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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슈퍼히어로 변호사
작가 : 앤유
작품등록일 : 2019.11.1

비밀을 품은 변호사!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최연소 검사
최연소 변호사

"인간을 먼저 상대한 다음, 악마를 상대해 주마!"

 
재단 이사의 딸
작성일 : 19-11-07 08:32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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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재단 이사의 딸

 

 

 “저는 잘 모르지만 재단 이사라는 자리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가 봐요.”

 원지연은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상황부터 차근차근 훑어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이사 자리를 별로 원치 않으셨어요. 교장 임기가 끝난 후에 재단 계열의 다른 학교 교장으로 다시 재직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평교사로 돌아가더라도 계속 교단에 서고 싶어 하셨어요.”

 이사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원상태의 나이는 쉰여덟이었다. 교사 정년까지는 아직 몇 년이 남은지라 그 기간을 다 채우고 싶어 했다.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하신 분이군요.”

 “맞아요. 아버지는 천생 교사셨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어했고, 직업 공간으로서의 학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하셨어요. 방학이 있는 것도 좋고, 보수도 충분해서 그 이상의 돈은 바라지도 않으셨어요. 알뜰히 모은 교사 봉급으로 결국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남부러울 것 없이 생활하셨으니 그럴 만도 했죠.”

 스물여덟에 임시 교사직으로 시작한 이후 30년 가까이 원상태는 교사로서의 삶에 충실해 왔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딸도 교사가 되길 원하셨죠. 저도 그러고 싶었고요. 초, 중, 고등학교까지는 장래희망이 무조건 교사였어요. 대학에서도 교직 과목을 이수했고, 졸업 후에 임용시험에 합격해 실제로 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죠.”

 과거형으로 말하는 걸 보니 지금은 아닌 듯싶었다.

 “그런데 막상 교단에 서고 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왔는지 뼈 속 깊이 절감할 수 있었어요. 교사?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남을 가르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실히 깨달았어요.”

 어려운 것을 넘어 원지연에게 그 일은 두렵고, 무모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졌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라면 학원도 있고, 교육 방송도 있잖아요? 요즘은 인강(인터넷 강의)도 많고요. 차라리 유튜브 같은 채널에 강의 내용을 찍어서 올리는 일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교단에 선다는 건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 일은…… 좀 끔찍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매일, 매시간 소모적인 전투를 치르는 것과 같았어요. 탈환해야 할 고지가 어딘지도, 전쟁의 목적 같은 것도 망각한 채 코앞으로 몰려드는 적군을 향해 그저 기관총을 난사하는…… 이해되시나요?”

 영울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끔찍하고 힘들 수도 있는 것인가. 적군을 상대로 전투를 치르는 군인의 마음을 들먹일 만큼.

 “이해합니다. 충분히.”

 나우는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눈빛을 보냈다. 고작 초등학교 생활이 학교 경험의 전부인 사람이 뭘 이해한다고 ‘충분히’라고까지 말하는 걸까.

 “직업상 교사들을 상대할 일도 많습니다. 저에게 소송 문제를 의뢰하러 오는 교사들은 대부분 심적 고충이 크더군요. 원지연 씨처럼 느끼는 교사들이 한둘이 아니니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초임 교사들은 대부분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처음 1, 2년을 보낸다고 합니다.”

 알아줘서 고맙다는 듯 원지연은 짧게 고개를 숙인 후 이야기를 이어갔다. 커다랗게 치켜뜬 검은 눈동자에서 나우에 대한 신뢰가 벌써부터 흘러넘치는 듯했다.

 “저는 일 년도 못 채우고 교직을 떠나고 말았어요. 지금은 모교인 창성대학교로 돌아가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부업 삼아 조교로도 일하고 있고요.”

 창성대학교는 원지연의 아버지 원상태가 이사로 재직 중인 창성재단 계열에 속한 학교였다. 창성대학교를 비롯하여 4개의 사립 고등학교가 재단하에 있었다.

