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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희일비
작가 : 하늘새25
작품등록일 : 2019.8.17

우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말을 비웃듯, 소수의 인간에게는 초능력이, 모든 인간에게는 마력이란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졌었다.

“바깥으로 나와서 뭐 하냐, 총 맞고 뒈지기나 하지.”

무슨 일이 없는 한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

“Y 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자신의 판단 기준에, 가치란 말을 달고 사는 사람 간에 일희일비하는 이야기.

 
19화
작성일 : 19-11-08 01:04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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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것들이 탈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혼자서도 잘만 도망치는데, 둘을 붙여놨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 마법 물체를 벽에 발라 놨는데, 어떻게 탈출한 거지?”

 

 당연한 게 아니었나 보다. Y 혼자서는 탈출하지 못하는 곳이었지만, 내가 B를 넣어버려서 생긴 일 같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책임을 지어야겠지,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내가 왜?

 어차피 이들이 말로 따지고 들지 않는 이상, 내가 그래야 할 의무는 없다. 그리고, 탈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은 급해서 그런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을뿐더러, 도리어 거기에서 몇 가지를 더 뽑아먹을 수 있는데, 어째서 그래야 할까.

 

 “몇 번째죠?”

 “이번이 여섯 번째일 겁니다.”

 

 많이도 도망쳤네, Y. 그때마다 이들의 위력에 무력화되는 자신을 보면서 좌절했겠지. 이번에는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람 수가 하나 늘어봤자 뭐가 되겠습니까.”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주변도 그에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글쎄다. Y가 협력자를 만났을 때, 일어날 일은 무궁하다.

 본디 나도 Y를 잡으러 갔어야 했는데, 여기서는 날뛰지 않기로 미리 약속하고는 들어와 있는 것이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긴급상황입니다.”

 

 어떤 사람이 들어오면서 저렇게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 Y가 또 무슨 일을 저질렀나 보다. 이들과 함께 화면으로 걸어간다. Y가, B와 함께 드론들을 속속 부수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만 보고,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

 

 “이것뿐인데?”

 “아닙니다. 현재 중앙 감옥에서 가동 가능한 무인기의 95%가 사용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조금 놀란다. 그것뿐이다. 그것조차 예상 범위라는 태도이다.

 

 “중앙 감옥에, 무인기의 90%가 있지 않습니까?”

 

 내가 아는 사실을 말해주자, 조금 더 놀라는 듯하다.

 

 “살짝 곤란하겠군요. 당장 쓸 수 있는 게 거의 남지 않았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얼굴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게 여실히 보인다.

 연기였나. 여기 있는 사람 전부.

 그러면, 이 바다에 말을 던져 보자.

 

 “Y에 대한 지분을, 조금 늘려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이 나옵니까? 잡지 못하면 끝이란 말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손을 벌릴 것이었다. 이들은 용병인 만큼, 죽기를 누구보다도 싫어한다. 그것도 자기네 땅이라 믿었던 곳에서 일어나면 어떤 기분일까.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 이거 실례했군요. 이 말로 때우자.

 

 “저는 Y를 잡는데, 평생을 바쳤고,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창문이 하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쪽으로 가서, 커튼을 걷었다.

 

 “지금 무슨 짓-”

 

 아, 들키면 안 돼서? 그렇지만 이건 보여줘야 할 텐데 말입니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비행체.

 이것을 본 사람들이 아연실색해한다.

 

 “언제 저런 게 우리 상공에 있었지?”

 “가르강튀아인가?”

 

 미리 준비해 준 것이 효과를 봤다. 어쩌면 격추당할 수도 있지만, 말을 이어나가자.

 

 “그것을 본떴습니다. 작지만, 그 안에 있는 병력은 그대로죠.”

 

 하나하나가 전부 인공지능. 이것이라면 Y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뒤돌자. 아직도 얼굴색이 그대로인 사람들 사이로, 이렇게 말을 꺼낸다.

 

 “자, 어떻습니까. 조금 대화할 의향이 생깁니까?”

 

 얼은 공간을 뚫고, 한 급보가 날아온다.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원인은 로봇의 오인사격.

 

 “이런, 자칫하면 총살해야 할 수도 있겠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축제는 망한 듯 보이고, 사람들은 도망치고 있다. 그사이에 낀 M과 N은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방송이 울린다. 지금 7구역에서 자체 병력을 투입했고, 무장한 시민을 적으로 오인해 사격할 수 있으니,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는 내용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일단 숙소로 돌아가면 되는 건가? 이렇게 생각한 그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 B에게서 연락이 온다.

