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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희일비
작가 : 하늘새25
작품등록일 : 2019.8.17

우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말을 비웃듯, 소수의 인간에게는 초능력이, 모든 인간에게는 마력이란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졌었다.

“바깥으로 나와서 뭐 하냐, 총 맞고 뒈지기나 하지.”

무슨 일이 없는 한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

“Y 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자신의 판단 기준에, 가치란 말을 달고 사는 사람 간에 일희일비하는 이야기.

 
20화
작성일 : 19-11-08 01:06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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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무렇게나 쏟아지는 E의 공격에도, 엄청난 수세에 몰렸다.

 마법으로 예측하려고 해도, 그 전에 주먹이 날아오니, 몸을 틀거나, 아니면 맞고 뻗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었다.

 B가 총을 쏴도, 전신을 슈트, 아니 방탄판으로 뒤덮은 E에게는 턱도 없었다.

 그다고 전장을 바꿔서 바깥으로 나가려고 해도, 언제 7구역 사람들이 닥쳐드는지 몰라서, 나갈 수가 없었다.

 

 “시간을 끌어줄 수 있어?”

 “노력하겠습니다.”

 

 B가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 사이에, 옆을 본다. 옆집에 생명체 반응. 없다. 그렇다면 저 건물을 무너뜨려서, 그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술식이 하나 있다.

 그렇지만 무언가 해 보기도 전에 B가 날아와서, Y와 부딪힌다. Y가 일어나기 전에, E가 다가와 집어 던진다. 로봇들 사이로 날아가서, 그것들을 무너뜨린다.

 

 “스트라이크.”

 

 Y가 끄응, 하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그사이 멀리 물러난 B가 사격을 시도하지만, E가 팔을 올리자 간단히 막힌다.

 50구경이 들어가지 않는다니, 저 갑주는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B가 E의 손길을 피하러 다시 물러난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다가온 E가 걷어차서, 벽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한 명 아웃.”

 

 E가 손을 턴다.

 저것은 우리를 갖고 놀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겠지. 바닥에 그려져 가는 문양들을 보면서 Y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꺼이 어울려줘야지. 방심할 때가 가장 좋은 반격 시간이니까.

 그렇지만 장난은 아니라는 듯, 이제껏 공세를 단 한 번도 펼치지 못한다. 방법이 없을까, 잠시 머리를 굴린 Y가 못들을 공중에 뿌린다. 여기에 마력을 가득 담아서, 날리자. 그러면 철판 따위는 가볍게 뚫어 버리는 흉기가 탄생한다.

 

 예상대로 E는 팔로 막으려 한다. 부디 그렇게 방심해주렴, 안타깝게도 아주 부드럽게 박히는 느낌이 들자마자 몸을 피해서, 못은 그를 스치고 벽에 박힌다.

 

 “총알도 튕겨내서 안심했지?”

 

 혀는 언제나 매끄럽게, 상대가 언제든지 그것을 듣고 방심할 수 있도록.

 

 “쳇. 나를 따라 하는 건가?”

 

  E가 혀를 차더니, 손을 휘두른다. 그러자 Y의 위에서 커다란 날들이 떨어진다.

 녀석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더욱 봐주지 않겠다는 거군. 상관없다, 이기기만 하면 되니까, 바닥에 선을 그어가면서, 날들을 피하면서 생각한다.

 그렇지만 피한 자리에서 E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곳에서 주먹을 맞고 휘청였다.

 진짜, 신체 능력은 이것을 못 따라가겠어!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마법으로 급선회하면 그곳에 아이언 메이든이 입을 벌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마력을 대량 투입해 으스러뜨려버리고, 옆으로 치운다. 그 바람에 방향 전환을 멈추지 못하고 벽에 부딪힌다. 바로 옆에, E가 날린 벌건 인두들이 박힌다.

 

 “고문관이라니, 취향 참 독특하셔.”

 “위작자보단 낫지 않나? 남의 것이나 베낄 줄만 아는 자식.”

 

 바닥에 사금파리가 깔리면서 억지로 무언가가 몸을 누르고, 돌덩어리가 Y의 무릎을 뭉개려고 위에서부터 날아온다. 그 돌의 방향을 바꿔서 E에게 날리면,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한 손으로 부숴 보인다.

 너무 압도적이잖아, 저거 어떻게 이기지?

 B, 빨리 일어나서 변수가 되어줘. 그따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능한 한 시선을 B에게서 떨어뜨려 놔야 한다. 방법이…….

 

 “한눈을 파는구나!”

 

  E가 어느새 다가와서, 관수로 배를 뚫고 있다.

 마법을 간신히 써서 뒤로 몸을 피하지만, E의 손에 뜯겨나간 내장이 보인다. 다음 순간, 피와 내장이 쏟아져나오기 전에 간신히 틀어막았다. 몸이 휘청인다.

