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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이 살고 있다.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9.10.30

어느날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살인의 과정에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끼어 있다.

형사 여운은 평범해 보이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존재와 접촉하여 은밀한 거래를 하게 되는데...

 
5화. 변화
작성일 : 19-11-06 09:21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3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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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변화

 

 영후의 따뜻한 말투와 시선에 울컥한 듯, 혜린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투덜거리듯 말했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김형사님한테 연락이 와서는, 교통사고라고, 꽤 심각한 거 같다고 해서 퇴근도 제대로 안 하고 뛰어왔잖아.”

 

 영후는 트럭에 부딪치던 순간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허공에 붕 떠있던 몸, 전신을 통해 퍼지던 저릿한 느낌, 어깨부터 몸통까지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불쾌한 파열음과 코끝으로 뿜어져 나오던 비릿한 피의 냄새…….

 죽음을 직감하듯 눈앞에 펼쳐지던 살아온 삶의 장면들까지.

 정말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눈을 뜨고 다시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뭐래?”

 “그냥…… 타박상이래.”

 “응?”

 

 잘못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후는 눈을 크게 뜨고 혜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영후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다시 뱉어 보았다.

 

 “타박상…… 이라고?”

 “응…….”

 “어디 내장이 터졌다든가, 뼈가 부러졌다든가 그런 거 없고 그냥 타박상?”

 “……그렇다니까.”

 

 혜린이 병실을 살펴보며 조용히 대꾸했다.

 별로 큰 부상이 아닌데도 난리를 피웠던 자기 자신도 부끄러웠지만 소란을 떠는 영후의 모습 역시 썩 자랑스럽진 않았기 때문이다.

 혜린은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간 뒤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어깨랑 머리에 멍든 것 빼고는 크게 다친 거 없대. 충격 때문에 잠깐 정신을 잃은 것뿐이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타박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죽음에 임박했던 당시의 느낌이 빗나갔다는 사실 때문에 당황했던 것이다.

 분명, 온 몸이 으스러져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더구나 꿈속에서는 죽음을 암시하는 의사를 만나지 않았던가. 영후는 자신의 가슴에 피어있던 검은 색의 꽃이 떠올랐다. 반사적으로 환자복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져보았다.

 말끔했다.

 꽃이 피거나 뽑힌 흔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악몽이었던 것일까.

 

 “오빠, 괜찮은 거야?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영후를 보며 혜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영후는 고개를 돌려 혜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과 병실의 풍경, 자신을 바라보던 다른 환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겨우 현실감을 되찾은 영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 그래서 퇴원이 언제래?”

 “다음주.”

 “다음주?”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어안이 벙벙해 있는 영후를 보며 혜린은 말을 이었다.

 

 “사실 의식이 회복되는 대로 퇴원해도 상관없다고 하셨는데, 혹시 후유증이 있을 지도 모르고, 정밀 검사를 하면서 다른데 다친데 있나 확인도 필요할 거 같다고 하셔서…….”

 “그랬구나…….”

 

 영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몸 곳곳을 만져보았다.

 혹시 의사가 보지 못한 부상이 있지 않을까. 팔이나 다리 중 어디 한 군데가 없어져 있는데, 위로를 하려고 혜린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온 몸 구석구석 확인을 해보았다.

 하지만 역시, 이상은 없었다.

 혜린은 불안해하는 영후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오빠.”

 “응?”

 “대체 어떻게 부딪친 거야?”

 “어떻게 부딪쳐?”

 “응. 들어보니까 달려오던 트럭에 부딪쳤다던데, 그런 사람치고는 너무 멀쩡한 거 같아서.”

 “……그러게.”

 

 자기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대체 어떻게 부딪쳤을까. 아니, 어떻게 목숨을 부지한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있을 수 있을까.

 ……그녀의 질문에 딱히 떠오르는 답변이 없었다. 그의 입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 같은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그냥…… 세게 부딪쳤어.”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몸에 이상이 찾아오거나 신체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다만 며칠간 기묘하고도 지독한 악몽에 시달렸다.

 검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타났고, 온몸이 으스러졌고, 엉망이 되어 쓰러진 몸 위로 검은 민들레꽃이 피어났다.

 칠흑처럼 새까만 꽃의 홑씨들은 바람에 날려 퍼져나갔다. 퍼져나간 씨앗들이 하얀 설원 위에 내려앉았고, 그 때마다 붉은 핏물이 피멍처럼 번져나갔다.

 이유도 없는 공포가 온몸을 휘어 감았다.

