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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녀와 함께 시골일상을!
작가 : 포죠
작품등록일 : 2019.11.5

응답하라 1983
판타지를 꿈꿔온 시골 남자의 눈 앞에 시간을 엉터리로 달린 마녀가 떨어진다.
마녀의 좌충우돌 시골적응판타지

 
13화: 시골 소의 마음을 안다는 것(3)
작성일 : 19-11-06 21:47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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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소의 마음을 안다는 것(3)

 

 땀이 뻘뻘 흘러나왔다. 납치당한 인질범도 아닌데 내 입을 꽉 채우고 있는 부리망, 목 부근을 뻐근하게 하는 멍에, 마지막으로 무겁기 짝이 없는 쟁기까지.

 게다가 산기슭에 있는 조그마한 밭은 운동부족인 내게 너무나 고난의 길이였다. 그런데 내 힘겨운 상황과 다르게 산뜻한 소풍 길이라도 가는 것처럼 활기찬 두 사람의 재잘거리는 소리.

 

 “오호,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그럼 코코아양의 부모님은 그럼 어떤 일을.”

 “그냥 평범하세요. 외국의 학교에서 선생님을.”

 

 모름지기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면서, 나와 둘이 있을 때는 입을 꾹 닫고 있던 아버지가 이렇게 촉새처럼 재잘댈 줄이야.

 지금은 코코아가 알프스의 하이디로 빙의했기에 볼 수 있는 광경.

 하긴,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눈앞의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미소녀를 본다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겠지.

 

 “오오오~~!! 그러니 코코아양도 이렇게 똑똑한 거였구나.”

 “그, 그건 아니지만···.”

 

 아무리 순박한 하이디로 빙의했더라도, 자신의 말에 하나하나에 열정적으로 답하는 아버지에 코코아도 약간 버거운 눈치였다.

 

 “아~~ 그러면, 코코아양이 살던 집이 농사와 거리가 먼 집이라 그랬던 거였구먼.”

 

 무언가가 생각난 듯한 아버지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맞부딪친다.

 생각보다 큰 주먹과 손바닥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당황한 코코아.

 

 “네? 네? 그게 무슨······?”

 “코코아양이 우리 집을 볼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는 걸 봤었거든. 으허허허, 내가 오해한 거였네. 그게 농사 짓는 집이 낯설고, 신기해서 나온 표정이었구먼. 난 또 우리집을 무슨 더러운 쓰레기장 보듯이 보는 줄 알고.”

 “···아하하하핫~! 아버님 말이 맞아요. 어쩜 그렇게 저를 잘 아시는 거예요.”

 

 알프스의 하이디가 순식간에 본고장으로 돌아가 버리는 순간을 목격했다.

 야. 목소리 떠는 건 좀 멈추고 얘기하지? 너무 정곡을 찔린 사람의 태도잖아 그거.

 

 “코코아양에 대한 진실이라면 하나 더 알고 있는데?”

 “네······, 네에? 진실이라뇨?”

 

 걸음을 멈춘 아버지가 갑자기 근엄한 목소리에 코코아의 활기찬 발걸이 일순간 멈췄다.

 그리고 누가 봐도 당황한 사람의 얼굴로 장황하고 쓸데없는 말들을 내뱉기 시작한다.

 

 “저, 저에 대한 진실이라니······? 전 딱히 이 집의 푸세식 화장실에 대한 어떠한 생각을.”

 “다 털어놓지 코코아양? 방금 반응으로 더 확실해졌단다.”

 

 어느새 다가온 아버지가 코코아의 어깨 위에 두 손을 올린 뒤 코코아를 돌려 세워 뒤에 서 있던 나를 바라보게 한다.

 

 “···히익? 아, 아버님? 김사······아니, 누렁이가 어째서요. 저는 김사부 집 화장실이 누렁이 화장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을 텐데······어라? 아주 조금 그랬었나···.”

