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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혼란한 세상, 이상한 사람
작가 : 토토
작품등록일 : 2016.9.28

 
이상한 대란
작성일 : 16-10-12 17:57     조회 : 516     추천 : 0     분량 : 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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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대란

 

  며칠 지나자 전단지는 지방에서도 배포되었다. 야심한 시각 시내 중심가 곳곳에 원숭이 합성 그림들이 뿌려졌다. 대통령 뿐 아니라 장관, 정당 대표의 얼굴이 합성된 그림 전단지였다. 경찰은 배포자를 붙잡기 위해 CCTV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 만큼 풍자 그림 전단지들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는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불순한 세력들이 국론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며 엄벌에 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전염병 대책에 실패한 정부가 여론을 돌리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이것이야 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했다. 바이러스 사태로 시국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몽큐 패러디가 전국적으로 번지자,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갔다. 바이러스 질환도 희극적인데다가 패러디 그림 또한 희극적이어서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고, 날이 갈수록 조소와 냉소의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병보다 더 깊은 증상처럼 보였다.

  날이 갈수록 전단지와 포스터 그림들이 거리에 나붙었다. 패러디 대상도 더욱 확대되어갔다. 서울의 한 정류장과 인근 담벼락에는 일본 총리 얼굴을 합성한 포스터가 등장했다. 포스터는 곧 떼어졌으나 다른 곳에서 포스터가 다시 붙었다. 사람들은 아주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패러디 작품 중 베스트라고 했고 애국자라고 했다. 경찰이 포스터를 붙인 사람을 추적하고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바이러스나 잡으라고 비아냥댔다. 일본 정부는 즉각 주일 한국 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언론들은 연일 전단지, 포스터 패러디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TV에선 연일 설전이 오고갔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서 모든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건 아닙니다. 국기문란을 일으키는 적색 행위를 방관할 이유가 없죠.

 

  이건 단순히 장난으로 붙인 인쇄물이 아닙니다. 국민 여론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불신의 표현으로..

 

  잠깐만요. 이게 어떻게 국민 여론입니까? 말을 너무 호도하시는군요. 국가 원수를 모독하고 나아가 외국 정상까지 모독해서 지금 외교 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게 국민 여론입니까?

 

  일본과의 외교 분쟁은 교과서 왜곡, 독도도발과 위안부 문제로 이미 있어 왔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경제에 실패하고 치안에 실패하고 비리사건에 자꾸 연루가 되니까 이미 국론이 분열된 거 아닙니까? 국민들은 그런 것들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반응이라고 봐야 하죠.

 

  바이러스 사태가 패러디 사태로 전이되어 또 다른 논쟁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사실 원숭이 패러디 사건은 바이러스 병이 없었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다.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대로 전염되고 있고 패러디는 패러디를 낳아 기형적 패러디 변종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머리가 먼저인지 꼬리가 먼저인지 머리와 꼬리가 뒤엉켜 돌아가고 있는 기이한 상황. 장삼은 TV에서의 설전을 지켜보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참, 이놈의 나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흑과 백 싸움을 하고 진영 싸움을 하고 자기 안위를 위한 자존심 싸움을 하네. 얻어맞고도 정신 못 차리는 저런 강철 멘탈은 포항제철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합성 패러디 그림은 이제 온라인과 SNS를 통해 급속히 번져나갔다. 인터넷에 올라온 패러디 그림들이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패러디 물은 매우 다양했다. 광화문 네 거리를 떡하니 가로막은 거대한 킹콩이 성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가슴에 내걸린 푯말엔 ‘경찰청장’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고, 미국 모자를 쓴 조련사가 채찍과 바나나를 양손에 들고 원숭이를 길들이는 그림도 있는데, 그 원숭이는 파란 철창에 갇힌 한국 대통령이었다. 연예인 얼굴도 합성이 되어 인터넷과 SNS에 떠돌아 다녔다. 바람피우다 딱 걸린 원숭이, 음주운전 뺑소니 원숭이, 원정 도박 원숭이, 여친 두들겨 팬 잘 생긴 원숭이, 마약하다 뿅간 몽키녀, 원숭이도 웃고 갈 발 연기의 달인 원숭이 녀, 스폰서로 수억 번 걸레 원숭이 등. 유명 연예인들이 패러디가 되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소속사들은 합성 그림을 제작 유포한 자들과 SNS에 재전송한 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를 하겠다고 했다. 패러디 현상은 점차 일반인들 사이로 확대되어 가는 양상을 보였다. 학교 왕따, 엊그제 다툰 남친, 꼴 보기 싫은 선생님, 스트레스 주는 직장 상사의 얼굴이 페이스 북과 단톡방을 통해 전송되어 그들 그룹 내에서 맛난 안주거리가 되었다. 몽큐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보다 바이러스에서 착안되어 2차 바이러스 양상으로 퍼지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이런 기이하고 유머러스한 현상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며 보도를 했다. 미국의 ABC 방송 앵커는 보도를 통해 이런 멘트를 했다.

 

  한국에선 현재 바이러스에 의한 2차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든 당신은 아드레날린에 활짝 노출될 것입니다. 아, 하지만 2차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은 현대의학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사는 게 재미 없다구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구요? 네! 그럼 한국으로 떠나보시죠. 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당신의 행위는 통제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중국 등에서도 이 희극적 전염병 현상을 매우 흥미로운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었고, 일본 방송에서 한 의사는 이런 말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저는 몽큐 바이러스와 감염자의 혈액애서 공통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확신합니다. 생체 실험이라도 해서 그 원인을 꼭 밝히고 싶어요. 가까운 우리 일본에 그 병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이건 국제적인 수치거든요. 한국인 입국자들에 대한 특별 방역 대책을 한층 강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장삼은 혀를 끌끌 찼다.

