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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막장 남주가 찾아왔다
작가 : 연새하
작품등록일 : 2019.11.6

그는 내게 그의 형제를 유혹하라 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카일을 유혹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존재감이 없습니다.”

- 부제: 회귀 좀 그만해주실래요.( Feat. 빙의)
단역, 무존재 여주. 존재감이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존재감 어필을 너무 잘해버림 // 표지: 픽사베이 저작권 무료 이미지

 
5. 초상화는 아니잖소
작성일 : 19-11-07 14:51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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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는 카일과 캔디스의 단란한 식사 자리에 나를 끼워 넣었다. 난데없는 불청객의 등장에 카일은 불쾌함을 드러냈다.

 "우리가 언제부터 사용인과 식사를 같이했지."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스쳤다.

 "멜리는 사용인이 아니야. 내 조수라고 했을 텐데."

 "조수나 사용인이나 다 그게 그거 아닌가."

 "달라. 카일. 앞으로 멜리를 함부로 대한다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왜 여기서 그 대사가 나와? 에드워드는 남주답게 남주의 전형적인 대사를 주저 없이 내뱉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엉거주춤했다.

 "뭐해. 앉아."

 "아, 네."

 식탁에 자리를 잡기는 했으나 어색함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체할 것 같은데,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캔디스가 '너 뭐야.' 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왠지 대꾸를 해줘야 할 것 같아 속으로 '사람입니다.' 하며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캔디스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눈을 피하지 않았다. 더 또렷이 나를 응시했다. 왠지 느낌이 싸했다.

 젠장, 파이터의 본능을 건드렸다. 그녀가 저쪽 세상에서 잘나가는 격투기 선수였단 사실을 깜빡했다.

 아무리 체구가 작아지고 가녀려졌어도 그 스킬과 타고난 감각만은 여전하다고 했다. 까불면 쌍코피가 터질지 모른다.

 캔디스를 무시했던 건방진 사용인도, 캔디스를 괴롭혔던 황자와 귀족 영애도, 라스볼트 공작과 재혼을 노렸던 악독한 아줌마도 모두 쌍코피가 터지고 사라졌다.

 방법은 다양했다. 앞으로 넘어지는 척 주먹을, 뒤로 넘어지는 척 팔꿈치 어택을, 공을 차는 척 니킥을 날렸다.

 캔디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렸어야 했다. 이제 와 눈을 아래로 깔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세상 쓰잘떼기 없는 게 나이 부심이라는 건 잘 알지만, 내가 110살이다. 눈앞의 핏덩이에게 얌전히 '언니' 하곤 싶진 않았다. 내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다. 나는 고심 끝에 찡긋 윙크를 날렸다.

 챙그랑.

 캔디스가 흠칫하며 포크를 떨어트렸다.

 "칠칠지 못하긴."

 카일은 캔디스의 손에 포크를 쥐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캔디스는 아무 일도 없던 양 해맑게 웃으며 방울토마토를 콱 찍어 짓이겼다.

 다행히 둔한 두 남자는 두 여자의 일을 몰랐다. 나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존재감을 어필했다는 점에 만족했다.

 그러나 곧 후회했다. 그 후로 캔디스의 시선이 자꾸만 나를 따라다녔다. 복도, 정원, 응접실, 식당, 서재 등등 저택 곳곳에서 시선이 느껴지고 카일과 마주칠 때면 언제건 그녀가 튀어나왔고 튀어나올지 몰랐다.

 내가 있는 곳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 무서울 정도였다. 잘못했다간 그녀의 파이터 본능을 깨울 것만 같아서 카일을 유혹하기는커녕 반경 3m내로는 접근도 못 했다.

 심지어 내 주 통행로에 캔디스의 초상화를 걸렸다. 자신이 언제나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 같았다.