 

 -먼저 도망치십시오! 뒤따라가겠습니다.

 

 도망치라고? 어디로? 바깥으로?

 

  -올 때 같이 왔기 때문에, 자칫하면 나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차는 어쩌고? 아니, 차는 B만이 움직일 수 있잖아!

 

 “우리는 어쩌라고!”

 “당장 어디에서 이동수단을 구하란 말이지?”

 -X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러니 전화해서-!

 

 총소리가 들리고, 끊어졌다.

 

 “일단 물어보자.”

 

 연락한다. 그때, 방송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30분 뒤에, 범죄자 색출을 위해 돔을 닫겠다고 한다. 설마, 어디로도 못 도망치게 하겠다는 소리인가?

 저 위에, 검은 구체가 보인다. 저것이 서서히 펴지고 있다.

 너무 짧잖아, 그때까지 걷는다면 나갈 수조차 없다고.

 

 -하이~! 어때, 잘 되어가고 있어?

 

 언제나 쾌활한, X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대고, 토해내듯이 말한다.

 

 “저희 급해요, 빨리 와주세요!”

 -어딘데? 나 지금 7구역 안에서 구경하는데? 야, 진짜, 장관이다, 이게 다 형씨가 만들어낸 거란 거지?

 “일단 중앙 감옥으로 갈게요!”

 -그 큰 건물 말이지? 알았어, 거기서 보자!

 

 전화를 끊는다. 한숨이 나온다. 다행이다, B가 아주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그 전에, 큰 거 한 방 터뜨리고 가야지~!”

 “넌 끝까지 그 생각이냐?”

 “설치는 해 뒀으니, 저질러야지!”

 “기다려, 아직 하라고 안 했잖아, 그리고 그럴 시간에 달려야지!”

 “맞다!”

 

 

 드론이 그들을 둘러싼 지는 오래였다.

 이 지옥 같은 포위망, 이것을 뚫지 못하고 결국 힘이 다해서 잡히고 말았지, Y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중얼거린다.

 

 “그렇습니까?”

 

 B가 이렇게 말하며, 얼굴을 약간 찡그린다. 전력이 많이 소모됩니다. 괜찮습니까? 이렇게 물어본다.

 

 “네가 알아서 해, 일단 이것을 뚫고 간다.”

 

 이렇게 말하고 앞으로 나서려는데, 드론들이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진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B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EMP를 퍼뜨렸습니다. 그래서 슈트 작동 기간이 크게 줄었습니다만, 괜찮을 겁니다.”

 

 잘한 일인데, 왜 한숨을 쉬어? 라고 봤더니, 슈트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안에 받쳐 입었구나, 이 생각에 이어서, “더워?”라는 말을 지어내기에 이르렀다.

 

 “예?”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Y가 있는 곳을 쳐다보는 B. 그러더니 총을 들어서 쏘고, Y가 흠칫한 사이 홀로 날고 있던 드론을 맞춘다.

 

 “그럴 거면 말을 해라.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알겠습니다.”

 

 깡통이 된 것을 헤치고 걸어간다.

 

 “젠장, 더 안으로 왔잖아.”

 

 중앙 공원으로 왔다. 저 앞에 중앙 감옥이 보인

 다. 저곳으로 가면 보나 마나 사람들이 잔뜩 있겠지.

 “죄송합니다, 여기 지형을 잘…….”

 “아니야, 우리가 헤매도록 유도한 거야.”

 

 드론만으로는 안 되니, 이제는 각종 로봇을 동원해서 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모두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설마 ‘공개처형’할 죄수한테 쏘지는 않겠지? 하고 Y가 생각했을 때,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허가가 났나, 그놈들이 쉽게 내줄 리가 없는데?

 엄폐물 뒤로 몸을 숨기면서, Y가 B에게 로봇을 무력화시키도록 부탁한다.

 

 “어떻게, 저것들 앞으로 몸을 드러내실 겁니까?”

 

 잠시 생각한 Y가 앞으로 나서서 방어막을 펼친다. 그것을 모조리 뚫고 총알이 들어오지만, 이어 펼쳐진 막에 우수수 떨어진다.

 “정답이었어. 이것들이 로봇에게까지 좋은 품질의 탄을 줄 리가 없지.”

 

 B가 뒤에 서서, 로봇에 달린 총을, 그리고 관측기구를 없애나가기 시작한다.