  가뜩이나 혐한 시위로 속이 불편한데 놈들이 아예 대놓고 우릴 뭉개는군. 바이러스를 잡아야 하는 건지 패러디를 막아야 하는 건지. 나라 전체가 이상한 돌림병에 걸려 중증 환자가 되 버렸어. 누구한테 무엇을 처방받아야 하는 거지?

  몽큐 바이러스 감염자는 동남아시아 국가와 홍콩 중국에서도 발생하였으나, 환자 수가 소수라서 국가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그에 반해 한국에선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한국이 사실 상 발원지가 아니냐 하는 국제적 시각이 생겨났다. 왜 이 바이러스가 한국에 집중해 창궐하는지 한국인이 왜 이 질병에 내성이 취약한지 아직도 정부는 명확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호구 병이라는 조롱 섞인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1, 2차 핵실험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 사회에 경제 제재를 받는 가운데 나온 막장 도발이었다. 미 중 일 국가는 다시 긴급 성명을 내놓았다. 3차 핵실험을 도발하면 씨를 말리는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북한은 느긋하게 한국을 비판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최근 남조선 괴뢰국에 돌림병이 급속히 번지고 있어 남조선 인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 해괴망측한 병의 증상은 원숭이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일명 원숭이 병이라고도 하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몰골이 처참하다고 한다. 최소한의 존엄과 자존감마저 짓밟아버린 이 수준 이하의 전염병이야 말로, 남조선 괴뢰 도당의 치부를 들춰낸....

 

  이제 세계의 관심은 남북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코리아로 모아졌다. 한국은 바이러스 질병 확산 사태가 문제이고 북한은 핵도발이 첨예한 문제로 다뤄졌다.

  장삼은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주 국위 선양을 위아래 커플로 하는구나. 이건 올림픽, 월드컵 개최보다 파급력이 더 크네. 남한은 병이 문제고 북한은 핵이 문제고. 에라, 병으로 망하든지 핵으로 망하든지 될 대로 돼라. 세상은 한 번 확 뒤집어져야 해.

  아빠, 뭐가 확 뒤집어져?

  윤주가 금세 다다와 옆에 앉았다.

  응, 한국은 전염병 때문에 고생하고 북한은 핵실험 때문에 시끄러워. 어느 한쪽이 망할 거 같아서 그래.

  윤주는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 후 윤주가 말했다.

  아빠, 우리 반 애가 몸이 가려워서 긁었는데 애들이 몽큐에 걸렸다고 다 피해. 근데 걔는 아토피라고 하면서 막 울었어.

  함부로 의심하면 못 써. 진짜 아토피인데 친구들이 놀리면 그 아이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

  윤주는 방으로 뛰어가 유주와 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다고 병에 감염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핵도, 감기몸살도, 대상포진도, 간염도 전혀 예상치 못한 가운데 침투하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습격이다. 아니 병균은 이미 우리 내부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항체가 강하느냐 약하느냐에 따라 발병 여부가 갈린다. 장삼은 몽큐 바이러스도 비슷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이 바이러스를 이겨낼 항체의 힘이 있는 것인가? 이건 단순히 기분과 느낌만으로 확신 할 수 없는 문제다. 나의 내성이 취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그림자 부재는 뭘로 설명하고 해석해야 하지? 이것은 질병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게 아닌가.’

  장삼은 눈을 질끈 감고 양 팔을 머리위로 올렸다. 외부 곳곳에 분열과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장삼의 내부에선 항체의 핵이 소멸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자가 없어진 이후 일상에서 장삼의 걸음은 제 육신을 그림자처럼 질질 끌고 다니게 되었다. 그림자의 부재로 인해 육신의 무게가 도축장의 고기 덩어리와 비슷한 근 수로 자가 측정되고 있었다. 매일의 무지근함이 속속들이 스며든 삶의 중량감은 결코 명백한 전자 수치로 표시될 수가 없었다.

 

  하늘이 탁하고 바이러스가 번지는 가운데 장삼의 생활은 늘 그대로였다. 부대끼는 출근 전쟁을 치루고, 민원인을 상대로 서류를 발급해주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식당가는 길에 장삼은 사진관에 들어가 메모리 칩을 맡기며 세 장씩 인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점심을 먹고 사진관에 들러 사진을 가지고 나왔다. 사진은 선명하게 나왔고 줌으로 찍은 사진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요리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구상했으므로 실행하여 접시위에 올려놓으면 끝이다.

  고소한 쿠키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한다. 아이들은 오븐 주위를 맴돌며 혀를 쩝쩝 내밀고 있다. 장삼은 소파에 옆으로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쿠키가 다 되자 영주가 받침대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아이들이 식탁 앞에 앉아 과자를 깨물어 먹는다. 윤주가 장삼을 보며 말했다.

  아빠, 쿠키 안 먹어?

  영주가 대답했다.

  아빠는 아몬드 들어간 건 안 먹을 걸?

  장삼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소리쳤다.

  먹어!!

  영주와 아이들이 동작을 멈추고 장삼을 쳐다보았다. 장삼은 자기가 왜 소리를 질렀는지 스스로 당황스러웠다. 그냥 순간적인 감정에 욱 한 것 같았다. 영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먹는다고 조용히 말하지 소리는 왜 질러?

  장삼은 할 말을 찾지 못해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영주가 쿠키 몇 개를 접시에 담아 유주에게 건네며 아빠 드리라고 한다. 유주가 다가와 접시를 내밀었다. 장삼은 접시를 받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장삼은 내내 TV에만 눈길을 주었을 뿐 쿠키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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