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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희일비
작가 : 하늘새25
작품등록일 : 2019.8.17

우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말을 비웃듯, 소수의 인간에게는 초능력이, 모든 인간에게는 마력이란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졌었다.

“바깥으로 나와서 뭐 하냐, 총 맞고 뒈지기나 하지.”

무슨 일이 없는 한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

“Y 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자신의 판단 기준에, 가치란 말을 달고 사는 사람 간에 일희일비하는 이야기.

 
17화
작성일 : 19-11-05 17:29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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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기 즈음에, M과 N이 말해주었던 것이 있을 것입니다.

 저기 있습니다. 아이들이, 밧줄을 가지고 놀고 있는 곳. 꽤 굵은 밧줄이 다섯 개 있습니다. 끝에는 올가미가 있습니다. 저것으로 Y 님을 묶은 후, 당겨서 죽일 모양이군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냅니다. 면도날처럼 날카롭기에, 손쉽게 제가 바라는 대로 끊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손에 숨기고, 몰래 다가가서 몇 가닥만 남기고 교묘하게 장식하면 됩니다. 그러면 시작해보겠습니다.

 

 “거기 있으면 안 돼, 어서 나와!”

 

 이런, 어쩔 수 없습니다. 하나만 급하게 자르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작전을 조금 수정하면 됩니다. 즉, 여기에 아예 오지 않으면 된다는 뜻입니다.

 일단, 보험부터 준비합시다.

 

 -어 왜?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나중에 M과 N이 연락할 때, 차를 몰고 구역 안으로 들어오실 수 있습니까?”

 -그러려면, 지금 출발해야겠네? 알겠어!

 

 일단 하나. 다음으로.

 손목시계를 조작합니다. 전원 연결. 대기 모드. 장갑차가 언제 쓰일지 모르니, 탄약 상태 등을 확인합니다. 완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거기 누구야, B 아냐?”

 

 마침 만났습니다. 교관, 아니 E가 Y 님의 흉내를 내서, 능청스럽게 아는척합니다.

 

 “옆에 분은, 누구입니까?”

 

 진분홍빛 머리카락에 신장은 E와 머리 반 개 정도 차이납니다.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저 사람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딱 보면 모르냐?”

 

 서로 팔짱을 끼고 있습니다. 연인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습니다.

 

 “저 꼬맹이는 누구?”

 “내 사냥개였지만, 이제는 안락사 대상일 뿐이야.”

 

 E가 가볍게 몸을 풉니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 몸에서 우드득 하는 소리가 났을 뿐인데, 저는 뒷걸음질 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E는 다가오고, 저는 물러납니다. 언제까지고 그러다가, 제 발에 밧줄이 걸려서 넘어집니다.

 그 위로, E가 귀찌를 보여줍니다.

 

 “이걸 두고 가셨더라?”

 

 저도 모르게,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왜?”

 

 뺏으러 몸을 날립니다. E는 손을 번쩍 들어서, 제가 슈트를 사용하지 않고는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올립니다. 속에 슈트를 입었지만, 그것을 티 내면 안 됩니다. 곧장 전력으로 달려들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린 애들끼리 누구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그딴 장식품 넘쳐나는데, 주면 안 될까?”

 “그런가?”

 

 대충 위로 던집니다. 구멍으로 빠지거나 해서 영영 찾지 못하면 어쩌라는 말입니까! 저기 있습니다.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혹시나 빼앗기지 않을까, 미리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돌려차기를 맞아서, 멀리 나동그라집니다.

 잠깐 희미했던 시야에는, E가 귀찌를 한손으로 받는 것이 보였습니다.

 

 “넘쳐나지. 그래, 이딴 건 세상에 많고 많은데.”

 

 속에서 무언가가 나옵니다. 뱉어내고 보니, 피입니다. 일어납니다. 몸은 이미 너덜너덜, 한계점을 달리고 있습니다. 역시, 제대로 된 전투를 위한 것이 아닌 이런 얇은 슈트 따위, 있어도 버티기 힘듭니다!

 E가 다가오며, 귀찌를 손에 쥐고, 그 손으로 주먹을 날립니다. 피하지 못한 저는, 다시 나가떨어집니다. 제어기가 무력해진 이후로, 신체 능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아니, 고통을 모르기에 아무렇게나 행동했다는 말이 맞을까요.

 “Y, 그 새끼가, 길고양이만도 못한 저것에 뭔가를 줬다는 것 자체가 싫어.”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M인 손을 흔든다. 다른 손에는 먹을 것이 들려 있다.