 “아버지는 몇 번이고 고사했는데도 재단 이사회에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아버지를 데려갔어요. 어쩌면 그때부터 아버지의 수난이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원지연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와 콧등의 땀을 찍었다.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바깥 온도는 3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실내 온도도 28도는 족히 넘은 듯했으나 이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벽걸이 선풍기 두 대가 소파 쪽 벽과 탕비실 쪽 벽에 각각 붙어 있을 뿐이었다. 선풍기 두 대를 동시에 가동해도 사무실 전체에 바람이 돌기는 부족했다. 특히 나우의 자리 쪽이 그랬는데, 나우는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 듯 그런 걸로 불만을 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무실에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대표 변호사가 더위에 불만 없다고 하니 누구도 에어컨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주여리에게 직방으로 바람을 선사하는 탕비실 쪽 선풍기는 이미 돌아가고 있었다. 주여리는 더위를 못 참는 성격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자신의 자리 쪽 선풍기를 항상 틀었다.

 강 대표가 길쭉한 몸을 일으키더니 소파 쪽 벽에 붙은 선풍기를 가동했다. 굉음을 내며 선풍기 대가리가 돌아가자 그래도 더위를 몇 발짝 쫓아낼 만큼의 바람은 불어왔다.

 원지연이 ‘고마워요’하고 인사를 건넨 후 주여리를 향해 ‘죄송하지만, 보리차 한 잔 만 더 주실 수 있나요?’하고 물었다.

 마치 식당에서 물을 달라는 것처럼 거침없이 말하는 원지연의 행동에 영울은 조금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주여리의 눈치를 살폈다. 주여리는 옅은 미소가 그려진 가면을 뒤집어쓴 것 같은 얼굴로 탕비실로 가더니 보리차가 든 보냉 주전자를 통째로 가져와 원지연 앞에 내려놓았다. 원지연이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고마워요, 언니.”

 “언니가 아닐 수도 있는데……?”

 “몇 살이시죠? 전 스물여덟인데?”

 주여리는 원지연을 빤히 내려다보더니 말없이 돌아섰다.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한 방 먹은 얼굴이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주여리의 나이에 조금 더 근접해 가는 순간이라 영울로서는 뭔가 득을 본 기분이었다. 적어도 스물여덟보다는 많다는 건가?

 “그래서…….”

 나우가 이야기를 본궤도로 올려놓고 있었다.

 “재단 이사로 재직하면서 아버님께 무슨 문제가 생긴 거죠?”

 “모르겠어요. 표정도 어둡고, 자주 한숨을 내쉬곤 했어요.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봤자 본인의 걱정을 딸에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분이 아니시거든요. 저에게 교단 일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에게는 재단 일이 그랬는지 몰라요. 한바탕 전투를 치른 듯 지친 모습이거나 전투를 치르기 직전 긴장하고 초조한 모습이 대부분이었어요. 계약 임기 3년만 채우면 세상없어도 그만두시겠다고 했어요.”

 올해가 2년 차였다. 그리고 마침내 일이 터졌다.

 “보름 정도 전부터 아버지 얼굴이 더욱 심각해 보였어요.

 스트레스받거나 지친 얼굴이 아닌 뭔가에 쫓기는 얼굴이었고,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누군지는 모르고요?”

 “몰라요.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아버지가 아주 쩔쩔 매고 있었어요.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냐 물어도 역시 대답이 없으셨죠.”

 “통화하는 모습을 보셨다고 했는데…….”

 조용히 듣고만 있던 강 대표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때 원지연 씨가 보신 걸 좀 더 상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상세하나 마나…… 통화 내용을 엿듣진 못했으니까 뭐라 말씀드릴게…….”

 “아버님의 목소리는 들으셨겠죠?”

 “……네에.”

 “기억나는 말이 없나요? 아버님께서 전화기에 대고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요?”

 “안 된다는 말을 몇 번 했어요.”

 “‘안 된다’고 하시던가요, ‘안 됩니다’라고 하시던가요?”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구분해서 질문할지는 몰랐는지 원지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직 탐정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 모습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안 됩니다’라고 존댓말을 썼던 것 같아요. 아니 그랬어요. 분명히 그렇게 들었어요.”

 “그렇군요. 또 다른 말씀은……?”