 

 “그만할까? 아냐. 계속 놀자고, 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한 걸음, E가 다가온다.

 

 “안심해라. 내 병력이, 이곳으로 다른 이들은 못 들어오게 막고 있으니 방해받을 생각은 버려라.”

 

 

 아파, 팔이,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 숨을 쉬지 못하겠어, 아파. 부딪히는 소리, 웃는 소리, 소리, 소리. 눈을, 뜹니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됩니다. 아직 상황 파악이 하나도 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엎어져서, 소리를 모읍니다.

 

 “Y,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저것 꼬락서니를 봐. 모가지 부러진 닭이 되어서 볼썽사납게 엎어져 있잖아?”

 

 소리는 제 위치로부터 20m. 그 정도 거리라면, 교관이라면 제 상태 정도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연기해야 합니다.

 

 “Y, 뭐라고 말해보지 그래? 네 입을 좀 달싹여보라고, 왜 가만히 있어, 왜!”

 

  소리가 멈춥니다. 뒤도는 소리.

 

 “숨소리가 들리는데. 일어나라, B. 그대로 밟아 버리기 전에.”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습니다. 교관이 와서, 저를 그대로 들어 올립니다. 저는 시체입니다, 저는 죽었습니다, 저는…….

 

 “깨어 있잖아. 일어나!”

 

 명치를 치는 바람에, 눈이 억지로 뜨였습니다. 콜록거리기만 하는 저를 멀리 던집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싸워라, 이기기 위해서라도, 저놈을 살려 나가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

 

 Y 님께서는 바닥에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Y 님의 주변으로 피가 번져나갑니다. 온몸이 떨린다. 자꾸만 여기를 피하고 싶어진다. 이게 뭘까요, 저, 저는 여기에 더는 있고 싶지 않습니다, 싸워봤자 승산이 전혀 없는 이곳에서 벗어나야-!

 머리채를 붙잡혔습니다.

 

 “싸울 거냐? 아니냐? 어쩔 게냐!”

 “사, 살려 주세요…….”

 

 제가 내는 소리입니다. 한계에 달한 제 몸이 내는 소리입니다. 아니면 둘 다 한마음으로 부르짖는 애원입니다.

 E가 잠시 뜻밖이라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크게 웃습니다.

 

 “잘 자랐구나, B!”

 

 그대로 제 목을 잡고, 들어 올립니다. 목 졸라 죽일 셈인가 봅니다. 공중에서 버둥거리지만, 그런 몸부림은 통할 리가 없습니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집니다, 저는 이대로, 죽는 것일까요.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기 직전, E의 팔에 못이 박힙니다. 고통스러웠는지, 저를 떨어뜨립니다. 눈물이 나면서 목이 저절로 캑캑거리지만,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어서 다리를 크게 뛰었습니다.

 

 “진짜, 바퀴벌레만도 못한 것 같으니라고.”

 “어쩌라고, 힘들거든? 그만, 죽어라.”

 

 Y 님께서는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멀쩡한 제가, 받쳐주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우르릉하고, 바닥이 흔들립니다. E는 마법이 나오니 긴장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비웃음을 내질렀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창문 너머로, 옆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바닥에 써놓은 의미 모를 문양들이 탁한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Y 님께서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됐다…….”

 

 E에게서 빛이 빨려 나가고, E가 비명을 지릅니다.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는 저는 그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습니다.

 

 “후, B, 도망가자, 빨리.”

 “알겠, 습니다.”

 

 E의 뒤로, 문양을 피해 빠져나갑니다. 되지 않을 줄 알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대로 내려가서, 통로의 문으로 보이는 것에 거의 다다랐습니다.

 “저것은, 무엇입니까?”

 “말해도, 모를걸.”

 

 Y 님께서 문을 열기 위해 낑낑댑니다.

 “힘이 빠져서, 힘들어, 이 문은 마법으로 열 수 없거든!”

 그 말에, 저도 힘을 보탭니다. 그렇지만 슈트의 전력이 거의 남지 않아서, 성인 남성 정도의 힘을 간신히 유지하는 것이 한계였고,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구원과는 대척점에 있는, 상대에게서 강제로 생명을 빼앗는 마법. 그래서 좀비 같은 것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Y 님께서 중얼거리십니다.

 잠깐, 녀석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디 가지, 꼬마 아가씨, 그리고 Y?”

 

 저희를 뒤에서 잡은 E가, 저쪽으로 내던집니다. 이상한 문양은 계속 빛을 발하고 있고, 거기로 빨려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승화할 것만 같아서-

 Y 님께서 손을 뻗자, 빛이 꺼집니다. 그리고 바닥을 또다시 구릅니다. 몇 번이나 이것을 반복했는지,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왜 안 될까, 당연히 궁금하겠지, 궁금한 것도 참 많으셔.”

