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슈퍼히어로 변호사
작가 : 앤유
작품등록일 : 2019.11.1

비밀을 품은 변호사!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최연소 검사
최연소 변호사

"인간을 먼저 상대한 다음, 악마를 상대해 주마!"

 
범죄의 덫
작성일 : 19-11-07 23:12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805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6. 범죄의 덫

 

 

 

 “흥미롭긴 하지만 악마 이야기는 잠깐 미뤄두고 사람 이야기부터 먼저 시작하죠.”

 “사람 이야기라면…….”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나우가 질문했다.

 “선생님을 공격한 사람은 누굽니까?”

 “그건······.”

 원상태는 미간을 찌푸리고 어떤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더니 이내 절망적인 표정으로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냥 불량배였어요.”

 “불량배? 모르는 얼굴들이란 말인가요?”

 “예. 말투나 행동으로 봐서 그쪽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 같았어요.”

 “여러 명이었나요?”

 “조직의 수장쯤으로 보이는 남자와 그를 따르는 네댓 명의 무리가 같이 왔었어요.”

 “린치를 당하신 게 두 번이라고 들었는데, 두 번 모두 같은 사람들이었나요?”

 “예.”

 “‘조직의 수장쯤으로 보이는 남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남자를 왜 그렇게 보셨습니까?”

 나우가 물었다.

 “그렇게 보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예? 그야 뭐…….”

 원상태는 수염이 까칠하게 돋아난 턱을 한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 남자를 ‘형님’이라 부르며 존칭했어요. 그 남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반말을 했고, 또 지시를 내렸고요.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도 그 남자는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만 하고 있었어요.”

 “확실히 조직의 수장다운 면모네요.”

 나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그 남자를 특징지을 수 있는 다른 단서는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글쎄요.”

 원상태는 다시 턱을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끼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확실히 그런 말을 들었어요.”

 “지금 도끼라고 하셨습니까?”

 나우가 강조하듯 다시 물었다.

 “날붙이 도끼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지칭해서 도끼라는 말을 하던가요?”

 원상태는 나우의 표정을 살피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에게 누군가 ‘도끼 형님’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그 남자 스스로가 ‘도끼’ 운운하는 말로 자신을 지칭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도끼’라는 말은 분명히 들었고, 그것이 날붙이가 아닌 그 남자를 지칭하는 의미임은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덩치가 아주 크고, 생김새가 이렇지 않던가요?”

 나우는 자신이 아는 도끼의 모습을 설명했다.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상태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나우를 바라보았다.

 “혹시 변호사님이 아는 사람인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단언할 수는 않지만…… 만일 제가 아는 도끼가 선생님께 테러를 가한 게 맞는다면 그는 누군가의 사주나 청부를 받은 것입니다.”

 건달로 통칭되는 폭력조직원들은 상부의 지시나 금전적 이득이 없으면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도끼가 원상태 같은 인물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있다고 한들 부하들을 동원해 개인적 원한을 갚으려는 추태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보수를 받고 청부 폭력을 한 게 분명했다. 문제는 누가 그에게 그런 요구를 했느냐다. 그 답은 원상태에게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 협박을 가한 인물이 있죠? 선생님께서 그 사람의 요구에 따르지 않자 건달들을 동원해서 선생님께 테러를 가한 것이죠?”

 나우는 캐물었다.

 “그 사람이 누굽니까?”

 원상태는 긴 숨을 내쉬며 입술을 떨었다.

 “······전영진 이사.”

 “전영진 이사?”

 “창성 재단 전호갑 이사장의 아들입니다.”

 “그 사람이 왜 선생님께 협박과 위협을 가한 거죠?”

 “그건······.”

 원상태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다시 말문이 막혔다.

