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현대물
별의별
작가 : WCEA
작품등록일 : 2019.10.9

5년 전, 연예계에서 추락하게 된 배우 박시은.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인기배우 유진하.
서로를 따뜻한 봄날, 드라마 <별의별>로 다시 만나다.

 
아이였을 적 꿈꾸었던 별
작성일 : 19-11-05 11:48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731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

 .

 

 한참을 촬영하니 한밤중이 되었다. 그래도 촬영장 조명은 눈부시게 밝았다. 쉬는 시간을 틈타 의상을 갈아입으러 차로 향했다.

 은은한 풀 내음과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산속에 와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잔잔하게 내려앉았다.

 

 “와, 진짜 어둡네.. 민준 오빠랑 같이 올 걸 그랬나.”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 손전등으로 비췄는데도 꽤 컴컴했다.

 서늘한 밤공기에, 양팔을 쓸어내렸다.

 코디 언니가 갈아입으라고 챙겨놓은 옷을 다 갈아입고서 되돌아가려 나섰다.

 

 .

 .

 .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고 있는데, 손전등의 배터리가 다 돼가는 건지, 자꾸 깜빡거렸다.

 

 “어, 이거 지금 꺼지면 안 되는데. 배터리가 다 닳았나? 오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급히 점퍼 주머니를 뒤지는 데,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옷 갈아입을 때 놓고 내렸나. 그런 게 틀림없다.

 

 “..큰일 났다...”

 

 적어도 십 분은 걸어온 데다, 손전등도 곧 꺼질 거다. 손전등이 꺼지고 나면 너무 어두워서 차까지 다시 가기 어렵다. 어떡해야 하지?

 그 생각이 들자마자, 깜빡이던 손전등은 이내 그 빛을 다했다.

 

 “아니, 이게 지금 꺼져버리면 어떡하냐. 와- 진짜 어떡하지. 난 또 왜 휴대폰을 안 챙겨서 이 사달을 냈을까…….”

 

 심지어 금방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나머지, 걸치고 있던 패딩도 촬영장에 두고 왔다.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의 꽃샘추위에 슬슬 서늘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얼어 죽기라도 할 것 같아, 무작정 촬영장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시은이 얜 왜 이렇게 안 와.. 길 잃어버렸나.”

 “매니저님, 시은 선배 어디 갔어요?”

 “아, 안녕하세요 진하 씨. 시은이가 다음 촬영 때문에 옷 갈아입고 온다고 그랬는데, 아직 안 오네요. 전화도 안 받고.”

 “길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아까부터 계속 안 보였는데.”

 “간 지 1시간은 된 거 같은데, 아직 안 오네요. 2시에 촬영 다시 시작한다는데...”

 “제가 한 번 가볼까요? 어차피 저도 옷 바꿔 입어야 해서 내려가 봐야 하거든요.”

 “다 같이 찾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길 잃어버린 거 같은데.”

 “제가 찾아보고 2시 다 돼도 못 찾으면 감독님께 전화 드릴게요. 전화번호 주세요. 찾으면 연락드릴게요.”

 

 분명히, 선배는 드라마에 피해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길을 잃어 촬영이 지연된다면 자책하고 속상해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사람들도 그녀를 욕하겠지. 그녀의 존재가 피해를 준다고 뒷담화를 하겠지.

 제가 아는, 그리고 제가 믿는 시은은 그럴 사람도 아닐뿐더러, 프로 의식이 투철한 여자였음에도, 사람들은 그녀의 실수에 너그럽지 못할 것이기에. 그녀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박시은”이기 때문에.

 서둘러 찾아야만 했다.

 김 감독도, 다른 스태프들도 알아채기 전에.

 

 진하는 휴대폰과 손전등을 챙긴 채로 민준을 등지고 뛰어갔다.

 

 .

 .

 .

 

 “와 진짜 춥다.. 이러다 얼어 죽겠네.”

 

 누가 3월이 따뜻한 꽃의 계절이라 하였는가. 입춘을 넘은 지가 한참 됐는데, 아직도 밤공기는 싸늘하고 시린 겨울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하도 걸어 다닌 탓에, 결국 나는 맨바닥에 앉았다.

 

 “5분만 앉아있자.. 다리 아파 죽겠네. 옷 더러워졌다고 코디 언니가 또 화내겠다. 협찬받은 거겠지?”

 “근데 촬영은 언제 시작하려나.. 다들 나 찾는 거 아냐?”

 “..피해 주면 안 되는 데. 안 그래도 미운털 박혔는데…….”

 

 생각은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이래서 사람은 쉬면 안 되는 건데. 쉬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결국 결론은 슬픈 생각으로 끝이 나니까.

