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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리고 그 후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7

2014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이 후 인류는 멸망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설전은 변해버린 환경과 그것에 적응해가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일상을 쓰는 아포칼립스 일상물.

 
19 - 다이나믹 듀오 (4)
작성일 : 19-11-06 22:27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1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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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대형마트 창고 입구 앞에서 대범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잠시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해야 했다. 아침에 보낼 때만 해도 철조망을 가지러 간다고 나갔던 애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애들은 철조망은커녕 프라모델 박스 두 개만 버젓이 들고 있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설전과 두호, 두 사람의 뒤를 이어 들어온 사람들 때문이었다. 분명 철조망을 가지러 간다고 했던 녀석들이 지금 철조망 대신 프라모델 2개와 처음 보는 사람 5명을 데리고 온 것이다.

 

  5명이다. 소규모 가족 시대에 5명은 꽤나 많은 인원이었다. 아니, 지금 설전네 가족만 해도 처음 3명에서 지금 영혜 하나가 추가되었고 거기다 두호네 식구들 4명 +1명, 총 9명이 지금 이 마트에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5명이 더 들어오겠다니.

 

  대범은 계속 머리를 문질러댔다. 13명... 보람이네 아이까지 합하면 14명이나 된다. 척 봐도 많아 보이는 인원. 대범은 갑작스럽게 늘어난 인원에 난감하다. 물론 이런 상황에 인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당장 3명만 있었을 때 정찰은커녕 제대로 된 물건들 가지러 오는 데 힘이 꽤 들었으니까.

 

  경계는 물론 괴물들의 난입을 고려해도 인원이 많으면 저항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효율적이며 빨리 끝낼 수 있다. 언제 누가 죽을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인원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대범의 상황에선 이 인원 추가가 그리 달갑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두호네가 갑작스레 식구가 되어 식량이라든지 소총, 총알 분배에 권란과 설전이 애를 먹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식구가 무려 5명이나 늘다니.

 

  설전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머리에 상처가 나 피를 흘리고 있는 애한테 뭐라고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대범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창고 안으로 들어가라며 엄지를 가리킨다. 어쩔 수 없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이유를 대며 내쫓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살인과 마찬가지였으니까.

 

  대범은 일단 사람들을 안으로 들여보낸다. 영혜가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온 설전을 걱정하며 그에게 간다. 설전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한다. 영혜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파악을 하려 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수진, 치수를 보고 흠칫 놀란다.

 

  그건 진주, 치수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은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며 서로를 껴안는다.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두호와 설전, 대범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 모두 어안이 벙벙했지만 아마 세 사람 서로 사연이 있으리라 보고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두호는 대범에게 이 사람들을 어찌해야할지 물었고 대범은 일단 2층 침구코너로 올려보내라고 말한다. 두호가 사람들을 이끌고 2층으로 가자 대범은 설전을 데리고 마트 내 약국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저번에 난 상처가 다시 터진 모양이었기에 치료를 위해 데리고 간 것이다. 대범이 능숙하게 설전의 머리에 소독약을 바르고 지혈을 한 다음 붕대로 묶는다. 응급처치를 마친 설전은 2층 침구코너로 향했고 대범은 2층 직원 사무실로 올라가 권란에게 간다. 곧 보람과 정제, 권란과 대범의 말을 듣고 침구 코너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마트 내부에서 13명의 사람들, 아기 하나를 추가해서 14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2층 침구 코너 중 전시용 침대 위에 보람네 가족이 앉고 그 옆을 설전네 가족, 그리고 데리고 온 5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설전은 일단 가족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동을 설명한다. 말하는 와중 권란의 표정은 심상치 않게 굳어졌지만 설전은 그녀의 표정까지 신경 쓰진 못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설전네 가족들이 먼저 소개를 시작했다. 대범과 권란이 설전의 부모님이라는 것을 밝혔고 설전은 이 마트에 자리 잡은 첫 번째 원주민임을 강조하다 대범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며 꾸중을 들었다. 영혜와 영우를 건너뛰고 두호와 정제의 차례로 넘어갔다.

 

  두호와 정제는 서로 설전의 친구라고 소개한 뒤 정제는 보람의 남편이자 갓 태어난 아이의 아빠라는 것도 덧붙였다. 자연스레 보람의 차례로 넘어갔고 보람 또한 설전과 아는 사이이자 아이의 엄마임을 알렸다.

 

  “아이 이름은 아직 안 정한거야?”

