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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23화
작성일 : 19-11-07 06:55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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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드디어 읽고 있던 소설의 엔딩 크레딧을 다 본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꽤 슬픈 엔딩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눈물이 나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풍의 결말이 처음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기도 했지만, 집중해서 한 번에 몰아보지 못한 탓에 몰입이 잘 안 되어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아마 유리를 만난 날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일이 많았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일에도 시간을 쓰다 보니 평소보다 읽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것이 싫거나 아쉽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며 가상의 존재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유리와 현실을 함께하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만남부터 애절한 이별까지 보았기에 약간의 여운은 존재했다.

 

  꼭 이렇게 끝났어야만 했을까…….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무섭게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의 톱니바퀴.

 

  하지만 그렇기에 소설인 것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을 겪기에 주인공들이며, 조명을 받을 수 있던 것이다.

 

  분명히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두 사람의 행복을 바랐겠지만, 결말을 정할 권리는 온전히 작가에게 있다.

 

  누구도 개입할 수 없으며 예상할 수 없다. 작가가 정해놓은 결말을 향해 가슴 아프더라도 나아가고, 끝내 슬퍼하거나 웃는다.

 

  이것이 소설의 묘미이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부 이것을 즐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주인공들의 결말에 유감을 표하며 미련 없이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숨으로 마침표를 찍은 뒤 무상무념의 자세를 가졌다.

 

  길고 길던 내용의 결말을 보고 난 뒤 느껴지는 이 감각. 결국은 끝났다는 허무함인지, 바라는 결말이 안 났다는 것에 대한 허탈함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책을 덮고 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칠판 위 중앙에 불안하게 세워져 있는 시계는 보니 1교시 쉬는 시간이 절반 정도 지나고 있었다.

 

  고작 1교시인가. 남은 교시는 적당히 수업을 듣다가 자야겠군.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이제 다른 책을 살 때까지는 적어도 수업 시간에 책을 읽다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교실에는 얼마 남지 않은 고사로 인해 화기애애하지 못하고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덕분에 나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 불만은 없다. 오히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학생이 열을 올려 공부를 하니 간단한 대화가 아니면 눈치껏 복도에 나가거나 밖을 산책하며 나누는 규칙도 암묵적으로 생겨났다. 그 때문인지 교실이 꽤 휑했다.

 

  고정되어 있던 뻐근한 목을 천천히 돌렸다. 옆자리에서 바위처럼 굳어서 자는 강지석이 보였다. 그리고 문득 앞문 너머에서 싸한 느낌을 받았다.

 

  시선 감이랄까. 인간은 신기하게도 누군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똑바로 향하고 있다면 미미한 전파를 받게 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은 뇌피셜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 감각을 제법 믿는 편이다. 착각인 경우가 비중이 더 크지만, 의외로 맞을 때도 있다.

 

  그래도 당연히 착각일 것으로 생각했다. 강지석을 제외하면 누구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딱히 특정 무리에도 속해있지 않은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살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어서 이 꺼림칙한 감각에 착각이라는 라벨을 붙여 사라지게 하려고 구태여 앞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열려있는 문의 너머로는 복도 창틀에 기대거나 걸터앉아 종알종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반 여학생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움찔할 정도의 눈빛을 쏘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예슬하. 도도하고 예쁘다기보다는 잘생긴 얼굴에 쿨한 성격을 가져 여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또, 베일 정도로 날카로운 눈매와 쿨하다기 보다는 차가운 성격을 지닌 것은 만천하 남학생이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남학생들에게도 인기는 있었지만, 그녀에게 함부로 장난을 치는 이는 없었다.

 

  놀라운 건 그런 그녀와 눈을 마주친 건 우연이 아닌 모양이다.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고, 마주친 눈은 피할 낌새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과연 어째서 나를 보고 있었으며, 피하지 않고 저렇게 꼿꼿이 보고 있을까? 확실한 건 결코 좋은 의미를 담은 눈빛은 아니었다.

 

  그녀는 현재 눈엣가시를 보듯 눈총을 쏘고 있다. 겨드랑이에 팔짱을 끼고 절대로 먼저 피할 생각은 없다는 것처럼 정면으로 이쪽을 직시하고 있었다.

 

  친밀도가 조금 형성되어 있다면 눈싸움을 거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이성이 서로 눈을 마주쳤을 때 장난으로 쏘아본다던가, 당황한 탓에 서로 무심코 바라보게 된다던가, 그런 것과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싸늘했고, 독기가 느껴지며, 내 쪽에서 먼저 꺼지라는 의사가 똑똑히 전해져온다. 금방이라도 그 차가운 눈빛에 동사할 것만 같아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눈을 돌렸다.

 

  고개를 돌렸음에도 찜찜한 시선 감이 느껴졌다. 기분 탓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더는 의식하지 않기 위해 팔을 깔고 그 위에 이마를 얹었다.

