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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브리튼 던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8

블루튜더의 전사였던 요한은 레드튜더와 전쟁 준비 중 블루튜더가 레드튜더에 흡수되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탈단하여 외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요한 앞에 아무라는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09
작성일 : 19-11-06 22:30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1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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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씨, 우리 마을에서 나가주세요.”

 

  참으로 당돌하고 황당한 말이었다. 대놓고 나가달라고 말하는 알베르토. 요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긁은 다음 그에게 물어본다.

 

  “어째서죠?”

  “당신이니까요.”

 

  다시금 날카로운 가시가 알베르토의 말을 타고 요한의 가슴을 찌른다.

 

  “마치 저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까? 저도 아니길 바랍니다만, 당신은 요한 델 베르난데스잖아요. 회색전쟁의 영웅. 블루튜더의 기둥. 다시금 튜더들끼리 전쟁을 하는 지금의 상황에 한 때 전장에서 그렇게 불린 당신이 여기 있습니다. 블루튜더를 떠난 당신이요.”

 

  알베르토의 언성이 조금 높아진다. 알베르토의 말에 요한은 움찔한다. 그가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어중이떠중이였다면 저는 아무 상관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대륙 전체에 이름이 퍼져 있는 거물 중 하나죠. 그런 당신이 한적한 시골에 있다고 한다면 불안하지 않을까요?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있겠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나가주길 바라는 겁니다. 이 조용한 마을에서 전쟁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은 이젠 없었으면 하니까요.”

 

  알베르토의 말을 듣고 요한은 다시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을 바라본다. 회색전쟁. 두꺼운 만큼이나 여러 사건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전쟁 후 황제 [윤디요 튜더] 암살을 당했고 핑크튜더는 몰락했으며 나머지 튜더들이 황제의 자리를 놓고 다시금 제 2차 튜더 전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런 전쟁의 칼날 속에서 요한은 블루튜더를 떠나 여기에 왔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묻으려고 말이다. 알베르토의 말을 듣고 요한은 역시 깊은 숲속으로 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베르토 씨의 말은 부정적이게 현실적이군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행동하는 걸 선호하거든요. 그래야 닥쳐오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떠났으면 하는 거군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알베르토는 침묵하지만 그것엔 그 말에 긍정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요한은 회색전쟁 책을 내려놓는다. 그는 알베르토에게로 천천히 다가간다. 알베르토와 눈을 마주보며 요한은 천천히 입을 연다.

 

  “당신이 어떤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당신의 말에는 제가 어지간해선 토를 달지 않으려고 했고요.”

 

  알베르토는 요한의 눈을 바라본다. 푸른 벽안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목에 들어오는 칼날을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성인군자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뭐죠?”

  “당신의 말은 맞아요. 이해도 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말을 따르고 싶진 않네요.”

  “……이해를 했다면 그래도 생각은 해볼 줄 알았는데 유감이군요.”

  “여기 온지 얼마 안됐을 때의 나라면 분명 당신의 말에 동요하거나 그걸 핑계 삼아 다른 곳으로 가버렸겠죠.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를 인정해주고 나를 여기에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요.”

  “당신은 그 사람들을 상처 입힐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말이죠.”

 

  알베르토는 요한의 눈을 노려본다.

 

  “여태껏 외지인이 들어와 일으키는 문제들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경우 발생되는 문제의 크기를 이 마을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어요. 분명 마을 전체를 뒤집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문제가 될 겁니다. 그때는 당신조차도 감당하기 힘들겠죠. 당신도 마을사람들도 모두 상처를 입고 말 겁니다. 그전에 떠났으면 하는 겁니다.”

 

  알베르토는 단호했다. 그 단호함은 분명 깊은 생각과 걱정에서 비롯된 만큼 단단하고 굳세다. 요한도 그건 인정한다. 아니 오히려 마을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론이었다. 그러나 요한 또한 물러설 뜻은 없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짓은 이제 안하고 싶네요.”

  “하지만 어차피 당신은 떠날 사람 아닙니까? 일찍 떠나든 늦게 떠나든 그건 시기의 문제일 뿐 일텐데요?”

  “……제가 떠날 사람이라고요?”

 

  요한이 의문을 표하자 알베르토는 쏘아붙이듯 말한다.

