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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혼란한 세상, 이상한 사람
작가 : 토토
작품등록일 : 2016.9.28

 
예기치 않은 불발탄
작성일 : 16-10-12 18:01     조회 : 425     추천 : 0     분량 : 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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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기치 않은 불발탄

 

  D-DAY. 아침 시간. 아이들은 세수를 하고 영주는 아침밥을 준비 중이다. 장삼은 안방에 들어가 영주의 맨 위 화장대 서랍에 편지봉투에 든 사진을 넣어두었다. 장삼이 먼저 출근하고 윤주 유주가 학교 유치원에 가고나면, 영주는 화장을 하고 출근을 한다. 화장하려면 화장대 서랍을 필히 열어볼 것이다. 출근길에 나서는 장삼의 얼굴 표정은 담담했다. 코스 요리 중 첫 번째 요리일 뿐이다.

  장삼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가 우체국으로 향했다. 윤 프로의 아내 선미혜에게 보내는 편지. 손 글씨가 아닌 한글 워드로 주소를 썼다. 보내는 이의 주소는 장삼의 주소가 아닌 가짜 주소이며 여자 이름으로 썼다. 등기로 보내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받게 될 것이다. 설령 남편이 받더라도 아내 앞으로 온 편지를 함부로 뜯어보는 일은 거의 없다. 말이 편지지 내용은 없고 사진만 들어있다. 이변이 없는 한 편지는 윤 프로의 아내 선미혜 손으로 들어갈 거라고 장삼은 확신했다. 또 하나는 사회교육원 원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다. 사진과 함께 A4용지에 짤막한 글이 적혀 있다.

  -사회교육원 원장님께

  강영주 강사와 윤성현 강사의 불륜현장입니다. 두 사람에 대해 사직 처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교육원에서 묵인한다면 그곳 회원 모두에게 이 사실을 공개할 것입니다.

  장삼은 두 개의 편지를 빠른 등기로 부쳤다. 두 번째, 세 번째 코스 요리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장삼은 단단히 마음먹은 상태이므로 내면에 별 흔들림이 없었다. 비폭력주의자가 행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오후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 점심을 먹은 후에는 식곤증이 밀려온다. 장삼에게 조는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동장은 오전에 외부 행사에 참석해 돌아와 자리에 앉아 있다. 점심시간 이후 식곤증은 그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늘 조용한 주민 센터 안은 공기마저 나른하다. 동장이 해탈에서 열반으로 들어가려는 듯 고개를 까딱까딱거린다. 오후 시간이면 매번 보게 되는 삶의 고요. 평상심이 있으니 저러한 패턴을 변함없이 유지한다. 산사의 지난한 고행과 수행은 세속의 호봉 짬밥 수와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영주는 주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영주는 장삼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사진을 봤는지 안 봤는지 알 수는 없으나 장삼은 봤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주의 표정이 시종 무심하다. 장삼은 옷을 갈아입고 씻었다. 식탁에 저녁밥이 차려져 있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있는데 안방문은 닫혀 있다. 공기가 싸했다. 장삼은 밥을 다 먹은 후에 그릇을 설거지 했다. 영주는 이후로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장삼은 한 바탕 전쟁을 예상하고 있었다. 벌어질 전쟁에 대비해 시나리오는 짜놓고 있었는데 뭔가 심심하고 허전하다. 일촉즉발의 휴전 상태인가. 장삼은 평상심을 가지려 의식했다. 지금 공격을 받은 쪽은 영주다. 전쟁이란 공격을 받아 타격을 입으면 상대가 반격을 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방 먹은 상대가 꿈쩍도 않는다. 전쟁에는 작전이 있고 고도의 전술이 있으므로 상대는 지금 모종의 장성 급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지 모른다. 장삼은 소파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멈추고 돌리고를 반복하고 있다. 눈은 TV에 향했지만 채널 프로그램은 무한한 우주 공간을 유영하고 있었다.

 

  공기업인 산전공사 직원 이 모씨가 비품 허위거래로 빼돌린 돈이 180억이나 된 걸로 밝혀졌습니다. 이 씨는 이 돈으로 거제도에 별장을 짓고 호화 생활을 해온 걸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빼돌린 돈이 윗선으로 전달되었는지 여부와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이것은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하면서 백악관은 즉각적인...