 “저한테는 모든 걸 털어놓으셔도 좋습니다. 설혹 선생님께서 저지른 범법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과 관계가 되는 일이라면 빠짐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경찰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니 그걸로 선생님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우의 입에서 범법 행위라는 말이 나오자 원상태의 미간에 더욱 깊은 주름이 생겼다. 그러나 곧이어 표정이 풀리며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갔다.

 “누군가에게는 털어놓고 고민을 상담해야 한다면 저보다 안성맞춤인 사람도 없을 겁니다.”

 나우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변호사이니 법리적인 조언을 드릴 수도 있고, 여의치 않으면 소송을 도와 드릴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비밀을 결코 타인에게 발설하지도 않습니다. 옆에 계신 탐정님도 그럴 거고요.”

 강 대표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나우의 말을 들을수록 원상태는 믿음이 갔다. 과연 저 사람 말고는 속의 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말해야만 했다.

 “부끄럽게도······.”

 탄식 섞인 한숨을 몇 번 내쉰 끝에 원상태가 입을 열었다.

 “횡령을 저질렀습니다.”

 “횡령이라면?”

 “재단의 돈을 빼돌렸던 거죠.”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쓰시기 위해서?”

 “예. 실은 그때 사정이 좀 좋지 않았거든요.”

 3년 전, 아직 원상태가 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딸 아이 몰래 주식을 하고 있었는데, 잘 나가던 주식 값이 며칠 사이에 갑자기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뒤에서 의도적으로 손을 댄 건지, 재수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 주식의 운명이 원래 거기까지였던 건지.”

 가지고 있던 주식이 거의 휴짓조각이 되고 말자 갑자기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사는 집을 그 무렵 마련했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언제든 되팔 수 있는 고가의 주식이 있었기에 그것을 담보로 금전 융통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주식이 날아가 버리자 융통했던 돈들이 전부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주식이 날아간 걸 어떻게 알았는지 빚쟁이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원상태의 목을 졸라댔다.

 “새집을 곧장 되팔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지연이가 워낙 좋아했고, 또 그 집이 사실 위치적으로 봐도 서울 중심에서 한참 벗어난 지역이고, 정원이 딸린 오래된 단층 양옥이라 인기 있는 매물이 될 수는 없었어요.”

 딸에게 근심을 주고 싶지 않아 원상태는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었다. 아버지가 주식을 날린 것도, 빚쟁이들에게 하루하루 시달리는 것도 원지연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후 아버지가 손댄 범죄까지도.

 “그때 재단 이사장이 어떻게 사정을 알았는지 저를 찾아왔어요.”

 당시 재단 총무를 맡고 있던 배우덕이 원상태와는 20년 지기로 막역한 사이였다.

 “교직 생활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 재단 산하의 학교도 늘 함께 돌았습니다. 저보다 몇 년 앞서 그 친구가 먼저 이사직으로 자리를 옮겼죠. 혹시나 돈을 좀 빌릴 수 있을까 싶어 그 친구한테만 사정을 얘기했었는데…….”

 그 말이 그만 이사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만 것이다.

 “그때도 이사장이 전호갑 씨였나요?”

 “물론이죠. 그 사람이 10년 넘게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요. 모르긴 해도 기력이 다해 아들에게 넘겨주기 전까지 종신 재직을 할 양반입니다.”

 “이사장이 선생님께 횡령을 사주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사장은 횡령이라는 범죄를 무척 자연스럽게 원상태에게 종용했다.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자기 계좌의 돈을 빼 오라고 시키듯. 너무 쉽게 말해 그것이 죄라는 것조차 인식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사장이 제안한 방법은 너무도 간단했어요. 제가 재직하고 있던 고등학교의 건물이나 시설을 보수, 교체한다는 명목으로 재단의 돈을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비용을 부풀려서 처리하고 차익을 빼돌리는 방식이군요.”

 가장 손쉽고 전형적인 횡령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 방법대로 하셨군요.”