 

  “당신은 언젠가 마을을 떠나 다시 전장으로 갈 사람입니다. 당신은 절대로 이런 곳에 묵묵하게 지낼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의 역사가 그랬고 당신의 행동이 그랬습니다. 제가 볼 때, 당신은 그저 지친 심신을 쉬기 위해 여기 온 거에요. 마음의 피로가 회복되면 다시 이곳을 떠날 사람이란 겁니다. 아닙니까?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런데 그 잠시 때문에 마을이 피해를 봐야 하나요?”

  “…….”

  “어차피 떠나실 거라면 어설프게 마을 사람들의 곁에 남지 말고 확실히 정리해서 떠나주셨으면 합니다.”

 

  알베르토의 말에 요한은 피식 거리며 웃는다.

 

  “자신의 상처 뒤에 숨어있으면 무례한 말을 해도 정당할거라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정해놓은 틀에 나는 억지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당신의 무례한 말 하나 때문에 제가 떠날 일은 없을 거란 겁니다.”

 

  아까와 다르게 요한의 말이 무겁다.

 

  “떠날 사람이니,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니, 당신의 상상에서 비롯되는 모든 것들에 나는 대응하지 않을거란 이야기입니다. 물론 당신의 걱정은 옳아요.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위해 나를 희생할 필요는 없지요.”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떠나라. 근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요? 저는 이 마을이 좋고 이 마을에 쭉 눌러 살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마을사람들도 저에게 다정하고요. 당신은 저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상관 안 합니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성인군자라고 생각하셨나요? 부탁하면 뭐든 들어주는 사람인 줄 아셨다면 착각입니다.”

  “……문제가 터지면 당신은 또 당신이 몸을 담았던 곳에서 나와야 할지도 모르죠. 여기 오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어떤 녀석이 그러더군요. 적어도 너 스스로 네가 있을 곳은 부수지 말라고. 그래서 저는 스스로 제가 있을 곳을 부수지 않을 겁니다. 만약 부순다면 마을 사람들이 직접 나서겠죠. 그러면 그때 가서 생각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요한은 알베르토에게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간다.

 

  “저에게 말하는 무례를 봐주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세 번 씩 말하고 있지만 저는 그렇게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마음에 안 든다고 10년간 몸 바쳐 싸웠던 곳에서 뛰쳐나온 놈인데 다른 곳에선 뭔들 못하겠습니까?”

 

  알베르토는 요한의 눈을 피해버린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살면서 이렇게 압박을 받아본 기억은 없었다. 흔히 말하는 살기를 내뿜을 거란 예상과는 달랐다. 무겁게 짓누르는 무게감 때문에 알베르토는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 했다.

 

  “알베르토 씨, 앞으로 마을에 일어날 일보다는 일단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자고요.”

 

  요한은 위압을 거두고 웃으며 알베르토에게 말한다. 알베르토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요한을 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가 비틀거리며 빗자루를 가지러 간 사이, 요한은 좀 너무했나 싶어 머리를 긁적거린다.

 

  “기분 나빠서 살짝 위협을 했는데, 역시 일반인에게 쓰는 건 안 좋네. 자중해야겠어.”

 

  요한은 그러면서 책을 다시 옮기기 시작한다. 책을 한 곳에 다 옮겨놨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도서관 안을 울린다.

 

  “이요오오오오옵! 내가 왔다! 알베! 뭐해?”

 

  오늘도 활기찬 레이미였다. 알베르토는 귀찮은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짓더니 대청소 중이라 오늘은 놀아줄 시간이 없다며 돌아가라고 말한다.

 

  “놀아줄 필요 없어! 책 빌리러 왔으니까!”

  “이번에도 [녹스 대륙 101가지 속설] 빌리려고 하는 거지? 미안하지만 오늘은 대출도 안 돼. 나중에 다시 와!”

  “금방 읽고 갖다 놓을게! [리자드포크 메이드]를 빌리러 왔어!”

  “그, 그, 그, 그, 그, 그, 그건 네가 아직 보면 안 되는 거야!”

  “후후후, 아직 보면 안 되는 이유를 나는 알고 있지.”

 

  레이미의 말에 알베르토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당황한다.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지금 뭘 알고 있다고?”

  “그거야 너무 재밌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얼른 찾아줘!”

