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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인형-3
작성일 : 16-10-12 06:03     조회 : 342     추천 : 3     분량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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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떻게요?” 라비가 물었다.

  “이걸 돈 받고 말하려니 양심에 찔리는군.” 주인이 라비에게 받은 돈을 내밀었다. “이 동네 사는 사람 아무한테나 물어도 대답해 줄 수 있을 거요. 돈은 필요 없소.”

  “누구에게 들었어도 보상은 해드렸을 거예요.”

 

  라비가 손등으로 동전을 쓸어 주인 앞으로 옮겼다. 주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훌륭한 젊은이군.”

  “이야기, 마저 해주시죠.” 라비가 말했다.

  “좋아, 그러니까 그게.” 주인이 기억을 더듬었다. “토이만 씨네 인형은 이 지역에서 유명한 상품이었지. 당신들도 알 거요. 이 마을이 분기마다 열리는 축제로 유명 하단 걸.”

 

  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고가 났소. 불꽃놀이 도중 폭죽 하나가 잘못 날아간 게지. 그 폭죽이 토이만 씨의 집에서 터진 거요. 다행이었던 점은 토이만 씨와 그의 아내가 축제 현장에 나와 인형을 팔고 있었다는 점이었지.”

  “다행히 아니었던 점은요?” 요른이 보채며 물었다.

  “집에 아이가 있었소. 다리를 못 쓰는 아이었거든.”

 

  이야기를 들은 요른의 표정이 굳었다.

 

  “평소라면 토이만 씨 아내가 아이를 보살폈을 텐데, 그때는 장사가 너무 잘 돼 토이만 씨 혼자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하더군. 어쩔 수 없이 부부 모두가 집을 비운 사이에 그 사달이 난거야.”

  “비극이로군.” 요른이 중얼거렸다.

  “비극이지.”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요?” 라비가 물었다.

  “아,” 주인이 입꼬리를 매만졌다. “그것도 더한 비극이었소. 아이가 죽었다고 해서 생계를 그만둘 순 없었지. 토이만 씨는 무너진 곳을 보수하면서 슬픔을 달랬소.”

  “아내분은 아니었군요.” 라비가 말했다.

  “아니었지.” 주인이 손가락으로 술집 바깥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쭉 가면 강이 나오거든. 거기서 자살했소. 물에 뛰어들었지.”

  “시체는 찾았나요?”

 

  요른이 묻자 주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찾을 수 있을 리가. 여기 강은 말이오. 여름만 되면 수위가 엄청나게 오르지. 대비를 단단히 해서 큰 피해는 막고 있지만 일단 빠지면 순식간에 휩쓸려 가오. 수도에서 찾아온 측량관 중 한 명도 그 물에 빠져 죽었을 정도요. 매년 술 취한 젊은이들이 강에서 실종되기도 하고. 제방은 튼튼하지만…… 그 위에 올라온 사람까지 지켜준다는 보장은 없거든.”

  “토이만 씨가 막을 겨를은 없었나요?” 라비가 물었다.

  “토이만 씨가 슬픔을 이겨내고는 있었어도.” 주인이 라비가 준 돈을 손안에서 잘그락 거렸다. “그건 아내보다 나은 수준 정도였소. 누굴 돌볼 정신이 아니었지. 사실, 토이만 씨는 아내가 죽을 거라곤 생각 못 했을 거요. 겉으로 보기에 시네라 씨는, 아주 멀쩡했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중엔 그런 사람도 있다더군요.” 라비가 말했다.

  “그렇다고들 하더군. 시네라 씨가 바로 그 예시겠지. 아무튼, 그 이후로 토이만 씨는 가게를 정리했소. 집에서 나오지도 않지.”

  “그게 언제죠?” 라비가 물었다. 그러자 주인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이 년?” 요른이 말했다.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불과 두 달 전이오.”

