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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
작가 : May0821
작품등록일 : 2019.10.10

만나서는 안 되는 두 남녀, 강빈과 유채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재회하지만 이미 그녀의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꾸만 밀어내는 남자와 바라는 것 없이 곁을 지켜주는 남자.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

운명vs 노력
사랑도 타이밍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야 하는 것, 그것이 운명이고 사랑이다.

당신의 사랑 방식은 어느 쪽인가요?

여기 불완전한 세 남녀를 통해 완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6
작성일 : 19-11-06 00:28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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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유채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일을 하려고 노트북을 켰지만 단 한자도 쓰지 못하고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만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주혁의 갑작스런 고백. 그리고 카페에서 주리와 마주쳤던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주리와 강빈의 티격 거리면서도 친근해 보이는 모습.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에 집안끼리 약속된 사이라면, 그래서 예전에 자신에게 그리도 냉정했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유채는 강빈을 다시 만나며 옛 감정이 다시금 떠오른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 뿐이라고 유채는 스스로를 설득하듯이, 달래듯이 마음을 추스르려고 애썼다.

 

 

  여러 가지 생각들과 수면 부족 때문이었을까. 유채는 가슴이 쪼이듯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최근에 이따금씩 숨이 가쁘고 가슴 통증을 느끼곤 했었다.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인 요즘이었다. 노트북을 닫고 책장에서 ‘냉정과 열정사이’ 책을 꺼내 들었다. 꽤 오래 전에 읽고 잊고 있던 책이었다. 입에서 당기는 음식이 있듯이, 마음이 힘들 때 마음에서 끌리는 책이 있었다. 지금 현재 유채의 마음에 꼭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

 

 “요즘 강빈이 동향은 어때?”

 

 

 “그게, 요즘은 제 연락도 안 받으십니다.”

 

 

 “라디오 쪽으로 방향을 틀 줄 누가 알았겠어? 직접 출연까지 하고. 단단히 작정하긴 했나 보군.”

 

 

 “그래서 한강빈 다시 잡을 방안은?”

 

 

  “죄송합니다. 찾고 있는 중입니다.”

 

 

  “하반기에 신인들 줄줄이 나가야하는 거 알지? 곡 받아 놓은 건?”

 

 

  “깔끔하게 한 곡도 남기지 않고 자리 비우셨습니다.”

 

 

  “독한 녀석, 누가 내 아들 아니랄까봐. 영 채널 라디오 국장이랑 연결해놔. 내가 직접 움직여야겠어.”

 

 

  ***

 

  60대임에도 50대로 보이는 미모, 날 때부터 지금까지 높은 곳에서 군림해 온 임대표는 사람들을 부리는데 익숙했다. 임엔터의 영향력은 대단했고 평소 직접 움직이지 않는 임대표가 갑작스레 연락을 취해와 임원급들도 긴장 상태였다.

 

 

  입구에서부터 라디오국 국장이 마중 나와 인사를 했다.

 

 

  “임대표님, 오랜만입니다.”

 

 

  “본론부터 얘기하죠. 작곡가 케이가 요즘 영 채널이랑 손잡고 일하고 있다죠? 아직 우리 임엔터와 처리할 문제가 남아있는데 너무 활발히 활동해서 당황스럽군요.”

 

 

  “그게, 임엔터 측에서 연락오기 전에 이미 달밤 피디와 컨텍을 한 상황이었고 미리 알았더라면 제가 분명히 말렸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라디오 프로그램이 영향력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거야 배우들 얘기고, 가수들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케이와 관련된 기획, 없던 걸로 해주세요.”

 

 

  “임대표님, 없던 걸로 하기에는 이미 진행이 제법 된 사안이라, 북낭송회며 콘서트며 지금 엎기에는 저희 쪽 손해가 워낙에 커서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작곡가만 바꾸면 되지 않나요? 저희 기획사 대표가수, 작곡가팀 물신양면으로 지원하죠.”

 

 

  “우리 입장에서야 임엔터 소속이면 마다할 이유가 없긴 한데 이미 작곡가 케이 이름으로 홍보도 다 나간 상황이라. 거참, 제가 국장이긴 하지만 담당 피디가 아니니 뭐라 바로 확답드리긴 어렵고요. 달밤 피디랑 의논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럴 거 없이 제가 바로 얘기 나누죠. 달밤 피디, 불러 주세요.”