  “그, 그건 어른이 돼서 보는 거야! 레이미한테는 아직 일러!”

  “어, 그런 거야? 되게 어려운 책이었나 보네. 쳇.”

  “도, 도, 도대체 어떻게 네가 그 책을 알고 있는 거야?”

  “응? 소라 언니가 책 읽고 있길래 무슨 책 보냐, 무슨 책이 제일 재밌냐고 이것저것 물었더니 가르쳐 주던데?”

  “소라 이 미친년이……!”

 

  알베르토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그런 책은 지금 보면 안 되고 어른이 되면 봐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레이미는 시시하다면서 그럼 다른 걸 읽겠다며 책을 이것저것 뒤져본다.

 

  “책 섞이면 정리할 때 힘들어! 나중에 다시 오라니까!”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계속 나중에면 지금 심심한 건 어떡해? 나중에도 놀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

  “어. 그건…….”

 

  알베르토가 당황하자 레이미는 이겼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다시 책을 뒤지기 시작한다. 요한은 레이미에게로 다가가 지금은 청소중이니 나중에 오라고 이야기한다.

 

  “오, 대장! 일하는 중이었어?”

  “그래, 열심히 돈 버는 중이었지. 레이미가 방해하면 나는 오늘 집에 늦게 갈지도 모르겠는걸.”

  “움, 알았어. 그럼 나는 책을 읽는 대신 오늘 대장의 일을 도와주도록 하지! 대장, 뭐 시킬 거 없어?”

  “나를 도와줘도 나는 레이미에게 보수를 줄 수 없는데?”

  “괜찮아! 세상살이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

  “……음, 그럼 일단 이 책들을 누가 훔쳐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어줄래?”

  “예쓰 썰!”

 

  어줍잖은 경례를 하며 레이미는 쌓아놓은 책 위에 걸터앉는다. 요한과 알베르토는 빗질을 하면서 도서관 구석구석의 먼지들을 쓸어낸다. 쓰레받기로 먼지들을 밖으로 내보낸 후 물걸레로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으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레이미가 물걸레로 바닥을 닦으며 달려간다. 알베르토가 그러다 넘어진다고 말하자마자 미끄러지더니 도서관 바닥을 구른다. 알베르토가 괜찮냐고 달려가지만 레이미는 금방 일어나더니 다시 걸레질을 한다.

 

  세 명이서 합심한 결과인지 청소는 제법 빠르게 끝났다. 이제 책을 옮기기만 하면 된다. 레이미는 알베르토와 같이 책을 옮기는 중이었다. 알베르토는 레이미를 보더니 넌지시 말을 건다.

 

  “레이미는 저 요한 씨를 제법 잘 따르네?”

  “대장이기 때문이지!”

  “어째서 대장이 된 거야? 대장은 쭉 레이미였잖아.”

  “그렇지? 나도 꽤나 대장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장한테는 안 되겠더라고.”

  “뭐가 안됐는데?”

  “그 아빠 말로는 뭐시냐, 아우라? 기량이라고 하는 게 내가 딸려서 말이지. 나보다 지히? 지위력도 좋고 애들도 잘 돌보고, 일도 잘하고, 나체의 마왕이고, 검술도 멋지잖아. 어쩔 수 없이 양보했지. 좋은 자리에는 좋은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법이랬어.”

  “……레이미는 대장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네.”

  “그렇지. 레이미가 잡혔을 때 구해주러 왔는 걸? 내가 좀만 더 컸으면 반했을 거야.”

 

  그렇게 웃는 레이미에게 알베르토가 묻는다.

 

  “……만약 대장 때문에 레이미가 상처를 받으면 어쩔 거야?”

  “응? 대장이 나를 해치우려고 해?”

  “아니, 그게 아니라. 만약에……. 대장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겨서 그것 때문에 너랑 가족이랑 마을이 위험해진다면? 너는 그때 어떻게 할 거야?”

  “……음.”

 

  레이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한다.

 

  “대장이 알아서 하겠지, 뭐. 대장일이니까.”

  “……대장 때문에 네가 상처를 받았어도?”

  “그건 좀 슬플 것 같긴 한데, 대장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대장도 그것 때문에 힘들 거 아냐? 그러니까 그냥 대장을 믿고 있을래. 분명 그런 일이 벌어져도 대장이 잘해줄 거야.”