 

  “그냥 방긋이라고 부르고 있어. 방긋방긋 잘 웃는 게 이뻐서.”

 

  “그냥 번데기라고 짓지 그랬냐.”

 

  설전의 어이없는 핀잔에도 보람은 방긋이를 품은 채 그저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우와 영혜 차례가 되었다. 두 눈이 퉁퉁 부어있는 영혜가 코를 훌쩍이더니 입을 연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영혜, 그리고 여기는 제 동생 이영우입니다. 나이는 제가 20, 영우는 14예요.”

 

  영혜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영우도 그런 누나를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영혜의 소개가 끝나자 이어 영우도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그리고 영우를 마지막으로 마트 주민들의 인사가 모두 끝났다.

 

  “그럼 이제 제 차례인가요. 저는 정태훈이라고 합니다.”

 

  “어? 정태훈...이라면 그...?”

 

  “네. 현기성 기업 회장, 정용훈의 첫째 아들. 정태훈입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감탄사를 연발했다. 현기성이라면 가전제품, 자동차, 스마트폰 등으로 유명한 회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거기다 그 현기성 회장인 정용훈도 우리나라 최고의 갑부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 갑부였다.

 

  그 대표갑부의 장남이 지금 여기 있는 정태훈이다. 신문에도 오르내리며 후계자니 왕자니 언론에서 떠들어 대던 사람이 바로 이 정태훈이라는 사람이다. 모두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물론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오, 아저씨 높은 사람이었어요?”

 

  설전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정태훈을 바라보았다. 정태훈은 간만의 주목에 으쓱거리고 있다 설전의 반응에 약간 실망한 듯 그렇다고 대답했다. 설전은 오 그렇구나 하더니 그저 멀뚱하게 정태훈 옆에 앉은 치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정태훈은 그 눈치의 의미를 알아차리고선 기분 나쁘다는 듯 치수를 툭 건드렸다. 설전이 그런 태훈의 모습을 아니꼽게 쳐다보았지만 치수가 입을 열자 이내 다시 치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치수는 현 19세,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그는 괴물들에게 부모님을 여의고 군 피난소를 전전하던 중 사냥꾼들에게 끌려왔다고 했다.

 

  수진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현 18세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그녀는 야간자율학습시간에 괴물이 습격하자 학교를 도망쳐 나와 그 길로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1년 동안 떠돌아다니며 있었다고 한다. 헌터에게 잡힌 지는 이제 3달째로 접어들고 있었다고 했다.

 

  그 다음은 박재연. 수진과 같은 18세로 친구들과 당구를 치던 중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이후 그 때 당시 사람들과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하며 지내다가 벽을 오르는 괴물을 만난 이후로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괴물들을 피해 먹을 게 있는 슈퍼나 편의점들을 전전하다 헌터들에게 잡혔다.

 

  설전은 영혜와 무슨 관계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는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랬다. 서로 부둥켜 울고 있는 것을 보면 각별한 사이 같아 보였지만 시시콜콜 아픈 상처를 들출까봐 조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치 없는 정태훈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듯 보였다.

 

  “근데 아까 저 아가씨랑 부둥켜서 운거야? 아는 사이야?”

 

  정태훈의 말에 치수와 수진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태훈은 내가 괜한 말 한 건가하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치수는 그저 먹이였던 시절 같은 방을 쓴 동기였다고 말한 다음 입을 닫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지애라는 여자의 차례였다. 그러나 막상 입을 연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이름 최지애. 나이 24세. 전직 외과 간호사였으나 병원에 들이닥친 괴물들 때문에 피난소로 대피. 그 후 군부대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하던 도중 사람들 중 괴물로 변한 사람이 있어 피난소에서도 도망. 그 후 헌터들에게 붙잡혀서 헌터들을 치료하는 역할로 생존. 유일하게 인간을 먹는 행위를 거부할 수 있었으나 후에 사람들을 치료할 줄 아는 의사를 구한 대장에 의해 다시 먹이로 퇴출. 이 후 탈출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상 끝!”

 

  “뭐가 끝이야. 왜 그걸 네가 말하는 건데.”

 

  두호가 말을 마치자 설전이 두호를 나무랐다. 두호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걸 알고 있어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법이라고 답했지만 설전은 그런 두호를 보고 그건 스토커 아니냐고 반문했다. 설전은 오히려 조금씩 알아가는 게 사랑의 묘미라고 쏘아붙였다.