 누군가의 지대한 관심이 이렇게 불편한 건지 몰랐다. 이건 스트레스를 넘어 정신착란을 일으킬 지경이다. 내 방도 누군가 있는 듯하고, 어디서 무얼 하건 누군가 지켜보는 기분이다.

 유일한 안전지대는 에드워드의 연구실뿐이었다. 그곳만은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눈만 뜨면 연구실로 달려가 하루 종일 그곳에서 죽치며 나흘을 보냈다.

 에드워드는 매일 뭘 그리도 만드는지 삼각 플라스크를 늘어놓고 스포이트로 붉은 액체를 똑똑 떨어트렸다. 오늘도 열심인 에드워드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삼각 플라스크를 들고 나를 불만스럽게 보았다.

 "카일을 유혹하랬더니, 왜 매일 여기로 오나?"

 "여기가 제일 안전해서요."

 "안전?"

 "아, 뭐... 여기가 제일 편하더라고요. 생각하기에."

 "무슨 생각?"

 차마 캔디스에게 스토킹을 당한다는 말은 못 하고 시큰둥하게 책상에 엎드렸다. 믿지 않을 게 뻔했다. 그에게 캔디스는 귀여운 레이디니까. 나는 오른쪽 뺨을 책상에 딱 붙인 채 에드워드를 보며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입만 우물댔다.

 "카일을 사로잡을 생각이요."

 에드워드는 영 못 미더운 눈치였다. 자신이 너무 어려운 미션을 주었나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하던 일에 다시 집중했다.

 "근데 뭘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요?"

 "악몽 퇴치약."

 "우. 와. 그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

 나는 하나도 놀랍지 않게 기계적으로 활자를 읽듯 했다.

 "관심 없으면 굳이 대답하지 마."

 "네."

 "근데 누구 주려고요?"

 "캔디스."

 나는 책상에 딱 붙였던 뺨을 떼어냈다. 악몽은 내가 꿀 판이다.

 "캔디스가 악몽을 꾼다고요?"

 "그렇다는군. 얼굴이 초췌해졌어."

 그게 악몽 때문일까. 스토킹을 그만두면 된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에드워드의 덤덤한 말투 속에 애정이 묻어났다. 나는 말을 아꼈다.

 "책에는 캔디스가 악몽을 꾼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내 기억에도 없어. 네가 온 이후로 가위에 눌린다더군."

 악몽을 꾸는 데 왜 나를 끼워넣어? 나는 속으로 할 말을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꾀병이네."

 "캔디스가 그런 잔꾀를 부리는 애는 아니야."

 어련하시겠어. 어화둥둥 캔디스님인데. 그러고 보니 에드워드는 내게서 책을 뺏기 전에 이미 책 내용을 알고 있었다. 캔디스에 대해서도 다 안다는 말이었다.

 "로드, 캔디스가 격투기 선수였던 거 알죠?"

 "그래."

 "그럼 캔디스가 일부러 혀짧은 소리 내면서 귀여운 척하는 것도 알겠네요."

 "캔디스는 그래서 귀여운 거야."

 내숭이 취향인 모양일세. 캔디스가 못생겼어 봐. 그런 소리 나오나. 요정같이 자그맣고 예쁜 애가 그러니까 귀엽지.

 "근데 너."

 "네?"

 에드워드가 제 뺨을 톡톡 두드렸다. 뺨? 나는 거울에 내 얼굴을 비췄다. 내 뺨에 우글우글 나뭇결이 그대로 찍혔다.

 "뭘 이런 것까지 지적해요."

 나는 에드워드를 향했던 얼굴을 반대로 휙 돌려 책상에 엎드렸다. 픽 하고 바람이 새는 듯한 웃음소리가 작게 들렸다. 나는 에드워드를 등진 채 벽을 보며 말했다.

 "카일도 알아요? 캔디스가 내숭 떠는 거."

 "카일은 모를 거야. 영민한 녀석이 그런 면은 둔하더군."

 자기도 몰랐으면서. 책을 봤으니까 아는 거지.

