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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14
작성일 : 19-11-07 18:22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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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호의 구슬과 천서로 얻은 도력은 전우치에게 영생에 가까운 삶은 안겼다. 전우치는 그 후로도 자주 구미호를 찾아갔다. 자신을 거둬준 아비의 친우도, 자신의 밥을 챙겨주던 상단의 꽃순이도. 자신이 도사가 되고 싶다 떠들었을 때, 구미호에 가보라, 가지 말라 훈수를 두던 마을 사람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어도. 그의 곁엔 구미호가 남아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그가 도사가 된 사정을 알고. 도사가 된 이후의 삶을 아는 단 하나의 이가 그의 곁에 남아 있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아주 천천히 늙어 아직도 20대 중반의 모습인 전우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리 저리 전국 팔도를 전전했다. 그러면서 가게 된 곳 중 한 곳이 금강산이었다. 금강산에 다녀와 구미호를 찾은 그는 아주 난리법석을 떨었다.

 “내 금강산에 갔는데 말이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신선이 산다면 딱 그 곳이겠다 생각했지. 아니 여하튼 내가 거길 가서 무엇을 보았냐면 말이다.”

  한참을 신이나 멈출 줄도 모르고 떠들던 전우치가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듣기만 하는 구미호의 얼굴을 살폈다. 원래 그의 성정 자체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크게 동요하는 일이 없다지만 그래도 본인이 처음 듣는 일은 작게나마 반응을 해줬는데 오늘은 아주 따분한 표정이었다. 물론 구미호는 어느 날처럼 무표정이었고, 그 표정에서 따분함을 읽은 건 전우치의 생각이었다. 머쓱해진 전우치가 머리를 긁으며 큼큼 거렸다.

 “거 너무 내 혼자만 떠들었지. 내 너무 신이나 그만..”

 “괜찮다. 오랜만에 금강산 이야기를 들으니 나름 재밌구나.”

 “금강산에 가보았느냐?”

  휘둥그레져 물어보는 전우치에 그제야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내 조선팔도 안 가본 곳이 있는 줄 아느냐.”

 “만날 이곳에만 있길래. 여기에만 있었는 줄 알았다.”

 “고작 백년도 안산 네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는데, 조선의 건국을 지켜본 내가 여기에만 있었을라고.”

 “네가 그리 오래 살았느냐?”

 “턱 빠지겠다. 입은 좀 다무시게나.”

 “아니 정녕 조선의 건국도 지켜보았어? 그럼 조선 이전의 고려 때도 살았느냐.”

 “살았다마다. 네가 단순히 여우구슬과 천서 덕에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사는 줄 아느냐.”

  여우 구슬은 구슬의 주인인 구미호가 얼마나 오래되고 그 기운이 강력한지에 따라 똑같은 위력을 뽐낸다. 고려도 보고 조선도 사는 구미호의 여우구슬이었으니 전우치가 최고의 도사가 되고 영생에 가까운 삶을 얻은 것도 신기한 일은 아닌 것이다.

 “세상에. 내가 정말 엄청난 이를 만났구나.”

 “오두방정은 그만하거라. 다음엔 나도 금강산에 가야겠구나. 안 가본지 오래라... 그립구나.”

 “아 그럼 나와 함께 가게나! 내 당장 금강산에 갈 계획을 짜도록 합지. 나만 믿으시게!!”

 “내가 자네와 말인가?”

 “에이, 왜 그러시나. 좋은 곳은 함께해야 더 좋은 것이란 것을 모르는 게야?”

 “그건 좋은 이와 함께 아니더냐.”

 “내겐 구미호는 좋은 이이니, 아주 딱이고 말고.”

  그에 다시 전우치는 신이나 떠들었다. 그 둘은 그 뒤로 종종 금강에 올랐다. 둘 다 일반 사람은 아닌지라 여타 양반마냥 시동도, 말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훌쩍 떠나 마음의 드는 곳을 정해 술 한 잔 나누면 그곳이 무릉도원이었다.

 “근데 구미호.”

  그 날도 훌쩍 금강에 오른 날이었다. 대답 대신 왜 부르느냐는 얼굴로 시선을 맞췄다.

 “계속 구미호라 부르는 것도 좋지만은 않구나. 이름은 따로 없는 게야?”

 “이름이라...”

  구미호는 잠시 생각하는 듯 시선을 멀리 던졌다. 병풍처럼 둘러친 산봉우리가 아주 장관이었다.

 “있던 시절도 있고, 없던 시절도 있지.”

 “그게 무어야. 이름이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 아니냐.”

 “살아온 세월 동안 맺은 연(緣)이 남긴 것들이다. 없는 시절이 길었던 지라 그저 그대로 불러도 상관은 없다.”

 “왜 있는 이름 쓰지 않고.”