 

  재계 순위 4위의 태산그룹이 비자금 관리부서인 정책본부를 운영해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건물 45층의 세 개 층이 정책본부로 사용됐는데 이들은 그들만의 비밀스런 통로를 이용해 전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왔습니다. 일반 직원들은 다닐 수 없는 별도의 통로와 엘리베이터는 애초에....

 

  쏴 봐 쏴 봐 쏴 봐 쏴 봐 내 심장을 겨누고서 너의 눈빛을

 

  청와대 인사정책관인 장일영 수석이 정부부처 인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야당이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장수석은 청와대의 막후 권력 실세로써 사실상의 인사전권을 쥐고 있으며 이른바 이번 돌려막기 개각도 장 수석의 의중이 대통령에게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하는.....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최근...

 

  야당의 중진 의원인 5선의 이필석 의원이 어제 저녁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해 무리를 빚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없다고 했는데요. 이 의원은 과거 음주운전과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한 전력도 있던 터라, 세간의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인 대한 민주당은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양 쪽 다 무승부니까 마지막 승부는 까나리 액젓 복불복!

 

  4년 전 해양조선 산업에 3조 2천억의 긴급자금이 투입된 적이 있었지요. 근데 이 회사가 분식회계로 직원들에게 수백억의 성과 상여금을 지급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밝혀졌습니다. 국민들 혈세를 들여 회사를 살려주었더니 부실 경영은 더 커지고 뻥튀기 회계 장부를 만들어 자기 식구들끼리 성과급을 나눠먹기 한 겁니다. 이 정도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이 아니라 사자에게 정육점을 맡긴 게 아닐까요? 보도에 고기도 기잡니다.

 

  당뇨, 뇌졸중 각종 암 병력 상관없이 가입 가능한 만사 OK 보험!

 

  이번 프로축구 K리그의 심판매수 사건을 보면 지난 수십 년 간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구단과 심판 사이의 검은 커넥션이 심판위원장에까지 연루된 걸로 밝혀졌는데요. 심판위원장이 심판 최 모 씨로 부터 열 차례에 걸쳐 수 천만 원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신 회장님, 세상은 모종의 거래에 의해 돌고 도는 거 아니겠습니까? 흐흐..

 

  장삼은 누워서 하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늬가 없는 흰색의 천장. 단조롭기는 하지만 하얀 단색은 오래 바라보아도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단순함, 꾸미지 않음, 여백의 상상.. 장삼은 리모컨 버튼을 누르며 TV 소리를 들었다. 버튼 누름 한 번에 TV 페이지가 차례대로 넘어간다.

 

  역사는 그들의 만행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상 귀 상변의 저 흑 돌이 꽤나 아픈 곳인데요.

 

  주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우리 마음 안에 들어와 계십니다.

 

  고객님, 초특가 8만 8천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지금 주문이 폭주하고 있어 품절이 될 거 같은데요.

 

  넌, 네 애미를 죽였어! 이런 천벌을 받을 노옴!

 

  제니, 이건 정말 농담하는 게 아니야. 스티브에게 물어보면 알거 아니야? 제니!

 

  시간이 흘렀다. 안방은 잠이 들었는지 비어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고요하다. 장삼의 초점 흐린 눈은 TV 화면에 몇 시간 째 머무른다. 장삼은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온했다.

  다음날 아침 풍경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영주는 아이들이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을 했으며, 얼굴 표정에서 어떤 변화는 감지되지 못했다. 장삼은 아침을 먹고 출근을 했다. 어제가 원자 폭탄이라면 오늘은 수소 폭탄이 투하될 것이다. 눈부신 햇살 아래 전운이 감도는 듯 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장삼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몸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수소 풍선이 되어 공중에 붕 떠오른 기분. 먹구름이 낮게 몰려오고 바람의 결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폭풍 전야의 분위기. 장삼은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쪽 방에서 윤주와 유주가 문을 빼꼼 열고 올빼미 같은 눈을 깜빡거렸다. 안방 문이 열리더니 영주가 나직하고 단호하게 장삼을 불렀다.