 

  “에...두호 오빠가 한 제 소개 전부 다 저에 대한 이야기 맞아요. 제가 제대로 했어야 하는 건데.. 죄송해요.”

 

  지애가 수줍게 죄송스러워하며 설전을 향해 말했다. 지애가 이렇게 나오니 설전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는 그녀의 행동을 긍정한 다음 그렇게 사과할 일이 아니라며 별로 상관없다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상대가 누구냐는 것이 더 중대한 문제였으니까.

 

  “뭐 대충 자기소개 끝났으면 다들 뭐라도 드시죠. 배고프지 않나요?”

 

  대범이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눈치를 살폈다. 설전은 대범에게 이미 한 가득 먹고 왔다고 대답했다.

 

  “아까 근처 구멍가게에 들려서 뭘 먹고 왔어요. 그렇게 급하진 않을 거니까 한 몇 시간 뒤에 저녁 차리면 될 거에요.”

 

  설전이 툴툴거리며 일어나더니 소총을 들고 자리를 떴다. 그 뒤를 영혜가 주변 눈치를 보더니 먼저 일어나겠다고 양해를 구한 다음 설전을 따라갔다. 대범은 설전이 떠난 곳을 바라보다가 영우랑 두호에게 이 사람들에게 마트내부를 안내해달라고 부탁한 뒤 설전이 사라진 곳을 향해 걸어갔다.

 

  영우랑 두호가 자리에 일어났다. 두호가 지애를 일으켜 세운 다음 자신을 잘 따라오라고 말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트 내부는 굉장히 어두우니 주의하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영우와 두호의 뒤를 따라갔다.

 

  이제 그곳에는 권란과 정제, 보람이와 방긋이가 남았다. 보람이 방긋이를 바라보더니 식구가 늘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권란은 방긋이를 보며 이 일을 어쩌냐며 걱정을 했다. 정제는 사람들과 설전이 떠나간 자리를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여기서 뭐해요, 언니?”

 

  수진이는 옥상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는 영혜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등까지 내려오는 긴 장발. 언뜻 보면 고등학생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웬만한 남자보다 큰 훤칠한 키. 하지만 앳된 얼굴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수진이구나.”

 

  영혜는 쓸쓸한 눈으로 수진이를 바라보았다. 수진이는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고 영혜는 승낙했다. 영혜와 마찬가지로 난간에 기대앉은 수진이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막상 오긴 왔지만 말하기 힘들고 어색했다. 왜 이럴까.

 

  “마트 내부는 다 둘러보고 왔어?”

 

  “아...네!”

 

  영혜가 먼저 말을 걸자 수진이가 기쁜 내색을 보이며 대답했다. 조금씩 수진이의 어색함도 풀려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무엇인가가 수진이의 입을 막고 있었다. 수진은 그게 무엇인지 잘 몰라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기껏 자신을 위해 말을 걸어준 영혜를 무시할 순 없었다.

 

  “저...그 설전...오빠?... 아저씨? 인가 그 분 따라 간 거 아니었나 해서요.”

 

  “아... 설전 오빠? 대범아저씨가 오시더니 설전 오빠 상처 다시 한 번 보겠다고 하시더라고. 나도 도와주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오빠랑 할 대화가 있다면서 나를 내보내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온 거지.”

 

  영혜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수진이는 어쩐지 그 미소가 너무 쓸쓸해보여서 쉽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겨우 털어냈던 어색함이 다시 수진이의 몸으로 기어 올라왔다. 어색함에 꽁꽁 묶인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던 와중 영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주 언니... 결국 못나왔겠지?”

 

  영혜의 말에 수진이 흠칫 거렸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말이었다. 영혜에게 어떻게 설명하나 난감해 하고 있던 그녀였다. 영혜는 그런 그녀의 걱정을 깨끗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수진은 왠지 영혜가 직접 그 말을 꺼내게 한 게 미안했다.

 

  사실 수진과 영혜, 치수는 다 아는 사이였다. 모두 헌터들에게 갇혀있을 때 같은 방을 쓴 동료였다. 거기엔 진주와 그 외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 방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셋뿐이다. 가장 오래된 사람은 영혜, 그 다음이 진주였으며 그 후 치수, 수진 순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특히 진주, 수진, 치수, 영혜 이 넷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를 다독이면서 지옥 같은 삶을 견딜 수 있도록 격려했다. 만약 넷 중 하나라도 끌려가서 죽는다고 해도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말로써.