 “알거든? 네놈의 상태, 진작 알아봤다.”

 “그러고도 그딴 걸 썼다? 나를 뭐로 보는 건가!”

 “될 줄, 알았건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Y 님의 뒷말이 써 보입니다.

 

 “네놈을 위해, 네놈을 갈기갈기 찢기 위해, 그딴 몸으로 하루하루를 견뎌왔다!”

 “젠장, 이도 저도 안 되면, 대체 어쩌란 말이냐, 그냥 밖에 나가서 항복할까?”

 

 Y 님께서 피를 토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말에 순간 문을 열고 나갈까도 생각하지만, 이내 가능성을 계산하고는 말했습니다.

 

 “거절, 합니다. 어디나 결말은, 같습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 게, Y 님께서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셨던 것이겠죠.

 잠깐 공백이 생겼습니다. 그 사이에 시계를 조작합니다.

 

 “이 시간에, 뭐하냐?”

 “아닙니다. 어쩌면 이것이…….”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날아갔습니다. 벽에 지나치게 세게 부딪혔는지, 숨도 제대로 몰아쉬지 못하고 그저 앞만을 봅니다.

 

 “한눈을 파는 것은 저리 가라!”

 

 Y 님께서 못들을 공중에 띄워서 싸울 태세를 하는데, E가 그것밖에 못 하냐면서, 눈에 간신히 보일만 한 침들을 날려 보냅니다. 당연히 Y 님께서는 그것을 보지 못했고, 그대로 그것들이 Y 님의 몸에 박힙니다. 그대로 뒤로 쓰러집니다.

 끝났습니다.

 

 “네놈을 위해 준비했는데, 봐주지 않으니 이렇게나 시시할 줄이야.”

 

 E가 Y 님을 들어 올리더니, 건물에 못을 박아 버렸습니다.

 

 “네놈이 좋아하는 못에 박히니 기분이 어떠냐!”

 

 어떻게든 하기 위해, 몸을 일으킵니다. 목각인형이 된 것처럼, 몸이 삐걱거리면서 제대로 움직여주질 않습니다.

 

 “이젠 너만 남았나, B?”

 

 도저히 통하는 무기가 없습니다. 단검이라도 뽑을…….

 

 “그 장난감으로 뭘 하려고 그러냐!”

 

 거의 동시에 세 대를 몸에 맞고, 단검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슈트가 안에서 소리를 가만히 내면서 꺼집니다. 몸이 더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맞은 곳부터 온몸이 점점 간지럽습니다. 무뎌졌던 감각이 돌아오면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뇌를 차지합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은 그것조차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몸을 눕힙니다.

 우,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아악!”

 

 E가 제 오른 다리를 밟습니다. 으드득하는 끔찍한 소리가 나면서 형편없이 으스러집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아니 가능하면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일그러졌을 제 표정을 풀어진 얼굴로 살펴보려 할 때, 그 순간에, 지금, 입니다. 검을 뽑아서, 사선으로 크게 휘두릅니다.

 

 “뭐야?”

 

 칼날은 E의 오른팔만을 날리고, 힘이 다한 제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박혔습니다. 이러면 아무런 손해도 없습니다, 실패입니다.

 E가 한 손으로 검을 뽑습니다.

 

 “이 교관이 직접, 사냥개의 명줄을 끊어 주겠다.”

 

 그리고는, 제 가슴팍에, 검을 찔러 넣습니다. 무심한 칼날은 얄팍한 몸과 바닥을 간단히 뚫고 쑥 들어갑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이제야 끝났나.

 잔뜩 거칠어진 숨을 내쉰다.

 가슴에 칼이 꽂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B와 온몸에 못이 박혀 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Y.

 

 내 승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들은 나를 못 당했다. Y의 소식을 들은 5구역에서 물품을 지원해 준 덕도 있지만, 내 손으로 이룩해낸 것이다.

 잠깐 벽에 기댄다. 조금만 쉬었다가, 바깥으로 나가자. 그러면 로봇을 사이에서 P가 맞이해줄 거고, 함께 3구역으로 가서…….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 반대쪽 벽에 부딪혔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몸은 제멋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눈을 움직여서, 벽을 뚫고 나타난 것을 본다. 웬 장갑차가 포를 이쪽으로 겨눈 채 몸체를 들이밀고 있었다.

 저게 뭐야, 생각하기도 전에, 시선은 B를 잡아내고 있었다.

 죽어가면서도, 분명히 눈을 부릅뜬 채 희미한 시선으로 이쪽을 보는 B.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불을 뿜는 포였다.

 

 

 겨우 다 뽑았다.

 죽은척하느라 힘들었다. 실제로 거의 죽기도 했고.

