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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막장 남주가 찾아왔다
작가 : 연새하
작품등록일 : 2019.11.6

그는 내게 그의 형제를 유혹하라 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카일을 유혹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존재감이 없습니다.”

- 부제: 회귀 좀 그만해주실래요.( Feat. 빙의)
단역, 무존재 여주. 존재감이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존재감 어필을 너무 잘해버림 // 표지: 픽사베이 저작권 무료 이미지

 
9. 멜리가 간다
작성일 : 19-11-07 22:54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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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쉬운 방법이야 역마차를 타고 데쉬아로 가서 라스볼트 가를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네 살짜리가 턱 하니 돈을 내밀고 마차를 타면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하다.

 

 엄마 돈을 훔쳐 나왔냐며 혼나면 다행이고, 인신매매범에게 팔려갈 수도 있다.

 

 믿을 수 있는 마음씨 좋은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아! 있다. 벤야 백작.

 

 벤야 백작은 <인생 2회차 로즈벨>의 서브남으로 착한 심성을 가진 다정다감 매력남이며, 로즈벨과 이어지는 주인공 칼라일 대공과 절친한 사이다. 로즈벨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백작과 대공 둘 다 로즈벨을 좋아하게 되면서 집착이 강한 칼라일 대공이 벤야 백작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견제하고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야 백작은 로즈벨이 칼라일 대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의 행복을 빌어준다. 진정한 아가페를 실천한 인물이다.

 

 그런 벤야 백작이라면 길잃은 어린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테다. 만나기도 쉽다.

 

 그는 내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왕립 아카데미의 교수다. 아카데미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나는 리메이크로 벤야 백작의 인성이 변하지 않았기를 기도하며 짧은 다리로 쉬지 않고 열심히 걸어 아카데미로 가는 길목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벤야 백작의 출근을 기다리면서 나는 더 애처롭게 보이려고 흙바닥에 몸을 뒹굴고, 머리도 헝클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낙엽도 달아주고, 시커매진 얼굴에 물도 발라 눈물길을 만들었다.

 

 그를 맞을 준비가 끝났을 즈음 멀리 백작의 마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뛰어가 마차가 지나는 길 한복판에 퍼질러 앉았다.

 

 "어어, 꼬마야 비키거라!"

 

 나는 마부가 무어라 소리치건 말건 엉덩이를 딱 붙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마차가 세워지고 벤야 백작이 마차 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인가?"

 

 "웬 꼬마애가 길바닥에 주저앉아선 비키지 않습니다."

 

 "꼬마라고?"

 

 착한 벤야 백작이 마차에서 내려 내게로 다가왔다.

 

 "아가, 여기서 뭘 하는 거니?"

 

 "....여기가 어딘지.... 흐엉.... 모르게 떠여..."

 

 "길을 잃었구나. 그래 그래, 아가 이름이 뭐지?"

 

 벤야 백작이 나를 토닥이며 물었다.

 

 "멜리..."

 

 "그래, 멜리. 집이 어딘지 기억하니?"

 

 "이거여... 엄마가 이거 있으면 집에 간다고... 그랬는데..."

 

 나는 팬던트를 내밀었다. 예상대로 벤야 백작은 팬던트를 살펴보고 뚜껑을 열었다.

 

 "라스볼트?"

 

 그때 마차에서 한 사람이 더 내렸다.

 

 "무슨 일인데 그래?"

 

 "마침 잘 왔어, 에단."

 

 에단? 에단이라면 칼라일 대공의 이름이다. 진짜 그인가 했더니 진짜 칼라일 대공이었다.

 

 리메이크가 되었어도 두 사람이 오랜 친우였다는 설정은 바뀌지 않은 모양이다.

 

 또한 이야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아직 로즈벨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말이고.

 

 "지난번에 우리가 만난 에드워드 라스볼트 기억하지? 이 아이가 라스볼트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가지고 있어."

 

 백작은 대공에게 내 목걸이를 보였다. 대공은 내 목걸이를 미심쩍게 보았다.

 

 그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간파했다. 은으로 된 목걸이는 라스볼트의 문장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라스볼트가에서 일하는 이가 가지고 있을 만한 게 아니었다.

 

 "라스볼트에는 성년인 아들과 딸뿐인데."

 

 대공이 혼잣말하듯 나직이 말하더니 다정한 백작과 달리 냉정한 톤으로 내게 물었다.

 

 "꼬마 너 이 목걸이 어디서 났어?"

 

 누가 주긴 그 집 아들이 줬지. 툭 튀어 나가려는 말을 삼켰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뭔가 단단히 오해를 살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사실이니까 에드워드 놈이 알아서 하겠지.

 

 나는 에드워드 라스볼트가 준 목걸이라고 말하려다,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라 말을 바꿨다.

 

 "어.. 엄마가 줘떠여..."

 

 "엄마? 엄마는 어디계시니?"

 

 "...엄마... 사라졌떠여... 갑자기.... 으아앙~.”

 

 이건 진짜다. 우리 엄마 사라졌다. 이번엔 진심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벤야 백작은 나를 다독이며 내가 듣지 못하게 칼라일 대공과 조심스레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나는 귀를 활짝 열고 열심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려 노력했다.

 

 얼핏 에드워드가 리온에 자주 들른다는 말이 들리고, 왜인지 칼라일 대공은 굉장히 반색하며 라스볼트의 남자들이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말을 했다. 대공이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니.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카일의 여성 편력은 익히 알려진 일이고, 라스볼트 공작에게는 사생아인 캔디스가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에드워드만 억울하겠다 싶었다.

