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6
작성일 : 19-11-06 22:40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39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일 이후로 을련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삼일간 세차게 내린 비로 인해 가뭄을 피하게 된 을련국. 을련국에는 후궁 하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이 비가 내렸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쫙 퍼졌다. 지금까지도 정말 그러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분명한 건 십년 정도 진행됐던 가뭄 속에서 그때 최초로 비가 내렸다는 사실이다. 후궁이 기후제를 지낸 바로 그 순간에.…

 

 - 을련황국사기 中

 

 

 *

 

 

 "이게 정말 사실이란 말입니까."

 "얼마 만의 비입니까. 정말…."

 "우리 눈으로 보지 않았습니까. 그 후궁이 기도 드리는 장면 말입니다."

 "그렇죠. 뭐, 그 뒤로 비가 내리긴 했는데…."

 

  을련국에 십년만에 비가 내렸다. 황궁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한낱 후궁이 마음을 다 해 드린 기도에 하늘이 응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태후는 불편한 심정을 숨기고 이마를 꾹꾹 눌렀다. 그녀의 눈치를 보던 상궁은 들고 있던 부채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황제는 모든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 없었다. 분명 의아하고 경악할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그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그렇다. 그들에게 이미 태후가 섭정하는 세상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조용."

 "……."

 "대신들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하오나, 태후마마…."

 "입단속 잘하세요. 괜한 소문 돌게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녀의 말에 순식간에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그제야 좀 마음에 들었는지 태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들이 쉬쉬하고 있어도 이미 전국적으로 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진 소문을 어찌할 것인가. 무엇보다 점점 황궁과 수도 지역을 제외하고 물이 없어 말라 죽는 낙후된 지역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에 비가 내렸다. 피폐해진 그들은 후궁의 간절한 기도가 닿았다는, 기적과도 같은 말을 쉽게 믿었다.

  그리고 그 소문이 퍼지게 만든 자는 이안이었다. 매화에게서 미리 '자신이 비가 내리게 할 것이다'라는 서신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와, 정말 비가 쉬지 않고 내립니다. 너무도 신기해요."

 "비오는 광경이 흐릿했는데 이리도 볼 수 있다니. 다행이구나."

 

  외명부가 시끄럽듯 내명부 또한 시끄러웠다.. 막상 그 시끄러움을 만든 대상자인 매화는 조용히 차만 마시고 있었다. 자신이 했다는 사실을 딱히 알리고 싶은 행동으로 보이진 않았다. 저리도 태연하다니. 자란은 잠시 생각하다 매화에게 물었다.

 

 "설재인."

 "네, 마마."

 "비가 내릴 걸 어찌 확신했소?"

 

  차를 마시고 있던 자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매화를 쳐다봤다. 그들 또한 그녀가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매화는 그녀의 말에 잠시 시선을 돌리더니 방긋 웃었다.

 

 "확신했다기 보다는, 정말 마음을 다해서 기도했사옵니다."

 "기도를 했다?"

 "네, 마마. 제가 이정도 기도했으니 하늘이 자비를 베풀어 조금이라도 비를 내려주지 않을까 했사옵니다."

 "허, 그대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했구만."

 "그저 제 간절한 마음이 강했을 뿐이지요."

 

  물론 다 거짓말이었다. 마음을 다해서 기도했더니 비가 내린다? 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그런 기적 같은 일은 드물다 못해 없는 경우가 파다했다. 그녀가 비를 내리게 한 건 그런 일이 아니었다.

  순전히 비가 내린 건 그녀가 하나 남은 나이야족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나저나 그대가 비를 내리게 하자마자 오사로 표정을 봤는가."

 "저 봤습니다. 입술 뜯으며 분해하던걸!"

 

  예리가 손을 번쩍 들며 해맑게 말했다. 자란도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어지간히도 통쾌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가 건방지게 쳐다보던 모습, 네가 할 수 있겠냐며 업신 여기던 표정이 선명하다. 잠깐 본 그 자는 자신만 알며 다른 사람을 무시했다. 자란이 싫어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꼴 좋더구나. 여태까지 비도 못 내린 무능한 자가 감히."

 

  정말 싫어하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매화는 차 한 모금 마셨다.

 

 "황후마마는 어찌 확신하십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화비."

 "설재인이 비를 내린 걸 어찌 확신하시냔 말입니다. 우연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여태까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던 화비가 말했다. 성격상 조용히 있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차갑게 톡 쏜다. 자란은 그 말도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하지만 여태까지 그 누가 기도해도 내리지 않았다."

 "그건…."

 "한 후궁이 기후제를 드렸는데, 우연적으로 그 순간에 비가 내렸다. 그것도 여태까지 더 화려하고 거대한 규모의 기후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지금에서야 내리는 걸까."

 "……."

 "아니라고 해도 그것 또한 설재인의 운 아니겠는가."

 

  아주 우연한 순간으로 그녀가 기도를 드리는 그때에 비가 내렸다. 확실히 그게 설령 우연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보기에는 그녀가 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게 진실이었다. 화비는 잠깐 톡 쏘려는 듯 표정을 일그리다가 찻잔을 들어올렸다. 딱히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만 물러들 가게. 천위제에 비까지 내리니 신께서 을련국을 굽어 살피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를 즐기면 되는 걸세."