 

  눈을 감았지만, 이것은 결코 잠을 자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반드시 이유를 알아내는 타입이다. 그것이 거북할지라도 꿈나라로 도망친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머릿속을 비우고, 예슬하에게 원한을 살만한 짓을 했었는지 뇌를 풀가동시켜서 기억의 수색을 시작했다.

 

  사람이 고의로 저렇게까지 쳐다볼 정도면 분명 뭔가 크게 응어리질만한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와 관련된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잡히는 게 없었다. 오히려 관련된 기억 자체가 없는 수준이었다.

 

  2년째 같은 반에 배정됐지만 예슬하라는 여학생과는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가벼운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을뿐더러 같은 조가 되거나 짝이 된 적도 없었다.

 

  아마 그녀가 나를 저렇게 쳐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임이 분명하다. 그야, 아무리 둔한 사람도 저 정도 독기를 뿜는 시선을 지금까지 못 알아차렸을 리가 없다.

 

  아마 근래에 그녀와 어떠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갔다고밖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고작 몇 초 동안 느꼈지만, 그녀의 눈빛은 사과를 바라기보다는 노골적인 혐오를 담고 있었던 것 같다.

 

  미간을 찡그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에는 일방적인 증오의 감정이 느껴졌었다. 용서할 생각조차 없다는 것처럼 싸늘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아, 설마 체육시간 때인가?

 

  피구 시간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발을 밟거나 밀쳤기에 내게 앙금이 생긴 것이라면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래도 뭔가 그런 적당한 이유일 것 같지는 않았다. 감이지만, 저런 이유로 그렇게까지 째려보는 여학생은 아마 세상에 없다. 적당히 응징했는데 그녀 특유의 눈매 탓에 그렇게 보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세게 밟혔거나, 튕겨 나가서 구를 정도로 피해를 당하였음에도 사과를 받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째려보지는 않을 것이다. 더불어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내가 인식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여기서 뭔가, 달갑지 못한 기억이 선처럼 그어지더니 이윽고 굵직하게 문장을 자아냈다. 하지만 너무나도 신빙성이 있어 보여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 예슬하는 아마 진하영과 가까운 친구라는 것.

 

  단짝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들은 1학년 때부터 자주 붙어 다니곤 했다. 몇 명을 더 포함해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둘은 유난히 붙어 다녔던 것 같다.

 

  2학년이 돼서도 둘의 우정은 변함이 없어 보였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예슬하와 연결되는 다리는 진하영 외에는 없었다.

 

  시기로 보아도 적절하다. 월요일, 나와 진하영은 ‘그 대화’ 이후로 전혀 말이 없었다. ‘그 대화’에 대해서는 마음속으로도 서술하기 어려웠다.

 

  어떤 구체적인 목적도 내놓진 않았지만, 분명히 서로의 마음을 전했고, 끝내 둘의 사이를 종결시킨 그 대화.

 

  진하영과 오래 붙어 지낸 만큼 예슬하는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하영이 내게 어떠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분명 그것 또한 알고 있겠지.

 

  그리고 현재 나와 진하영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의 의미를 그녀가 눈치채고, 벗의 마음을 아프게 한 대가로 나를 미워한다, 정도일까.

 

  억측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답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구멍에 딱 맞는 블록을 끼워 넣은 것처럼 이미 고정되어 확신이라 여겨졌다.

 

  저게 정답이라면 미운 오리가 되어버린 나도 예슬하의 태도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소중한 친구의 마음에 공감하며, 상처를 낸 자를 찾아 증오하고 있을 뿐이다.

 

  의리와 공감 등 유대감으로 끈끈하게 붙어 마음을 공감하는 청소년기에 친구의 적을 함께 미워한다는 행위는 흔히 있는 일이며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어도 미움받는 입장에 서게 되니 평온하지만은 못했다. 께름칙한 느낌이 가슴에서 가시질 않았다.

 

  이 답답함은 도대체 누구를 향한 걸까? 이 상황을 향한 것 같기도 하며, 예슬하를 향한 것 같기도 했고, 어쩌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어떻게 해야 되었을까. 그 선택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내 최선이었을까, 좀 더 진하영의 마음을 배려할 순 없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2교시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복도에 있던 무리가 교실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몇 분간의 예상에 확신이라는 도장을 찍듯, 이런 말이 들렸다.

 

  “염치도 없지.”

 

  두근, 하고 가시에 찔리듯 공격을 감지한 심장이 한 차례 반응했다. 그 말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너무나도 선명하고 또렷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게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핑계가 들었지만, 확실한 건 고개를 든다 하여도 어쩔 것인가.

 

  그저 엎드린 상태로 답답한 마음에 볼품없는 한숨을 쉬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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