 “그들은 떠났는데 나 혼자 붙잡고 있는 들 무엇 하겠느냐. 빈껍데기와 다름없지.”

  그가 살아온 긴 세월에 스쳐지나간 이가 한 둘이었겠는가. 어렸을 적엔 마음도 주고 사랑도 받았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란 어찌나 짧은지. 함께한 행복은 강렬했지만 강렬한 만큼 오래토록 남아 그를 쓸쓸하게 하였다. 참 번개 같았다. 찰나처럼 왔다가는 행복은 이제 두렵다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는 떠나 사라졌는데 그가 남긴 이름만 남아 낙관처럼 찍혀 있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애정을 담아 지어주고 사랑을 담아 불러주는 이가 없는 이름은 주인을 잃은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 시절의 이름은, 그 시절에 가장 빛났으니. 그대로 보내주는 것도 좋은 것이니라. 내 너를 처음 만날 때 말하지 않았느냐. 연에 집착하지 말라고. 연이란 건 사람과의 관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술을 따르며 말하던 구미호는 술잔을 들어 올리며 장난스레 작게 웃었다.

 “고작 백년을 산 네가 무얼 알겠니. 아직도 내겐 그 시절 코흘리개 아가와 다름없는 것을.”

  그에 전우치는 그저 구미호를 바라보았다. 애시당초 그리 살가운 이도 아니었지만 그랬던 이가 그나마 자신의 곁을 내주기 시작한 때가 언제부터였더라. 아마 자신이 일반인과 달리 좀처럼 늙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던 때 부터였던 것 같다. 이름을 물었음에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고, 자신이 오래 머무를 때면 이제 그만 내려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가끔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자리를 옮긴 것인지 자취를 숨긴 것인지. 아직 그런 것에 미숙했던 전우치는 구미호를 찾으려 몇날 며칠을 산속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면 한 삼일 쯤 되는 날에 스르륵 나타나는 그였다. 그런 그가 반가워 어디 갔었냐, 사라진 줄 알았다. 옆에 붙어 종알종알 죙일 떠들면 그제야 피식 웃으며 ‘떠도는 이 찾는 법을 아직도 익히지 못하였느냐.’ 말하고 말았다.

 “구미호.”

 그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시선을 마주했다.

 “내가 이름을 지어주어도 괜찮겠니.”

  그에 그는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입술 끝을 올렸다. 내려간 시선에서, 올라간 입술 끝에서, 만지작거리는 술잔의 손끝에서. 아마 그녀가 가졌던 이름을, 가지게 된 그 순간들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나쁘지 않구나. 어디 한번 지어보시게나.”

  긍정의 대답에 전우치는 활짝 웃으며 생각했다. 아주 어여쁜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그리고 구미호는 생각했다. 또 다시 이름을 가져도 좋을 때가 된 것 같다고.

 

 -

 

  세상이 이리 흉흉해질 줄이야. 어제보다 오늘이 좋지 않았고 내일은 더 악화될 일만 남았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생긴 을사년. 1905년의 어느 날이었다.

 “조선이 어찌 되려 이러는지 모르겠다.”

  해가 진 저녁, 구미호와 전우치가 어느 요정에 앉아 술을 나눠 마시고 있었다. 이미 늘어놓은 술병이 적지 않았으나 둘은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만 전우치 혼자겠지만.

 “내가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가 이리도 무력하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구나.”

  도력으로 얻은 영생에 가까운 인생을 살면서 전우치는 처음으로 본인의 한계에 부딪혔다. 원님과 나랏님을 골탕 먹이며 백성을 돕고 살았지만, 그는 조선을 사랑하고 아꼈다. 그래서 한 일이었다. 조선이 조금이라도 좋은 나라가 되길 바라서, 나의 조국이 길을 잃지 않길 바라서. 하지만 그의 정성이 부족한 것인지 어쩔 수 없는 조선의 운명이었던 것인지. 금방이라도 꺼질 듯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도 같았다. 둘 사이엔 각자의 정적이 흘렀다. 조선의 건국부터 지켜봐왔던 구미호도, 태어나 내 나라를 너무나도 사랑하며 산 전우치도. 쉬이 말을 잇기 어려웠다.

 “...구미호.”

  둘의 시선이 부딪혔다.

 “내 일전에 네 이름을 지어준다 하였지. 지금 지어주어도 괜찮겠느냐.”

 “그리 하여라.”

  구미호의 대답에도 전우치는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창 너머 조선의 저녁을 바라봤다. 간간히 넘어오는 아이들의 목소리, 술에 취해 신난 목소리가 창을 타고 넘어왔다.

 “이화. 어떠하니.”

  술잔을 내려놓고 다시 구미호를 바라봤다.

 “오얏 이(李)에 꽃 화(花) 오얏 꽃이란 뜻이다.”

