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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혼란한 세상, 이상한 사람
작가 : 토토
작품등록일 : 2016.9.28

 
바이러스 대란
작성일 : 16-10-12 17:48     조회 : 382     추천 : 0     분량 : 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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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 대란

 

  내월호 여객선이 서해 바다에 침몰한지 3년 만에 내일부터 선체 인양작업에 들어갑니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던 이 사건이 인양작업을 계기로 사고 경위가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일어났던 여객선 침몰 사건. 그 큰 배가 왜 갑자기 침몰했는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승객 수 백 명이 배안에 갇혀 죽어갔는지, 모든 게 숱한 의혹에 가려진 참 이상한 대형 참사였다. 비행기 추락 사건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구나, 할 수도 있지만 눈에 훤히 보이는 바다 그것도 생중계로 전국에 전달되는 상황에서, 수 백 명을 실은 배가 거짓말처럼 서서히 잠겨가는 걸 보며 국민과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장삼은 이 뉴스를 무덤덤하게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인양 안 했었군. 인양하면 뭐 달라지는 게 있을까? 정치권은 지금 민생문제가 시급하다고 아우성인데. 막상 보이니까 골치 덩어리네.

  장삼의 무심함이 특별히 예외적인 것은 아니었다.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참사가 어렵게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언론의 관심은 단신 뉴스거리에 불과했다. 인터넷 보도기사 댓글은 고작 수십 개에 불과할 정도로 내월호는 사람들의 기억 저 편에 이미 잠들어있었다. 당면 관심사는 단연 바이러스에 집중돼 있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희대의 사고는 일련의 빛바랜 흑백 사진이 되어 희미해져 있었다. 바이러스 다음으로 관심사는 흐리고 탁한 기상 상황이다. 미세 먼지 농도, 황사주의보, 오존경보 등 흐린 날과 맑은 날을 가리지 않고, 그 세 가지 중 하나는 수시로 발령이 났다. 항간에는 탁한 모래바람과 누런 미세먼지가 몽큐 바이러스를 더 강한 변종으로 만든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했다.

 

  중금속과 바이러스는 결코 결합되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세먼지나 오존 주의보가 내려지는 날엔 몽큐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긴팔 옷을 입고 손을 깨끗이 씻기 때문에, 접촉성 바이러스 감염이 적절히 차단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미세먼지나 황사에 많이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고 인체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쳐 각종 질병이 발생합니다. 이는 우리 인체에 면역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몽큐 바이러스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항체가 약화된다는 거죠.

 

  이쪽 말을 들으면 이쪽 말이 옳은 것 같고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 말이 일리가 있어 보였다. TV에 여러 토론 방송이 많이 있지만 장삼은 토론 방송을 볼 때마다 머리가 뒤엉키는 기분이 들곤 했다. 말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또 의뭉스럽게 잘 하는지 그들의 입담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불과 불이 붙으면 결국 더 큰 불로 번지듯이, 어느 주제의 토론이건 결론이 나지 않고 양 측의 주장만이 절벽 끝에 선 채로 끝나버리고 만다. 언쟁과 논쟁은 봉합되지 못하고 더욱 골이 깊어지고 마는 말잔치의 향연. 장삼은 TV 토론의 출연자들을 보면서 저들의 입담과 말 빨이 굉장히 부럽기도 하면서 가면을 벗겨버리고 싶을 때도 많았다. 장삼은 어디 가서 길게 말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집에서는 단답형의 대화가 전부이고 직장에서는 근무시간외에 예의 호응하는 몇 마디가 전부였으며, 친구들이나 동창이 모인 곳에서는 말을 귀로 들을 뿐 정작 자신의 말은 입에서 나올 기회가 없었다. 장삼은 원래 말수가 적었으므로 억지로 말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타인들도 그런 그를 원래 말 수가 없는 얌전한 사람으로 인식했으므로,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 타박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장삼은 그게 편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뇌 조직을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하므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라고 여겼고, 또 말이 말을 낳고 말이 말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에너지의 극심한 낭비로 생각해왔다. 살면서 마음을 트고 대화하는 상대가 거의 없었으나 장삼은 TV의 말을 통해 나름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 TV는 각 분야의 사람들이 나와 다양한 주제와 사건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으로 제 나름의 생각을 말하므로, 세상의 모든 소리, 말 말 말을 들을 수 있는 폭넓은 창구다. 굳이 그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그들에게 간간이 대꾸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건 누구에게 눈치 보지 않고 제 속엣 말을 거리낌 없이 뱉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저 놈은 왜 저렇게 튈까? 인기 없는 가수니까 먹고 살겠다고. 저 년은 참 비호감이야. 명품 좋아하는 된장녀로 소문이 자자해. 저런 썩은 비리 정치인이 7선 의원 이라니. 국민들 수준하고는 참. 저 교수라는 작자는 제자 성추행하고도 잘 나오네. 인간이 문제야, TV가 문제야? 저 앵커는 너무 편파적인 발언을 해. 나중에 공천 받으려고 밑밥 까는 거 같아. 저 여자 사회자는 지적이고 교양이 있고 수수하단 말이야. 저런 여자가 내 마누라라면....

  장삼이 가장 호감이 가는 말은 홈쇼핑 방송이었다. 어떤 제품과 상품이 나오든 남자와 여자 호스트들은 참 말을 잘 한다. 밝고 명쾌하고 가뿐하고 설득력 있고 그리고 항상 스마일한 친절한 말투. 홈쇼핑 호스트들은 대본이 없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말들을 끊임없이 할 줄 안다. 대본이 없이 긴 시간 동안 같은 제품을 식상하지 않도록 신선하게 홍보하는 말 말 말. 되풀이되는 말이 청산유수라서 시청자들은 저들의 달콤한 말꼬임에 쉽게 넘어간다. 장삼도 그들의 말에 호응해 가을 잠바와 소가죽 신발, 만능 공구를 주문하여 싼 가격에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홈쇼핑 방송에 차츰 내성이 생기게 되면서 호스트들의 말은 판매고를 담보한 떠듦으로 들렸다. 장삼은 더 이상 현란한 말의 잔치에 현혹되지 않았다.