 더는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왔던 길을 대충 되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치마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진짜 촬영 지연만 안 됐으면 좋겠다.”

 

 .

 .

 .

 

 “시은 선배! 어디 계세요!”

 “진짜 어디로 가신 거야.. 날도 추운데. 전화도 안 받고….”

 “시은 선배!”

 

 휴대폰에 비친 시각은 1시 30분. 여기서 되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었다.

 

 “박시은! 박시은!”

 “나 유진한데, 들리면 대답해요!”

 “진짜 큰일 났네. 어디 다친 건 아니겠지... 감독님한테 연락해봐야 하나.”

 

 손전등으로 아무리 비춰 봐도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

 .

 .

 

 한편, 시은은 빨리 촬영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쉼 없이 달음박질하였다. 그러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무릎에 축축한 것이 묻어난 것을 느끼고서야 피가 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오, 아파.. 짱돌은 왜 여기 박혀서!”

 

 피를 손으로 대충 훔치고 절뚝거리며 일어섰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뛰다가 피만 봤네.

 

 

 

 그때였다. 밝은 빛이 아주 멀리서 반짝였다. 굽혔던 무릎을 피는 순간, 한 줄기 희망이라도 되듯 시은의 눈에 띄었다.

 저를 찾는 듯한 목소리도 희미하게 들렸다.

 

 “거기 누구에요? 저 박시은인데..!”

 

 다행히 스태프인 듯, 제 말을 듣자마자 불빛은 빠르게 가까워졌다.

 

 “저 배우 박시은,”

 “찾았다.”

 “…진하야.”

 “진짜 다행이다…….”

 

 헉헉대며 뛰어온 진하는 나를 발견하자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주저앉았다.

 

 “너 괜찮아? 나 찾아다녔어? 다른 사람들은?”

 “..촬영 2시에 다시 시작한대요. 선배 늦어서 미움받으면 안 되잖아요.”

 

 정말 날 찾아 헤맸는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마엔 땀이 맺혀있었다.

 

 “나 오래 찾았구나... 미안해.”

 “어디 있었어요. 왜 전화는 안 받구요.”

 “차에서 옷 갈아입고 나오다가 깜빡하고 차에 휴대폰을 두고 내렸어. 손전등 배터리도 다 돼서 중간에 꺼졌고…….”

 “다리는 또 이게 뭐에요.. 넘어졌어요?”

 “아, 이거.. 돌에 걸려서 넘어졌어. 어두워서 잘 안 보였거든. 그래서 길도 헤맨 거야. 미안... 나 찾느라 고생했지. 정말 미안해.”

 “아니에요. 파트너를 제가 챙기지 누가 챙겨요... 그리고 안 추워요? 입술, 파랗다.”

 “아.. 괜찮아! 처음엔 추웠는데, 적응돼서….”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진하는 제 패딩을 벗었다.

 

 “야, 아니야...! 너 입어. 너도 땀 흘려서 잘못하면 감기 걸,”

 “선배 지금 안 입으면 저체온증 걸려요. 얼른 입어요, 몸이 차네.”

 “...”

 “미안해요. 내가 너무 늦게 왔다. 많이 추웠죠?”

 “고마워..”

 “뭘요. 근데 다리 상처 꽤 심한데 걸을 수 있겠어요?”

 “좀 절뚝거리긴 하는데, 괜찮을 거야.”

 

 진하는 별안간 제 등을 시은 쪽으로 돌려 몸을 굽혔다.

 

 “뭐, 뭐야?”

 “업혀요.”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이 상황에 어떻게 업히기까지 하냐.”

 “그래도 돼요. 업혀요. 첫 촬영 때도 업었는데, 지금이라고 못 업을까.”

 “나 진짜 무거워. 업어봐서 알겠지만.”

 “절뚝거리는 걸음으론 절대 2시 안에 못 가요. 늦으면 안 되잖아요. 어떡할래요?”

 

 결국 시은은 그의 등에 업혔다.

 

 “야, 근데 너 아까 왜 반말했어?”

 “뭐가요?”

 “아까 박시은- 하고 찾은 거 너 아니었어?”

 “아..”

 “그렇게 선배, 선배 하더니 곧바로 야자 트겠다?”

 “죄송해요.”

 “아무리 그래도 야- 하고 부르는 건 안 돼. 누나라고 불러. 그게 낫다.”

 “그래도 돼요?”

 “안 될 게 뭐가 있어. 네가 우리 세 살 밖에 차이 안 난다며.”

 “알았어요.”

 

 아무 내색하지 않았지만 진하가 나를 찾으러 다녔고, 길 잃은 날 찾아준 게 실은 너무 고마웠다. 추위에 적응되었다고 한 것도, 절뚝거리는 다리가 괜찮다고 한 거짓말도 그대로 지나치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내가 비춘 그 빛의 끝에 누나가 서 있어서 다행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덜컥 겁이 났고, 추운 날씨에 몸이 얼진 않았을까 두려웠다.