  구미호는 그저 술을 따르는 그를 묵묵히 바라봤다. 이화라. 대한제국의 꽃 아니던가.

 “조선이 너를 닮아 오래토록 내 곁에 있었으면 한다. 네가 사람이 되는 그날 까지 말이다.”

 그는 술을 따르고, 마시는 것을 반복했다.

 “나도 너와 함께 할 터이니. 너도 나와 함께 조선의 백성이 되었음 좋겠다.”

  고운 이름이었다. 곱디 고와 마음이 서글퍼 눈물이 날 정도로.

 

 -

 

  학당은 시험이 한창이었다. 일반 학교와 달리 학당은 학기고사라 하여 한 학기에 한번만 시험을 치렀다. 배우는 과목 수도, 그 양도 어마어마하니 시험 범위도 산더미였다. 대체로 책 한권이 범위인 경우가 다수였으며, 그런 이들을 불쌍히 여긴 몇몇 과목 선생은 오픈북을 채택했지만 그리 도움이 되는 과목은 아니었다. 학당 내 아이들은 파김치가 되어 도서관이고 기숙사 로비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시험기간이 되면 도는 소문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율곡의 장원급제’였다.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에서 이율곡을 보는 이가 그 학년 학기 수석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지만, 생각보다 전통이 오래된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 이율곡은 갑자기 어떻게 나타나는데?”

 은호는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이율곡이고 학기 수석이고. 아니 이율곡이 갑자기 도서관에 나타나면 그거 귀신 아니냐?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냥 헛 거 본거 아니냐고.

 “에이 아니야. 그거 진짜랬어. 진주누나네 학년 있잖아. 그 학년은 한 동안 이율곡을 봤다는 얘기가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다들 그냥 선배들이 하는 헛소리구나. 장난도 참, 이랬는데 그게 왜 그랬게?”

 “굿해서 성불하신 거 아니야?”

 “에헤이 이 양반이 이상한 소리를 알맞게도 하네. 물론! 성불 좋지.. 좋은데...에이 야 결아 네가 말해라.”

 “진주 누나가 학당 고등부 3년 내내 그 학년 매 학기 수석이었거든.”

 “근데?”

 “근데는 무슨 근데야. 그 누나 성격에. 어머! 야 대미친 나 이율곡 봤어! 하고 떠들 사람이냐.”

 “진주 누나 2학년 땐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말이 나와서 알게 됐다더라고.”

 “맞아. 어딜 가나 그런 짭들이 있잖아. ‘나 어제 도서관에서 이율곡 봄. 내가 수석인 듯 훗.’ 하는 사람들. 근데 그 진주누나 친구가 그 사람 극딜한거지. 야 진주가 2년 내내 학기 수석인데, 봤어도 진주가 이율곡을 봤겠지! 진주가 봤다고 한 거 봤냐? 네가 본 건 그냥 도서관 귀신~ 도서관 이율곡 완전 헛소문~ 했는데,”

 “내가 나 이율곡 봤는데? 한 거지 거기서.”

  갑자기 등장한 진주에 고개가 훅훅 돌아갔다.

 “어 진주 누나?”

 “오랜만이네요. 누나.”

 “언니, 안녕하세요.”

 “너넨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 안하니? 나처럼 이율곡은 못 봐도 성적은 잘 나와야 하지 않겠냐.”

 “에이 누나 오신 김에 이율곡 이야기 좀 해주고 가세요.”

 “그래. 누나 앉아.”

  착착 진행되는 아이들의 단합에 진주도 결국 자리를 트고 앉았다.

 “누나 요샌 안 바빠?”

 “대협부가 안 바쁜 거 봤냐. 너네 시험 기간이길래 생각나서 왔지.”

 안 그래도 짐이 많더라니. 양손에 바리바리 들고 온 것들이 아이들 먹일 음식이었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한창 먹을 때인 고등학생인지라 아주 먹성 좋게 해치웠다. 그 와중에 결은 아영의 옆에 앉아 콜라고 휴지고 건네주느라 피자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라보였다. 하필 딱 그 맞은편에 앉은 도형은 아주 염병을 떨어요. 생각했다. 아영이 말도 않고 그저 손만 뻗는데 뭐가 필요한 건지 어떻게 알고 아주 정확하게 대령했다. 심지어 가만히 있는 아영에 물줄까? 치킨 줄까? 아주 난리 났다. 거슬린 아영이 결에 귀에 ‘나는 신경 끄고 너나 처먹어’ 속삭였는데, 도형에겐 뭐라 속삭이는지 들릴 리가 없었으니 그것마저도 아주 다정해보였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저 자식들 얼른 사귀던가 하지 왜 저러지? 아. 비밀연애하나 짜식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도형이었다.

 “아니 그래서 이율곡은 어떻게 생겼는데요.”

 지긋지긋한 커플 놀음에서 실증이 난 도형은 진주에게 물었다.

