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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녀와 함께 시골일상을!
작가 : 포죠
작품등록일 : 2019.11.5

응답하라 1983
판타지를 꿈꿔온 시골 남자의 눈 앞에 시간을 엉터리로 달린 마녀가 떨어진다.
마녀의 좌충우돌 시골적응판타지

 
4화: 계란프라이가 올라간 저녁식탁
작성일 : 19-11-05 16:12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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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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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프라이가 올라간 저녁식탁

 

 장작 타는 큼큼한 냄새. ······크흡, 결국 집으로 들어오긴 들어왔구나.

 그런데. 우리 집이 이렇게 따뜻했던가? 게다가 이렇게 좋은 촉감의 베개라니? 하으~ 그나저나 목덜미 부근이 정말로 폭신하네······얼굴을 파묻고 싶을 정도로.

 더 폭신거리는 촉감을 느끼고 싶던 내가 부침개를 뒤집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려···

 

 “우와~ 김사부, 지금 뭐 하는 거야? 이제는 쓰레기 같은 면모 말고, 짐승 같은 면모도 보여주려는 거야?”

 

 편안함을 방해하는 불편한 목소리가 나를 욕하고 있었다.

 뭐야, 설마 이거 베개가 아니라. 아, 아니, 어째서······.

 파묻으려던 얼굴을 황급히 제자리로 돌린 뒤 눈을 떴다.

 

 해맑게 웃고 있는 코코아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대체 왜 코코아가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는 거지. 무슨 이유로 요조숙녀인 척 하는 거냐고!!

 여하튼 코코아. 결국, 너도 용케 따라 들어왔구나.

 어색하기 그지없는 너의 여리고 착한 소녀 연기로 우리 아버지를 속이긴 속인 모양이구나. 상황정리가 끝난 내가 고개를 들고 일어나려고 하자 코코아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꽉 쥔다.

 

 “······야야, 대체 무슨 생각인 건데.”

 “그러고 있어, 네가 깨어나 버리면, 내가 식사준비를 도와줘야 할 것만 같단 말야!!”

 

 코코아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악마의 속삭임. 미소녀의 입김이라 달콤했지만, 내용은 완전히 썩어빠져 있었다.

 부엌으로부터 분주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그녀의 말처럼 저녁준비가 한창인 모양이었다.

 

 잠깐만, 오늘 여동생은 친구 집에서 하룻밤 보낸다고 했었다. 어라? 그러면 아버지? 당신이 저녁을 차리고 있다고요? 당신 식사준비 한 번도 해본 적 없잖아요. 남자는 부엌 근처도 가지 않아야 한다고 했었잖아요.

 우당탕탕. 식사준비를 하는지, 격투훈련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큰 소란이 얼마간 지속되고, 곧이어 상기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사준비가 끝났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코코아가 내 머리를 냅다 방바닥으로 집어 던진다.

 

 “뭐냐, 아들아. 타이밍이 너무 기막힌 거 같은데? 설마 식사준비 하기 싫어서, 지금 일어난 건······.”

 

 코코아와 다르게 온도 차이가 극명한 목소리로 바닥 한구석에서 머리를 쥐어 감싸고 있는 나를 몰아세우는 진짜 혈육 우리 아버지.

 

 “······아닙니다.”

 

 확신에 가까운 눈초리로 날 노려보는 아버지. 또 잘못 짚으셨어요. 그 게으른 녀석은 제가 아니라, 아버지 앞에서 거짓 미소를 짓는 저 거짓 마녀라고요!! 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저 마녀 말만···.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들거라.”

 “······아니에요. 전혀 부족하지 않은걸요? 정말 잘 먹겠습니다, 아버님”

 

 내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말 차린 건 없어도 너무 없다는 듯한 코코아의 눈빛과 자연스럽지 못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그녀에게 있어. 과거의 밥상은, 그것도 시골의 밥상은 끔찍한 모양이었다.

 

 나? 나는 뭐, 배고프면 뭐든 맛있게 먹는다는 마인드. 어디 볼까. 아버지가 손수 준비한 저녁을.