 무릎에 난 상처가 꽤 큰데도 괜찮다고 하는 게 보기 싫었다. 5년 전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아니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뭐든 해주고 싶었다.

 

 “미안, 나 너무 민폐지?”

 “민폐는요. 전 누나랑 같이 촬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너밖에 없을걸.”

 “설마요.”

 “겉으로는 다들 좋은 척해도, 속으로는 나 때문에 시청률 안 나온다고, 괜히 논란 생긴다고 엄청 싫어할걸. 사실도 그렇고. 아까도 그랬잖아.”

 “......”

 “나도 다 알아. 너무 잘 알고 있어. 여기 사람들 전부, 나 싫어하잖아.”

 “전 누나 안 싫어해요.”

 “알아. 누가 봐도 싫어하는 행동은 아니잖아.”

 “그래도 마지막까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제가 장담해요.”

 “어떻게 장담하는데?”

 “누난 좋은 사람이니까요. 촬영 끝날 때까지 그걸 못 알아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지금까지 제가 아는 누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만약 네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가 아니면 어쩔 건데.”

 “그럴 일 없어요. 난 진짜를 알고 있는 게 맞으니까.”

 “뭘 근거로 그렇게 확신해? 만약에 내가,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최악인 사람이고, 너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도, 계속 싫어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네. 있어요. 계속 좋아할 건데.”

 “나조차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네가 확신할 수 있어.”

 “그럼 이제부터 그렇게 보면 되겠네요.”

 “......”

 “내가 알려주면 되겠네요. 누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인지.”

 

 그 말을 하고 유진하는 저의 등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매니저님, 저희 왔어요.”

 “헐, 진하 씨가 찾았어요? 시은이 넌 또 어디 있었어. 엄청 걱정했잖아!”

 “누나가 다리 다쳤어요. 치료를 좀 해야 할 거 같은데..”

 “아이고, 많이 까졌네. 제가 치료해줄게요. 고마워요 진하 씨. 혹시 시은이 잘못됐을까봐 애 많이 태웠거든요…….”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진하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제 텐트로 향했다. 오빠는 날 보자마자 등짝을 때렸다.

 

 “아! 아파. 나, 환자거든?”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내가 너 혹시 또, 나쁜 마음 먹고... 그런 줄 알고 얼마나 겁났는데!”

 “미안, 미안. 근데 어쩔 수 없었어. 휴대폰도 차에 두고 오고, 오다가 손전등도 꺼졌는데 내가 어떻게 혼자 길을 찾아..”

 “헐, 그랬어? 손전등 배터리가 다 됐었나.. 어쨌든 너 그거 약 좀 바르자. 피 난다.”

 “응. 연고 줘봐.”

 

 

 다행히 감독님이나 다른 스태프들은 내가 길을 잃어 늦을 뻔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진하의 메이크업 수정 핑계로 촬영이 30분 딜레이 되었지만, 그마저도 스태프들은 갑작스레 생긴 공백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덕분에 그동안 쉴 수 있었다.

 

 “누나 안 추워요?”

 “응, 괜찮아. 패딩도 입었잖아.”

 “계속 밖에서 그러고 있어서 감기 들 것 같은데... 이거라도 쥐고 있어요.”

 “뭐야, 윤리나 따라 하는 거야?”

 “들켰다. 드라마에선 누나가 핫팩 주니까, 현실에선 내가 주는 걸로 해요.”

 “그럼 내가 지다훈처럼 감동한 눈빛이라도 쏴줘야 하는 건가?”

 “그럼 더 좋고요.”

 

 유진하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어쩌면 저 애가 있어서 5년 만의 작품 활동이 행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

 .

 

 “어휴.. 새벽 4시다...”

 “쪽잠이라도 자는 게 낫겠지?”

 “나도 좀 자려고. 더 이상 눈뜰 자신이 없다.”

 “시은 씨는 안 자?”

 

 새벽 촬영은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숲에서의 촬영이 전부 끝났으니 오늘이 여기서의 마지막 밤, 아니 새벽이다.

 

 “아, 저는 좀 이따 자려고요. 아직 상태가 괜찮아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을 수놓은 별이 너무 예뻐서. 그 잠깐의 낭만을 즐기고 싶었다.

 도시에선 꽉 막힌 빌딩과 환한 네온사인 때문에 보이지 않는 별들이 여긴 그렇게도 많았다. 마치 자신들이 별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환하게.

 

 

 “누나도 안 자요?”

 “응. 별 좀 보고 자려고.”

 “별 좋아하는 건 여전하네요.”