 

 “아까 그렇게 먹어대고, 또 그러냐.”

 “우리, 돈도 받았잖아! 그러면 우리 할 거를 하면서 제대로 놀면 되는 거지!”

 

 M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자신이 순식간에 먹어치운 후 남은 쓰레기에 붙이고는 저 멀리, 그렇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던진다. 쓰레기는 이미 사방에 널려 있으니, 괜찮다. 누가 혼낸다거나, 줍는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빠, 역시 축제는 폭발이지, 그렇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 주변 사람 아무나 붙들고 그렇게 말해봐라. 총 맞는다.”

 

 이들은 그런 소리에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야, N이 덧붙인다.

 

 “에이, 여기는 7구역이니까 그런 거고. 뭐가 터져야 재밌지, 폭죽이든, 폭탄이든, 건물이든 사람이든!”

 

 눈치 없이 소리를 지르는 여동생의 입을 막고,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급히 자리를 떴다. 당연히 동생은 불만이 많았다.

 

 “갑자기 왜…….”

 “미행이 붙었어. 너 뭐 잘못한 거 있으면 빨리 말해.”

 

 아까 전부터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을 지금이야 알아차리다니, 축제를 너무 즐겼나 보다.

 

 “나? 어, 없어!”

 

 손사래를 치지만, 누가 봐도 ‘저 의심스러워요!’라는 얼굴로는 사람을 속일 수 없다.

 

 “똑바로 말해, 동생아. 7구역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죽어서 바깥으로 버려지는 일이 흔하단다.”

 

 이렇게까지 경고하자, 겁먹은 듯한 M이 고민하더니, 털어놓는다.

 

  “어……. 사실, 계속 집적거리던 놈이 있었어. 짜증 나서 집과 함께 날렸어. 그래서 끝인 줄 알았는데.”

 

 그런 짓을 했다고? 왜!

 

 “나한테 말하든가, 다른 사람을 고용했어야지!”

 

 그렇게 지나간 일을 꾸짖고, M은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조금씩 숙여갔다.

 

 “미, 미안.”

 “후, 늦었으니까, 일단은 따돌리고 보자.”

 

 동생과 함께 달리려고 했는데, 바로 앞에 익히 아는 얼굴이 날아 들어와 몸을 굴렀다. 손을 내밀어 몸을 일으켜주려 하는데, 웬 거구의 사람이 와서 B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버둥거리면서 팔을 치지만, 턱도 없는 듯했다.

 

 “이것을 아나?”

 

 이쪽을 보면서 내뱉은 말에 소름이 돋아서, 그들은 동시에 이렇게 말했다.

 

 “아, 아뇨, 몰라…… 요.”

 

 그 사람은 그대로 직진해서 갔다.

 이래서 모른척하라고 했던 거였나?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 한편이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찜찜한 기분으로 가려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깜빡하고 있었다! N이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이미 빠져나갈 길은 전부 막혔다.

 그들이 칼을 꺼내 든다.

 

 “오늘 축제라면서, 분위기를 망치려고 하나?”

 

 이렇게 말은 해 보지만, 손이 떨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적의를 받은 적이 얼마 만인가, 도망치고 싶다.

 

 “축제, 맞지. 축제.”

 

  그들이 천천히 망을 좁힌다.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간다.

 

 “그러니까, 시끄러우면 안 되잖아? 일단 쑤셔본 다음에 물어봐야겠지.”

 

 관중들이 빠르게 흩어진다. 자신들은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이기적이지만 합리적인 행동이었다.

 경보가 울린다. 필시 이것 때문에 울린 것이리라, 생각했건만, 정작 내용은 중앙 감옥에서 죄수가 탈출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번이 몇 번이냐며 세보기만 할 뿐, 심드렁했다.

 고로, 이 일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어떡해, 오빠?”

 “난들 아냐, 그냥 해체당하면 되겠네.”

 

 책상을 한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릴 준비를 한다. 여차하면 휘둘러야 한다. 동생은 의자 정도는 잡아줬으면 좋겠건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칫!”

 

 B가 또 날아 들어온다. 이번에는 내던져지지 않고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있다. 이곳저곳 맞았는지, 비틀거리고 있다.

 

 “또 보네, 커플인가?”

 “남매거든요?”

 “그렇긴 한데, 그것 가지고 저 사람 속을 긁을 필요는 없잖아.”