 

  “B, 날 따라와, 내가 아는 곳으로 간다. 그곳으로 가면 돔이 만들어진 상태에서도 탈출할 수 있어.”

 

 Y가 뛰기 시작한다. B가 바싹 따라붙는다.

 -죄수들이 12지역으로 향하는 중이다. 추적.

 

 “사람들이 나서려고 하는 듯합니다.”

 

 잡아챈 통신을 듣고 있던 B가 Y에게 말한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무슨 방법 없어?”

 

 전투용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잡힌다.

 

 “들리십니까?”

 -응? 일단 나가고 있어, 왜?

 “터뜨려 주십시오.”

 -오예! 기다렸어!

 

 환호성이 들리더니, 무언가를 누르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폭죽이 하늘을 밝게 수놓았다.

 사람들은 움찔하면서, 손으로 귀를 막고 몸을 움츠린다.

 

 “Y님? 정신 차리십시오.”

 “어? 아아, 잠깐 옛날 기억났네, 미안.”

 

 Y가 머리를 가볍게 털고는, B와 함께 한 건물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여기입니까?”

 “그래, 이젠 먼지만 쌓이는구나.”

 

 더는 쓰지 않는 책상을 쓸어보면서 Y가 말한다.

 잠시 감상에 젖으려는 Y를, B가 낸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깨운다.

 

 “통로는 어디입니까?”

 

  Y가 B에게 대답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언제 오나 했는데, 한참이나 걸렸군.”

 

 무언가에 맞아 몸째로 홱 돌아가, 바닥을 굴렀다.

 

 “협상을 결렬시키다니, 내가 생각해도 멍청이들이야, 7구역 놈들.”

 

 E가 천천히 걸어온다.

 B가 가만히, 총을 겨눈다. E가 B를 슬쩍 보고는 입을 연다.

 

 “애초에, 난 왜 네가 154번이란 존재에 관심을 품었는지 궁금하군.”

 “그냥 슬쩍? 왜, 안 돼?”

 

 순식간에 다가온 E가 주먹을 뻗는다. 단순한 동작이었기에 Y가 슬쩍 피했지만, 바로 날아온 추가타에 바닥으로 다시 날아간다.

 

 “야야, 장난하냐. 체급부터가 차이나잖아!”

 

 엄청난 거구인 E에 비해, 무척이나 호리호리한 Y. 진작에 운동해야 했나, 이미 늦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주먹다짐은 애초에 포기했고, 자신의 장점인 마법을 사용하러 손을 뻗었다. 식은 자신이 어렸을 때 죽도록 외웠던, 5.56×45mm 규격의 총알을 만들어 쏘아내는 것. 1초도 되지 않아 완성된 식에서, 총알이 쏘아져 나간다.

 그래야 했었다.

 

 “어라?”

 

 아무것도 발현되지 않아서, Y가 E의 무식한 주먹질을 피하며 다시 식을 짜낸다. 이번에는 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크기는, 이 공간을 전부 덮을 만큼.

 바닥을 한 번 구르자 완성된 식에서 나아가는 것은, 성냥불만 한 불꽃이었고, 그것을 E는 너무나도 손쉽게 피했다.

 왜 제대로 안 되는 거지?

 

 “뭔가 이상하시겠지. 왜 마법이 안 될까?”

 

 Y의 머리가 회전한다. 놈은 분명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을까? 나라 해도 그딴 짓은 하지 않는다! 적어도 함정 몇 개는 파두고, 기습을 준비했을 것이다.

 

 “여기 부근을 대 마법용 물품으로 가득 채워놨나?”

 

 그래야만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썰물같이 빠져나간 마력 때문에 몸이 휘청거린다고.

 

 “정답.”

 “아, 재미없게.”

 “난 네놈을 잡을 때 최선을 다한다. 그뿐이다.”

 “정말 망했네. 이제 맞아서 고깃덩어리가 되면 되나?”

 

 얇은 왜곡장을 만들어내어 주먹을 피하면,

 

 “아니, 5구역으로 가서 평생 총알이나 만들면 된다!”

 

 저 말 또 듣네, 반신반의했는데, 진짜인가 보다.

 그것을 뚫고 날아오는 주먹.

 자세히 보니, 손에도 장갑이 끼워져 있다.

 쳇, 5구역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준 것도 아니고, 온몸을 대 마법용 뭐시기, 대 마법용 저시기, 그딴 걸로 감싸고 있잖아!

 

 “기다린 만큼, 날 즐겁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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