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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32. 그 여름 밤 (2)
작성일 : 19-11-06 18:29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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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32. 그 여름 밤 (2)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숲속에서의 시간은 더욱 빠르게 지나갔다.

 

 새벽이 다친 이후로 새벽의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졌고, 중간중간 많이 아픈지 약간의 신음 소리도 섞여서 들려왔다.

 

 성원은 천천히 걸으며 새벽 몰래 시계를 살짝 봤다.

 

 자신이 시계를 보는 것을 새벽에게 들키면 새벽이 자신 때문에 늦어진 거라 생각해 무리해서 걸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성원은 조금씩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올라가도 다시 돌아가도 위험한 부분이 있기는 마찬가지였고, 아까 짐을 챙기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길까 말까 하며 챙기지 않았던 물건들이 눈에 밟혔다.

 

 그때 뒤에서 새벽이 조금 큰 소리로 소리를 냈다.

 

 “아! 아야..”

 

 성원은 새벽을 돌아봤고, 새벽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허리를 숙인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성원은 이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대로는 힘들 것 같아요. 지금 한 발 한 발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아직 얼마나 더 가야 할지도 모르는 거고.. 우선은…”

 

 새벽은 성원이 하려고 하는 말을 가로막으며 빠르게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조금만 쉬면 올라갈 수 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내려가기 아깝잖아요..”

 

 새벽은 성원이 내려가자는 이야기를 할까 봐 두려워서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성원은 새벽의 다친 발을 보면서 말했다.

 

 “그게 아니구요. 우선 지금 더 걸어가는 건 무리인 것 같아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 당장은 나한테 업혀서 가는 걸로 해요. 더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새벽은 애써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괜찮아 질거예요. 그러니까 안 그러셔도 돼요. 산길이라서 위험해요.”

 

 “지금 날씨도 금방 어두워지고 있어요. 이대로 있다가는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요. 어서 업혀요.”

 

 성원이 새벽에게 말을 할 때, 새벽의 어깨 위로 물방울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그 물방울들은 편차를 두고 투둑투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원은 하늘을 보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성원은 급하게 가방에서 일회용 우비를 꺼내서 새벽에게 건넸다.

 

 “우비 또 있어요? 없으면 이거 입어요. 저는 원래 건강해서 괜찮아요. 저 때문에 괜히 고생하시는데 비 맞으면 안 돼요.”

 

 성원은 그런 새벽을 빤히 쳐다보다가 뭔가 결단을 내렸는지 행동에 옮겼다.

 

 성원은 새벽에게 다가가 새벽이 메고 있던 가방을 벗겼다.

 

 지팡이에 의지에 중심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새벽은 성원의 행동을 크게 제지할 수 없었다.

 

 성원은 새벽의 가방을 벗기고 우비를 뜯어 새벽에게 입혀주었다.

 

 성원은 그리고 새벽의 가방을 다시 새벽에게 주고 자신의 가방은 벗어 앞으로 돌려 메었다.

 

 성원은 새벽의 우비의 앞단을 하나하나 잠그면서 새벽에게 말했다.

 

 “참 누구처럼 말 안 듣네요. 이제 비까지 와요.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우리 둘 다 다쳐요. 그러니까 내 말 좀 듣고 제발 업혀요. 내려가지 않고 그 사람 찾아서 올라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좀 업혀요.”

 

 성원의 말에 새벽은 누군가에게 업힌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솔직히 앞에 가는 게 성원이 아니고 아빠였다면 새벽은 아프다고 떼를 쓰면서 아빠에게 업혔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있는 것은 아빠가 아닌 성원이었다.

 

 그리고 새벽이 성원에 대해서 남자의 감정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새벽은 스스로 자신의 몸무게가 얼마일까 생각을 하며 얼굴이 잔뜩 빨개진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원은 새벽의 앞에 뒤로 돌아앉았다.

 

 새벽은 그런 성원의 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성원의 등은 아빠의 그것처럼 넓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새벽은 아주 조심스럽게 살포시 성원의 등에 기대었다.

 

 새벽이 자신의 등에 기댄 것을 느끼자, 성원은 새벽을 업고 벌떡 일어섰다.

 

 새벽은 너무 가볍게 자신을 들어버리는 성원을 보며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간신히 소리를 참아냈다.