 E가 그딴 것이나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 못을, 침을 마력으로 밀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사이에 다 끝났나 보다.

 저쪽에, X와 내가 만들었을 장갑차가 보였다. 저것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옮기자, 그 너머에는 걸레짝이 된 E가 있다. 혹시나 움직이나 싶었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죽었다, E는.

 안도해야 하나? 애도해야 할까?

 아니, 무엇도 필요 없다. 그저 살아남은 사람은 살면 될 뿐이다.

 저쪽에 검이 하나 꽂혀있다. 그리고 그 밑에, B가 있다.

 아마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겠지.

 이제 안녕이라고 생각하니, 무언가가 떠오르는가, Y?

 어느새 B의 앞으로 다가갔다. B는 눈을 뜨고서, 멍하니 앞만 보고 있다.

 

 “들리나?”

 

 말을 너무 매정하게 했을까.

 B는 움직이지 않는다. 가까이 주저앉아서 맥박을 재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미처 잡지 못한 사람을 향해 징징 짜고 있을 시간 따위 없다.

 그렇지만, 눈을 감겨줄 여유쯤은 있겠지.

 한숨을 내쉰다.

 

 …….

 

 역시, 그냥 내버려 두면 안될 것 같다.

 주머니에서 수정을 꺼낸다.

 밝게 빛을 발하고 있는 그것을, B의 시체 위에 올려놓는다.

 누군가의 영이 떠나갈 때,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있다.

 가슴팍에서 검을 뽑아낸다. 새하얀 검이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바닥에 휘둘러서, 간단한 동그라미를 그려간다.

 복잡한 식을 그려댈 것도 없다. 그저 그 사람의 피로, 그 주위에 완벽한 원을 그리면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사람을 구원하는, 그야말로 신이 만들어낸 이적.

 

 “‘Salvation.’”

 

 은은한 빛이 B를 감싸고 돈다. 빛이 B에게로 빨려 들어간다.

 B가 눈을 뜬다.

 

 “ ”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을 막았다.

 

 “말하지 마.”

 

 B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 5구역 사람들이 신을 믿지.

 장갑차로 몸을 구겨 넣듯이 해서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B의 손목에서 시계를 빼낸다. 그것을 조작. 화면이 작아서 꽤 불편하다. 나중에 말해야겠다.

 통로의 문을 기관포로 부수고, 그곳으로 차를 몰아 빠져나갔다.

 

 * * *

 

 “형씨 왔…… 왜 이리 너덜너덜해졌어!”

 

 나나 B나 석고를 잔뜩 감고 왔더니, X가 야단법석이다.

 

 “흔히 있는 일이잖아.”

 “뭔 소리야! 듣자 하니 형씨 잡혀갔었다며! 흔할 리가 없지!”

 “조용히 해라, 귀 울린다.”

 

 간단히 X의 걱정을 흘려보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Y씨, 이거 봐봐! 7구역 중앙 감옥이 폭삭!”

 

 그 건물이 하필 그거였나 보군.

 

 “내가 그랬어.”

 

 이렇게 말했더니, M이 바로 무릎을 꿇는다.

 

 “사부님!”

 

 그렇게 계속 달라붙으며, 건물 폭파 비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화장실까지 따라올 기세여서, 사실대로 얘기해줘야겠다 싶었다.

 

 “5구역에 들어가서 고위 사제가 될 자격을 얻어야 한다?”

 “저, 저는 그런 미치광이가 아니라서요, 포기하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미친놈이냐. 이 말에 슬며시 웃는 B가 보인다.

 맞다.

 

 “오는 동안에, 귀찌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기에, 바꿔 봤어.”

 

 까먹지 말고, 잘 써먹어라.

 이렇게 말하면서, 검 모양 장식이 달린 반지를 내밀었다.

 

 “오오오, 설마 형씨, 드디어 고백하는 거야?”

 “뭔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누굴 까먹고, 잊고, 써먹는데에요오~?”

 “누구라니, 그러니까 이 반지가!”

 

 M, 그런 장난 하면 못써!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B에게 보낸다.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정말로 크지만, 혹시 모르니까!

 

 “Y 님, 반지를 선물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아십니까?”

 

 에라이, 몰라!

 반지를 냅다 던지고, 목발을 내지르며 도망갔다.

 

 

 “매너 없어-!”

 

 M의 야유 속에서, 반지를 받아, 가만히 그것을 손가락에 끼웠습니다.

 

 “어느 손가락에 끼웠어?”

 “비밀입니다.”

 

 손을 주머니 속으로 넣어서, 알 수 없게 했습니다.

 M이 이리저리 보려고 하다가, 재미없다는 말을 남기고 저쪽으로 갑니다.

 다시 손을 빼서, 반지를 봅니다.

 제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Y 님만의 표식이겠죠.

 잊지 않겠습니다, Y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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