  “……만약 대장이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땐 내가 도와줘야지! 대장이 그랬거든! 자기도 못하는 일이 있으니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나를 좀 도와달라고. 히히.”

 

  알베르토는 해맑게 웃는 레이미를 보며 말한다.

 

  “레이미는 대장을 참 좋아하는구나? 외지인인데.”

  “좋은 사람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야! 좋은 게 좋은 거지!”

  “……레이미는 나보다 더 어른이네.”

  “음? 어른이면 [리자드포크 메이드] 봐도 돼?”

  “아니.”

 

  너무 단호한 알베르토의 말에 레이미는 풀이 죽고 만다.

 

  점심이 훌쩍 지난 시간, 도서관 청소는 끝이 났다. 레이미가 자기 덕분에 빨리 끝났으니 찬양하라며 득의양양하자 요한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고 알베르토는 카운터를 정리한 후 이번일의 보수를 들고 요한에게 다가간다.

 

  그는 레이미에게 가봉드 할머니의 쿠키를 준다.

 

  “오아아아아아! 이렇게 귀한 거 나 줘도 되는 거야?”

  “오늘 열심히 도와줬으니까 이 정도는 줘야지. 고생했어, 레이미.”

  “알베도 고생했어! 나 이만 돌아가 볼게, 대장! 밥 안 먹고 돌아다닌다고 엄마가 또 혼낼지 몰라!”

 

  레이미가 떠나고 알베르토는 요한에게 보수를 주며 말한다.

 

  “역시 저는 당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당신에게 더 이상 떠나라곤 말하지 않겠습니다. 적어도……. 당신이 저 소녀의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는 않길 바랄 뿐입니다.”

  “……주의하도록 하죠.”

 

  도서관을 떠나는 요한을 보며 알베르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후…….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네.”

 

  한편, 요한은 보수를 받고 살롱으로 가던 도중 발을 멈춘다. 그는 일전에 앨리와 함께 갔던 절벽으로 향한다. 푸른 바다와 마주한 요한은 머리에 박힌 말들을 빼내려 애를 쓴다. 그 말들을 넓은 바다에 던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말이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나가주길 바라는 겁니다. 이 조용한 마을에서 전쟁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은 이젠 없었으면 하니까요.’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있겠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러나 되뇌면 되뇔수록 머리에 쑤셔 들어가는 이 말을 요한은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

 

 

  오늘도 요한은 퀘스트 지점을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요새 부쩍 지치고 힘들다. 알베르토가 했던 말들이 아무리 거르고 걸러도 걸러지지 않고 마음에 들러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멍하니 있다가도 불쑥 떠올랐기에 요한의 스트레스는 하루하루 쌓여가고 있었다.

 

  그렇게 알베르토만큼이나 긴 다크써클을 한 채 요한은 퀘스트 게시판에 적힌 전단지들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오오, 나체의 마왕님! 오늘도 활기! 찬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요한이 뒤를 돌아보니 소라 히토미가 붉은 눈을 반짝이며 요한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활기 발음 좀 제대로 해줄래? 되게 억양이 방금 이상했거든?”

  “어머어머,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신 거예요? 변태네요 아주.”

  “뭐? 누가 누구보고.”

  “하지만 전 그런 변태를 사랑하죠.”

 

  그녀는 요사하게 빛나는 눈으로 요한을 바라본다. 소라 히토미는 갈반, 알베르토와 같은 나이의 소꿉친구인데 흔히 브리튼 던의 3총사를 말하면 얘네들을 뜻한다. 다들 색감도 강렬해서 브라운 갈반, 다크 알베르토, 레드 소라 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드 소라에게 걸리면 귀찮아 지기에 요한은 신경을 끄겠다는 의지로 퀘스트 게시판을 훑어본다.

 

  그러나 먹잇감을 입에 문 하이에나는 입에 들어온 것을 놓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알베르토 한테 다녀왔다면서요? 어때요? 녀석 꼿꼿하게 잘 서던가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 잘 서고 잘 걸어다니냐고 물어보고 있는 건데……?”

