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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이 살고 있다.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9.10.30

어느날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살인의 과정에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끼어 있다.

형사 여운은 평범해 보이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존재와 접촉하여 은밀한 거래를 하게 되는데...

 
4화. 죽음과의 조우.
작성일 : 19-11-05 16:33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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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죽음과의 조우

 

 내 몸이 왜……?

 

 라는 생각이 사고의 한 가운데 도달하고 나서야, 영후는 깨달았다. 자신이 트럭에 부딪쳤다는 사실을.

 영후의 시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이 정밀하게 스쳐갔다.

 도망가던 의찬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도로변에서 지켜보던 건태는 놀란 표정으로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괴이한 정물화처럼 멈춰있었다.

 혜린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은 그녀의 서른한 번째 생일이다. 자신의 여자 친구가 태어난 날, 그는 죽게 됐다.

 달리지 않고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시간이 금세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이 녹아 있는 도로의 검은 아스팔트가 영후 시야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끼이이이익-

 

 뒤늦은 타이어의 스퀴드 소리가 시야 밖에서 밀려왔다.

 

 

 

 번뜩-

 

 눈을 뜬 영후는 자신이 병실의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의 병실이었다.

 

 삐이이이이이-

 

 분명 살아 있는데, 살아서 눈을 뜨고 있는데, 심전도기의 그래프는 일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가슴에 부착된 기계의 케이블을 뗀 영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흠칫 놀라서 침대 위로 벌러덩 넘어져 버렸다.

 한 남자가 침대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였다.

 언제부터 자신의 옆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은밀하게 다가와 있었다.

 영후는 애써 놀란 표정을 감추며 그 남자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손에 들고 있는 차트와 가운만 봐서는 의사 같았다. 가운마저 검은 색이라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남자는 손에 들고 있는 차트를 한 번 훑어보더니, 영후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먼저 입을 열어야 하는 것은 영후였다.

 

 “여기가 어디지?”

 “병원이죠. 이형사님은 교통사고가 나서 실려 왔고요.”

 

 기억이 났다.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가던 순간이.

 의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영후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몸은 좀 어떠세요?”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팔 다리 어깨 무릎 중에 사라진 것은 없었다. 컨디션도 괜찮은 편이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트럭에 부딪친 것 치고는.

 

 “뭐…… 괜찮은 거 같은데? 무슨 문제 있어요?”

 “네.”

 “어떤…….”

 “이형사님은 지금 죽어 있는 상태에요.”

 

 응?

 

 영후는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의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의사는 무언가 잘못 말했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재차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정확히 말하면 죽기 직전의 상태인 거죠.”

 “제가요?”

 “네. 이형사님이요.”

 “나 멀쩡한데?”

 “글쎄요…….”

 

 의사는 손가락을 턱에 괴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조금도 진지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영후를 앞에 두고 장난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묘한 불쾌감을 받은 영후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

 

 “뭐야, 그러니까 지금 내상태가 뭐냐니까?”

 

 다소 험악해진 영후의 얼굴을 본 의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들으세요. 이형사님은 지금, 죽어야 하는데 죽을 수가 없어요.”

 “응?”

 

 무슨 개소리인지 감이 안 잡혔다. 죽어야 하는데 죽을 수가 없다고?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는 영후를 향해 의사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내가 죽은 당신을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인 거죠.”

 “무슨 소리야…… 데려가긴 누굴 데려가? 당신이 뭔데?”

 “저는, 당신의, 죽음입니다.”

 

 섬뜩했다.

 영후를 향해 바짝 다가선 의사의 얼굴이 제멋대로 뒤엉키며 일그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디에 뭐가 붙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심지어는 그것이 얼굴인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제 혼란스럽게 뒤틀린 형상에 두 눈만 뱀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나의 죽음이라니? 저승사자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나를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지?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는 영후의 사고체계를 읽었는지, 의사가 그를 향해 힌트 하나를 던졌다.

 

 “죽음으로 통하는 제 열쇠를, 이형사님이 가지고 계시거든요.”

 

 열쇠?

 

 금시초문이다. 하루 종일 열쇠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자신의 수갑 열쇠조차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영후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영후는 얼굴인지도 모르게 뒤엉켜있는 의사의 얼굴을 향해 정말 결백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의사는 한 가지 힌트를 더 던졌다.

 

 “기억 안 나요? 심장에 꽂혔을 텐데.”

 

 심장?

 

 고개를 갸웃거리던 영후의 머릿속으로 불현듯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공중에 흩어진 꽃씨들.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던 검은 색의 민들레꽃 한 송이.

 

 “설마…….”

 

 불안해하던 영후의 가슴으로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 왔다.

 

 “윽!”

 

 칼날로 갈비뼈를 도려내는 것처럼 강력한 아픔이었다. 가슴으로 가져간 손바닥에 뭉클한 감촉이 전해졌다.

 왼쪽 가슴에, 검은 민들레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검붉은 혈관들을 뿌리 삼아 피어있는 그 꽃을 보자, 온 몸에 섬뜩한 기운이 찾아냈다.

 그 해괴한 식물을 뽑아내기 위해 영후의 손아귀가 꽃송이를 움켜쥐는 순간,

 

 “그게 없으면, 이형사님은 죽어요.”