 

  하지만 그럴수록 공포는 더욱 커져갔다. 결국 진주는 셋을 위해 간부가 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진주가 간부가 된 덕분에 다른 방 인원들이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해도 그 셋만큼은 안전하고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혜가 끌려가면서 이 넷은 완전히 찢어지게 된다.

 

  그러니 처음 마트 안으로 들어왔을 때 영혜는 수진과 치수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건 치수와 수진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끌려가서 죽은 줄 알았던 그 영혜가 버젓이 살아 있을 줄은.

 

  사실 수진과 치수는 그 전에 두호가 말한 영혜가 내심 그들이 생각하는 영혜가 아닐까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 만약 살아있다면 기적과도 다를 바 없는 감동적인 재회니까.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슬픈 기대를 하고 있다 깨져버리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입 밖으로 잘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만나게 되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2층으로 올라가는 도중 셋은 울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입을 모아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영혜가 어떻게 구해졌는지, 치수와 수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진주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영혜는 진주를 생각한다. 수진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떼었지만 딱히 지금 상황에서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얼버무리더니 침울하게 한숨을 쉬었다. 영혜는 수진이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그런 괴물 같은 놈이랑 싸우러 간다고 했지만. 만약 그 놈을 죽이고 합류지점까지 무사히 탈출했다면, 수진이랑 치수랑 괴물들한테 습격당해 없어진 줄 알 거 아냐. 분명 그 언니는 너희를 찾으러 올 언니잖아. 그렇지 않다는 건 아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끔찍한 결말을 입 밖으로 내밀지 않아도 수진이도 영혜도 이해하고 있다. 영혜는 가슴 속 깊숙이 무엇인가 찌릿 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바늘로 찌르는, 아주 사소한 통증. 그러나 그 통증에서 새어나오는 피는 어째선지 흘리기 힘겨웠다.

 

  영혜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르는 눈물을 막아보려 애쓴다. 그러나 소용없다.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마음속에 난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멈추지 않듯이. 볼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만나기를 포기한 사람. 그럼에도 너무나 고마워 한시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사람.

 

  걱정과 달리 살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영혜의 마음에서 흐르는 피는 영혜를 덮쳐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수진이 안고 같이 흐느낀다. 수진도 아마 마음속에 같은 상처와 같은 피가 흐르리라.

 

  두 사람의 마음에서 흐르는 피가 이어지더니 이내 폭포수처럼 두 사람의 몸에서 넘치기 시작한다. 두 여자는 서로 끌어안고 슬픔을 토해낸다. 아마 필연적으로 두 사람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 진주언니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영혜가 수진을 부여잡고 이야기한다. 흐느끼면서 숨을 헐떡이는 와중에 한 말이었다. 하지만 수진은 그 말을 듣고 더욱 심하게 울었다. 아니, 울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수진이도 그런 영혜를 강하게 껴안았다. 수진이를 향해 영혜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너희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옥상으로 올라왔던 설전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해질녘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싶었던 그였지만 포기했다.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꺼이꺼이 울고 있는 여자 두 명을 지나 노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에는 모습이 좀 그랬다.

 

  설전은 상처를 만져보았다. 저번에 났던 상처 부위가 다시 터진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마취약을 이용해 상처 부위를 봉합해 주었다. 덕분에 이미 피가 멎었지만 딱지와 실밥 때문에 상처부위가 까끌까끌하다. 상처부위를 만지던 설전은 3층 야외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늘은 가려져있지만 그래도 저녁노을을 바라보기엔 전망이 좋았다.

 

  설전이 난간에 기대 수줍게 붉어지는 여름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름임에도 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그의 두 뺨을 스쳐지나간다. 무언가 시원한 감각이 얼굴을 타고 내려가 그의 가슴 속에 들어간다. 상쾌한 폭탄을 터트린 듯 가슴에서 무언가 화악 퍼지는 느낌이 든다.

 

  “안녕하세요.”

 

  가슴 속 원인모를 상쾌함을 즐기고 있던 설전의 등 뒤로 재연이 다가온다. 더벅머리였던 그의 머리가 어느새 시원한 빡빡머리로 변해 있었다. 설전이 그의 머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아마 어머니가 저리 해놨겠지.

 

  “머리 우리 엄마가 잘라줬냐?”

 

  “아, 네. 머리랑 수염이 지저분하다고 가위랑 어디서 구하셨는지 바리캉을 들고 다 밀어주셨어요. 면도는 알아서 하라고 해서 방금 하고 오는 길이고요.”

 

  “설마 치수랑 그 태훈인가 뭔가 하는 아저씨도?”