 “이율곡이 이율곡 같이 생겼지. 언니 귀찮게 하지 말고 감사히 치킨 피자나 먹어.”

 “그래 도형아. 음식 식는다.”

 아니 물어본 게 진주누나지 지들이냐고. 아영이 한마디 하자 결이 한마디 더 얹는다. 징그러운 커플. 한마디 더 얹는 저 자식이 더 재수 없어. 아주 똥 씹은 표정으로 그 둘을 보자 진주가 깔깔 크게 웃었다.

 “사람들 말로는 이율곡은 다 다르다더라.”

 “다 다르다고요? 그럼 진짜 귀신인거 아니야...?”

 “아니. 이율곡은 맞을 거야. 너네 이율곡이 장원급제 몇 번 했는지 알아?”

 “그 양반 많이 했다고는 들었는데...”

 “총 9번이래. 학당 고등부 3년이면 총 6학기잖아. 6번 다 다른 이율곡을 봐도 못 보는 3번의 이율곡이 있는 거지.”

 “와, 대박이다. 그럼 누나는 6번 다 달랐어요?”

 “글세... 난 비슷비슷해서 잘 모르겠더라고. 찾아보니까 이율곡은 23살부터 29살까지 9번이래. 유심히 안보면 잘 모르겠지 뭐.”

 “아니 그럼 이율곡이 나와서 뭐래요? 자넨 이번 학기 수석일세! 이러는 건가?”

 “그럴 리가! 도서관에 있다 보면 갑자기 장원급제 행차를 해. 어사화를 쓴 이율곡이 말 타고 지나가. 난 처음에 도서관에서 시험기간 행사하는 줄 알고 시끄럽다고 욕했는데 그게 그거더라.”

 “대박... 이율곡을 보고도 시끄럽다 생각하는 저 본새. 멋있다.”

 “누나 요새도 이율곡 봐?”

 “이율곡은 학당 고등부 한정 아이템이야. 여러분 졸업하기 전에 한 번 보고 졸업해야지.”

 

 -

 

  시험은 끝이 났다. 코피도 흘려가며 몰아치는 실기, 필기시험을 하나하나 도장 깨듯 깨다보니, 그렇게 방학이 찾아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4명 중 아무도 도서관의 이율곡을 본 이는 없었다. 시험을 마치고 학기가 끝날 날만 남겨두고 있었다. 다들 방학에 들뜬 것도 잠시.

 “야 방학 2주 실화야?”

  그렇다. 빡빡한 학사일정으로 도사 학당 천지인의 방학은 단 2주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학당의 학생들은 2주 동안 집에 갈사람, 그냥 학당 기숙사에 남을 사람으로 꽤나 갈렸다.

 “아영아, 너 집에 갈 거야?”

 “글세... 아직 고민 중이야.”

  아영도 고민이었다. 집으로 갈지 어차피 2주 만에 다시 와야 하는 이 학당에 남아 보낼지. 그래도 1학년은 1학년인지라 대다수의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자 했다. 민지와 다은이 아영과 집에 갈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아영의 책상에 그림자가 졌다.

 “아영. 집에 같이 가자.”

 “나 아직 못 정했어.”

 “그럼 나랑 가는 걸로 하자.”

 “아직 안 정했다니까.”“둘이 집에 같이 가?”

  결과 아영의 대화를 그저 바라만 보던 민지가 꼈다.

 “응.”

 “왜?”

 “왜긴 왜야. 둘이 소꿉친구면 같은 동네 살겠지.”

  의외로 다른 아이들은 덤덤하게 넘어갔고 당황은 오롯이 아영의 몫이었다. 아영은 따로 결을 불렀다. 결은 아영이 말하길 가만히 기다렸다.

 “애들이 오해하잖아.”

 “뭘? 같이 가는 거?”

 “응.”“하지만 우리가 같이 사는 걸 말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같이 간다고만 했는데. 네 친구도 같은 동네 산다고 생각하잖아.”

  하, 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도 안다. 자신이 조금 예민하게 군다는 것을. 그럼에도 주위의 작은 반응들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었다. 결은 말없이 입술만 깨무는 아영의 누치를 살폈다. 본인은 그저 아영과 같이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입학해 이곳에 들어올 때도 본인과 같이 차를 타고 가면 편할 것을 아침 일찍 홀연히 떠난 아영이었다. 자꾸만 거리를 두려는 아영에 서운하면서도 그런 아영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닌지라 결도 안타까웠다.

 “내가 조심,”

 “미안해. 내가 좀 예민했다. 먼저 들어갈게.”

  다시 교실로 향하는 아영을 붙잡아 더 이야기 하지도 그렇다고 옆에 따라 붙어 같이 가지도 못한 채 그저 멀어지는 아영의 뒷모습만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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