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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비행연습3
작성일 : 19-11-06 09:29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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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강과 연화가 박찬혁을 다시 잡았다.

 여자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화의 이두박근이 박찬혁의 허리를 붙들어 의자에 내리꽂았다.

 앉자마자 돌맹이의 열기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혜강과 연화가 박찬혁의 상체와 팔다리를 밧줄로 묶었다.

 박찬혁은 다리를 편 상태로 의자에 고정됐다.

 

 열기가 드세졌다.

 뜨거운 바늘 같은 것이 박찬혁의 체육복 바지와 팬티를 뚫고 스멀스멀 올라와 엉덩이를 찔렀다.

 처음에는 묵직하고 얼얼했다.

 그러나 몇 분도 되지 않아 통증이 엉덩이를 휘감고 척추 위로 올라왔다.

 면도날로 피부를 찢는 것 같았다.

 박찬혁은 소리쳤다.

 

 “아악!”

 

 도솔선사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세요. 호흡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사기꾼들은 호흡법만 터득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떠들죠. 그건 다 말장난이에요. 그냥 긴장을 풀 수 있도록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 돼요.”

 

 박찬혁은 숨을 들이켰다.

 천천히 호흡하려고 했지만 통증이 숨길을 막았다.

 박찬혁은 헐떡거렸다.

 

 “억지로 호흡하려고 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고통이에요. 고통에 집중하세요. 고통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이해하세요.”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이제는 엉덩이와 척추뿐 아니라 목덜미와 뒤통수까지 후벼 파고 있었다.

  박찬혁은 욕설을 내뱉고 몸을 뒤틀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도솔선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신 자신을 믿으세요. 일반인은 이런 고행을 수백 번 해도 안 돼요. 그냥 엉덩이만 상할 뿐이죠. 하지만 당신은 한 번의 수련으로도 뭔가를 깨달을 거예요. 그만큼 당신의 영혼은 강해요. 당신의 영혼은 육체를 이탈한 적 있어요. 그래서 빨리 터득할 수 있죠. 게다가 당신은 영리해요. 아주 영리하죠.”

 

 연화가 팔짱을 끼고 웃었다.

 

 “나는 엉덩이가 두꺼워서 오래 걸렸어요. 몇 번을 했는지 몰라. 잘 안 익더라고. 호호호.”

 

 그 순간 박찬혁은 연화란 이름의 뚱뚱이를 반쪽 내서 혜강이라는 홀쭉이에게 붙여 버리고 싶었다.

 전기톱이 있었다면 당장 그렇게 했을 것이다.

 박찬혁은 이를 악물었다. 어금니에 너무 힘을 줘서 다음날 입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통증은 더 심해졌다.

 이 통증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박찬혁을 더 힘들게 했다.

 박찬혁은 목소리를 쥐어짜 물었다.

 

 “언제 끝납니까?”

 “우리는 당신의 육체를 극한까지 몰고 갈 겁니다. 돌이 뜨겁습니까?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다른 수련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극한에 도달해야 끝나요. 모든 게 끝나려는 순간 다시 시작될 거예요.”

 “악마 같은 새끼.”

 “내가 밉겠죠. 날 죽이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약속하죠. 깨달음을 얻는 순간 당신은 내게 감사하게 될 겁니다. 내 발밑에 엎드려서 발가락을 핥고 싶을 거예요. 깨달음은 그만큼 황홀해요.”

 

 박찬혁은 도솔선사에게 침을 뱉었다.

 도솔선사가 침을 닦으며 소리쳤다.

 

 “고통을 관찰해! 병신같이 도망가려 하지 말고 고통을 들여다 봐!”

 

 죽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야 끝날 것 같았다.

 박찬혁은 지식을 총동원해 고통을 이해하려고 했다.

 열기가 닿는 순간 통각신경은 뇌에 전기신호를 보낸다.

 시상은 감각정보를 중계해 대뇌 피질로 보낸다.

 이때부터 뇌에 비상이 걸린다.

 정보를 받은 변연계는 뇌간과 해마를 자극해 화상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다.