  “……,”

 

  언제나 이런 식이다. 소라는 언제나 이런 강렬한 농담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요한은 같은 또래인 갈반과 알베르토에게는 존대를 하지만 이 아가씨에겐 반말로 할 정도로 험하게 대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요한님은 보기와는 다르게 음란하시다니까요. 후우, 제 나이가 만 20세가 넘은 걸 다행으로 여기세요. 만약 몇 살 더 어렸다면 큰일이었다고요.”

  “정말이지 어쩌다 입만 닫으면 멀쩡한데…….”

  “입을 닫으면 안 되죠. 인생 사 먹고 싸는 게 연속인데 먹는 게 없으면 싸는 것도 없잖아요? 그럼 인생이 안 풀린다고요.”

 

  요한은 알았다면서 계속해서 소라를 무시하려고 애를 쓴다. 소라는 그런 요한을 바라보다가 싱긋 웃더니 그의 손을 붙잡는다.

 

  “자, 나마요 씨! 오늘은 저랑 같이 일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죠?”

  “어, 나는…….”

  “저도 전단지 붙이러 온 거였는데 뭐, 겸사겸사 같이 가시죠. 제가 가득 넣어드릴게요!”

 

  그러면서 소라는 요한을 잡아 끌며 자신의 과수원으로 향한다.

 

  소라의 가족은 과수원을 하고 있는데 주된 과일은 포도, 복숭아, 사과를 하고 있다. 그중 소라는 사과를 맡고 있는데 특이하게 그녀가 키우는 건 오이사과라 불리는 과일이었다.

 

  오이처럼 길쭉한 사과인데 아삭거림과 당도가 다른 사과의 4배나 되기 때문에 굉장히 인기가 많다. 다만, 기후와 토지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데다 키우는 사람의 정성에 좌우되는 과일이기 때문에 키우는 수고가 많아 재배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편이라 값이 꽤나 비싼 편이었다.

 

  “자, 오늘은 오이사과를 수확하는 일이에요?”

  “츄르릅, 오이사과라…….”

 

  오이사과는 요한도 좋아하는 과일이었다. 워낙 까다로운 과일이라 만나볼 기회가 적었는데 이렇게 주렁주렁 열려있는 사과들을 보자니 입에 침이 고이는 건 당연했다.

 

  “나, 이거 이렇게 엄청 열려있는 거 처음 봐…….”

  “헤헤, 열심히 쓰다듬어서 키운 놈들이라고요! 하아아아…….”

 

  그녀는 오이사과 하나를 따더니 볼을 비비며 얼굴을 붉힌다.

 

  “정말이지 잘 여물어서 빨갛게 달아올라 반짝반짝 빛나는 탱글한 이 살을 앙 하고 깨물어보고 싶지 않나요?”

  “……굉장히 위험한 말 같았는데 방금.”

  “따는 김에 하나 드셔 보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오이사과 하나를 단숨에 깨물어 먹는다. 마치 잘 만들어진 탄산음료를 마시듯 그녀의 표정은 행복으로 가득 찬다. 잘먹는 모습을 보며 따라 먹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 요한은 이 귀한 과일을 먹어도 되나 싶지만, 이미 욕망은 사과 하나를 이미 딴 후였다.

 

  껍질을 뚫고 새어나오는 상큼한 과일의 향에 요한의 입에는 침이 전투태세를 마친 상태. 입으로 가져가 한 입 베어물자 일순 딱딱하게 까득 거리는 식감이 그의 입을 즐겁게 한다. 이후 사각사각 부드러운 셔벗처럼 부서져 혀에 내려앉는다.

 

  단단한 다음에 오는 부드러움을 누가 거부할 수 있으랴. 혀에 내려앉은 사과의 상큼한 풍미와 단맛은 일반 사과와는 다르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목으로 넘어가면서도 맛이 느껴지는 게 가능한가? 목구멍에서 조차 단맛과 상큼한 과즙이 그 존재감을 내비친다.

 

  정신을 차린 요한은 이미 사과 하나를 전부 끝장낸 상황.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요한을 보며 소라가 사과를 잘 따면 몇 개 그냥 주겠다는 말에 요한의 의욕이 샘솟는다.

 

  “자, 이런 걸 따시면 되는 거예요. 크기도 길고 굵기도 굵은데다 이 단단함. 아아, 정말 마음에 쏙 들어요.”