 

 

  국장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임대표의 파워가 워낙 막강했기에 마지못해 김피디를 찾아갔다.

 

 

  ***

 

  예상한 것과 다름없이 김피디는 국장의 말에 노발대발했다. 일개 기획사 대표가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몹시 불쾌했다.

 

 

  “국장님, 제가 케이 잡아왔을 때 뭐라 하셨어요? 엎드려 절이라도 제게 하고 싶다하셨죠? 근데 이제와서 케이를 빼라고요?”

 

 

  “그거야 임엔터랑 케이 사이에 그런 문제가 있는지 몰랐지. 하여간 모자간 싸움에 우리 등만 터지네. 대체 남들은 임엔터에 못들어가서 안달인데 정작 임엔터 아들인 케이는 왜 나가겠다는 거야? 그냥 임엔터에 눌러있음 서로가 편할 건데.”

 

 

  “케이가 임대표 아들이에요?”

 

 

  “몰랐어? 하여간 일만 열심히 하지 말고 정보력도 좀 키워.”

 

 

  “됐고, 저는 이 기획 케이랑 같이 끝까지 할 생각입니다. 저 설득하려 하지 마십쇼.”

 

 

  “아이고, 김피디야. 나 좀 살려줘. 우리 라디오국이야 상관없다쳐도 라디오국, 드라마국은 손해가 어마어마해. 임엔터 소속 연예인들 다 보이콧해봐. 어떻게 되겠어?”

 

 

  “이 참에 대형 기획사들 횡포 못 부리게, 툭하면 협박질인데 아주 뿌리를 뽑아야 돼요. 그리고 어디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한답니까? 할 말 있으면 직접 찾아오라 하세요.”

 

 

 “김피디, 김피디 그냥 가면 어떡해. 야야, 김성준!”

 

 

  씩씩거리며 걸어가는 김피디에 등에 대고 국장이 그를 불러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마음으로 국장은 임대표와 대면했고 임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영 채널 입장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임엔터도 곧 제대로 입장정리해서 전달해드리죠.”

 

 

  “임대표님! 그러지 말고 저랑 마저 얘기 나누시죠.”

 

 

  국장이 쩔쩔매며 임대표를 붙잡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대기해있던 차를 타고 임대표는 냉정하게 방송국을 떠났다.

 

 

 ***

 

  “대체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습니까?”

 

 

  카운터 밑에 숨어 앉아있는 주리를 보며 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리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방금 가게 앞에 서 있던 검은 차 갔나요?”

 

 

  “왜요?”

 

 “아이 참,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아직 있어요?”

 

 

 “없습니다. 바쁜데 정말 계속 이럴 겁니까?”

 

 

 주혁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주리가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섰다.

 

 

 “휴우, 오래 쭈구려 앉아있었더니 다리 아파 죽겠네. 이제 일하러 갈게요.

 

 

 “어디 갑니까?”

 

 

 “어딘 어디예요? 손님들 편안하게 잘 계시나 한 번씩 돌아다니라면서요?”

 

 

 “얼마 전에 손님이랑 싸우고 소란 피워서 주방으로 쫓겨난 거 생각 안 납니까?”

 

 

 주리가 화려한 네일로 꾸며진 손톱을 내밀며 말했다.

 

 

 “아니, 이 아리따운 두 손으로 설거지라니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주혁씨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항상 온화하면서 나한테만 늘 화내더라? 그거 은근 서운한 거 아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평소에 화 낼 일이라곤 없었는데 왜 김주리씨만 마주하면 화가 날까요?”

 

 

  “그거야 전 모르죠.”

 

 

  주혁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주리와는 말을 하면 할수록 휘말리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손톱에 네일, 유니폼. 제가 말씀드린 대로 내일까지 시정 안하신다면 더 이상 저희 카페에서 일하기 싫으신 걸로 알겠습니다.”

 

 

 “뭐라고요? 이거 고용법 위반인 거 알죠? 손톱은 그렇다 쳐도 유니폼까지는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마음대로 해요. 나도 아쉬울 거 없으니.”

 

 

  주리가 툴툴대며 카페 밖으로 나갔다. 늘 친절하고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던 남자들만 만나다가 주혁처럼 뭐하나 제 맘대로 안 되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물론 전자의 남자들보다 솔직하고 가식없는 주혁이 나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푸대접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되었다.