 공포가 시작된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박동이 급증한다.

 

 이건 다 개소리다.

 지식은 통증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통증은 참을수록 강해지고 잊으려 할수록 들러붙었다.

 박찬혁은 숨을 쉬지 못 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박찬혁은 자포자기에 이르렀다.

 모든 걸 내려놓고 하나의 생각을 떠올렸다.

 마음껏 아파보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래 시발,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대로 아파보자.

 박찬혁은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통증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알 수 있었다.

 통증에는 패턴이 있었다.

 처음엔 엉덩이와 허리에 묵직한 통증이 시작되고 등까지 올라오며 날카로워 졌다가 조금 누그러든다.

 그러다 갑자기 목까지 치솟아 오르며 절정에 이른다. 몇 초 동안 온몸이 경직되고 타는 듯이 아프다가 뚝 떨어진다.

 조금 뒤 다시 반복된다.

 

 수련하는 내내 똑같이 아픈 게 아니었다.

 도입부가 있고 전개가 있고 휴지기가 있었다.

 고통은 온몸의 신경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였다.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를 왔다 갔다 하는 그 조화와 화음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박찬혁은 스스로에게 놀랐다.

 고통의 패턴에 집중할수록 공포가 움츠러들었다.

 통증이 시작되면 다음은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강도로 진행되는지, 휴지기는 언제 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박찬혁은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었다.

 여전히 아팠지만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도솔선사가 말했다.

 

 “됐어요. 좋은 출발이군요.”

 

 도솔선사는 박찬혁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박찬혁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내일은, 내일은 쉽니까?”

 “아뇨. 엉덩이가 익었으니 내일은 플라스틱 못이 박혀 있는 의자에 앉을 겁니다.”

 

 혜강이 말했다.

 

 “화상은 끔찍하게 아프고 오래가죠. 밤새 당신을 들들 볶을 거예요. 그래서 선사님이 뜨거운 돌을 선택한 겁니다. 화상 입은 엉덩이에 못이 닿으면 더 끔찍하겠죠. 그렇게 진행될 겁니다. 내일도 내일 모레도. 엉덩이 염증이 너무 심하면 등에 채찍을 때릴 겁니다.”

 

 **

 2017년 7월16일 도솔선사는 서울로 가는 봉고차에 올라탔다.

 혜강이 시동을 걸었다.

 뒷좌석 시트는 잘 정돈돼 있었지만 담배냄새가 올라왔다.

 도솔선사가 운전석의 혜강에게 말했다.

 

 “자네 아직도 차 안에서 담배 피워?”

 “죄송합니다.”

 “나쁜 습관이야. 끊어.”

 “아주 조금씩, 결단이 필요할 때만 피웁니다. 저만의 의식 같은 겁니다.”

 “결단이 필요할 때?”

 “네.”

 

 도솔선사는 다시 물었다.

 

 “연화 혼자 박찬혁 관리가 되겠어?”

 “방문을 밖에서 잠그고 하루 종일 굶긴답니다. 움직일 힘도 없을 겁니다.”

 “연화는 마음이 약해.”

 “단단히 일러 놨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도솔선사는 태양이 고도를 높여가는 하늘을 보았다.

 여름의 태양은 날이 밝기 무섭게 산을 껑충 뛰어넘어 들판에 열기를 불어넣는다.

 산 아래 널린 논밭에서 콩과 벼가 그 열기를 받아 차오른다.

 혜강이 백미러를 흘깃거리며 물었다.

 

 “박찬혁 말인데요, 처음부터 너무 심하게 다그치는 거 아닐까요? 그러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죽어도 괜찮아.”

 “네.”

 “자네는 어떤가?”

 “네?”

 “죽어도 괜찮나?”

 

 혜강은 잠시 뜸을 들였다.

 차는 비포장도로를 벗어나 국도에 진입하고 있었다.

 혜강이 속도를 높이며 말했다.

 

 “죽어도 좋습니다. 선사님이 제게 보여주신 걸로 충분합니다.”

 

 도솔선사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멀리 야청봉이 희미하게 보였다.