  “……정말 정말 위험한 말 같았어, 방금.”

  “도대체 과일 이야기를 하는데 뭐가 위험하단 거예요?”

  “음, 아니야. 아무것도…….”

  “음, 아무것도라니 아무의 여러 것을 본 모양이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의 페이버릿 치킨 종류 같은 거요.”

  “…….”

 

  요한은 됐다면서 소라의 과수원 일을 돕는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소라가 뛰어난 농부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오이사과의 품질은 전부 최상급이라 어느 것부터 따야할지 막막했다. 전문 농부들조차 키우는데 애를 먹는 이 과일을 저 아가씨는 어찌 이리 잘 키워낸 걸까?

 

  요한의 질문에 소라의 말은 간단했다.

 

  “공기 좋고, 토지 좋고, 바람 좋고, 햇살 좋고. 제가 하는 게 뭐 있나요? 자연이 빚어주는 거 대충 내가 손보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그리고 이 녀석들은 잘 삐지고 토라지거든요. 그래서 더 신경을 써줘야 해요.”

  “토라지고 삐져?”

  “네. 과일들은 새침때기들이라 자기들을 신경 안 써준다고 하면 그만큼 삐진 채로 열매를 맺거든요. 그럼 단맛은 없고 오만상 시기만 한 녀석들만 나와요. 그래서 언제나 잘 돌봐줘야 하죠. 볕은 잘 드는지 물과 비료는 잘 주는지, 땅은 이상이 없는지, 벌레가 파먹는지, 꽃들은 잘 피는지.”

  “마치 사람 같네.”

 

  그 말을 듣고 요한이 중얼거린다. 그러자 소라는 큰소리로 웃는다.

 

  “꺄하하하하하! 맞아요! 그렇지만 사람보다는 이 녀석들이 더 알기 쉽죠.”

  “음? 어떡해? 말이 안 통하는데 사람보다 더 어렵지 않아?”

  “말이 통한다고 서로를 이해를 할 순 없죠.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잖아요. 말은 거짓말을 달고 오니까요. 이 녀석들은 말이 없는 대신 몸으로 보여줘요. 내가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말이에요.”

 

  그녀는 오이사과 하나를 베어 먹는다.

 

  “그래서 이 녀석들 앞에선 거짓말을 못해요. 내가 거짓말을 한 만큼 이 녀석들도 그대로 대답해주거든요.”

  “그렇구나…….”

  “그래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3할 정도에요. 나머지는 자연이 허락해줘야 하는 거죠.”

  “……흠, 어렵네 농사라는 건.”

  “부지런한 만큼은 돌려받는 게 농사라지만, 때때론 노력을 배신하는 것도 농사죠.”

  “그래서 이번에는 자연이 허락해줬어?”

  “음, 제가 올해 좀 많이 예쁜 모양이에요.”

 

  생긋 웃는 소라의 모습이 귀엽다. 그녀와 요한은 오이사과를 한 박스 딴 다음 쉬는 시간을 가진다. 역시 새참은 오이사과. 요한은 맛있는 오이사과를 그냥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아삭아삭 하나하나 제대로 씹으며 맛을 보던 요한에게 소라가 넌지시 알베르토에 대해 말한다.

 

  “알베르토, 그 녀석.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음?”

  “알베르토한테 들었어요. 요한 씨한테 나가달라고 그랬다면서요?”

  “……별 걸 다 이야기하네.”

  “히히, 그 녀석 가끔 힘들면 우리한테 이야기하거든요. 갈반이랑 나한테. 요한 씨를 보고 있으면 괴로운가 봐요. 부모님 생각이 나서요.”

  “……역시 그렇겠지? 내가 블루튜더에 속해 있었으니까.”

  “그래봤자 요한 씨도 그때는 풋내기였잖아요. 당시 초짜에게 원한을 품는 건 쪼잔한 알베르토 다운 모습이지만.”

  “그래도 내가 블루튜더였고……. 그 일에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아무 말대로 멘탈이 약하네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

  “내 성격이 이래서 어쩔 수 없거든?”

 

  으르렁 거리는 요한을 보며 소라가 생긋 웃는다. 그러더니 그녀는 턱을 괴고 다시 알베르토의 이야기를 한다.