 자유의지를 지녔대도 기본적으로 프그래밍된 취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지우려 해도 그녀가 좋은 걸 어쩌겠나.

 할 일이라곤 쓸데없는 남 걱정밖에 없는 나는 혀를 끌끌 차다가 잠이 들었다. 밤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깊게 자지 못했던 터라 아주 깊게 곯아떨어졌다. 해가 질 무렵 에드워드가 나를 깨워서야 눈을 떴다.

 "그만 자고 심부름이라도 해."

 나는 부스스 눈을 뜨고 느릿하게 일어났다. 에드워드는 딸기시럽 같은 약을 내게 주었다.

 "캔디스에게 전해."

 "직접 주고 싶은 거 아니에요."

 에드워드가 씁쓸하게 나를 내려다봤다. 그는 웬만하면 캔디스를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나는 내키지 않지만, 악몽퇴치약을 받아들었다. 약주는 사람을 치진 않겠지.

 연구실을 나오자 또 뒤통수가 따가웠다. 고개를 홱 돌리자 바람이 휙 지나가고, 회랑의 기둥 뒤에서 금빛 머리칼이 출렁였다.

 하여튼 빠르다 빨라. 운동신경은 타고났나 봐.

 나는 속으로 구시렁대며 캔디스가 숨은 기둥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레이디 캔디스?"

 캔디스가 기둥 옆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정말 초췌했다. 안색이 어둡다 못해 해골이 될 지경이었다. 악몽을 꾼다는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이거 받으세요. 악몽퇴치약이에요. 로드 에드워드께서 전해주라셨어요."

 캔디스는 뭔가 떨떠름해 보였다. 의아한 듯도 하고 '이걸 네가 왜 나에게 줘.'라는 얼굴이었다.

 "레이디를 위해 만든 거예요."

 캔디스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쩐지 그 미소가 꺼림칙했다. 나는 약병을 건네자마자 돌아섰다.

 텅그렁.

 딱딱한 지면에 약병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캔디스가 약병을 떨어트렸다. 다행히 깨지진 않았다.

 내가 캔디스의 시녀도 아니고 굳이 되돌아가 주워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캔디스를 두고 작업실로 돌아갔다.

 "빨리도 왔군"

 "요 앞에서 만났어요."

 "캔디스를?"

 "네."

 "그래. 그럼 너도 그만 가 봐. 시간이 늦었어."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나는 램프를 들었다. 내 방으로 가는 복도는 유난히 어두웠다.

 내가 군식구인 건 알지만, 어떻게 방을 줘도 이런 곳에 준 건지 모르겠다. 사용인들이 쓰는 별채도 아니고, 게스트룸도 아니다.

 에드워드의 연구실과 가까운 곳이긴 한데, 라스볼트가 사람이 거주하는 본채에서 제일 후미진 곳이다.

 오래 일한 사용인들이 아니고서는 있는지도 모르는 곳이다. 그래선지 방으로 가는 길은 청소조차 되어 있지 않고 나 말고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그런 곳에 캔디스의 초상화가 걸렸다. 첫날엔 없었던 초상화가 둘째 날부터 나를 감시하는 모양새로 있다.

 45도로 기울어진 초상화 속 캔디스의 얼굴이 얼마나 생생한지 꼭 내 동작을 따라 움직이는 듯했다.

 나는 눈에 거슬리는 캔디스의 초상화를 노려보았다. 보면 볼수록 초상화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설마, 진짜 감시용인가 싶어 초상화에 마법이라도 걸려있는지 살펴도 보았지만, 마법을 모르는 내가 알 길은 없었다.

 이러다 진짜 노이로제로 정신 이상이 생길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초상화만큼은 내일 꼭 얘기해서 떼버려야지.

 기분 나쁜 초상화를 등지고 짙은 체리색 문을 열었다. 캔들 홀더는 문간에 걸어두고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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