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교환 학생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11.4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비밀리에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온 교환학생을 받는다.
교환학생이래 봤자, 100년 후 미래에서 사학을 전공하는 동문들이지만.
2018년 서울의 생활사를 연구하러 온 2118년의 남자, 현호.
그런 그의 시크릿 멘토로 간택된 국사학과 수석, 다희.
두 사람의 유쾌한 룸메이트 생활이 궁금하다면
학기 '등록'을 서두를 것!

-내 일상을 망치러 온, 나의 교환 학생.

 
제1수칙
작성일 : 19-11-05 11:42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7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괴짜가 경고한 대로, 끙끙 앓는 소리가 밤새 이어졌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데, 침대를 타고 내려온 신음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눈이 절로 떠졌다. 어두컴컴한 것이 아직 해가 뜨진 않은 모양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병자의 상태를 살폈다. 식은땀이 베갯잇을 적시고 있었다. 이마에 손을 얹자, 뜨끈한 기운이 금세 살갗을 타고 전해졌다.

 이 옷, 벗겨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열을 낮추려면 병자가 아무리 한기를 느껴도 이불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소한 촉감의 방화복은 정교하게 직조되어 물 샐 틈조차 없을 것 같았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옷 안에 갇혀, 상태를 악화시키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벗기지?’

 혹여 잠에서 깰까, 조심조심 옷의 솔기를 따라 손끝을 움직이는데 맨들맨들한 어떤 것이 질감의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동그란 게 꼭 선풍기에 달린 스위치 같았다. 스위치? 그때 문득 그와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목 언저리를 만지니, 얼굴을 덮고 있던 천이 사라졌었다. 이거다! 자신 있게 동그란 부분을 손으로 꾹 눌렀다. 그러자 신기하게 갑옷처럼 몸을 감싸고 있던 옷이 감쪽같이 없어져버렸다. 팔을 슥슥 문지르니 맨살이 만져졌다. 성공이다.

 열 내리게 물수건이라도 대줄까 하다가, 뭐 예쁘다고, 하고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머리가 무거웠다. 눈꺼풀도 무거웠다. 어렵지 않게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잠깐 일어나 그의 옷을 벗긴 일이 마치 꿈같았다.

 “……다희.”

 잠결에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이다희.”

 응? 대답을 하고 싶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희는 눈을 감은 채 눈썹만 살짝 들어올렸다.

 “일어나라고, 이 변태야!”

 변태? 그 낯선 부름에 다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뭐, 뭐, 뭐야. 나 왜 변태, 왜…….” 쌍꺼풀이 두 겹이나 진 느끼한 눈으로 다희는 침대에 앉아 있는 현호를 올려다봤다.

 “네가 벗겼지, 내 옷.”

 “아… 새벽에 열이 많이 나길래…….”

 잘 때 건조했나. 다희는 목을 벅벅 긁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봤어?”

 “응? 뭘 봐?”

 “하, 봤냐고.”

 “그러니까 뭘.”

 못 봤나. 태연한 다희의 반응에 현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니면 보고도 못 본 척, 뻔뻔하게 나오는 건가.

 다희를 살피는 현호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그러나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는 건 없었다. 그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다희는 이유도 모른 채 벌 서는 기분을 느꼈다. 나 뭐 잘못했지?

 “아, 혹시 너 옷 벗은 거 봤냐고 묻는 거야?”

 현호의 눈썹이 꿈틀했다. 역시, 뻔뻔한 쪽이었나.

 “에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못 봤어. 그 목 옆에 스위치도 더듬거려 겨우 찾았다니까?”

 “더…듬었어? 날?” 알몸을 보이는 것보다 더 싫다는 듯한 표정으로 현호가 되물었다.

 “애벌레 기어가듯이 살살, 딱 요 손가락 두 개로!” 다희는 검지와 중지를 들어 보이며 적극 해명했다. 선의의 행동으로 변태 취급을 받는다니, 억울하지 않나.

 현호는 다희의 진정 어린 눈망울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씻고 김 조교부터 찾으러 가.” 그는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옷을 좀 사야겠으니까.”