 영후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을 땐, 운전을 하다가 놀란 건태의 옆모습이 보였다.

 

 “뭐야, 꿈꿨냐?”

 “어? 어, 어…….”

 

 영후는 머리를 움켜쥐고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퇴원 수속을 밟은 후, 경찰서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건태는 이마와 관자놀이에 땀이 축축하게 맺혀 있는 것을 보고 티슈를 내밀었다.

 

 “몸이 많이 안 좋나본데…… 괜찮아?”

 

 영후는 티슈를 뽑아 얼굴에 맺힌 땀을 닦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냥 타박상인데, 뭐.”

 “후유증은?”

 “출근하기 싫은 거 말고는 없어.”

 

 영후는 투덜거리며 땀에 젖은 휴지를 꾸겨서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퇴원 수속을 밟자마자 건태가 찾아왔다. 그리고 출근 명령을 전했다.

 물론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충분히 쉬긴 했지만, 너무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 비번도 잘 챙기는데.

 영후는 반장의 꼬장꼬장한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이 많냐?”

 “그냥, 평소 같지 뭐…….”

 “그런데 반장은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너 2주 쉬었잖아. 반장은 엄청난 인력 손실에 시간 낭비라고 생각 중이야.”

 

 영후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욕하듯이 뇌까렸다.

 

 “장반장…… 언젠가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한다.”

 “그러지 마라. 네가 신고하는 순간, 우리 팀 전체가 지옥에 끌려가는 거다.”

 

 건태는 낄낄거리며 운전대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힐끗 돌려 영후의 얼굴을 살폈다.

 

 “근데 너 진짜 괜찮냐?”

 “뭐가?”

 “너 엄청 크게 사고 났잖아. 몰라? 내가 봤을 때 너, 50미터는 날아갔어.”

 “나도 잘 모르겠다. 부딪칠 땐 진짜 아팠는데, 깨어나니까 팔 다리 쑤신 거 말고는 별 이상 없더라고.”

 

 건태가 씨익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너 혹시 트럭에 안 부딪쳤는데, 그냥 혼자서 날아가서 넘어진 거 아니야? 그냥 막 쪽팔리고 그래서.”

 “…….”

 

 영후는 별다른 대꾸 없이 차창 밖 풍경만 바라보았다.

 안 부딪치고 50미터를 날아갈 능력이 있었다면 차라리 멀리뛰기 국가대표를 했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며칠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꿈의 장면들만 떠올렸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질문을 던졌다.

 

 “야.”

 “어?”

 “너 저승사자 본 적 있냐?”

 

 건태는 큽- 하고 터져 나오려던 웃음을 참았다. 그리고 영후를 향해 물었다.

 

 “왜, 넌 봤냐?”

 “아마도…… 그런 거 같아서.”

 “어떻게 생겼는데?”

 “그냥…….”

 

 영후는 검은 가운을 입은 의사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창백한 얼굴과 새까만 눈동자, 옅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입술과 온 몸 곳곳에서 풍겨 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 그 기운을 떠올리는 순간, 가슴 속에 칼날이 꽂힌 것처럼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왔다.

 

 “으으…….”

 

 외마디 신음을 뱉어내며 가슴을 움켜쥐는 영후를 보며 건태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뭐야, 어디 아파?”

 

 영후는 질끈 눈을 감은 뒤, 고개를 흔들었다. 건태는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며 영후의 안색을 살폈다.

 

 “왜 그래, 임마? 가슴에 무슨 문제 있어?”

 “…….”

 

 영후는 입을 꾹 다문 채, 감은 눈을 떴다.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가락 사이로 무언가가 잡히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검은 색 민들레꽃이 끼워져 있었다.

 

 “뭐야? 꽃이야?”

 “꽃이냐고……?”

 

 영후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꽃잎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뻗어 있었다.

 영후는 그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꽃을 주머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저승사자야.”

 “무슨 소리야? 저승사자가 왜 네 주머니에 들어가?”

 “있다. 그런 게…… 배고프니까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영후는 미심쩍게 바라보는 건태의 시선을 외면한 채 차창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며칠 간 꾸었던 꿈이 단순한 악몽인지, 가슴 속에 피었던 검은 민들레꽃의 정체가 무엇인지, 자기 자신이 진짜 살아 있기는 한 것인지, 하나도 뚜렷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다만, 세상과 자기 자신의 일부가 조금 바뀌어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보고 듣고 느끼는 수많은 감각과 분위기들이 심상치 않게 변해 있었다.

 
작가의 말
 

 댓글과 추천은 항상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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