  들어 와.

  드디어 전쟁 발발이다. 장삼은 준비해둔 시나리오를 가슴에 펼쳐놓으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영주는 문을 쾅 닫더니 장삼의 가슴을 손으로 탁탁 치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야, 이 인간아.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응?

  영주의 눈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영화 속 연쇄 살인마의 눈동자와 흡사 비슷했다. 장삼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

  네 죄를 네가 몰라? 어디서 큰 소리야.

  장삼은 일순 열이 받쳐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소리는 터져 나오지 못했다.

  죄? 바람 핀 거? 간통? 웃기지 마. 그거 죄 아니야 이 등신아. 세상이 바뀌었으면 잘 알고 처신해.

  그, 그러면 네가 잘 했다는 거야?

  잘 한 건 없겠지만 벌 받을 짓 한 적도 없어.

  너, 막나가는구나.

  막 나가? 너야 말로 아무 것도 모르고 막 나가. 윤 선생님한테 편지 보낸 거 윤 선생님이 보고서 나한테 전화해주더라. 선미혜? 이 멍청아, 선미혜는 윤 선생님 예전 여자 친구야. 그분 이혼한 지가 언젠데? 사회교육원에도 사진 보내셨어? 내가 원장한테 가서 그랬지. 소심한 우리 남편이 발끈했나본데 아무 일 없게 하겠다고. 다시 문제가 불거지면 사직하겠다고 각서 쓰고 나왔어. 나 밖에서 실력 있는 강사야. 여간해서 내치지 못해.

  장삼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적반하장을 넘어서는 고사성어가 있다면 얼른 갖다 붙이고 싶었다.

  이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래서 이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점입가경이다. 장삼이 준비해둔 시나리오는 무용지물, 아니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애초 장삼이 그렸던 시나리오는 영주가 무릎을 꿇고 빌면 각서를 쓰게 하려는 것이었고, 삐딱하게 나오면 이혼 소송과 위자료를 청구함과 동시에 아이 양육권은 자기가 갖는 것이었다. 현재의 상태라면 자칫 이혼을 당할 수도 있는 기이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장삼은 머릿속이 갑자기 마구 엉켜 혼란스러웠다. 영주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라는 남자는 사람을 질리게 해. 알기는 알아?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날이 밝으면 아침이고 날이 저물면 저녁이고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주관이 있어? 개성이 있어? 희망이 있어? 취미가 있어? 유머가 있어? 비전이 있어? 처세를 잘 해? 아니면 섹스를 잘 해?

  그만 해!

  로봇도 아니고 좀비도 아니고 그게 뭐니? 답답하지 않아? 난 너무 답답했어. 외간 남자 만나니까 스무 살 아가씨로 돌아가 연애하는 기분이더라.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 이게 사는 거구나. 살 맛 나는 게 이런 거구나.

  장삼이 영주의 뺨을 때렸다. 손이 자동적으로 나왔다. 처음으로 아내를, 아니 이제껏 살면서 누구를 때린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장삼은 중고교 다닐 때도 누구에게 한 대 맞은 적은 있어도 한 번도 싸움을 한 적은 없었다. 매사에 조심스러워서 시비 거리 자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주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영주는 미소를 띠며 장삼에게 다가갔다. 장삼은 순간 얼굴을 움찔했다. 영주가 말했다.

  이런 면이 있었네? 그래 오늘은 내가 맞아줄게...

  장삼은 안방을 나왔다. 유주가 말했다.

  아빠, 싸우지 마.

  장삼은 다정한 말투로 아이들을 달래며 방으로 돌려보냈다. 지금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결국 자격 없는 셰프의 요리는 설익거나 아니면 탄 음식이 되었고, 자신만만했던 시나리오는 촬영도 못한 채 폐기 처분 되었다.

  장삼은 밖으로 나와 단지 안을 거닐다가 단지 밖으로 나갔다. 환한 눈빛을 켠 가로등. 장삼은 환한 품안에 오랫동안 머무른 채 생각에 잠겼다. 희미한 그림자가 몇 갈래로 드리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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