 “당장 돈을 막아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고, 또 사실 그렇게 큰돈도 아니었거든요. 그 정도 돈이라면 든든한 보증만 있다면 제가 정년퇴직 전까지 벌어서 갚을 수도 있었어요.”

 그 정도 돈 때문에 집을 날리고, 월급을 압류당하고, 딸아이에게 근심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사장의 말대로 재단 돈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낡은 시설 보수 및 교체라는 명목으로 4억가량의 재단 자금을 융통해 그중 절반을 빼돌렸다.

 “이사장도 돈을 일부 가져갔나요?”

 “저한테 당장 급한 돈은 1억2천만 원 정도였어요. 나머지 8천만 원은 자연히 이사장의 손에······.”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리다가 이내 긴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근심을 덮고자 큰 근심을 만든 셈이죠. 어리석었습니다.”

 나우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식의 범죄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나갈 수가 없다. 더구나 원상태처럼 평생을 강직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더욱더.

 범죄의 덫에 걸리기는 쉽고, 빠져나가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후에도 이사장의 사주로 몇 번 더 횡령에 가담하셨죠?”

 큰 죄를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원상태는 놀란 눈을 치켜뜨고 나우를 쳐다봤다. 이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몇 번이나 더 가담했죠?”

 “이후 두 번 더······.”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예.”

 원상태가 교장에서 물러난 후 재단 이사직을 극구 사양한 이유도 알 것 같고, 반대로 이사장이 원상태에게 이사직을 강력히 권한 이유 또한 알 것 같았다.

 그 두 이유는 정반대이면서 같은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나우의 머릿속에서 대충 그려지는 듯했다.

 “선생님의 횡령 사실을 이사장의 아들인 전영진 이사가 알아차린 거군요.”

 그 사실을 빌미로 원상태를 협박한 것이다.

 단순히 돈을 요구했을 수도 있고, 원상태의 사정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았다면 또 한 번 횡령에 가담해 거액의 돈을 빼돌리길 요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상태가 호락호락 말을 듣지 않자 건달을 동원해 협박의 수위를 높였다. 그것이 두 번의 테러로 이어진 것이다.

 “협박의 내용은 뭐였습니까? 역시 횡령을 사주한 것인가요?”

 “예.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거절하자 나중에는 다른 제안을 하더군요.”

 “다른 제안이라면······?”

 “그건······.”

 원상태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협박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두려움과 혐오, 증오와 절망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아버지하고 한 일을 다 알고 있어.”

 전영진은 다짜고짜 반말로 나왔다. 아무리 이사장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왕조의 세자도 아니면서 나이든 원로에게 함부로 반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는 것이다.

 전영진의 나이는 원상태보다 스무 살 이상 어린 30대 중반에 불과했다. 이전에도 몇 번 마주친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반말한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반말을 하던 순간부터 전영진은 뭔가가 잘못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횡령.”

 전영진은 허연 치아를 드러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가로등 불빛이 전영진의 얼굴에 반쯤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 바람에 반은 어둠, 반은 빛을 뒤집어쓴 기괴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인간과 악마가 반쯤 섞인 얼굴 같았다.

 이사장과 이사진 사무실이 줄줄이 들어선 대학 본관 4층 복도 끝, 계단 창 앞에 원상태와 전영진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이미 저녁이 늦은 시간이라 복도를 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부러 이 시간에 전영진이 불러내지만 않았다면 원상태도 벌써 귀가했을 시간이었다.

 “그건 이사장님과 함께 한 일입니다.”

 전영진의 표정이 너무 자신만만하고 간악해 보였기에 원상태는 부인하지 않는 대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벽을 쳤다.

 “정확히는 이사장님의 사주를 받고 한 일이죠. 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교육자라는 양반의 입에서······ 그게 나올 소린가?”

 전영진은 말을 이상하게 늘어뜨리며 원상태를 비꼬았다.

 “이사장이 시켜서 했기 때문에 내 잘못은 크지 않다? 이건가?”