 

 에이, 판타지 불신 아버지가 설마 아니겠지.

 코코아가 마녀라는 사실과 내가 변신한 소라는 사실을 알아냈을 리 없지.

 하지만, 코코아의 과한 반응 때문에 나까지 영향을 받았는지. 괜한 긴장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코코아. 넌 진짜 범죄 같은 거 저지르면 안 되겠다.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버리기냐. 제대로 된 취조도 받지 않고도 네 모든 생각을 그렇게 술술 불어놓지 말라고!!

 

 “어? 어어어? 아, 아버님??? 꺄아아아!!!”

 

 아버지의 힘 때문에 코코아가 그대로 내 앞으로 밀려온다. 코코아가 놀라서 벌린 입이 점점 커다래지는 게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울상만 짓지 말고 설명을 해봐.

 어젯밤 저녁을 먹다가 너도 모르는 새에 술술 불었던 거야? 칭찬해주니 좋다고 아이스쓰론이라도 보여준 거 아니지?

 어떻게 저 눈치 없는 아버지가 이렇게 당당한 표정으로 너와 나를 지목하는 건데!!

 

 “자!! 서로에게 인사해.”

 

 삼자대면인가. 작당 모의한 범인끼리 서로 인사를 시키는 형사룰인 것이에요? 아까부터 왜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시냐고요!!

 

 “아, 안녕 누렁아······?”

 “그게 다는 아니지 코코아양?”

 

 내게 어색한 인사를 보내는 코코아에게 무슨 수라도 써보라는 눈빛을 보낸다.

 소로 변한 내가 하는 말은 전부 울음소리에 불과했기에, 그녀만이 이 알 수 없는 의심을 벗겨낼 수 있었다.

 내 간절한 눈빛을 본 코코아가 굳은 결심을 마쳤다는 듯,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고서는.

 

 “아, 아버님.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이거 전부 김사부가 시켜서······.”

 

 『음모?』

 

 날 팔아넘기려 한다.

 ······그럼 그렇지. 한 번 날 팔아넘긴 네가 두 번은 못 해먹겠냐.

 이번만큼은 절대 그냥 당하지 않는다. 네년 머리끄덩이를 붙잡고서라도 같이 떨어질 거다. 지옥으로.

 

 “으앗? 아아앗? 아버니이이임!!!?”

 

 오랜만이다.

 말발굽맨의 두 번째 기술 『그라운드 패대기』

 가녀린 양 허리를 꼼짝없이 잡힌 코코아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다.

 피격대상이 내가 아니었네? 당장에 해제 마법을 쓰려 했는데 굳이 쓰지 않고 구경을 해도 괜찮은······.

 

 “부끄러워 하지마렴 코코아 얼마나 크고 단단한데. 저기 힘줄 보이지? 그저 올라타기만 해. 그러면 극상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니까.”

 

 뭐지. 방금, 분명 완벽한 문장을 들었는데도 왜 이해가 되지 않는 걸까.

 그리고 왜 코코아가 내 등 위에 멈춰있는 거지. 원래라면 코코아는 허리를 잡힌 채로 그대로 땅바닥과 키스를 하는 전개여야 하는데, 왜 아직도 아버지의 두꺼운 팔에 붙들려 있는 거냐고.

 

 “으······으으~~! 아버니임!!!”

 “그렇게 속에 담아두지 말고 진즉에 말하지 그랬어. 우리 누렁이 위에 타고 싶다고 말야!! 허헛, 이번 기회에 확실히 느끼게 해주마. 불끈불끈한 누렁이의 힘을!!”

 

 후, 내가 변신한 소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게 아니었······.

 그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렸잖아요 아버지!!

 

 어느새 반짝거리는 것이 눈가에 가득한 코코아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나를 향하고 있었고 고삐가 잡힌 나는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코코아의 엉덩이가 내 등 위에 안착했다.

