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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막장 남주가 찾아왔다
작가 : 연새하
작품등록일 : 2019.11.6

그는 내게 그의 형제를 유혹하라 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카일을 유혹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존재감이 없습니다.”

- 부제: 회귀 좀 그만해주실래요.( Feat. 빙의)
단역, 무존재 여주. 존재감이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존재감 어필을 너무 잘해버림 // 표지: 픽사베이 저작권 무료 이미지

 
4. 길몽이오
작성일 : 19-11-07 11:11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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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은 단란한 라스볼트 일가를 유지하길 바랐다. 때가 되어 모든 비밀이 밝혀지더라도 두 사람이 가족 이상의 감정이 없다면, 공작이 갑자기 죽지도, 캔디스와 카일도 떠나지 않고 가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놈에게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우리 그냥 이 책을 불태워버리면 안 될까요? 모두에게 자유를! 어때요?"

 "큰일 날 소리. 책이 반 이상 소실되면 그 책은 파기되고 새로운 책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

 "음...... 그럼 로드 카일께서 저한테 넘어올 공략법이라도 있나요?"

 "없다."

 "이상형이라든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기타 등등 아는 거 없어요?"

 "없다."

 "형제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형제끼리 그런 걸 알아서 뭘 하나."

 가족애 넘치는 분인 줄 알았더니, 형제애는 또 다른 모양이다. 나는 테이블 위에 책을 턱, 놓고 놈에게 손을 내밀었다.

 "노트와 펜이 필요합니다."

 "그건 왜?"

 "연구해야죠. 적을 알아야 뭐든 할 거 아닙니까."

 "좋은 생각이군. 여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랬다. 나는 책을 펼치고 각오를 다졌다.

 좋아! 아서를 공략했던 열정으로 카일을 유혹해 보자!

 나는 결의에 차, 입을 앙다물고 책을 펼쳤다. 첫 장부터 카일이 나오는 부분을 꼼꼼히 읽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 책만 봤다. 어깨가 뻐근할 때쯤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났다. 나는 기지개를 쭉 켜며 냄새를 따라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으헙!

 느닷없이 퇴폐미 공격을 당했다.

 놈은 셔츠 단추를 세 개나 풀어 젖히고 상기된 얼굴로 땀을 흘렸다. 가만히나 있으면 좋으련만 흐읏, 흐읏, 얄망궂은 숨소리까지 냈다. 반쯤 풀린 눈도 정상이 아니었다. 얄팍하게 뜬 눈이 촉촉이 젖어서는 뭔가 나른하면서 야릇했다.

 사고력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공격이었다. 홀린 듯 정신이 멍했다. 주책맞게 벌어진 입술에서는 침이 흐르려고 했다.

 쓰읍. 엇! 이게 아니지!

 나는 놈에게서 고개를 멀찍이 떼어내며 소리쳤다.

 "왜, 왜, 왜 그래요!"

 놈은 그냥 말하면 될 걸 굳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작정을 한 건지, 과도한 주인공 설정인지 놈은 얕은 숨소리를 섞어 말했다.

 "먹, 으흐~, 면서, 어흐~, 해에~, 후으~."

 숨 넘어갈 것 같은 육성과 다르게, 놈의 표정은 무심했다. 별거 아니라는 듯 갓구운 마들렌과 따스한 홍차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무, 무슨 쿠키를 주는데, 얼굴에 땀이 나고 눈을 그렇게 떠요."

 "굽느라 힘들어서."

 "구, 구워…. 요?"

 연구실 제일 안쪽 귀퉁이에 화덕이 있었다. 이 작업실에는 정말 없는 게 없고, 이놈은 정말 못 하는 게 없다. 나는 놀란 정신을 순결하게 가다듬었다.

 "이런 건 사용인에게 시키시지."

 "내 취미."

 "아-. 예……."

 취미라는데, 맛있게 먹어주면 되나?

 나는 놈이 준 마들렌을 한입 베어 물었다. 고소한 버터 향이 코로 스미고 달곰한 마들렌이 혀 위에서 부드럽게 뭉그러졌다.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이 정도면 땀 흘릴 만했다. 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목에 힘을 주었다.

 "나만의 특별 레시피로 만들었지. 맛이 꽤 좋을 거다."

 이놈, 기똥찬 놈!

 나는 허겁지겁 마들렌을 입에 넣으며 이제 놈을 놈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놈, 아니 에드워드는 뿌듯하게 나를 보다가 노트로 눈길을 옮겼다. 그는 이맛살을 접더니 노트로 손을 뻗었다. 그에게 노트를 뺏기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의 손이 더 빨랐다. 그는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넘겼다.

 나는 숙제 검사를 받는 아이처럼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았다. 에드워드는 몹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썼다.

 그럴 수밖에. 노트는 백지에 가까웠다. 난 단 한 줄만 썼다.

 「캔띠뜨능 카카가 뚜는 캔띠가 떼일 뚀아효. 헤헤」

 해석하자면 '캔디스는 카일이 주는 캔디가 제일 좋아요.'다. 내가 필기한 건 캔디스가 네 살 때 카일을 발음하지 못해서 카카로 부르던 시절의 그 대사가 다다. 카일이 어떻게 카카가 됐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랬단다.

 아무튼, 하도 건질 게 없어서 그냥 쓴 말이다. 아무리 책을 보아도 연애 세포가 모조리 사망한 나는 사랑에 빠지는 포인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다 캔디스라서, 캔디스가 주인공이라서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는 슬픈 진실만 보였다. 나도 좀 민망해 와락 노트를 뺏어서 덮어버렸다.

 에드워드는 나를 한심하게 보며, 어이 없다는 듯 말했다.

 "네가 이걸 하겠다고?"