 

  “네. 지금은 아마 치수형이 하고 있을 거예요.”

 

  “하긴... 이런 사태 와중에도 깔끔한 거 좋아하는 아주머니시니.”

 

  설전이 실실 웃었다. 재연이 쭈뼛쭈뼛 설전에게 다가갔다. 척 봐도 재연이 설전을 대단히 어려워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재연을 설전은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기보다 큰 건장한 키와 강인하고 날렵한 눈매. 지금은 무언가에 눌려있지만 본디 심성은 거친 아이라는 것을 설전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편하게 있어. 뭘 그리 굳어있냐.”

 

  “아...저...”

 

  “총질하는 거 처음 봐서 그런 거냐? 아니면 너보다 키도 작고 늙기만 늙은 내가 무서워서 그런 거냐?”

 

  느긋이 웃으며 한 질문이지만 재연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설전은 그런 재연이 귀여웠는지 실없이 키득거렸다. 영우와는 다른 귀여움이다. 저렇게 크고 강해보이는 녀석이 당황하니 더욱 그렇다. 설전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오라고 시늉을 했다.

 

  재연이 다시 설전의 눈치를 보더니 다시 쭈뼛쭈뼛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다.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눈치를 보느라 속도가 매우 더디다. 설전이 약간 인상을 찌푸리려는 찰나 재연을 재치고 두호가 설전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요, 마이 러버 다이설전? 이 자리는 나를 위해 비워 둔건가?”

 

  “어딜 쳐 돌아다니다가 와서 개소리를 늘어놓고 지랄이냐.”

 

  “오! 잇츠 미는 지애랑 러브러브하고 쪽쪽하고 돌아다니다 여기로 왔지 베이베.”

 

  “쪽쪽? 미친X. 벌써 거기까지 간 거야? 진도 존나 빠르네.”

 

  “빠르다니. 아직 그 정도 쪽쪽 까진 안 갔어. 그냥 해본 의성어야.”

 

  “진도 겁나 빨리 가니까. 헤어지는 것도 겁나 빠르길 빕니다.”

 

  “오우, 댓츠 임파서블.”

 

  “네 인생이 임파서블이지.”

 

  “네가 서로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연애의 묘미라며. 그래서 이번엔 조금 슬로우하게 가려고.”

 

  “어이구, 연애 고수 납시었네.”

 

  설전과 두호가 만담을 하는 사이 재연은 둘 사이에 끼기 좀 어색해 그 자리에 서있었다. 두호는 스리슬쩍 재연의 눈치를 보더니 그에게로 다가가 강제로 설전의 옆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당황한 재연을 향해 두호가 말한다.

 

  “그래, 자네는 연애경험이 얼마나 되나?”

 

  “네...? 갑자기 그게...”

 

  “임마. 남자 셋이 모이면 무슨 얘기가 나오겠어? 게임, 여자, 섹X. 이거 아니냐.”

 

  “아니야, 미친놈아.”

 

  두호가 유쾌하게 재연을 향해 말했지만 설전이 다시 그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두호가 다이는 가만히 있으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설전은 그런 두호의 말을 당연히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

 

  “보아하니 체격도 건장하고 인상도 날렵한데다가 호리호리하고 몸 비율도 쩔고. 아마 여자 몇은 후리고 다녔을 포스인데.”

 

  “왜 애한테 그런 걸 물어보냐. 어차피 여자 후리고 다녔든 안 다녔든 지금 여자가 없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다 추억 팔이지.”

 

  “추억이라도 팔면 뭐 어떠냐. 그런 시절도 있었거니, 그런 삶도 있었거니, 추억하면서 현재를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거지.”

 

  두호가 킬킬거리며 웃는다. 설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두호를 부정한다. 행복했던 삶을 추억해봤자 슬픈 건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뿐이다. 그렇다면 일부러 슬플 계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두호와 설전의 사상은 조금 달랐다.

 

  “그래서 있었냐?”

 

  “에... 조...쪼금 있었습니다.”

 

  “쪼금 있었다고 말하는 놈 치고 쪼금인 거 못 봤지요.”

 

  “야 됐어. 뭐하러 그런 거 일일이 대답하고 그러냐. 어차피 그래봤자 옛날 일이야. 지금과 다른 일을 들춰봤자 뭐가 남냐.”

 

  “아오, 저 쪼잔하고 소심한 새끼. 무엇인가 남길 필요가 있냐.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거지 그냥.”