 

  라비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아는 토이만의 아내와 아이는 죽었어. 시체도 못 찾았지. 하지만 우리가 만난 토이만에겐 아내도 아이도 있었어. 두 달 사이에 토이만이 숯이 된 아이를 되살려내고, 실종된 아내를 찾았다? 게다가 그들이 살아났고? 아냐. 토이만에겐 죽은 이를 되살릴 정도의 힘은 없어. 불탄 아이를 멀쩡하게 만드는 건 둘째 치고, 아내를 찾았다 한들 거기에 아내의 영혼을 심을 순 없어. 그런 건 불가능하니까.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야. 처음부터 아무도 죽지 않았던가. 지금 토이만의 곁에 있는 아내와 아이가 가짜던가. 그리고…… 그는 두 달 전에 마법사가 된 걸까? 아니면 그 전부터?

  라비가 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토이만 씨의 아내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음.” 주인이 턱을 괬다. “평범했지. 조금 통통한 편이었을걸. 키도 작고. 항상 머리를 올려 묶었던 게 기억나는군.” 말을 마친 주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죽은 사람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니 꼭 죄짓는 기분이구먼.”

  “혹시 머리카락은 무슨 색이었나요?” 라비가 묻자 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갈색이었나?”

 

 ***

 

  요른은 빠른 걸음으로 술집을 나서는 라비의 뒤를 쫓으며 물었다.

  “마을 앞 게시판에 가는 거지?”

  “어떻게 알았지?” 라비가 걸음을 늦추고 요른을 바라봤다.

  “처음 이 마을 왔을 때 봤었어. 연쇄 실종 사건 벽보.” 요른이 으쓱했다.

  “바보는 아니군.”

  “진지하게 말하는데, 난 바보가 아닐뿐더러 똑똑하기까지 해.” 요른은 라비를 따라잡았다. “사람들 사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뿐이야.”

  “그래, 알았어.”

 

  라비의 무심한 대답에 요른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별다른 대화 없이 걸었다. 그리고 곧 게시판 앞에 도착했다.

  게시판 옆의 횃대엔 불이 붙어 있었다. 라비와 요른은 흔들리는 불빛에 의지해 연쇄 실종 사건에 대한 벽보를 찾아냈다. 요른이 반쯤 잠긴 목소리로 벽보의 내용을 읽었다.

 

  “연쇄 실종…… 시네라…… 올리비아…… 안톤…….”

  “초상화를 보아하니 확실하군.” 라비가 말했다.

 

  요른은 실종자들의 초상화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올리비아라는 이름 위에 그가 지금껏 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는 원래 안톤이라는 이름이었군.” 라비가 말했다.

  “올리비아. 원래 이 도시 영주의 딸이었어.”

  “미묘한 기품은 그래서였군. 몸에 남은 버릇은 쉽게 없앨 수 없지.”

  “라비.” 요른이 물었다. 그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왜?”

  “마법사가 되려면 마법사의 칼이 있어야 하잖아.”

  “선천적인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렇지.”

  “그 칼로 사람을 죽여야 하고.”

  “맞아.”

  “토이만도 누군가를 죽인 거겠지?”

  “아마도.”

  “왜 그래야 하지?”

  “무슨 말이야?”

 

  요른이 허리를 숙여 라비와 마주 보며 말했다.

 

  “왜 사람을 죽여야 마법을 쓸 수 있냐고.”

 

  라비는 요른의 눈을 바라봤다. 그는 라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적대의 눈이었다. 날 향한 책망이 어려 있군. 어쨌든 나도 마법사니까. 라비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능성이야.” 라비가 말했다.

  “가능성?”

  “그래. 가능성. 그게 바로 마법의 원천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라비는 손가락을 들어 요른을 가리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어?”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당황한 요른이 움찔했다.

  “대답해봐. 지금 이 순간 이후로 네가 어떻게 될 거 같으냐고.”