 

 ······계란? 계란프라이가 있는데요 아버지? 【말발굽네 정식】은 밥, 국, 김치가 전부였는데? 여자 손님이 오자마자, 계란을 팔지 않고 요리에 써버린다고요?

 저 식객마녀. 나름 괜찮잖아? 너는 어쩐지 몰라도, 나는 넙죽 절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감사한 상차림이라고.

 

 “저, 정말 맛있어요. 아버님!!”

 

 그렇게 실망한 표정으로 뭘 애쓰고 있냐 너는. 계란프라이를 먹고 그런 표정? 후, 달걀을 만들어내느라 고생했을 암탉이 울겠다 울겠어. 내가 진짜 리액션을 보여주지, 속에서부터 우러나온······잠깐만, 왜 하나가 남은 거지? 코코아한테 계란이 겹쳐서 간 건가.

 

 아니다. 처음부터. 계란프라이는 두 개였다. 이제 남은 사람은 둘 프라이는 하나.

 

 “······저기, 손수 저녁까지 차려주신 가정적인 아버님? 계란프라이가 하나 남은 것 같은데. 저 잠시 눈물 흘려도 되겠습니까?”

 “어째서 그러십니까 우리 효자 아드님?”

 

 후, 그러면 그렇지. 처음부터 철저하게 나를 배제했구나 지독한 구두쇠.

 

 “아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아버님의 그 깊은 마음씨에 감명했거든요.”

 “음하하, 나는 아들의 어른 공경에 마음속 깊이 감동했는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를 위해, 계란을 양보하는.”

 “하하하, 아버지.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아, 안돼애애애!!”

 

 내가 웃으며 반박을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말밥굽맨. 거대한 입을 벌려 그대로 계란프라이를 꿀꺽 삼켜버린다.

 

 결국, 간 조절에 실패해 소금국이나 다를 바 없는 된장국과 김치로 배를 채운다. 뭐. 그래, 이게 원래의 식사였는데 뭘. 갑작스럽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분명 체한다고 했어. ······어라, 그런데 왜 이렇게 서글픈 걸까.

 

 “그나저나. 워낙 정신이 없어서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네.”

 

 꾸역꾸역 밥을 삼키던, 내가 재빨리 그녀를 바라보았다. 올 것이 왔다는 신호.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완전히 이국적인 외모의 그녀였다. 은백색 머리칼에다가 회색빛 눈을 가진 그녀였는데. 조금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 눈치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녀도 내 불안함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코코아가 나를 보고 걱정하지 말라는 눈치로···

 

 “소개할게요. 직업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코코아라······.”

 “잠깐, 실례······.”

 

 말이 끝나기 전에 이 정신 나간 마녀의 손을 잡고 옆방으로 뛰쳐나갔다.

 

 “이 정신 나간 마녀가. 그걸 소개라고 하는 거냐?”

 

 입을 벙긋거리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그녀를 다그쳤다.

 

 “왜? 완벽했잖아. 마녀학교 출신이란 걸 숨겼다고!! 하지만 차마 내가 엘리트 출신이라는 건 숨길 수 없었다고!! 그리고 직업학교에 관해 물어보면, 그 설명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뭐가 잘못된 건데. 발전된 최첨단 도시에 있는 엘레강스한 학교라고.”

 

 “이!! 름!!! 아오~!! 누가 들어도. 의심스러운 이름이잖아. 나는 몰라도. 이곳 사람들에겐 그 이름은 《그냥 나 미친놈이오》하는 이름표라고!! 한국식 이름 없냐고? 미래의 한국에서 오래 살았었다며.”

 “그래, 살았어. 그때도 다 날 코코아라고 불렀는데? 왜, 지금 시대엔 코코아를 한글로 쓰지 못하기라도 하는 거야?”

 

 결국, 아무 대책없이 다시 밥상 앞으로 돌아왔다.

 조금 진지해진 표정의 아버지는 코코아가 자신이 만든 음식 때문에 체하기라도 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안위를 재차 물었다.