 "예, 마마."

 

  자란이 다과회를 파하고 각각 후궁들은 자신들의 궁으로 흩어졌다. 매화는 곧장 자신의 궁으로 향했다. 그녀를 뒤따르던 소나는 궁 안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자 자신의 소매에 감추었던 서신을 빼들었다.

 

 "마마, 서신이 왔사옵니다."

 "내게 주게."

 

  그녀의 손에 얹어지자마자 거친 손길로 묶여있는 줄을 풀었다. 그리고 촤락- 펼쳐낸 서신에는 빼곡히 글자들이 박혀 있었다. 이안에게서 온 서신이었다.

 

 [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곳 또한 그러한지요. 말씀하신대로 소문은 잘 퍼트려 놨습니다. 지쳐있는 백성들은 쉽게 그 사실을 믿었습니다. 태후가 막으려고 해도 소용 없을 겁니다. 부디 무탈하시길. ]

 

  제대로 소문이 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매화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곧장 서신에 불을 붙였다. 촛불에 닿은 서신은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타들어갔다. 이를 위해서 내 그리 부탁했거늘, 잘 해준 모양이었다.

  나이야족은 날개가 있는 종족. 누구보다 높게 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연과 친했다. 단순히 동물, 식물이 아닌 말 그대로 '자연'과 친했다. 그들은 바람과도 인사했고, 햇빛과도 닿아있었다.

  오사로가 이 사실을 알면 아마도 기도실을 만들어준 사실에 아주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그녀는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떠올리며 웃었다.

 

 "소나야, 재를 치우거라. 나는 잠시 루가와 함께 기도실에 다녀오겠다."

 "알겠습니다, 마마."

 

  분명 보성이라면 '끝났는데 거긴 또 왜 가십니까?'라고 말하며 불만을 터트릴 게 뻔했다. 그러면서도 궁금해하겠지. 거기에 어떤 꿀단지를 숨겨놓은 건가 하고. 소나는 궁금해하지 않아 좋았다. 그녀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그게 나았다.

  기도실에 도착한 매화는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재단이나 성스러운 물잔이 있을 것 같던 기도실에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었다. 그녀는 꽉 막힌 장소를 잠깐 둘러보다가 창문을 조금 열었다. 그 창문 틈 사이로 바람이 몰려왔다.

 

 - 네 말대로 비구름을 이쪽으로 몰았다.

 "고마워."

 - 비구름들이 억지로 비를 짜내고 있어. 싫다며 울고 있다.

 "그렇겠지. 애초에 피냄새가 지독하다며 들리지 않던 곳인데 아주 죽을 맛일 거야."

 -나중에 그들을 직접 만나 인사를 전해.

 "한동안은 못 날 거야. 하지만 난다면 꼭 그들에게 전할게."

 -…그래, 하나 남은 아이야. 난 이만 갈게.

 

  거친 바람이 그녀 곁을 맴돌다 빠르게 사라졌다. 그녀는 곧장 문을 닫았다. 아주 작게 속삭였지만 혹시 누가 들었을까 나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루가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누구 없었지?"

 "네, 마마."

 "그래. 이만 궁으로 가자."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이제 이 곳은 올 리 없을 거다. 자신의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아직 자신에게 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발걸음 할 황제를 생각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곧 반응이 오겠지. 그녀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32 2019 / 12 / 10 237 0 4369   
31 31 2019 / 11 / 18 241 0 3686   
30 30 2019 / 11 / 10 247 0 3464   
29 29 2019 / 11 / 9 260 0 3767   
28 28 2019 / 11 / 8 223 0 4445   
27 27 2019 / 11 / 7 233 0 3117   
26 26 2019 / 11 / 6 235 0 3954   
25 25 2019 / 11 / 5 235 0 4526   
24 24 2019 / 11 / 4 235 0 3657   
23 23 2019 / 11 / 3 250 0 4252   
22 22 2019 / 11 / 3 257 0 5490   
21 21 2019 / 11 / 2 227 0 4355   
20 20 2019 / 11 / 2 221 0 4327   
19 19 2019 / 11 / 1 216 0 5553   
18 18 2019 / 10 / 31 220 0 4259   
17 17 2019 / 10 / 31 250 0 4371   
16 16 2019 / 10 / 30 243 0 4171   
15 15 2019 / 10 / 30 255 0 3965   
14 14 2019 / 10 / 28 224 0 4630   
13 13 2019 / 10 / 27 230 0 4786   
12 12 2019 / 10 / 26 226 0 4313   
11 11 2019 / 10 / 26 241 0 4171   
10 10 2019 / 10 / 25 242 0 4082   
9 9 2019 / 10 / 24 242 0 4351   
8 8 2019 / 10 / 22 247 0 4681   
7 7 2019 / 10 / 21 232 0 4482   
6 6 2019 / 10 / 20 232 0 4349   
5 5 2019 / 10 / 19 265 0 4027   
4 4 2019 / 10 / 18 246 0 4304   
3 3 2019 / 10 / 18 234 0 429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용사의 세계로
어항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