 “잘못이 크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사장님과 함께 저지른 잘못이었다는 걸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이사장님과 함께했다는 걸 강조하면 내가 수그러들 것으로 생각하는 거야? ‘내 잘못을 파헤치려 들면 당신 아버지도 함께 걸려든다.’ 뭐 이런 거야? 지금 은근히 나를 협박하는 것 같은데?”

 원상태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이라도 보호막이 되어 줄 것 같아서 이사장을 들먹인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종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빈정대기만 하는 전영진의 표정을 보면서 소용없는 짓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신고라도 하실 겁니까?”

 “아냐, 아냐. 신고 같은 재미없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

 전영진은 놀리듯 주둥이를 삐쭉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원하는 게 뭡니까?”

 “당신 전공을 발휘해서 그 일을 한 번 더 하는 건 어때?”

 “그럴 수 없습니다.”

 “왜? 지금에 와서 새삼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낀다는 거야?”

 “더는 죄를 짓고 싶지 않습니다.”

 “더는 죄를 짓고 싶지 않다면 그동안의 죄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을 자신이 있다는 건가?”

 “······.”

 “왜 대답이 없지? 죄를 더 짓는 것도 싫고, 그동안의 죄상에 대해 처벌을 받는 것도 싫어?”

 원상태는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어린 애처럼 고개만 짤랑짤랑 흔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전영진은 빈정거리며 말을 이었다.

 “싫어도 반드시 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교육자라는 점잖은 탈을 쓰고 저질렀던 네 추악한 죄상이 온 세상에 까발려질 거야.”

 수세에 몰린 원상태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횡령 방법과 액수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전영진은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둔 바가 없었다. 다만 액수는 확실히 언급했다.

 “50억.”

 “예……? 예에?”

 “새삼스럽게 뭘 놀래고 그래? 그 정도면 푼돈 수준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50억은 불가능합니다.”

 “뭐가 말도 안 돼? 재단에 이만 한 돈이 없다는 거야?”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정도의 액수를 빼낸다면 재단 계좌를 허수아비가 지키고 있어도 알아차릴 겁니다. 전 횡령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런 거액을 빼낼 수 있는 기술도, 자신도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동안 수십 번씩이나 재단 돈을 야금야금 훔쳐 먹었으면서 갑자기 약한 척을 해?”

 “수십 번씩이나 한 적 없습니다. 이사장님의 사주로 세 번밖에 하지 않았고, 세 번을 모두 합쳐도 실제 빼돌린 돈의 액수는 6억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중에서 자신의 몫으로 떨어진 액수는 2억을 넘지 않았다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이사장이 더 나쁜 놈이었다고 말해 봐야 부질없는 짓이었다.

 “저는 못 합니다. 한꺼번에 50억을 빼돌리려면 횡령이 아니라 강탈을 시도해야 할 겁니다.”

 “그럼 강탈을 하던지.”

 “뭐요?”

 “무슨 수를 쓰든 네 손으로 50억을 빼내 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죄상을 모조리 폭로하고 말 거야.”

 “도대체 50억이나 되는 거금이 왜 필요합니까?”

 

 “그러자 전영진이 뭐라고 대답한 줄 압니까?”

 원상태가 나우와 강 대표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고 원상태만 바라보고 있었다. 원상태의 입가에 일그러진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필요 없다!

 그것이 전영진의 대답이었다.

 “아마 돈을 훔쳐다 줬으면 그 자리에서 50억을 불살라 버렸을지도 몰라요.”

 “그럼 왜?”

 “전영진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범죄 그 자체였어요. 재단 돈 50억을 훔치게 하는 게 중요했을 뿐이죠. 한 마디로 제가 더 큰 죄를 짓고, 더 나쁜 범죄자가 되길 바란 겁니다.”

 “결국 전영진의 말대로 따르지 않으셨군요.”

 “따를 수 없었죠.”

