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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16화 친구
작성일 : 19-11-05 18:22     조회 : 250     추천 : 1     분량 : 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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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너머엔 아무도 없어.”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는 학교로 보이는 건물 안을 서

 성 거린다. 학교 안엔 사람의 기척이 하나도 없다. 모두는 길 잃은 사람처럼 이리

 저리 헤매 인다. 갑자기 학교가 사라지고 큰 바위 위에 서있다. 누군가 뒤에서 모

 두의 등을 떠민다. 모두는 푸른 물속으로 빠진다. 물속에 빠지면서도 왜인지 하나

 도 두려운 마음이 일지 않는다. 헤엄을 쳐 물 밖으로 나오니 한 남자가 자신을 아

 래로 내려다보며 서있다. 남자가 말한다.

 “네 세계엔 아무도 없어. 넌 혼자야.”

 모두는 남자의 말에 절망적인 기분이 든다. 어째서 나는 혼자인 것인가. 어째서 계

 속 이렇게 떠도는 것인가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어째서 나만 혼자야? 그럼 넌 누구야?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네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야. 실체가 없는 환상.”

 “나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더 이상 헤매

 이는 것도 지쳤어. 넌 알잖아.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이렇게 헤매 이고 있는

 지.”

 자세히 보니 남자의 몸과 얼굴은 어딘가 비현실적인 모양이다. 마치 투명인간이 있

 다면 이런 모양새일 것만 같다.

 “날 따라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하지만 그리 오래 머물진 못해.

 아까 말 한대로 나는 네가 만든 환상이기 때문에 내가 널 데려가는 그 곳도 한 낱

 환상일 뿐이거든. 하지만 넌 그 환상이라도 보고 싶겠지?”

 “환상이든 뭐든 상관없어.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그리고 친구들을 보고

 싶어. 나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줘.”

 남자는 바위를 내려가면서 모두를 향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바위를 내려가니

 바위 틈새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틈이 있다. 남자는 손짓하며 그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모두는 남자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한동안 컴컴한 어둠속에 잠기더니

 무지개 빛깔의 색이 보이고 그 뒤에 남자와 모두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로 이동해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와 투명인간(그렇게 부르기로 한다.)의 존재를 전혀 인

 식하지 못하는지 각자 떠들며 자기 할 일들을 한다. 그곳은 학교가 됐다가 광장이

 됐다가 공원이 됐다가 바닷가가 됐다가 끊임없이 풍경이 바뀐다. 그리고 그 곳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는 그 사람들 중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고 싶지만

 왜 인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모두는 할수없이 투

 명 인간에게 말을 건다.

 “저 사람들 눈엔 너랑 내가 보이지 않는 거야? 이상하게 말이 안 나와.”

 “그래. 저 사람들 눈엔 너랑 내가 보이지 않아. 우린 그저 긴 꿈을 꾸고 있는거야

 .그러니 그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어차피 네 눈앞에 보이는 건 전부 환상일 뿐이

 니까. 네가 매일 보는 그 학교 풍경도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을 뿐이야. 너는 지금

 아주 긴 꿈 안에 갇혀 있어. 만약 네가 진짜로 눈을 뜨게 된다면 그때부터 진짜 삶

 이 시작 되는 거지.”

 “나는 왜 매일 학교로 보이는 건물 안을 서성대는 거지? 어째서 내가 가야 할곳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야?”

 “생각이 나든 안나든 아무런 상관이 없어. 어차피 지금 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건 실제 하는 현실이 아니고 꿈이니까. 너는 그만 헤 매이고 긴 꿈에서 깨어나야만

 해.”

 “어떻게 깨어날 수 있지?”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널 찾아온다면 그 사람이 네 손을 잡아 준다면 너는 깨어

 날수 있어. 아마도.”

 “만약 찾아오지 않는다면?”

 “계속 꿈속을 헤 매이다 사라지겠지. 모든 게 사라지는 거야. 너도 네 환상도”

 모두는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모두의 어깨에 투명인간이 투명한 손을 올린다.

 “괜찮아. 그 사람이 너를 기억하니까. 아주 오랜 시간동안.”

 모두는 투명인간에게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고 싶지만 그 순간 투명인간은 빛으로

 부서져 내려 사라진다. 모두를 둘러싼 배경이 또 다시 학교로 바뀌고 그 복도 안

 엔 모두 혼자만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태환은 집으로 들어온다. 집안은 평소보다 어딘지 모르게 휑하다. 태환은 나희의

 부재를 공기로 느낀다. 한편으론 나희가 없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 태환에게 나

 희의 존재는 무겁고 아픈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일주일 동안은 나희가 따로

 연락을 안했으면 좋다고 했던 게 생각나 문자를 한 통 해보려다 폰을 탁자 위에 내

 려 놓는다. 태환은 샤워를 하고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김치찌개를 뚝딱

 끓이고 계란 프라이도 하나 만든다.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안해서 배가 고팠

 던지 순식간에 음식이 사라져있다. 곧바로 설거지를 하고 그릇들을 정리해 둔다.

 카페에서 사온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고 잠겨있는 방문에 열쇠를

 넣어 문을 연다. 방안엔 모두의 모습이 여기 저기 놓여있다.

 모두를 가만히 바라본다.

 ‘나는 벌써 28살이 됐는데 모두는 여전히 17살이구나.’