  TV 앞에서 장삼이 평상시의 대화를 했다고 한다면, 영주는 몸으로 반응했고 리액션을 취했다. 장삼이 소파에서 초점 없는 눈으로 TV를 넘겨보고 있을 때, 영주가 훌쩍거리며 안방에서 나온다. 그리고 한 마디 한다.

  죽었어!

  뭐? 누가 죽어?

  소희가 죽었어.

  소희가 누군데?

  명준, 그 망할 자식 때문에....

  영주는 냉장고에서 붉은 자두 두 알을 꺼내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눈이 붉어져 있다. 장삼과 영주는 비슷하면서 다른 점이 있었다. 장삼이 TV 마니아라면 영주는 드라마 마니아였다. 장삼은 TV 자체를 즐겼고 영주는 드라마에 푹 빠져있다. 애청하는 드라마도 몇 가지는 되는 모양이었다. 시간을 달리하며 드라마를 꼭 챙겨본다. 일 때문에 드라마를 못 보면 밤에 케이블 재방송을 시청했다, 웃는 소리가 안방에서 들렸고 이따금 충혈 된 그녀의 눈은 현실속의 슬픔이었다. 그녀의 삶은 곧 드라마인데, 그건 그녀의 삶이 드라마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이 드라마에 투사되고 이입된 결과였다. 철저히 피드백의 관계이므로 영주의 삶은 드라마를 통해 형성 돼 왔다. 장삼은 그런 영주를 보며 주인과 객이 뒤바뀐 것이라 생각하며 콧방귀를 끼었다. 장삼은 영주처럼 네모난 브라운관에 자기 삶을 쉽게 위탁하는 건 바보나 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삶이 드라마가 되는 것이지 드라마가 어찌 삶이 될 수 있는가.’

  장삼은 부단히 채널을 돌리고 메뚜기처럼 건너뛰었다. 원래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지만 아내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드라마에 더욱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에서 붐을 일으키는 화제의 드라마도 그에게는 달나라 얘기였다.

  ‘나는 TV에 빠져들지 않으며 함몰되지 않는다. 세상 사 이치가 그러하듯이 적당한 관계망을 유지해나가면 되는 것이리라. 교차점이 없는 수평적 상호 관계.’

  윤주와 유주는 만화영화를 좋아한다. 장삼은 윤주와 유주와 함께 만화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윤주와 유주는 가요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의 춤을 잘 따라 춘다. 자그만 아이들이 똑같이 따라 추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영주처럼 한군데에 너무 빠지는 게 아닌 가 염려스럽기도 했다. 가요 방송은 사실 장삼이 가장 싫어하고 관심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기계적인 음, 가공해 만들어진 춤동작, 보는 이로 하여금 얼굴이 붉어지게 하는 야한 의상과 몸짓들, 내용 없는 가사... 어떤 때는 저런 모양새들이 어린 아이들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니 딱히 말릴 명분도 없었다. 장삼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걸 싫어했으므로. 특히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앞에서 배운 춤을 추고 노래 부르면, 노인들은 그 작은 강아지들이 신통방통한 보물 상자라도 되는 양 껄껄 좋아하고 보듬어 안았다. 그래서 장삼은 가요 프로그램은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광화문 일대에 웃긴 바이러스가 휘날리자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고 청장이 기자 회견을 했다. 오늘 오전 광화문 화동 면세점 건물 옥상에서 전단지 수 천 장이 뿌려졌다. 마침 센 바람을 타고 전단지들이 기구를 타듯 멀리 날아갔고 사방팔방으로 흩날렸다. 그런데 그 인쇄물 내용이 문제였다. 대통령 얼굴을 원숭이와 합성한 여러 버전의 그림이었다. 바나나와 망고를 양 손에 들고 어느 걸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원숭이, 미국과 일본에 넙죽 절하는 원숭이, 우리 밖에 서서 사람을 구경하는 원숭이, 제 몸의 이를 잡으려고 털을 죄 뽑아버리는 원숭이 등 뭔가 풍자를 담고 있는 그림들이었다. 그림에 담긴 문구들도 그림에 따라 달랐다. ‘동물 공화국의 철천지원수’ ‘사람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시민 여러분 살기 힘드시죠? 이 모든 게 혈세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석기시대로 되돌아갔습니다’ ‘짐승이 통치하는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등이었다. 그날 오후 전단지를 배포한 사람이 붙잡혔다. 그는 팝아트 화가로 유명한 중년의 백 모씨였다. 그는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당당히 소리쳤다.

 

  이것은 엄연한 예술행위입니다. 작품의 의도를 비방으로 몰고 가는 사법 당국의 행태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미국에선 이 정도 행위는 한 번 웃고 끝날 일입니다. 왜 제가 처벌을 받아야 하나요? 대한민국은 아직도 70년대 민주 공화국입니다!

 

  경찰이 양 쪽에서 그를 끌고 서 안으로 들어갔다. 전단지 사건에 대한 의견은 양분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며, 국가원수를 비방 모독하는 행위는 예술을 빙자한 소요죄라는 것이었다. TV에선 그에 대한 설전이 오고갔으나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장삼은 귀에 잘 박히지 않았다. 예술계에서는 백 작가를 즉각 석방하라며 구호를 외쳤고 예술가의 양심을 걸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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