  “그야.” 요른이 하늘을 바라봤다. “모르지. 뭐 네 말로는 어떤 마법사에게 죽는다곤 하지만.” 그는 시선을 내려 라비를 바라봤다. “아니면 지금 너한테 죽을 수도 있고.”

  “내 말은 잊어. 중요한 건 모른다는 거야. 앞으로 네가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무엇을 이룰지, 무엇을 잃을지 알 수 없다는 거지.”

  “그게 어쨌단 거야?” 요른이 짜증을 냈다.

  “그게.” 별안간 라비가 요른의 얼굴을 잡았다. 놀란 요른이 물러서려 했지만 라비의 손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가능성이란 거야.”

  “가, 가능성.” 요른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가로채 내 것으로 만든다, 그게.” 라비는 요른을 놓아줬다. 요른은 기침했다. “마법의 골자지.”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요른이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몰라. 선천적인 마법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를 죽이면 마법을 쓸 수 있게 돼. 후천적으로 마법의 힘을 가지려면 마법사의 칼이 필요하고.”

  “어떻게 자신이 선천적인지 아닌지를 알지?”

  “글쎄.” 라비가 횃불을 바라봤다. “사람을 죽여 보면 알겠지.”

  “그럼 마법사의 칼은 누가 만드는 거지?”

  “알레프.”

  “알레프? 그게 누구야?”

 

  요른의 질문을 들은 라비가 미소 지었다.

 

  “우리가 죽여야 할 놈 중 하나지.”

 

  요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지나가던 경비병이 그들을 의심스러워하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요른이 입을 열었다.

  “좋아. 더는 안 돼. 토이만을 죽이러 가야 하니까.”

  “나도 알아. 내가 묻고 싶은 건…….” 요른이 침을 삼켰다. “토이만을 죽이면, 올리비아 씨와 안톤은 어떻게 되는…….”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라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요른이 반색했다.

  “그래. 마법의 영향만 사라질 테니까.”

  “그거 다행이다.”

 

  라비는 요른의 싱글벙글한 표정을 조용히 지켜봤다. 넌 역시 너구나, 요른. 적에겐 가차 없지만 사람을 사랑하지. 네가 마법사를 증오했던 이유를 들어 알고 있어. 네 말 대로 아버지의 복수 때문은 아냐. 하지만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었지. 단지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였어. 어떤 이들은 네가 끔찍한 사건을 계기로 마법사를 적대하게 됐다고들 말했지만, 이제 와 보니 그건 틀린 생각이었어. 어쩌면 사람이 살해당하는 세상, 그 자체가 널 움직이게 만들었을지도. 라비는 앞서 걸었다. 요른이 뒤를 따랐다. 네가 옳아, 요른. 사람들을 구하자. 마법사를 모두 죽여서. 그리고 나도.

 

 ***

 

  라비가 문고리를 당겼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토이만의 집은 어두컴컴했다.

 

  “벽.”

 

  라비가 말하자 요른이 주먹으로 복도의 벽을 내리쳤다. 벽이 부서지고 가려져있던 공간의 정체가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 인형들의 반짝이는 눈이 보였다. 수백 개의 인형이 진열장에 앉아 키득거렸다.

 

  “인형, 돌려주러 왔어.” 라비가 품에서 인형을 꺼내 내밀었다.

  “안 돌려주셔도 되는데.” 누군가 인형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그건 선물이니까요.” 토이만이었다.

 

  라비가 토이만을 노려보며 물었다.

 

  “어떻게 마법사가 됐지?”

  “글쎄요.” 토이만이 싱긋 웃었다.

  “언제부터 마법을 썼지?”

  “글쎄요.”

  “누굴 죽여서 얻었지?”

  “아!” 토이만이 손뼉을 쳤다. “그건 기억날 거 같네요. 그러니까…….”

 

  요른이 검을 고쳐 쥐었다. 라비는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토이만이 말을 이었다.

 

  “전 마누라?”

 

  요른이 토이만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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