈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그의 침묵이 불안한 듯, 급히 손을 저으며 울상을 지었다.

 

 “너가 더 곤란해질까 봐 그러는 거야. 이러다가 잘못해서 총이라도 맞으면 어쩔래? 경찰 폭행 그거 심각한 거야. 재판 없이 그냥 가버릴 수도 있다니까?”

 “……난 경찰 폭행한 적 없어. 지가 앞 뒤 안 보고 쫓아오다가 부딪친 거지.”

 

 말문이 턱 막혔다.

 그의 눈빛은 탁하고도 단단했다. 어떤 설득의 말을 하더라도 박혀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태훈은 바닥이 무너질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이 뭔데?”

 “계획?”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진 않을 거 아냐? 도망 다니는 목적 없어?”

 

 목적이라고 해봐야 별 게 있을까.

 그저 잡히지 않는 게 최선일 뿐이었다. 뻔하고도 어리석은 질문이었지만, 의찬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꺼냈다.

 

 “찾을 거야.”

 “찾아?”

 “연지윤.”

 “연지윤? 혹시 너랑 사귀었다는 그 창녀?”

 “어.”

 “이건 무슨…….”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하는 의찬을 보며 태훈은 한 모금 빨아들이던 담배를 입에서 뗐다. 그리고 의찬의 얼굴을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걘 찾아서 어쩌게? 걔도 죽이게?”

 “아니.”

 “그럼?”

 “물어볼 거야.”

 “뭘?”

 

 의찬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태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담담하게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그의 표정은, 비장해보이기까지 했다.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의찬은 야무지게 닫혀있는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나, 사랑하긴 했냐고.”

 

 심각했다.

 너무나 심각해서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생각해낼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당장에 제 손으로 죽이려 했던 여자를 사랑을 묻는다고?

 그것도 언제 잡힐 지도 모르는 수배자가?

 태훈은 입술을 꾹 깨물어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그리고 얼마 피지도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짓이기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 차려. 한의찬. 뇌에 보톡스 맞았냐? 사랑은 무슨 사랑이야? 너 걔랑 잘 때 돈 안 주고 만난 적 있어?”

 

 의찬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태훈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걔 그냥 창녀야! 사랑을 한 게 아니라 영업을 한 거라니까? 아직도 모르겠냐? 그냥 빠구리 몇 번 하고 만 거야! 왜 자꾸 네 일방적인 감정을 걔한테 이입하려고…….”

 

 우당탕!!!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의찬의 몸은 어느새 식탁 위에 있던 그릇과 식기들을 뒤엎고, 책상 위로 올라와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두껍고 투박한 손이 태훈의 멱살을 움켜잡은 뒤, 그의 몸을 우악스럽게 끌어당겼다.

 태훈이 코앞에 의찬의 얼굴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반쯤 초점을 잃은 그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태훈을 노려보았다.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지 마라. 너 같은 새끼한테 창녀 소리 들을 여자 아니니까.”

 “…….”

 

 태훈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창녀라는 것도, 의찬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었지만, 더 이상 사실을 밝혔다가는 의찬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광기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태훈을 한참동안 노려보던 의찬은 그의 침묵을 통해 순응의 의사를 밝히자, 비로소 움켜쥐고 있던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 분이 풀리지 않는지, 식탁을 거칠게 걷어찼다.

 겁에 질려 움찔 놀란 태훈이 엉겁결에 질문을 던졌다.

 

 “어, 어떻게 찾으려고?!”

 

 의찬이 고개를 획 돌려 태훈을 노려보았다.

 태훈은 잔뜩 위축되어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 연지윤이라는 여자…… 찾을 방법은 있어?”

 

 의찬은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씩씩거리며 대답을 던졌다.

 

 “서보현이한테 부탁해놨어. 이쪽 애들은 걔 발바닥 안에 있으니까.”

 

 서보현 역시 교도소에서 알게 된 놈이다. 성매매 위반으로 들어왔던 그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포주였다.

 웬만한 업소 여자들은 다 그의 손을 거쳐 거래되거나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지윤의 정보를 캐기엔 꽤 수월한 편이었다.

 태훈이 엎질러진 반찬과 그릇 등을 주워 담으며 웅얼거렸다.

 

 “서보현이 이제 보도방 안 해. 안마방으로 종목 바꿨대.”

 “알고 있어. 어차피 그쪽은 비슷한 업계 애들이 돌고 도는 거니까…… 당장은 아니어도 주변 애들 소식은 들어오겠지.”

 

 다소 감정이 가라앉은 듯, 의찬이 목소리에 힘을 빼고 의자에 몸을 앉혔다.

 태훈은 엎질러진 음식들을 비닐봉투에 담으며 문득 울컥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그가 자신의 집에 와서 이 정도로 난장판을 치고 있는 건지, 그깟 사랑하고 말고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런 식으로까지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태훈은 발끈하는 표정으로 의찬을 바라보았다.

 

 “야.”

 “왜.”

 “근데 왜 죽이려고 한 거냐? 이렇게 난리 깽판을 칠 정도로 사랑하면서 죽이려고 했다는 게 말이 돼? 응?!”

 “…….”

 

 의찬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태훈은 그의 묵직한 침묵이 잠시 불안했지만, 이내 서글픈 그의 표정을 보며 긴장을 풀었다.

 의찬은 넋두리하듯,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원래 사랑하면 죽이고 싶잖아.”

 

 그는 고개를 돌려 태훈을 바라보았다.

 멍하고 공허한 그의 눈빛에 슬픈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가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넌 누군가 죽이고 싶을 만큼 사랑한 적 없냐?”

 

 태훈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에게서 머금고 있는 슬픈 표정이, 지극히 위험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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