 네가라니. 기분이 팍 상했다.

 캔디스는 돼고 나는 안 되나? 뭐 애교는 캔디스만 하라는 법이라도 있나? 특허냈어?

 나는 오기가 나 보란 듯이 혀 짧은 소리를 냈다. 팔도 펭귄처럼 벌리고 어깨까지 들썩들썩하면서.

 "멜리능 멜랑멜랑한 머뛰멜로우가 떼일 또아효!"

 에드워드가 오만상 인상을 썼다.

 "캔디스가 네 살 때나 하던 짓을."

 에드워드가 못 볼 걸 본 양 고개를 돌렸다. 근데 이게 좀 재밌다.

 "에이, 지금도 혀짧은 소리 잘 내던데요. 머뛰멜로우 뚀아효."

 나는 팔을 비비 꼬고 몸도 마구 뒤틀어주었다.

 "하지 마라."

 에드워드가 내게서 완전히 몸을 돌렸다. 난 또 그 반응이 재밌어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뚀아효, 뚀아효 연발했다.

 "그만, 그만, 그만!"

 "우, 놀라라. 뭘 소리까지 치고 그래요 그냥 해본 건데. 설마 내가 카일 앞에서 이 나이 먹고 '머뛰멜로우 뚀아효.' 이럴까 봐요? 저 인지능력 정상이에요."

 에드워드는 내가 미덥잖은지 뚫어지게 보았다. 그러더니 내 손목을 꽉 움켜잡고 연구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어, 어디 가는 거예요! 저 정상이에요. 정상. 다시는 '뚀아효.' 안 할게요!"

 에드워드는 멈추지 않았다. 막다른 복도 끝, 짙은 체리색 문 앞에 이르러서야 나를 놓아주었다. 그는 체리색 문의 손잡이를 잡고 무표정하게 나를 내려다봤다.

 "오늘부터 여기가 네 방이다."

 "네?"

 "쉬어."

 "네?"

 "네가 피곤한 모양이다."

 "괜찮은데요."

 "아니다. 넌 지금 피곤하다."

 "괜찮다고요."

 "넌 지금 피곤하다."

 "괜찮,"

 "피곤하다."

 에드워드는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무한반복 피곤하다에 정말 피로가 느껴졌다.

 아- 내가 피곤하구나.

 나는 최면에 걸린 듯 그가 시키는 대로 침대에 누웠다. 에드워드는 친절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촛불도 후 불어 껐다.

 "그럼 잘 자라."

 그는 인사도 잊지 않고 조심스레 문을 닫고 떠났다.

 나는 그가 이불을 덮어준 고대로 누워 깜깜한 천장을 올려다봤다. 마들렌도 그렇고 참 엄마 같은 놈이다. 이러다 등짝 스매싱도 맞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그런 일은 없길 바라며 반강제로 고된 하루를 종료했다.

 

 

 ***

 

 

 똑똑똑.

 아침부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부스스 일어나 문을 열었다.

 아, 눈부셔.

 문을 연줄 알았는데, 창문을 열었나 보다. 태양의 찬란한 광채가 눈부셨다.

 해님, 죄송하지만 전 잠을 더 자야겠어요.

 나는 문인지 창문인지를 확 닫아버리고 어기적어기적 침대로 돌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움찔 놀라 돌아보며 두 팔로 찬란한 빛을 가렸다.

 “좋은 아침.”

 해님이 말을 했다.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눈을 쓱쓱 비비고 다시 떴다. 눈앞에 에드워드의 얼굴이 태양처럼 동동 떠 있었다.

 "모, 몸뚱이는 어디 가고 머리만 둥둥 떠다녀요?!"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조금 이따 다시 오지."

 에드워드의 머리통이 옆으로 돌아갔다. 금빛 머리칼이 흘러내려 뺨을 덮었다.

 "화, 황금 털실이다!"

 이건 꿈? 그래, 꿈이다. 길몽! 황금 털실이라니, 대박의 기운이다. 저건 꼭 잡아야 해!

 나는 폴짝 뛰어 황금 털실을 움켜잡았다.

 잡았다, 요놈! 아니 황금털!

 "놓아라!"

 말하는 털실이라니. 요고, 요고 보통 것이 아니다. 필시 대단한 횡재수다. 고생 끝! 행복 시작!

 나는 공중에 붕 뜬 상태로 히죽이며 황금털실을 꼭 끌어안았다. 이제 착지만 남,

 쿵!

 뭐지? 엉덩이 우지끈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끝까지 황금털실을 놓치지 않았다. 흐흐. 이렇게 생생한 길몽이라니.

 근데 진짜 넘어진 거처럼 몸이 욱신욱신하지? 보드라운 황금 털실의 촉감도.... 그래도고... 촉감...?

 "으아아악!"

 나는 내 손에 잡힌 머리통을 보고 기겁하며 벽에 착 달라붙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팔다리, 몸통이 다 있는 에드워드가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그, 그러게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꿈인지 현실인지 믿기지 않아, 팔을 꼬집었다.

 아프다. 현실이다.

 나는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바퀴벌레를 피하듯 나를 피해 복도로 휙 나가버렸다.

 또 에드워드의 머리통만 동동 떠 있었다.

 "아- 뭐야. 보호색이었네."

 에드워드가 적갈색 벽지와 똑같은 색의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목까지 꼭 여민 로브는 완벽한 보호색이 되었다.

 "그렇게 있으니까 벽이랑 구분이 안 되잖아요. 얼굴만 동동 떠서 깜짝 놀랐네. 아무튼, 미안해요."

 에드워드는 떨떠름하게 벽과 자신의 옷을 번갈아 봤다.

 "근데 무슨 일로 왔어요?“

 "오늘 아침은 카일과 함께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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