 

 성원은 새벽을 업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가벼웠기 때문이다.

 

 성원은 새벽이 불편하지 않게 뒤로 한 손을 새벽의 허벅지가 불편하지 않게 주먹을 쥐고 최대한 접촉이 덜 할 수 있게 업었다.

 

 “내 목을 꽉 잡아요. 떨어지면 위험하니까요.”

 

 성원은 그렇게 말하고 조심스럽게 산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새벽은 성원의 등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자신의 숨소리가 성원의 귀에 들리지 않게 최대한 머리를 멀리했다.

 

 하지만 성원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커피향에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았다.

 

 새벽은 성원의 향기에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자, 성원이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성원과 함께 산길을 올랐다.

 

 어느 정도 오르자 점점 어두워졌고, 성원의 숨소리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성원은 새벽이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까 봐 최대한 숨소리를 크게 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애썼다.

 

 이제 성원의 앞길이 육안으로 잘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어두워졌다.

 

 성원의 걸음도 그에 따라 조금 더 느려졌다.

 

 새벽은 그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조십스럽게 손을 뒤로해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켜서 성원의 앞을 비추기 시작했다.

 

 성원은 갑자기 뒤에서 나오는 빛을 보고 놀랐지만 새벽이 들고 있는 플래시라는 사실을 알고 새벽에게 궁금해서 물었다.

 

 “어? 플래시가 있었어요? 이게 어디에 있었지?”

 

 새벽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까 카페에서 출발할 때, 종현 씨가 주더라고요. 필요할 거라면서..”

 

 성원과 새벽은 모두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종현은 둘이 분명 어두워질 때까지 산에서 내려오지 못할 거란 걸 알았던 걸까?

 

 두 사람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종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산길을 다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새벽은 살짝 고개를 틀어 성원의 얼굴을 봤고, 성원의 얼굴에서는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들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새벽은 성원의 목을 잡고 있던 한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성원의 이마 위에 살포시 가져갔다.

 

 조금이라도 성원이 비를 덜 맞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빗줄기는 계속 굵게 두 사람을 때리고 있었고,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종현이 건네준 플래시가 없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

 

 그렇게 20분쯤 더 올라가자 평평한 지역이 나왔고 사람이 많이 다녔을 법한 길이 보였다.

 

 “하아. 이쪽으로 가보면 될 것 같네요.”

 

 성원은 약간 거친 숨을 쉬며 새벽에게 말했다.

 

 “이제 내려주세요. 제가 조심스럽게 걸어갈게요.”

 

 새벽은 많이 힘들어하는 성원에게 미안해 내려서 걷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성원은 그런 새벽의 말을 무시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넓은 공터가 나오면서 사람이 살수 있을까? 할 정도의 폐가 하나가 보였다.

 

 성원은 새벽을 업은 채 천천히 폐가 쪽으로 걸어갔다.

 

 폐가는 말 그대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집이었다.

 

 마당에 있는 평상 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한약재 같은 것이 비에 젖은 채 널려져 있었고, 폐가 벽에도 이것저것 나무뿌리들이 걸려있었다.

 

 마당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사람이 절대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가의 문은 한지로 되어 있는 문이었는데 방풍지가 모두 찢어져서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성원은 폐가가 보이는 곳에 서서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선 사람에 흔적이 있는데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가볼까요?”

 

 “네..”

 

 새벽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했다.

 

 성원은 마당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면서 말했다.

 

 “계세요? 계십니까?”

 

 성원의 말이 무안하게 폐가에서 어떠한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성원은 조심스럽게 마당을 지나 폐가 앞에까지 가서 다시 한번 말했다.

 

 “실례합니다. 혹시 안에 계시나요?”

 

 성원에 말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우선 안에 누가 있는지 제가 한 번 살펴볼게요. 여기 잠깐만 앉아 있어요.”

 

 성원은 새벽을 조심스럽게 등에서 내려 폐가의 마루에 앉혔다.

 

 새벽은 무서웠지만 성원을 보며 폐가 쪽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폐가는 더욱 무서운 기운을 뿜어냈다.

 

 성원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폐가의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조금 역할 정도에 약초 냄새가 흘러나왔고, 그 냄새는 내리는 비의 냄새와 합쳐져 코끝을 찔렀다.