 

 영후의 손이 움찔 멈췄다. 그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이 지옥에서 달려온 악마처럼 번뜩거리고 있었다. 의사가 말을 이었다.

 

 “그 꽃은, 죽음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어요.”

 “왜…… 왜 이게 나한테 있는 거지?”

 “이유는 저도 몰라요. 굳이 설명하자면, 당신이 죽음과 인접했기 때문이겠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잔뜩 날이 선 영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의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기저기 헝클어져 있던 그의 이목구비가 천천히 정상적인 형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사람의 얼굴을 한 의사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지금 이 상황은 뭐랄까…… 굉장히 곤란한 상황인 거죠. 죽어야 할 사람이 죽음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상황.”

 

 영후는 입을 꾹 다문 채 의사의 얼굴을 가만히 노려보며 머릿속을 가만히 정리해 보았다.

 자신의 가슴에 피어 있는 꽃은, 죽음으로 통하는 열쇠다.

 의사가 자신을 데리고 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 꽃이 자신의 가슴에 피어있기 때문이다.

 이 꽃을 뽑으면, 죽게 된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죽거나 사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눈앞에 있는 의사가 곤란한 표정으로 서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혼란스러워하는 영후를 향해, 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열쇠에 대한 처분은 열쇠를 가진 당사자가 할 수 있어요. 지금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형사님이고요.”

 “그래서?”

 “결정하시면 돼요. 그 열쇠를 뽑으실 건지, 그대로 두실 건지.”

 

 영후는 자신의 가슴에 피어있는 검은 민들레를 조심스레 내려다보았다.

 

 “이 꽃이 열쇠라고 하지 않았나? 이걸 뽑으면 죽는다면서.”

 “그렇죠. 죽음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게 되는 거니까.”

 

 그렇다면 애초에 질문이 될 수 없는 문제였다.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까.

 고개를 흔드는 영후를 바라보며 의사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열쇠를, 뽑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요?”

 “살 수가 있는데 굳이 죽을 필요는 없잖아.”

 “선택에 대한 각오는 돼 있으시고요?”

 “각오?”

 “그 열쇠는 원래 죽음을 인도하는 자들의 것이에요. 그걸 보통의 사람인 이형사님께서 갖게 되는 거니까요.”

 “이걸 내가 갖고 있으면…… 무슨 문제가 생기나? 저주에 걸린다든지…….”

 “저주라기 보단, 권한이죠.”

 “권한?”

 “네. 그 열쇠를 가진 대가 말이에요.”

 “알아듣게 설명해줘.”

 “이형사님은 이제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권한과 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돼요. 물론, 저를 통해서요.”

 

 영후는 입을 에- 벌리고, 의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문득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이, 그리고 이 상황이, 현실인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달려오는 트럭에 부딪치고도 멀쩡히 살아있는 몸, 그 앞에 나타난 이상한 분위기의 의사, 가슴에 핀 꽃과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능력.

 이 모든 것들이 괴상한 세계의 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았다.

 머뭇거리는 영후를 바라보며 의사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입이 귓가에까지 걸리는 흉측하고 섬뜩한 웃음이었다. 흠칫 놀란 영후를 향해 의사의 몸이 빠르게 다가왔다.

 영후를 향해 손을 뻗은 의사는, 가슴에 박혀 있는 민들레꽃을 사정없이 움켜쥐었다. 그 순간,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영후의 몸을 세차게 후려쳤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놀란 혜린이 덩달아 몸을 일으켰다.

 영후는 관자놀이로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급하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몇 명의 환자들과 간호사,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혜린이 보였다.

 그녀는 숨을 헐떡거리는 영후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괜찮아?”

 

 영후는 혜린의 크고 동그란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모든 광경들이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다.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의 뺨이 손끝에 닿자, 비로소 자신이 죽은 것도 아니고 악몽을 꾸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물밀 듯 찾아오는 안도감과 함께 낯선 풍경들에 대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여기가 어디야?”

 “병원…… 이잖아. 잘 안 보여?”

 “아니, 그건 아닌데…….”

 

 영후는 고개를 흔들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런 식으로 병원에 와볼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영후였다. 평소에 감기도 잘 안 걸리는데.

 영후는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한쪽 발을 내렸다.

 순간 찌릿한 느낌이 발끝을 타고 올라와 허리까지 전해졌다.

 흠칫 놀란 영후가 움직임을 멈추고 혜린의 손을 잡았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얼마나 누워있었던 거야?”

 “하루.”

 

 응? 하루라고?

 꽤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고작 하루라고?

 영후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혜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여기 왜 누워 있는 거야?”

 “트럭에 부딪쳤다며…… 기억 안 나?”

 

 영후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트럭을 떠올렸다.

 그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물건이, 자신의 몸에 부딪치던 순간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온 몸이 바스러질 줄 알았는데, 고작 하루 만에 눈을 떴다고?

 꿈이라도 꿈 것일까.

 멍청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 영후의 눈앞으로 혜린의 손가락 몇 개가 어른거렸다.

 

 “오빠, 혹시 기억상실증이나 이런 거 아니지? 내가 누구야?”

 “괜찮아. 그런 거 아니야.”

 “말해봐. 내가 누군데?”

 

 그녀의 큰 눈망울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글썽거렸다.

 영후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혜린. 내 여자친구.”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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