 

 ‘잘 알지? 코코아. 난 절대. 너의 엉덩이를 느끼고 싶다거나. 너를 내 위에 태우고 싶다거나······. 아, 그 위 란건, 내 특정 신체부위가 아닌 등 위인것도?’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자기변호를 시작한 나.

 

 “······.”

 

 내 목을 꽉 잡은 그녀의 손이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뭐라도, 뭐라도 말을 해야했다. 이 극도로 어색한 분위기를 떨쳐내려면.

 

 ‘괘, 괜찮아? 와, 코코아 생각보다 정말 가볍다. 저번엔 역시 착각이었나봐. 정말 쌀 포대 두 개와 두 주먹 정도의 무게인걸?’

 

 보드라운 찰떡같은 그녀의 엉덩이 감촉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썼다. 후, 지금은 소라서 다행인 건가. 어쩔 수 없이 두근거리는 가슴이나, 붉어진 내 얼굴을 들키기라도 했다면, 진짜 돌이킬 수 없었을 텐데. 정말 평생 변태로 낙인이 찍혀버렸겠지.

 

 “살 좀 찌워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가볍잖아 이거. 그냥 참새 한 마리가 올라탄···”

 “······말 걸지마. 죽여버릴 거야.”

 “넵.”

 

 코코아의 수치심의 눈물을 기쁨의 눈물로 착각한 아버지의 콧노래 소리를 들으며. 코코아와 나는 불편한 자세로 밭까지 향해야만 했다.

 

 

 ✽✽✽

 

 “어~~? 어!?! 이놈의 누렁이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을 못 쓰는 거냐? 방금 코코아한테 힘을 전부 쏟아내서 그런 거냐?”

 

 포기했다. 계속해서 내게 변태 낙인을 깊게 새기고 있는 아버지의 말을 코코아에게 해명하는 걸.

 그리고 밭에 도착한 이후로 그런 자잘한 거에 신경쓸 여유도 없었다.

 계속해서 거친 숨을 내쉬면서 쟁기를 끌며, 밭을 갈아 감자를 심기 위한 두둑을 만들어야만 했다.

 

 미안하다 누렁아. 이런 삶을 살아왔던 거였구나. 조금 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죽을 끓였어야 했는데.

 

 그런 참회의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밭 한 켠에서 호미를 사용해 불필요한 잡초를 뽑아내는 코코아와 눈을 마주쳤다.

 

 “······변태새끼. 가슴으로도 모자라 엉덩이까지 만졌어.”

 “······.”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코코아.

 불미스럽기 그지없는 변태와 관련된 칭호를 하나, 둘, 차곡히 쌓아주는 코코아.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전부 오해라는 걸 해명할 힘도 시간도 지금의 내겐 없었다. 나를 둘러싼 농기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 채 밭을 갈아나간다.

 

 “봐. 찔리니까 아무 대답도 못 하지? 가슴은 페이크고 진짜는 엉덩이패티쉬였구나.”

 “······.”

 

 그렇게 시간 또한 차곡차곡 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오전 내내 계속된 밭갈기.

 누렁이가 된 나는 결국 하나의 밭을 갈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코코아. 아저씨는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잔뜩 잡아 와야 해서 먼저 집에 들어가야겠다.”

 “······아, 네 아버님. 괜찮으니까 먼저 내려가세요.”

 “그럼 누렁이를 한 번 더 부탁해도 괜찮겠지? 어제처럼 외식도 시켜주고 오붓한 시간 보내고 오렴~~”

 

 우려했던 상황이 결국 현실이 되어버렸다.

 코코아가 아예 내 쪽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아버지는 그렇게 뻘쭘해진 나를 남겨두고, 또다시 혼자 노인과 바다를 찍으러 삼포의 만류를 향해 나아갔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나는 세 번의 『리무브 트랜스폼』을 외쳤고,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소에서 나로 모습만 바뀌었을 뿐.

 이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기류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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