 “도대체 왜 그런 걸 하느냐고 따졌던 것도 같아요. 역시 존댓말을 쓰면서…….”

 원상태에게 ‘어떤 나쁜 짓’을 시킨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원상태보다 연장자이거나 직급이 높거나, 함부로 반말할 수 없는 상대다.

 강 대표는 진짜 탐정처럼 날카롭게 몇 번 파고들더니 다시 입을 다물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죠?”

 나우가 질문했다.

 “아버지가 공격을 당했어요.”

 “공격이라면…… 어떤 식으로?”

 “린치를 당했어요.”

 “어디서?”

 “밖에서 맞고 들어오셨어요. 열흘 쯤 전에 처음 당했을 때는 코피가 나고 얼굴에 멍이 든 정도였어요.”

 원지연은 그 모습만 보고도 기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기겁할 일은 그 일이 있고 이틀 후에 일어났어요.”

 비명이 들려 대문 밖으로 나갔더니 검은 승합차 한 대가 꽁무니를 보인 채 저만치 가고 있었고, 길바닥에는 원상태가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온 몸이 피투성이였어요.”

 정말 기겁할 일이었지만 원지연은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구급차를 불렀고, 원상태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다. 몸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다리를 못 쓰게 됐어요. 무릎 아래 정강이뼈가 양쪽 모두 분절성 골절로 조각나 있었어요. 흩어지고 어긋난 뼈를 조각 맞춤해서 원상태로 이어 붙이려면 양쪽 다리 모두 번갈아 대수술을 진행해야만 했죠.”

 다행히 수술 일정이 곧바로 잡혔고,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수술 결과를 계속 지켜봐야 했기에 당분간은 입원 치료가 불가피했으며, 치료가 끝난 후에도 예전처럼 걷기는 힘들 거라고 말했다. 어쩌면 남은 생을 지팡이에 의존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진단서를 끊었죠. 무려 전치 20주가 나왔어요.”

 “린치를 가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냈나요?”

 “모르죠. 아버지가 입을 열지 않았으니까요.”

 “어째서……?”

 “아버지는 협박을 당하고 있어요. 린치를 가한 사람이 누군지 폭로하게 되면 그 사람도 아버지의 약점을 폭로하게 될 거예요.”

 “손익을 따져봤을 때 입 다물고 있는 게 이익이라 판단하신 건가요?”

 “아마도…….”

 원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도 못 했어요. 의사한테도 불량배에게 얻어맞았다고만 말했고요.”

 “하지만 입 다물고 계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맞아요.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면서도 계속 불안해하세요.”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러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시원스럽게 답을 해 주지 않으세요. 후회스럽다는 둥, 저한테 미안하다는 둥 알 수 없는 소리만 하시고요.”

 “아버님의 약점이라는 게 뭔지 짐작 가시는 게 없어요?”

 “없어요. 아버지는 교사로만 30년을 살아오신 분이에요. 강직하고, 청렴하신 분이시죠. 뭘 후회하고, 저한테 뭘 미안해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아무리 강직하고 청렴하게 사신 분이라고 해도…….”

 나우가 원지연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실수는 하기 마련입니다.”

 “실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요. 실수로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덮어버리려고도 하죠.”

 “아버지가 그랬을까요?”

 “글쎄요. 지연 씨께 정말 아무 말씀도 없으셨나요?”

 “아무 말도…….”

 원지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여길 찾아오신 이유는 저희에게 사정을 밝히고자 하는 게 아니라 사정을 들으러 와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군요.”

 “맞아요.”

 원지연의 시선이 강 대표에게 향하는 순간 그녀의 입가에 다시금 짧은 웃음이 피어났다.

 “탐정님을 아버지께 모셔가기 위해서예요.”

 

 *

 

 “인 변이 좀 맡아 줄 수 있겠나?”

 “제가 아니라 대표님을 찾으신 것 같은데요?”

 “아냐. 난 일선에서 물러난 몸이야. 인 변이 없다면 몰라도 나보다 훨씬 유능한 사람이 있는데 내가 나설 필요는 없어. 또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런 사건은 결국 법률적인 문제와 얽힐 수밖에 없어. 인 변이 맡는 게 여러모로 나아.”