 

 이들이 끼어드는 바람에, 분위기가 이상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잠깐이나마 무시당했다는 게 짜증이 났던지, 그들은 “죽여!”라는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남매에게 달려들었다.

 

 “엄마야 사람 살려!”

 “동생아 안 돼! 굳어있지 말고, 뭐로 막기라도 하한 말이야!”

 

 M에게 의자를 준 N이, 책상을 들고 후려친다. 모른척하라고 했던 B는, 차마 그것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던지, 양손에 단검을 들고 N과 M을 지키려는 자세를 했다. 그리고 방해꾼 중 한 명이 된 E는, 자신에게도 달려드는 사람들을 말 그대로 박살 내며 B에게로 천천히 걸어간다.

 

 “정말 못 말리겠다니까.”

 

 갑자기 달려나갔던 E를 쫓아온 P는,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그것을 구경한다.

 사람들이 점점 정리되어갔다. 칼을 쥔 사람들이 점점 쓰러져간다. B는 E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다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칼을 받아쳐 E에게 보내 활로를 만들었다. 그러면 E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손에 쥔 뒤, 칼을 통째로 우그러뜨린다.

 

 “괴, 괴물!”

 

 자신 앞에 있는, 부서진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한 말이다. 귀찮다는 듯이 그를 잡아 올리며, 이렇게 말해줬다.

 

 “네놈의 말이 맞을 거다.”

 

 그리고 저쪽으로 던졌다. 우지끈 소리가 났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B, B는 어디 있지? 그새 사라진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갑자기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져서 그쪽을 보게 되었다.

 커플, 아니 남매가 낸 소리다. 정확하게는 여성 쪽이. 남성 쪽은 어쩔 줄 모른다는 얼굴로 그쪽을 보고 있었다.

 

 “다 터뜨려 버릴 거야, 모두 내 작품이야!”

 

 나사가 빠졌나?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삐걱, 삐걱거리던 그 사람이, 양손의 장갑을 벗어 던지더니 어떤 병을 꺼내 마구 뿌려댄다. 그 안 내용물이 사람에게 닿자, 그것이 터져나간다.

 뭐야, 저 미친 건?

 슬금슬금 피하려고 했는데, 그 액체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뒤로 크게 뛰었다. 끈적거릴 것 같은 것이 날아오다가, 중간에 끊기자마자 그 자리에서 폭발한다.

 

 폭약은 위험하지, B만 찾아서 빨리 결딴내야겠어.

 착지. 실수했는지, 몸이 크게 흔들렸다. 옆을 보니, B가 몸을 밀고 있었다. 성가시게! 곧바로 균형을 잡으러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난다.

 그 바람에, 손이 펴졌다.

 

 손가락 틈으로 귀찌가 떨어지고, B는 그것을 보자마자 온몸을 날려서 그것을 채간다.

 절호의 기회, E가 그렇게 생각했고, 자신의 사지가 기계인 점을 살려서 보통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각도에서 B를 잡아 바닥에 꽂아 버린다. 커헉, 하고 숨을 토해낸 B가 꿈틀거리지도 않자, 시시해진 E가 발을 들고 밟으려 한다.

 

 “조금 불쌍한데, 내장이 터져서 죽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강아지가 멍멍, 하고 짖든, 온몸이 으스러져서 낑낑대든 알 바 아니지 않은가?”

 

 발을 내린다. 지렁이조차 되지 못한 그것은 꿈틀거리지도 못하고 그저 우드득하는 소리만 낸다.

 다시 발을 올려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끝내려고 하는데, 그 미친 여자아이가 자신을 가리키며 “너, 너도 폭약이지, 이리 와, 다 터뜨리겠어!” 하고, 온몸을 벌벌 떨면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처리는 나중에 하자, B를 들쳐 매서 자리를 벗어난다.

 

 “정신 차려!”

 

 N이 사람 구별도 못 하는 듯한 M의 뺨을 때린다.

 

 “뭔 소리야, 난 원래 제정신…… 어라?”

 

 M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언제 꺼냈는지 모르는 약통들이 들려 있다. 주변을 본다. 사람들이 갈기갈기 터져나갔고, 그것을 보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관중들이 있다.

 

  “뭐, 뭐야 이건!”

 “네 ‘작품’이다, 어쩔래?”

 “아, 아냐, 그럴 리 없잖아-!”

 

 귀를 막고, 몸을 움츠린 채 달려나갔고, N이 그 뒤를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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