 야청봉 일대는 유기농 작물로 유명했다.

 금불천이 질 좋은 사질토를 산 아래 들판에 뿌려놓아 농사가 잘 됐다.

 도솔선사는 모내기 때 농부들이 논에 우렁이를 풀어놓는 광경을 구경하곤 했다.

 때로는 혜강과 함께 거들기도 했다.

 잡초를 없애준다는 그 작은 생명체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다시 모든 생명체가 절정의 에너지를 품는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이네. 또 여름이야.”

 

 도솔선사는 혼자 중얼거렸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여름을 지나왔다.

 그러나 도솔선사의 기억은 단 하나의 여름에 머물러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이었다.

 스무 살의 도솔선사는 그때 살아갈 이유와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도솔선사는 동네에서 괴물로 불렸다.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는 날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기억과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졌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멍하니 있을 때를 조심해야 했다.

 느닷없이 말이 튀어나오기 때문이었다.

 염소 농장주인 김씨 아저씨가 전날 밤 아내 몰래 도박을 했고 아버지 친구가 읍내 다방 아가씨와 껴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무심결에 말했다.

 그럴 때마다 동네에 풍파가 일었다.

 

 모든 사람 중 아버지가 그를 제일 꺼렸다.

 아버지는 그와 한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때리던 것밖에 없었다.

 어느 햇살 좋은 오후, 낮술에 불콰한 아버지가 마루에서 담배를 피우다 도솔선사를 불렀다.

 아버지는 항상 수염이 덥수룩했고 술 냄새가 났다.

 

 “우리 집안은 피가 안 좋아. 정신병이 퐁당퐁당 나와.”

 

 아버지가 하늘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버지에게 장단을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에 도솔선사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웃어? 이 새끼가 웃어?”

 

 아버지가 두툼한 검지와 중지를 뻗어 도솔선사의 코를 쥐었다.

 뼈마디가 뭉툭한 손가락 사이에 도솔선사의 코를 끼우고 하늘로 쳐들었다.

 코가 떨어져나갈 듯 아프고 눈이 시큰거렸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손을 휘두르자 손가락이 코와 떨어지면서 뽕, 하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는 도솔선사에게 말했다.

 

 “꺼져.”

 

 도솔선사는 아이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했다.

 동네 꼬마들에게 몰매를 맞고 몸져누웠던 겨울을 도솔선사는 기억했다.

 큰 전봇대가 서 있는 마을 입구에서 중학생 형들이 도솔선사를 가로막았다.

 

 “우리 동네에 씹새가 날아다니면서 사람을 홀린다던데, 너냐?”

 

 가장 키가 큰 아이가 도솔선사에게 말했다.

 싸움질과 도둑질로 유명한 아이였다.

 아이가 왜 자신을 노렸는지 도솔선사는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 그가 누군가의 돈을 훔친 것을 말했을 것이다.

 

 “씹새 좆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자.”

 

 아이들이 도솔선사의 팔을 붙들었다.

 어머니가 한 달 전 읍내에서 사다 준 검은 청바지를 우두머리인 큰 아이가 벗기려 했다.

 도솔선사가 다리를 버둥거렸다.

 

 “씨발, 가만히 있어,”

 

 아이가 도솔선사의 허리띠를 풀었다.

 도솔선사는 청바지를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엉덩이를 뒤로 빼고 왼발로 아이의 머리를 찼다.

 

 “허, 이것 봐라. 씹새가 사람을 때려?”

 

 큰 아이가 주먹으로 도솔선사의 얼굴을 쳤다.

 눈앞에 수만 개의 불꽃이 꼬리를 흔들며 춤을 췄다.

 입 안의 살이 찢어져 너덜거리고 피 냄새가 났다.

 아이가 명치 부근을 찼다.

 숨이 막히고 구역질이 나서 도솔선사는 몸의 균형을 잃었다.

 양 팔을 잡고 있던 두 아이가 도솔선사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도솔선사는 땅바닥에 엎드려 헉헉댔다.

 살얼음이 낀 땅에서 희미한 지린내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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