 

 “아무도 안 계세요? 저기요?”

 

 성원의 계속되는 말에도 폐가 안에서는 어떤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성원은 폐가 내부를 둘러보았다.

 

 폐가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바닥과 벽에 약초와 나물들이 말려져 있었다.

 

 성원은 방구석에 사람이 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새벽의 곁으로 돌아왔다.

 

 새벽은 성원의 등에서는 몰랐지만 몸 안으로 한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여름이라 얇은 차림으로 왔는데 성원의 등에 업혀 너무 오랜 시간 비를 맞아서 한기가 몸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성원은 새벽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고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가 그 사람이 사는 곳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사람 손길이 닿아 있기는 해요. 우선 오늘은 너무 늦어서 더 찾아보거나 내려가지 못할 것 같으니까 여기서 조금 쉬다가 상황을 보는 게 어때요?”

 

 새벽은 성원의 말에 문이 열려 있는 폐가 안을 바라봤다.

 

 어둠으로만 가득한 폐가 안이 두렵게 느껴졌다.

 

 성원은 새벽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 계속 있으면 감기 걸려서 힘들거예요. 체온도 계속 내려갈 텐데 무리하지 말고 안에서 조금만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선 옆에 저도 있을 거고, 플래시 불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고요.”

 

 새벽은 성원의 얼굴을 바라봤다.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성원의 얼굴에도 피곤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새벽은 성원이 힘들 거란 걸 누구보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성원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고, 벽과 바닥에 한약재와 나무뿌리, 나물 등이 널려 있을 뿐이었다.

 

 성원은 먼저 들어가 새벽이 앉아서 쉴 수 있을 만한 공간의 바닥을 먼저 정리하고 새벽을 그곳으로 데려가 앉혔다.

 

 그리고 새벽의 옆으로 자신도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함께 나란히 앉았다.

 

 방안에 들어와 앉은 두 사람은 모두 지쳐 있었다.

 

 성원은 새벽의 얼굴에 핏기가 없어 보이자 조금 걱정을 했다.

 

 성원은 가방에서 아까 사 놓은 빵과 음료수를 꺼내고 물도 꺼냈다.

 

 “우선 이거라도 조금 먹어요. 괜찮다고 하지 말고 무조건 먹어요. 안 그러면 몸이 더 많이 힘들거예요.”

 

 성원은 새벽에게 빵과 음료수를 권했고, 새벽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새벽에게는 그 빵 봉지를 뜯어서 먹을 정도의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는 몰랐지만 바닥에 앉아 있으니 아까 다친 발목에서도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새벽이 자신이 건넨 빵과 음료를 받아만 들고 먹지 않자, 성원은 새벽에게서 빵 봉지를 뺏어 직접 뜯어서 새벽에게 주었다.

 

 새벽은 성원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애써 웃으며 빵을 한 입 먹었다.

 

 비록 먹을 힘이 없었지만 몸은 많이 힘들었는지 맛있게 느껴졌고 계속 먹게 되었다.

 

 새벽이 먹는 모습을 보고서야 성원도 빵을 뜯어 함께 먹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빵을 먹자 두 사람은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정말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니에요. 이럴 거라고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저도 너무 쉽게 생각한 게 문제죠.”

 

 “그래도..”

 

 “우선 비가 좀 그치기를 기다려 보죠. 다행히 사람 손이 닿은 곳이니 누가 나타나도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요.”

 

 “원래 사람이 제일 무서운 거래요.”

 

 “그건 그렇죠.”

 

 성원은 어두운 가운데 새벽의 표정을 살피려고 애썼다.

 

 새벽은 무리한 운동과 다친 다리에서 통증이 올라오는지 약간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성원은 가방에서 빈 생수병을 챙겨 들고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새벽은 성원이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어딘가 가버리려 하자 급하게 성원의 팔을 붙잡는다.

 

 성원은 자신을 붙잡는 새벽을 돌아보며 얕게 웃으며 말한다.

 

 “어디 안 가요. 잠깐 여기 생수병에 물만 담아 올게요.”

 

 성원의 웃는 얼굴을 보자 새벽은 아주 천천히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

 

 성원은 밖으로 나가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빗물을 생수병에 담았다.