 

  “순간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어요. 그럴 때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괴로워서 기억해내려고 악을 쓴대요. 그러다가 희미하게 기억이 스며들 듯 떠오르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고 해요.”

  “…….”

  “어릴 적 기억이라는 건 참 미묘하죠? 슬픈 기억이든 좋은 추억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져 버리잖아요.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고 그때 그런 분위기만 남게 되는 느낌. 알베르토는 그걸 견딜 수 없겠죠. 옅어져버리면 흔적이 사라져 버리니까.”

 

  남의 이야기를 하는 소라였지만 흡사 자기가 직접 겪은 것처럼 말을 한다. 그러나 소라의 가족은 멀쩡히 잘 있다. 그런 그녀가 알베르토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이유를 요한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소라는 알베르토를 많이 생각하고 있네?”

  “알베르토 뿐이겠어요. 갈반 녀석도 강한 척은 엄청 하는데 요번에 쓰러진 거 보세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 놈들을.”

  “…….”

 

  요한은 말없이 미소를 짓는다. 브리튼 던에 와서 요한은 이런 모습에 자주 감동을 느낀다. 잔잔히 흘러가는 물결 위에 꽃잎들이 하나 둘 그 위에 앉아 천천히 봄을 알리는 그 따스한 느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그 마음.

 

  “좋네.”

  “네?”

  “아니, 좋다고. 바람이랑 향기가.”

  “그쵸? 잘 익은 과일향기는 사람을 참 흥분시킨다니까요?”

  “음, 그 말만 아니었으면 내 기분이 좀 더 좋았을 거 같아.”

 

  세르반테스가 어째서 이곳을 추천했는지 요한은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름다운 풍경이란 자연을 뜻하기도 했지만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말하기도 했다.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걱정하며 서로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요한은 관을 찾으러 이곳에 왔다. 요한 델 베르난데스라는 사람이 죽을 관을.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요한에게 힘든 일을 이겨낼 풍경을 보여줬고, 밤새 내리는 비에 우산을 건네줬고, 바다의 맛을 알려줬고, 자연에 감사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죽으로 온 사람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줬다. 오이사과를 많이 먹어서 일까? 가슴속이 충만해진 기분이 든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그럼 나머지도 얼른 따볼까? 오이사과를 왕창 뜯어가야지.”

  “따먹는 거 좋아하시는구나. 원하시는 만큼 따먹어주세요.”

  “……방금 그 말 엄청정말매우 위험한 말이었어.”

  “사과를 따먹는 게 위험한 말인가요?”

 

  요한은 소라를 외면하지만 아직 사과오이의 단맛이 입에 남아있어서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

 

 

  세인트 블루 타워. 회의실에서 블루튜더의 간부들이 한 가지 안건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들 중 금색의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남자가 손을 든다.

 

  “역시 죽이는 편이 좋겠죠.”

 

  그의 말에 회의장이 일순 술렁거린다. 블루튜더 현 단장인 프로디터는 주변을 조용히 시키고는 그 단발머리 남자를 향해 이야기를 계속해보라고 한다.

 

  “현 블루튜더와 척을 지게 될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놔두다간 그 녀석을 추종하는 놈들이 그놈에게 가세해서 우리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놈이 마음만 먹으면 그런 짓은 능히 하고도 남죠.”

  “프티 브르쥬. 너의 말은 잘 알겠지만, 그 놈은 녹스 제국 전역에 이름이 알려진 거물이다. 그를 죽이는 건 우리의 행동에 누가 될 수 있어.”

  “그럼 죽여도 될 명분을 만들면 되죠. 조금만 건드리면 됩니다. 그리고 때마침, 우리에게 그 놈을 죽일 카드도 들어왔지 않습니까?”

  “……그 녀석 말인가? 막강한 전력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라 위험해서 쓰고 싶지 않다만.”

  “그러나 그 놈은 분명 우리가 원하는 걸 이뤄줄 겁니다. 젤릿츠 폰 슈니첼은 그런 남자니까요. 그리고 이미 제가 그놈이 움직일만한 물밑작업들을 해놨습니다. 들쑤시면 나오게 말이죠.”

  “알았다. 너의 뜻대로 하지.”

 

  프로디터는 책상을 치면서 말한다.

 

  “요한 델 베르난데스. 블루튜더의 배신자인 그를 처단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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