 병원에 누워있는 모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모두를 그렇게 만든 게 왜인지

 나희가 아닌 자신 때문인 거 같은 죄책감이 든다. 내가 그때 나희를 조금만 더 빨

 리 말렸더라면 모두가 다치지 않았을 것만 같은 기분. 그랬다면 나희도 저렇게 까

 지 망가지지 않았을꺼 같은...

 태환은 두 손으로 세수하듯 얼굴을 비빈다. 그림들을 하나씩 뒤로 덮어놓고 방에서

 나와 문을 잠근다. 혹시라도 자신이 집에 없을 때 나희가 이 그림들을 보게 될까봐

 태환은 그 방을 잠궈 둔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액정 화면을

 보니 나희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나희야. 문자도 하지 말라더니. 무슨일 있어?”

 “아무일도 없어. 지금 은희네 집이야. 은희랑 오랜만에 만나서 조촐한 파티라도

 하고 내일 어디든 가보려고.”

 태환은 은희집이라는 나희의 말에 안심한다.

 “무슨 좋은 일 있어? 갑자기 왠 파티?”

 “아니. 그냥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밥은 먹었어?”

 “응. 방금 김치찌개 해서 먹고 커피까지 한 잔 마셨어.”

 “나 없어도 잘 지내네.”

 “그렇지도 않아. 사람이 있다 없으니까 엄청 허전해.”

 “정말?”

 “응. 정말.”

 둘 사이에 잠깐의 적정이 흐른다.

 “그럼 얼른 둘이 신나게 파티나 해. 내 걱정은 말고. 여행도 잘 하고. 네 말처럼

 문자해서 귀찮게 안 할 테니까.”

 “알았어. 은희가 부른다. 끊을께.”

 뚜뚜뚜-

 전화가 끊기고 태환은 나희의 밝은 목소리에 안도한다. 언제쯤 모두를 그린 그

 림을 나희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건 옳은 일일까. 꽤 오랫동안 생각해 왔는데도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한편으론 그 그림들을 나희에게 보여줘서 나희가 저지

 른 일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짓 이였는지 깨닫게 해주고 싶다가도 또 한편

 으론 이제야 병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

 을 굳이 꺼내서 나희를 괴롭히는 게 옳은 일인지 알 수가 없다. 태환은 침실로 들

 어가 방의 불을 끄고 눈을 감는다. 모든 일들이 악몽이고 잠들었다 깨어나면 모두

 가 행복해져 있기를 바라면서...

 

 “짜잔. 맥주가 왔습니다!”

 은희가 술이 가득 찬 비닐봉투를 흔들며 집으로 들어온다.

 “우와. 이제 맛있는거만 배달시키면 되겠네.”

 “너 피자 좋아하지? 피자랑 치킨 시킬까?”

 은희의 물음에 나희가 들뜬 목소리로 ‘고!’를 외친다.

 잠시 뒤 배달시킨 음식들이 도착하고 둘을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여러장 깔고 그

 위에 음식들과 술을 늘어 놓는다.

 “그런데 하루 만에 소설을 완성한 거야? 대단하다. 정말.”

 “내가 그동안 글을 너무 쓰고 싶었었나봐. 병원에 있는 동안은 일기 밖에 못 썼

 거든. 대단할거 까진 없고. 짧은 단편이니까.”

 나희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아냐. 대단 한 거지. 아무리 짧은 단편이라도 10장은 넘을 거 아냐. 대단해.”

 “아 뭐래. 피자나 먹자. 맥주는 잠깐 냉동실에 두고.30분만 있다가 꺼내자고.”

 나희의 말에 은희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곤 피자를 하나 집어 먹는다.

 둘은 음식을 먹으며 너나 할 것 없이 수다를 떤다. 은희는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

 간거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나희야.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꼭 중딩들 같지 않아?”

 은희의 말에 나희는 사례가 걸려 켁켁 댄다.

 “야. 이렇게 늙은 중딩들이 어딨냐. 우리 2년만 더 지나면 서른이야..”

 나희의 말에 둘은 어린아이들처럼 깔깔대며 웃는다.

 “야. 30분 안 지났나?”

 휴대폰 액정 화면의 시간을 확인하는 은희다. 나희는 그 말에 냉장고로 가 냉동실

 문을 열고 차게 해둔 맥주를 두캔 꺼내온다.

 “건배사는 뭘로 하지? 이거 어때? 최나희의 부활을 위하여!”

 “야. 오그라들어. 그냥 조용히 마시자.”

 둘은 동시에 짠!하고 외치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으아. 너무 시원하다. 진짜 맛있다.”

 은희의 말에 나희는 닭다리를 뜯으며 “응. 응” 건성으로 대꾸한다.

 “최나희양. 너무 먹는 데만 몰입 하신 거 아니세요?”

 “미안. 아침에 네가 해논 밥 먹고 글 쓴다고 뭘 안 챙겨먹었더니 배고팠나봐”

 “아냐. 먹어먹어. 고생했어.”

 은희는 밝은 나희의 모습에 괜히 뭉클한 마음이 든다. 병원에 있으면서 얼마나 답

 답하고 절망적이었을지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더 안쓰러운 마

 음이 들었다.

 “나희야. 너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번도 못 찾아가서 너무 미안해. 내가 염치가

 없다.”

 “아냐. 일반적인 곳도 아니고. 나라도 그랬겠다. 마음 쓰지마.”

 은희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 모습을 보는 나희도 운다. 어린아이들처럼..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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