 “..무슨 말이야? 넌 나에 대해서 되게 잘 아는 것처럼 말한다? 맞아, 그리고 너네 매니저, 나 안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아-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뭐?”

 

 “우리 형, 내가 누나 때문에 ‘별의별’ 찍겠다고 고집 피워서 못마땅해 하거든요.”

 “나 때문이라니? 설마,”

 “맞아요. 저 누나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쭉, 팬이었어요. 안 그럼 누나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지 않아요? 어떻게 그걸 지금 눈치 채지.”

 “너.. 내가 물 무서워하는 것도 알고 그런 거구나.”

 “그것뿐이게요. 더 있는데.”

 “와- 진짜.. 이것도 거짓말 아니야?”

 “이건 진짜예요! 안 믿기시면 우리 매니저 형 불러다 줘요? 생애 첫 팬 사인회. 우리 거기서 봤어요. 나 열여덟 살 때, 누난 스물한 살 때.”

 “진짜?”

 “네, 진짜로요. 그땐 제가 지금보다 훨씬 뚱뚱했지만. 그래서 기억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어요.”

 “아.. 알 것도 같은데. 그때 어떤 학생이었는데…. 미안... 7년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나 봐.”

 “누나가 나중에 꼭 같이 작품 하자고 약속했었어요. 그때 교복 입고서 누나 연기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던 고딩, 기억 안 나요?”

 “어, 기억나. 그게 너였어? 그때랑은 많이 달라졌네...”

 

 기억난다. 지금보단 키도 조금 더 작고, 살도 더 쪄있던 남학생.

 7년 전, 단정한 교복을 입고 왔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만났었다…….

 

 “누나랑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게 아직도 생생한데요. 그때 말은 안 했지만, 되게 고마웠어요. 누나가 처음으로 제 꿈을 응원해준 사람이었거든요.”

 “…그 전엔 응원받지 못했어?”

 “안타깝게도요. 저 그때 많이 힘들었거든요. 나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될 거 같은데, 남들은 자꾸만 꿈도 꾸지 말라고 하고 내가 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던 때라.”

 “많이, 힘들었겠다.”

 “근데 그날 누나가 응원해줘서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어요. 누구도 난 안될 거라고 하는데, 꿈을 이뤄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해준 사람은 누나가 처음이어서 그랬나, 아니면 항상 닮고 싶었던 사람이어서 그랬나.”

 “......”

 “누나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었다고요. 누난 내가 용기를 갖도록 힘을 불어줬고, 난 결국 누나의 그 한마디 덕에 지금 여기까지 와 있어요.”

 “그건,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니었어. 네가 나를 보며 꿈꿔왔다는 게 너무 대견해서, 내가 너무 고마워서, 그런 말을 한 거였어.

 ..그런 응원쯤은 누구나 해줄 수 있는 거잖아.”

 

 내가 세상을 생각할 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었기에. 7년 전, 네가 내게 주는 사랑이 너무나 고마워서, 감사해서. 세상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내 팬이었던 어린 네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나도 너처럼 누군가를 보며 배우라는 꿈을 꾸었을 때 나를 응원해주던 사람들 덕분에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너를 응원했다.

 

 “그때 나한테는 없었어요. 정말 한 번은 해줄 법한데도, 아무도 해주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누나가 했던 그 말은 평범하지도 누구나 해줄 수 있었던 말도 아니에요. 그리고 그게 누나가 좋은 사람인 이유예요.”

 “......”

 “듣고 보니까 누나 정말 좋은 사람이죠? 그러니까 아까처럼 자기를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누나 팬인 나는 뭐가 돼요.”

 “......”

 “누나는 당연하게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이에요. 누나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 잘나서가 아니라, 그냥, 박시은 그 자체로. 그러니까 내 말은, 누나도 누군가에게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 하라고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재시작 2019 / 11 / 10 227 0 4505   
10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사람 2019 / 11 / 10 198 0 1428   
9 한 계단씩, 천천히 2019 / 11 / 10 186 0 3973   
8 땅바닥에 있을 때도 빛났던 순간의 조각 2019 / 11 / 10 204 0 7347   
7 지키고 싶은 마음 2019 / 11 / 10 199 0 3236   
6 마음을 안고서 2019 / 11 / 6 210 0 10162   
5 아이였을 적 꿈꾸었던 별 2019 / 11 / 5 213 0 7313   
4 받기만 해도 돼요 2019 / 11 / 3 202 0 6007   
3 랑데부(rendez-vous); 다시 만날 약속 2019 / 10 / 28 181 0 7677   
2 사랑받는 배우 2019 / 10 / 28 193 0 6975   
1 넌, 누구니? 2019 / 10 / 22 343 0 962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STAY Warm
WCEA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