 

 

 약이 바짝 올라 열을 식히고 있는데 눈앞에 익숙한 여자가 주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슬로우 모션처럼 차에서 내려 주리에게 다가오는 임대표를 보며 주리는 경악했다.

 

 

  “설마 했는데 주리 너 맞구나? 왜 네가 여기, 이런 옷차림으로 있는 거지? 네가 조금 독특한 건 알았지만 뭐 코스튬이라도 하는 거야?”

 

 

  “아줌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줌마? 주리야, 너 언제까지 나를 아줌마라고 부를 거니? 차라리 미리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

 

 

  “강빈이랑, 아니 강빈오빠랑 저 이미 파혼했는데요. 어머님이란 호칭은 좀, 하하.”

 

 

  천하의 김주리가 쩔쩔매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임승혜 대표였다. 제 잘난 맛에 사는 도도한 강빈도 별로였지만 임대표를 시어머니로 맞이하느니 차라리 평생 혼자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주리였다.

 

 

 “강빈이도 그렇고 너도 어쩜 그리 철이 없니? 파혼이야 너희 둘 생각이고. 집안에서 정한 걸 너희들 맘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거 아니지? 네가 누리는 거만큼 너도 네 집안에서 네 몫을 해야지. 요즘 무슨 변죽인지는 몰라도 회사일 한다던데 거긴 네가 소꿉장난할 곳이 아니야. 네 엄마가 걱정이 많더라. 신부수업에나 집중하는 게 어떻겠니?”

 

 

 “저희 엄마랑 아줌마 참 많이 닮았어요. 서로 앙숙 같다가도 또 죽이 척척 맞는 거 보면 공통점이 많아서 인가 봐요.”

 

 “또또 아줌마!”

 

 

 “저 일하러 가야하니까 이만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주리는 임대표가 들리지 않게 혼잣말을 했다.

 

 

 “한강빈도 참 어찌 보면 불쌍해.”

 

 

 한편, 주리의 당돌한 태도에 임대표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얼굴을 식혔다.

 

 

  “여긴 터가 안 좋나, 다들 왜 이렇게 제멋대로야? 김기사, 강빈이한테 전화 걸어요. 안 받으면 일부러 안 받는 거니까 문 뜯어서라도 들어가 있을 테니 오늘은 꼭 봐야겠다고 메시지 남기고. 강빈이 집으로 갑시다.”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주리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고 주혁은 모른 척했지만 내심 신경이 쓰였다. 사람 좋은 그였기에 자신이 한 말 때문에 마음이 상했는지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해도 늘 능청스럽고 당당한 주리가 시무룩해져있는 것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안 좋았다.

 

 

  웃음기없는 얼굴로 주리가 주혁에게 다가와 꾸벅 인사를 했다.

 

 

  “김주리씨, 어디 가시나요?”

 

 

  주리는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퇴근시간인데요?”

 

 

  “아, 네. 수고하셨어요.”

 

 

  주혁이 멋쩍게 말했다. 오늘처럼 조용히, 얌전하게 주리가 퇴장한 날은 처음이었다.

 ***

 

  유채는 바쁜 일정 때문에 고등학교 동창회를 잊고 있었다. 서울에 지내는 친구들끼리 1년에 한 번씩 모였는데 주혁에게 함께 가자고 했던 기억이 났다.

 

 

  주혁의 고백 이후로 아직까지 두 사람은 제대로 대면조차 하지 못했다.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주혁도 유채도 모두 바빴기에 오다가다 눈인사를 하는 정도였고 거의 매일같이 나누던 톡도 오고가지 않았다.

 

 

  주혁이 동창회에 올까. 주혁은 동창들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였고, 학창시절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그였기에 동창회에 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였다.

 

 

  유채는 주혁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자신과 함께라면 동창회에 가는 것이 싫지 않을 것 같다고, 그녀는 폰을 다시 손에 들고 그에게 톡을 보냈다.

 

 

 ***

 

  이미 삼삼오오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올해에는 제법 많은 인원이 모여서 호프집을 통째로 빌렸다며 동창회 회장 녀석이 우쭐 하였다.

 

 

  유채를 보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녀를 반겼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 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갔지만 주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톡을 확인해 보았으나, 숫자 1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혹시 주혁이한테도 연락했어?”

 

 

  “주혁이?”