 

  “뭐?”

 

  설전이 계속해서 딴죽을 걸자 두호가 설전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설전은 그런 불만을 토로하던 두호의 말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했다. 그런 모습에 두호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며 말을 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냐고. 예전엔 그랬으면 그랬다. 지금은 그랬지만 옛날엔 이랬다. 이거면 된 거 아니냐. 네 말대로 옛날이 지금이랑 너무 달라 힘들 경우가 있지. 그리고 그 차이 때문에 괴로워하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이 그리워 아파하고. 하지만 어떤 이는 그런 옛날을 회상하며 힘든 현실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어떤 이는 너처럼 그런 옛날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는 거지. 하지만 어떻든 결국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건 자신이잖아.”

 

  두호가 난간에 기댄 채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새 붉은 하늘은 검붉어지며 저녁이 되감을 알리고 있었다. 설전이 말없이 두호를 바라본다. 두호는 설전과 재연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야기 한다.

 

  “너 말야. 가끔 지나치게 민감할 때가 많아. 인생이 강이니 어쩌니. 뭐 어때. 그냥 떠내려가. 힘들 땐 그냥 떠내려가. 무엇하러 머리 아프게 이 강물을 타면 어떻게 될까, 어디로 가는 걸까, 제대로 가는 걸까 하고 생각해? 이미 넌 충분히 그래왔잖아. 그렇게 노력했으면 가끔은 그냥 물에 몸을 맡기고 힘을 빼봐. 어차피 흘러갈 수밖에 없는 강이야. 그렇다면 그 흐름을 타고 가는 것도 인생이라고.”

 

  두호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설전이 웃는다. 정말 엄청나게 웃어댄다. 갑작스런 폭소에 말을 하던 두호도, 두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지켜보고 있던 재연도 깜짝 놀란다. 갑자기 얘가 왜 이러지? 미쳤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설전의 웃음은 그치지 않는다.

 

 

 

  몇 시간 전, 영혜를 내보낸 대범이 설전의 머리에 마취약을 거칠게 뿌리면서 이제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말한다. 설전이 크게 반발한다. 대범은 철조망이고 나발이고 아들내미 이렇게 상처 나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고 한다. 설전은 그럼 누가 가냐고 그러자 이제 사람들도 생겼으니 저 사람들을 보내겠다고 대답한다.

 

  설전이 거칠게 고개를 젓는다. 그건 안 될 말이다. 구해준 사람에게 일을 시키다니 마치 나 대신 죽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데리고 온 것 같은 꼬라지 아니냐고 반문한다. 대범은 설전의 상처를 바늘로 봉합하면서 구해준 대가로 그런 일 정도는 시킬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따진다.

 

  다시 설전은 그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아버지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그건 아버지만 아니라 어머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도. 설전은 그래도 자신이 나가야 된다며 아버지에게 말한다. 어쩔 수 없다. 여기에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만 물건이 다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째서 이렇게 고집불통인가. 대범이 왜 그렇게 너 자신 스스로 위험을 자청 하냐며 눈물을 보인다. 아버지는 실로 봉합한 아들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아들은 아버지의 행동에 아무런 말이 없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아들의 상처를 쓰다듬을 뿐이다.

 

 

 

  아들은 생각한다. 왜 우리 가족은, 왜 사람들은 이런 비현실적인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건가. 왜 이런 삶을 삶이라 부르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 상처뿐인 이 삶을 어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설전은 웃는다. 그리고 설전은 두호를 본다. 두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설전에게 제정신이냐고 묻는다. 설전은 그런 두호에게 넌 대단한 놈이라고 말하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두호는 설전의 행동에 소름이 끼친 듯 손 치우라며 진저리를 쳤다.

 

  “넌 정말 대단하다. 참... 내가 힘들어 하는 일을 넌 정말 쉽게도 해치워버리는구나.”

 

  두호의 바람대로 설전이 그의 어깨에서 손을 치우더니 난간에 기댄 채 하늘을 본다. 어느새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검푸른 빛을 띠며 밤이 됨을 알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의 구름은 검은 바다의 물결처럼 보인다.

 

  설전은 그런 물결들에 자신을 띄워본다. 비현실도 현실. 자신이 현재 서있는 것도 현실이다. 과거는 과거로써 존재하고 현실은 현실로써 존재한다. 흐름을 탄 이상 그 흐름을 인정해야 한다. 설전은 아주 조금이지만 인생이란 강물에 몸을 맡기려 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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