 “아, 옷. 그러네, 그거 입고 돌아다니긴 좀 뭐하니까. 불편하면 일단 내 옷 큰 거라도 줄까? 내가 키가 있어서 너한테 맞는 옷이 있을 것도 같은데.”

 문턱을 넘으려다, 현호는 뒤를 돌아 다희를 봤다. “나 옷 이거 하나밖에 없어.”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그 말을 남긴 채, 현호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덩그러니 남겨진 다희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느라 인상이 찡그려졌다.

 “옷 없으니까 내가 빌려준다는 거잖아. 의사소통이 왜 안 되지? 세대차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는 “아무것도, 아무것도”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아무것도 없다고?!” 얼굴을 붉히는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몸은 좀… 괜찮아진 거야?”

 “괜찮아.”

 덤덤히 말하는 현호의 얼굴엔 수건으로 채 닦아내지 못한 물기가 어려 있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현호와 마주 앉은 다희는 자꾸 내려가는 시선을 끌어올리느라 애를 먹었다.

 슈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의미. 속옷도 없이 남의 옷을 빌릴 순 없다는 말이었고, 그건 또, 지난밤 다희가 그를 나체로 재웠다는 뜻이었다. 미쳤어. 몹쓸 상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다희는 발작하듯 이따금씩 고개를 휘저어야 했다.

 “다, 다행이다. 음, 김 조교님한테 가기 전에 이거… 먼저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녀는 현호의 앞으로 신 교수가 준 계약서를 건넸다. “어제 자기 전에 내가 쭉 읽어 봤는데, 몇 군데 좀 고쳤음 싶어.”

 “근데 말은 왜 다시 반토막이야?”

 “그건… 내가 누나니까!”

 누나? 현호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제 보니까 2093년생이더라? 그러니까 내가 누나지, 아, 누난 좀 그런가? 아무튼! 네가 나보다 96살이나 어린 거야, 네 살이 많은 게 아니라!”

 하, 현호는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살짝 저으며 반으로 접힌 계약서를 펼쳤다. 너 좋을 대로 해라, 식의 반응이었다.

 계약서를 살펴 보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연필로 슥슥 그어 주변 여백에 수정 사항을 적어 놓았다. 정갈한 글씨체였다.

 ‘1어억……! 크크크……!’

 어젯밤, 다희는 부엌 한편에서 잠든 현호 몰래 소리 없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꾸만 벌어지는 입술 사이를 손으로 겨우 막았다. 지금 현호가 보는 필체로는 당시 필자의 내적 상태를 전혀 유추할 수 없었다.

 “우선, 어제도 말했지만 같이 사는 건 말도 안 돼.”

 “동감이야.”

 오늘 아침 알몸으로 눈뜬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위험한 여자야.

 “생활사 연구가 목적이라지만 같은 여자끼리도 아니고, 어떻게 같이 살란 거야? 이런 아이디어를 대체 누가 냈는지…….”

 “다음.”

 “어? 아, 다음?”

 현호는 계약서를 다시 다희 앞으로 밀어 주었다. 아무래도 발제자에게 더 필요할 듯싶어서.

 “그래, 비밀 유지! 진짜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내가 늘 붙어 다니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갑자기 네가 나타나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걔한테만 살짝 말해주면 안 될까?”

 “안 돼.”

 “내가 입단속 철저히 시킬게! 응?”

 현호는 딱딱한 얼굴로 다희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교환 학생의 제1수칙이 뭔 줄 알아?”

 다희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거. 과거 세계의 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 거.” 만난 지 고작 하루지만, 본 중 제일 진지한 얼굴로 현호가 말을 이었다. “내가 누군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주는 것 자체가 그 사람 인생에 끼어드는 거야.”

 “그럼… 나는? 내 인생엔 왜 끼어들었는데?”

 “제일 높았으니까.”

 “뭐가?”

 “내가 이 시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 확률. 성향, 성격, 지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학교에서 네가 제일 높았어.”

 와서 보니, 그 결과에 회의가 들지만.

 “그러니까… 거기서, 너랑 내 궁합을 봤다? 뭐 AI, 슈퍼컴퓨터 이런 걸로?”