 

 “다시 소개할게요. 직업학교를 엘리트로 졸업한 제 이름은, 코코아라고 해요.”

 

 진짜 웃기지 말라 그래.

 

 “코코아라, 정말 이쁜 이름이구나. 마침, 겨울이도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니, 오늘은 이곳에서 푹 쉬고 내일 돌아가거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버님. 감사합니다.”

 

 ······아버지? 당신도 같은 소리 듣기 싫으면 빨리 딴지를 걸라고요.

 코코아라는 한국식 이름이 어디 있다고 그래? 그냥 예쁜 미소녀의 말이면 다 믿어버리는 거야? 이거 코코아가 자기가 돌아가신 울 엄마의 환생이라고 말해버려도 믿어버릴 기세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녀라고 밝혀도 상관없었나.

 한 치의 의심 없이. 그녀를 받아들이는 아버지. 거기에 한술 더 떠 못돼먹은 나를 친구로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나를 욕하면서 친해지는 두 사람의 모습. 정말 보기 싫네요.

 

 

 ❉❉❉

 

 

 “너, 설마 나랑 같이 잘건 아니지?”

 “원래 여기 내방이거든. 뭐, 여동생과 공용이긴 하지만. 야, 잘 때는 여동생이 큰방으로 넘어가거든, 그런 눈으로 보지마!”

 

 방이 두 개밖에 없는 집이었기에 여동생과 나는 잘 때만 빼고 같은 방에서 지낸다. 이제 중학교를 올라간 내 동생은, 천사 같은 내 동생은 지금까지 어떠한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이 마녀는···.

 

 “변명하고는. 내가 남자들의 더러운 속내 하나 모를 것 같아? 내가 깊게 잠든 틈을 타서 변태짓꺼리 할 생각이잖아!!”

 

 악마다. 거짓 눈물만 한가득한.

 

 “제발 입 좀 다물어. 내가 미쳤다고 무매력여자를 건드리겠냐? 차라리 상상 속 누님이랑 밤을 보내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야아!! 당장 취소해!! 무매력여자 아니란 말야!!”

 “됐고, 피곤하니까 빨리 설명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우리 아버지가 너를 보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거야.”

 “원래 다 그래. 네가 이상한 거야.”

 “내가?”

 

 무매력마녀라는 말이 신경 쓰였는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려는 코코아였다. 난 가슴이 작다고 말하진 않았는데.

 

 “마녀의 능력 중 하나야. 주변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거. 인간들은 날 제대로 보지 못해. 내 머리칼과 눈빛 전부 그냥 평범하게 검은 머리와 검은 눈으로 보일 거야. 그런데 너는······.”

 “나는 제대로 은빛으로 보여······.”

 “그게 신기하단 말야. 시간회귀 마법진의 영향인가?”

 

 그래, 역시 나는 특별한 인간이었어. 나만이 마녀들을 구별해낼 수 있던 거야.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코코아를 향해 당당히 소리친다.

 

 “그럼 나도 다시 소개 할게. 내 숨겨진 진짜 이름을”

 “······진짜이름?”

 

 그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분위기 있는 연출을 위해, 미간 사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용사 클라우드.”

 “···클라우드?”

 

 그녀의 눈이 커다래진다. 그리고 이내······

 

 “와하하하핬!!!! 그렇게 유치한 이름 처음 들어봐. 뭐야? 중2병이야?”

 

 배를 움켜잡고 박장대소하는 코코아.

 

 “뭐, 뭐!! 코코아는 어떤데, 그런 이름이 더······”

 “클라우드에 비하면 훨씬 좋은 이름인데. 왜?”

 

 눈동자 하나 흔들리지 않고, 내 말을 끊어버리는 단호한 대답. 그래.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이상한 거다 내가!!

 그렇게 코코아의 깔아뭉개는 웃음소리에 짓 뭉겨진 용사 클라우드는 완전히 바닥 속으로 사라졌고, 그렇게 나는 다시 김사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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