 

 방안으로 들어온 성원은 플래시를 위로 향하게 세우고 그 위에 물을 가득 담은 생수병을 올려 두었다.

 

 방안에는 성원이 만든 조명으로 인해 빛이 은은하게 퍼져나갔고, 어둠이 줄어들자 새벽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밝게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조금 쉬어요.”

 

 “감사합니다.”

 

 새벽은 성원의 그런 배려가 정말 고마웠다.

 

 어쩌면 어둠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다 큰 어른으로서 숨기고 싶은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번 사건으로 새벽이 어둠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성원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새벽을 배려하기 위해 성원은 세심한 부분까지 생각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벽에 기대고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성원은 새벽의 모습을 조금씩 훔쳐보기 시작했다.

 

 빗물 때문에 화장이 거의 지워진 새벽의 얼굴은 마치 아기 같았다.

 

 하얀색 피부에 분홍빛 입술이 조금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성원은 새벽이 아직 많이 추울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옷을 벗어 새벽에게 건넸다.

 

 “이거라도 조금 덮고 있어요. 원래 저체온증이 가장 무서운 거예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땀도 많이 나서 그렇게 춥지 않아요. 성원 도 감기 걸려요.”

 

 “전 원래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괜찮아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덮고 있어요.”

 

 두 사람은 서로 성원의 옷으로 실랑이를 버리다 새벽이 자신의 발목을 살짝 움직이게 되었다.

 

 “아야!”

 

 새벽은 비명을 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발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성원은 그런 새벽을 보며 걱정이 되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을 마주 고 앉았다.

 

 “제가 잠깐 볼게요.”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안 그러셔도 돼요.”

 

 새벽은 성원이 자신의 발목을 보는 게 부끄러웠다.

 

 등산화를 신은 채 한참을 걸어왔고 비까지 맞은 상태라 발에서 냄새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거기다 발을 보여준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자신을 전부 보여주는 것 같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성원은 그런 새벽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심스럽게 새벽의 등산화 끈을 풀고 조심스럽게 벗겨 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을 때, 새벽이 다시 한번 몸을 뒤로 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성원은 새벽의 다리를 잡고 천천히 양말을 벗겼다.

 

 양말이 벗겨지는 동안 약간 발목이 꺾였는지 새벽은 다시 인상을 썼다.

 

 성원은 그런 새벽의 표정을 보고 더 조심스럽게 새벽의 양말을 벗겨 냈다.

 

 발목은 복숭 뼈 부분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성원은 아주 조심스럽게 발목을 살살 돌려보았다.

 

 성원의 세심한 손길 때문인지 새벽은 그렇게 큰 고통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뭔가 이질감이 들듯이 부은 다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성원은 자신이 매고 왔던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새벽의 발의 물기를 닦고, 수건을 둘둘 말아 새벽의 다리 아래 대주었다.

 

 “다행히 뼈에는 크게 이상이 없는 거 같으니까 이렇게 하고 조금 쉬는 게 좋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새벽은 뭐가 부끄러운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성원은 자신의 한쪽 남은 아대를 벗어 새벽의 발목이 덜 움직이게 채웠고, 다시 새벽의 옆으로 돌아와 벽에 기대앉았다.

 

 “저 때문에 오늘 안 해도 될 고생도 하시고 정말 죄송해요..”

 

 새벽이 작은 소리로 성원에게 말했다.

 

 성원은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제가 제대로 준비를 못 해서 벌어진 일인데요. 새벽 씨 때문 아니니까 그렇게 맘 안 써도 돼요. 우선 비 좀 그치고 날이 좀 밝으면 다시 찾아보면 되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새벽은 성원의 대답을 듣고 뭔가 아빠 같은 든든함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은 점점 몸이 가까워졌고 서로 벽에 기댄 채 한쪽 팔이 서로 닿은 채로 앉아 있었다.

 

 새벽은 분명 플래시를 빼면 어두운 분위기에 밖에서는 빗소리만 들려오는 이 공포의 공간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옆에 성원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은 크게 숨을 드리마셨다.

 

 성원이 이토록 오랜 시간 자신의 곁에 가까이 있었던 적이 없어서 느낄 수 없었지만 성원의 곁에 있는 지금 새벽은 자신이 평소에 맡지 못했던 향기를 가득 느끼고 있었다.