 강 대표가 차분히 나우를 설득하고 있었다. 나우가 거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싶었다. 두 사람은 탕비실 탁자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영울도 원두커피를 내리기 위해 탕비실에 있었다. 의뢰인이었던 원지연은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조금 전에 돌아갔다.

 “몇 가지 사건이 겹쳐 있긴 합니다만…….”

 나우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으며 몇 초간 생각하더니 ‘알겠습니다’하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일단 원상태 씨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법률적인 부분 말고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을 해 주게.”

 “그러죠. 거기, 한영울.”

 나우의 시선이 갑자기 영울을 향했다.

 “예?”

 “한가하게 커피나 내리고 있을 여유가 없어. 외근이니까 준비해.”

 그러면서 나우는 자기 앞에 놓인 에너지 드링크를 벌컥벌컥 마셨다.

 “먼저 나가 있을 테니 반이 밥을 챙겨주고 곧장 나오도록 해.”

 영울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애써 내린 커피를 머그잔 째로 냉장고에 넣었다.

 또 새로운 사건의 시작인가.

 인앤강의 사건 접수 목록에 ‘원상태 케이스’가 오르는 순간이었다.

 

 *

 

 똑똑.

 “들어오십시오.”

 “실례합니다.”

 나우가 먼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고, 이어서 비타민 음료가 든 박스를 한 손에 든 영울이 뒤따라 들어왔다. 맨 마지막으로 강 대표가 목과 어깨를 구부린 채 큰 키를 잔뜩 죽이며 들어섰다.

 “법률사무소 인앤강의 선임 변호사 인나우라고 합니다. 원상태 씨죠?”

 “아…….”

 원지연으로부터 사정 얘기를 다 들은 듯 원상태는 곧바로 나우와 영울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만 두 다리에 석고 깁스를 하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원상태는 침대에 누운 자세로 고개만 까딱거리는 인사밖에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몸이 이래 놔서…….”

 “아닙니다. 불쑥 찾아와서 저희가 죄송합니다.”

 “지연이에게 얘긴 들었습니다. 오늘쯤 오실 거라고…….”

 “몸은 좀 어떠십니까?”

 나우는 간단히 몸 상태를 확인했고, 대화를 나누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음을 확인했다.

 “참, 여기 대표님도 함께 왔습니다.”

 상관없는 사람처럼 한 발짝 떨어져서 멀뚱히 서 있는 강 대표를 나우가 소개했다. 강 대표를 발견한 원상태의 표정에서 안도의 빛이 흘렀다.

 “아. 강 선생님께서 함께 오셨군요. 이렇게 다시 뵈니 정말 반갑고 안심이 됩니다.”

 “별말씀을…….”

 강 대표는 짧은 말 줄임으로 수년 만에 만난 인사를 대신했다.

 “저는 탐정사무소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언제 법률사무소로 바뀐 건지…….”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나우가 대답했다.

 “주로 소송 건을 맡고 있지만 법률적인 자문이 필요한 사건도 종종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언뜻 듣기에도 소송과 법률적 자문이 모두 필요한 케이스 같더군요.”

 “그런가요?”

 “지연 씨로부터는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우는 현재 원상태가 안고 있는 문제와 고민을 모조리 듣고 싶어 했다.

 “그런데 변호사님. 그리고 강 선생님…… 먼저 한 가지 약속을 해 주셨으면 하는데…….”

 “뭡니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모두 지연이에게는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연 씨가 법률적 책임을 물어야하는 당사자가 되지 않는 이상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누설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원상태는 소처럼 움푹 들어간 눈을 끔벅이며 나우의 말을 천천히 이해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 재단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원상태는 그렇게 말한 후 다음 말을 시작할 적절한 단어를 생각하는 듯 잠깐 머뭇거렸다.

 “악마…….”

 더듬거리며 한 마디를 내뱉더니 이내 그 말에 확신을 가진 듯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악마가 나타났어요. 재단에 악마의 손길이 뻗쳤어요.”

 “악마라…….”

 나우가 자못 무심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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