 

 

  유채의 물음에 다들 누군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동아리 회장이었던 민수가 기억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 빵덕후? 왜 학교 근처 빵집 아들, 빵떡처럼 생긴 게 맨날 자기 집 빵 들고 다니면서 먹고 다녔던 애. 걔는 뭐하고 있으려나? 진짜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나 호빵맨 볼 때마다 걔 생각났잖아.”

 

 

  그제야 다들 기억이 난다는 반응이었다. 민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주혁을 괴롭히던 무리 중의 하나였다. 유채는 주혁을 비하하는 민수의 발언에 화가 났다. 뭐라고 따지려고 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해? 네가 나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 줄 몰랐네.”

 

 

  주혁의 등장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여기저기서 쑥떡 거렸다.

 

 

  “우와, 쟤 민주혁 진짜 맞아? 살 엄청 뺐네.”

 

 

 “나 첨에 너 들어오는데 정해인 들어오는 줄 알았어. 웬일이야, 웬일.”

 

 

  주변 반응은 물론이고 180도 달라진 주혁의 모습에 가장 당황한 사람은 민수였다. 눈으로 보고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너 정말 민주혁 맞아?”

 

 

  “응. 그 빵덕후 민주혁 맞아. 그때도 빵덕후였고 지금도 빵덕후라 베이커리 카페 하고 있어. 나중에 시간되면 놀러와.”

 

 

  벙찐 표정으로 서 있는 민수를 주혁이 내려다보며 카페 명함을 내밀었다. 옆에 앉아있던 여자 동창들이 카페 이름을 보자 더욱 더 난리를 피워댔다.

 

 

  “어머? 여기 네가 하는 카페였어? 요즘 인별에서 엄청 핫하던데. 카페도 엄청 크고. 우리도 너희 카페 가도 돼? 말 나온 김에 담 동창회는 너희 카페에서 할까?”

 

 

  “얼마든지.”

 유채는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주혁이 유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유채도 따라 웃었다.

 

 

  “유채야, 미안해. 일이 늦게 끝나서 이제야 왔네.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지?”

 

 

  “그럼. 늦게라도 와준 것만으로 고마워. 민수야,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을까? 언제까지 주혁이 세워둘 수는 없잖아. 네가 다른 자리 가도 괜찮지?”

 

 

  유채의 말에 민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옆으로 비켜섰고 자연스럽게 주혁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럼 실례.”

 

 

  주혁은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하게 동창들과 잘 어울렸다. 열일곱의 민주혁이 내성적이라 늘 구석에서 움츠려 있었다면 스물일곱의 민주혁은 누구보다 멋지고 당당했다.

 

 

  ***

 

  동창회를 파하고 유채와 주혁은 함께 공원을 걸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계절은 봄을 지나 초여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고마워, 유채야.”

 

 

  “뭐가?”

 

 

  “그냥 모든 게 다.”

 

 

  “오늘 민주혁, 끝내주게 멋있었어. 다들 너한테 반한 눈치더라.”

 

 

  “너도?”

 유채가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농담이야. 이제 너한테 나는 농담도 못하겠다. 근데 나 사실 오늘 동창회 오는데 엄청 떨렸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괴롭힘 당했던 기억을 온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

 

 

 “주혁아.”

 

 

  “근데 나 티 하나도 안 났지? 태연한 척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그럼, 물론이지. 민수 녀석 표정 일그러진 거 봤어? 그 녀석이 너에 대해 떠들어대는데 내가 진짜 너무 화가 나서 말이지. 어떻게 말로 때려줘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네가 짠, 하고 등장해서 너무 멋지게 K.O시켜버리더라고.”

 

 

  유채가 통쾌하다는 듯이 열변을 토했다. 주혁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그때, 유일하게 웃어주었던 그녀. 십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변했지만 유채만은 그대로라고 그는 생각했다.

 

 

  “유채야.”

 

 

  “응?”

 

 

  “나, 한번만 안아주라. 한번만 너, 안아 봐도 될까?”

 

 

  유채가 채 대답도 하지 전에 순식간에 주혁이 다가와 유채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그가 말했다.

 

 

 

  “너는 열일곱의 내게 빛이었고 스물일곱의 내게도 여전히 그래. 같은 마음 아니라도 되니까 나한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참 한결같은 그의 마음이, 포근함이 유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의 진심이 체온을 통해 오롯이 전해져왔다. 그녀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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