 

 새벽은 성원의 체온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은은한 커피향을 느끼자 졸음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산을 걸어서 몸은 피곤했고, 곁에는 성원이 있었다.

 

 새벽은 스르르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벽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쌔근쌔근 잠이 들어버렸다.

 

 성원은 멍하니 정면을 보며 여자와 단둘이, 그것도 새벽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누군가로 인해 자신의 심장이 이렇게 뛰게 될지 몰랐던 것이다.

 

 그때 성원의 어깨에 새벽의 머리가 느껴졌다.

 

 새벽은 성원의 어깨에 기대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성원은 그런 새벽을 보며 참 예쁜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성원은 그렇게 한참을 새벽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새벽의 옆에서 함께 잠이 들어 버렸다.

 

 조금씩 아침이 밝아오고, 문틈 사이로 빛이 세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폐가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서 열렸다.

 

 다행히 비는 그쳤는지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문을 연 사람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내였는데 방안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남자는 폐가 뒤쪽에 비에 안 맞게 비닐을 씌어 놓은 곳에서 장작을 가지고 와 방에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능숙한 남자의 손길 몇 번에 장작은 금세 타올랐고, 그 장작의 열기는 폐가의 구들장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남자는 불을 모두 피우고는 불이 붙은 장작을 하나 가지고 와서는 까맣게 타버린 주전자 아래 놓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라인더에 갈은 커피를 넣어 커피를 끓였다.

 

 남자는 커다란 커피 잔에 커피를 따르고 물 안개가 내려앉은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마셨다.

 

 남자는 안에서 잠든 불청객들이 깨지 않게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오늘따라 커피가 마시고 싶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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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약속의 향기 - #28.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2019 / 11 / 1 343 0 6269   
28 약속의 향기 - #27. 은인이지만 인연은 아닌. 2019 / 10 / 30 344 0 7612   
27 약속의 향기 - #26.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들. 2019 / 10 / 29 335 0 7511   
26 약속의 향기 - #25. 봄의 끝자락, 그녀의 결혼… 2019 / 10 / 28 343 0 8861   
25 약속의 향기 - #24. 쉬운 오해, 어려운 진심 2019 / 10 / 26 374 0 9117   
24 약속의 향기 - #23. 사람이 변한다는 건. 2019 / 10 / 25 370 0 7003   
23 약속의 향기 - #22.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9 / 10 / 24 364 0 5812   
22 약속의 향기 - #21. 진심이 오해받는 순간들 2019 / 10 / 23 361 0 7461   
21 약속의 향기 - #20. 진실을 외면하는 방법. 2019 / 10 / 22 361 0 7799   
20 약속의 향기 - #19. 벚꽃 엔딩 (3) 2019 / 10 / 21 390 0 6491   
19 약속의 향기 - #18. 벚꽃 엔딩 (2) 2019 / 10 / 20 396 0 6999   
18 약속의 향기 - #17. 벚꽃 엔딩 (1) 2019 / 10 / 19 400 0 5934   
17 약속의 향기 - #16. 뜻밖에 여정, 그리고 (2) 2019 / 10 / 18 390 0 7336   
16 약속의 향기 - #15. 뜻밖에 여정, 그리고 (1) 2019 / 10 / 17 375 0 6039   
15 약속의 향기 - #14. 사과를 하는 가장 좋은 방… 2019 / 10 / 16 402 0 6318   
14 약속의 향기 - #13. 저마다의 사정은 존재한다. 2019 / 10 / 15 391 0 5156   
13 약속의 향기 - #12. 우리는 결국 이기적이다. 2019 / 10 / 14 396 0 7336   
12 약속의 향기 - #11. 혀는 때때로 칼보다 날카롭… 2019 / 10 / 13 413 0 6587   
11 약속의 향기 - #10. 사람마다 고민의 무게는 다… 2019 / 10 / 12 395 0 5918   
10 약속의 향기 - #9. 걸어가는 두 사람, 하나의 … 2019 / 10 / 11 393 0 7775   
9 약속의 향기 - #8. 사랑을 다시 믿어보게 만드… 2019 / 10 / 10 389 0 7360   
8 약속의 향기 - #7. 우린 때때로 너무 많은 오해… 2019 / 10 / 9 401 0 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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