 다시 죄를 짓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인데 50억 횡령은 원상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전영진의 사악한 의도를 엿본 순간 그에게 휘둘려서는 큰일을 치를 것만 같은 위험을 느낀 것이다.

 “협박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자 전영진은 수법을 바꾸더군요.”

 “어떻게?”

 “우덕이를 죽이라는 겁니다.”

 “배우덕 씨? 선생님의 20년 지기라는 그 친구분 말인가요?”

 뜬금없는 얘기였다. 그러나 전영진의 말을 듣고 보니 아주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우덕이도 나처럼 횡령을 일삼고 있었던 겁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배우덕 씨에게 직접 확인을 해 보셨나요?”

 “저도 믿을 수가 없어서 우덕이를 직접 만났죠. 그런데 그 얘기를 꺼내는 순간 우덕이의 반응이 놀라웠어요.”

 배우덕은 갑자기 원상태의 멱살을 움켜잡고 상소리를 마구 내뱉었다.

 “욕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친구였어요. 그런데 입만 뻥긋해도 죽여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퍼부었어요.”

 오랜 친구의 갑작스러운 돌변에 원상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신이 저지른 죄상을 꼬치꼬치 캐물으러 온 것처럼 보였나 봐요. 아니 그걸로 내가 협박이라도 할 줄 알았나 봐요. 그쪽에서 먼저 그렇게 무섭게 나오니 오히려 전 할 말이 없었어요.”

 “그런 과격한 행동으로 결국 본인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군요.”

 “행동뿐만 아니라 입으로 직접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 개나 소나 다 재단 돈 빼돌리고 있는데 나라고 못 할 것 뭐 있어? 너도 이사장이랑 짜고 재단 돈에 무시로 손을 댔었잖아? 지금에 와서 고상한 척, 걱정하는 척 가식 떨지 마!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범죄의 덫 2019 / 11 / 7 316 0 8055   
25 재단 이사의 딸 2019 / 11 / 7 303 0 7366   
24 새 의뢰인 2019 / 11 / 6 352 0 5682   
23 외전1. 법률사무소 인앤강의 식구들 2019 / 11 / 6 324 0 5558   
22 시간이 없다 2019 / 11 / 5 307 0 5287   
21 과업 2019 / 11 / 4 323 0 5837   
20 초인들 2019 / 11 / 3 307 0 6726   
19 나는 악인이었다. 2019 / 11 / 3 303 0 6369   
18 붉은 손 2019 / 11 / 2 304 0 5196   
17 심장을 적출하는 악마 2019 / 11 / 2 308 0 5065   
16 악의 소굴에서 2019 / 11 / 2 319 0 6146   
15 잠입 2019 / 11 / 2 319 0 5545   
14 마약에 손대는 사람들 2019 / 11 / 1 301 0 5512   
13 건달들이 한 트럭으로 덤벼도……. 2019 / 11 / 1 314 0 5874   
12 착하고 정의롭게 살아라 2019 / 11 / 1 289 0 5039   
11 토지 소유권 분쟁 2019 / 11 / 1 310 0 6167   
10 세상에 없는 사기 캐릭터 2019 / 11 / 1 299 0 6331   
9 악당의 방문 2019 / 11 / 1 316 0 6031   
8 소년의 서 2019 / 11 / 1 304 0 6366   
7 스물넷이지만 변호사야. 2019 / 11 / 1 313 0 6238   
6 ‘인 변’이 어디 보통 인물이야? 2019 / 11 / 1 325 0 6395   
5 절세미인 주여리 2019 / 11 / 1 326 0 5339   
4 법률사무소 인앤강 2019 / 11 / 1 322 0 6102   
3 법이 안 통하는 놈들에겐 주먹이 답 2019 / 11 / 1 348 0 5369   
2 전생에 죄가 많아서……. 2019 / 11 / 1 329 0 5138   
1 방문객 2019 / 11 / 1 526 0 527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