 

 칼라일 대공과 벤야 백작은 오해를 단단히 했다. 그 방향이 내가 원하는 쪽은 아닌 것 같지만, 나는 딱히 오해를 풀 생각이 없었다.

 

 칼라일 대공과 대화를 끝낸 벤야 백작은 나를 라스볼트가에 데려다주기로 하고 우선 아카데미에 들렸다.

 

 "딴 데 가면 안 돼. 멜리. 금방 올 테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네."

 

 백작은 마부에게 나를 보라고 말한 후, 칼라일 대공과 마차에서 내렸다. 나는 마차에 앉아서 창밖을 구경했다.

 

 대공과 백작이 아카데미 안으로 사라지고 뒤이어 낯익은 얼굴이 그 뒤를 따라갔다. 한 명이 아니라 둘이 연달아서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갔다. 로즈벨의 얼굴을 한 똑같은 여자 두 명이.

 

 로즈벨이 쌍둥이? 나는 눈을 쓱쓱 비비고 다시 봤다. 로즈벨은 금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벤야 백작이 불쌍하다고 로즈벨을 쌍둥이로 바꿨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백작을 계속 기다렸다.

 

 조금 지나 백작과 대공이 아카데미 밖으로 나왔다. 마차로 걸어오는 그들의 뒤로 또 로즈벨이 보였다.

 

 로즈벨은 대체 뭘 하는 건지 대공과 백작 주변을 멤도는 느낌이었다. 왜 저러는 걸까, 그녀를 유심히 보는데 이번엔 혼자였다. 아까 같이 있던 쌍둥이는 보이지 않았다.

 

 백작과 대공이 마차에 타고 나는 로즈벨에게서 시선을 뗐다. 마부가 마차의 출발을 알리고 무심결에 창밖을 보았다가 로즈벨에게 다시 시선을 빼앗겼다.

 

 떠나는 마차를 스토커처럼 몰래 지켜보는 로즈벨의 등에 쌍둥이라 생각한 로즈벨과 똑같은 여자가 업혀 있었다.

 

 마치 캔디스가 캔디스를 업고 있었던 모양새로 이번엔 로즈벨이 로즈벨을 업고 있었다.

 

 으앗! 나는 비명이 새어나갈까 움찔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이건 무슨 거지 같은 유행이야. 책마다 여주인공은 유령을 업고 다니는 새로운 트렌드라도 생긴 거야?

 

 나는 남몰래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아침부터 혹사당한 어린 몸은 괴상한 트렌드에 대한 충격도 잊고 눈을 끔벅끔뻑하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벤야 백작은 내게 피곤하면 자도 된다며 나를 무릎 위에 앉히고 폭 감싸 안아주었다.

 

 낯부끄러운 자세지만, 지금 내 몸뚱이는 네 살이다.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나는 당당하게 백작의 품에 안겨 스르르 눈을 감았다.

 

 흐릿해진 시야에 칼라일 대공이 스쳤다. 대공이 백작의 품에 안긴 나를 마뜩찮게 보고 있었다.

 

 참 이상하다. 벤야 백작이 휴강까지 하고 바로 데쉬아로 향하게 된 것도 대공의 입김 때문이었다.

 

 대공은 백작에게 휴강을 하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나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는 그가 한시라도 빨리 이 아이에게 집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벤야 백작을 부추겼다.

 

 어쩐지 대공은 벤야 백작이 일을 하지 않고 자신과 함께 있기를 바라는 듯했다. 그는 하루종일 벤야 백작과 같이 있을 수 있단 점을 매우 흡족해했고, 은근히 에드워드를 나쁘게 몰아갔다. 백작과 대공 사이에 뭔가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이거 되게 궁금하네. 라스볼트에 도착하면 에드워드에게 리메이크된 <인생 2회차 로즈벨>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야지.

 

 

 

 

 

 *

 

 

 

 

 

 갑자기 스치는 찬바람에 나는 얼굴을 구기며 설핏 눈을 떴다. 벤야 백작이 나를 안고 마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점차 정신이 들면서 나는 백작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짧은 손가락을 조물대며 접었다 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네 살이고 카일과 에드워드는 스물셋이라. 딱 좋은 나이 차야. 흐흐흐.

 

 카일이 내게 퍼부은 독설을 갚아줄 생각에 흉흉한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나는 웃음을 감추려 백작의 품에 얼굴을 더 깊게 묻었다.

 

 저택에 들어서자, 라스볼트 가의 집사가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았다. 벤야 백작은 나를 의식해서 집사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백작에게 방문 사유를 들은 집사는 방문객을 응접실로 안내하고, 헐레벌떡 공작을 찾아갔다.

 

 라스볼트 공작은 굉장히 심기 불편한 기색으로 내 목걸이부터 가져가 확인했다.

 

 "왜 이걸 이 아이가..."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공작의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

 

 뒤이어 방문객의 소식을 접한 캔디스와 에드워드가 모습을 보이고, 카일이 나타났다. 좋았어!

 

 카일이 이토록 반가운 순간이 다시는 없을 테다. 드디어 생각해두었던 일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

 

 나를 쓰레기에 기생충 취급을 했다지. 네놈도 한번 당해보라지.

 

 나는 카일이 보이자마자 신나게 달려가며 욕처럼 시원하게 외쳤다.

 

 "아빠~!"

 

 에드워드가 원하는 건 카일과 캔디스를 갈라놓는 것. 그 방법이 카일을 유혹하는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으흐흐.

 

 카일 네놈은 이제 천하의 몹쓸 놈이 되고, 나는 네놈과 캔디스를 갈라놓은 후 자유의 몸이 되는 거다. 덤으로 잘난 네놈의 여성 편력으로 눈물 흘린 수많은 여자의 복수까지 내가 대신해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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