 궁합, 다희의 단어 선택에 현호가 핏, 하고 웃었다.

 “그쪽이 이해하기 편하면 뭐, 비슷해.”

 “오…… 나 완전 간택 당한 거구나. 신기하다. 너네 나라 사람들이 날 알고 있단 거잖아. 것도 완전 자세히.”

 “너네 나라?”

 “아, 나라는 같댔지. 그럼… 미래 인류? 후손?”

 아이처럼 신이 난 다희가 현호는 더 신기했다. 나 같으면 기분 나쁠 것 같은데, 왠지 감시 당한 느낌이라.

 “얼른 사인이나 해.”

 “어? 아직 고칠 거 남았는데?”

 “됐어, 나랑 얘기하면 돼. 그런 거 학교에서 일일이 신경 안 쓰니까.”

 “그래……?”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다희는 결국 펜을 들었다. 그리고 계약서 하단,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서명란에 사인을 했다. 장학금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 신기한 교환학생의 멘토가 되는 건 꽤 재미난 일이 될 것 같다.

 2093년생, 김현호. 나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꿔줄 사람이 생겼다.

 다희가 서명을 마치자, 현호가 계약서를 가져갔다. 그러더니 팔목을 가볍게 두드렸다. 전원이 켜지는 컴퓨터처럼 그의 팔목에서 상아색 불빛이 흘러나왔다.

 “우와, 그게 뭐 하는 거야?”

 “복사본을 보내기로 돼 있어서, 우.리.나.라.에.”

 불빛이 종이에 적힌 활자들을 잡아내자 그 주위로 금테가 둘러졌다. 그 글자들이 그대로 계약서에서 튀어 나와 그의 팔목 안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된 거야?” 상앗빛 신기루가 사라지자, 다희는 감탄하는 기색으로 현호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이만큼 발전하는구나. 역시 IT 강국이야.” 호기심에 다희가 현호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 “이게 웨어러블, 뭐 그런 거지? 이 슈트랑 붙어 있는 거야? 나중에 갈 때 이것만 좀 떼어주고 가면 안 되니? 엄청 편리할 거 같은데.”

 “안 돼, 넌 못 써.”

 “왜 이래, 나 우리 집에선 완전 공대생이야. 내가 컴퓨터도 고치고, TV 스피커도 연결하고 별거 다 한다고!”

 “그래도 안 돼.” “어우야, 왜 안 되는데, 많이 비싸? 1억 넘어?”

 귀찮게 달라붙는 다희를 떼어내며 현호는 혀를 끌끌 찼다. 제1수칙에 대한 조금 전 설명이 부족했나, 반성까지 하게 만든다.

 정신 차려, 이다희. 난 떠날 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 나에 대한 네 기억마저도 말이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녹두 대전 (3) 2019 / 11 / 10 234 0 6444   
21 녹두 대전 (2) 2019 / 11 / 10 223 0 7299   
20 녹두 대전 (1) 2019 / 11 / 10 240 0 3208   
19 수강 신청 정정 기간 (4) 2019 / 11 / 10 220 0 3840   
18 수강 신청 정정 기간 (3) 2019 / 11 / 10 230 0 6809   
17 수강 신청 정정 기간 (2) 2019 / 11 / 10 234 0 3938   
16 수강 신청 정정 기간 (1) 2019 / 11 / 10 232 0 3458   
15 Would You "Roommate" Me? (2) 2019 / 11 / 10 375 0 3915   
14 Would You "Roommate" Me? (1) 2019 / 11 / 10 226 0 2955   
13 썸남 VS 남사친 2019 / 11 / 10 222 0 6201   
12 캠퍼스 투어 (2) 2019 / 11 / 10 227 0 3998   
11 캠퍼스 투어 (1) 2019 / 11 / 10 250 0 3035   
10 96살 연하, 써엄남 (2) 2019 / 11 / 10 240 0 6550   
9 96살 연하, 써엄남 (1) 2019 / 11 / 10 217 0 6435   
8 A.I. Phobia (2) 2019 / 11 / 10 234 0 3519   
7 A.I. Phobia (1) 2019 / 11 / 10 223 0 2976   
6 편의점의 김 조교 (2) 2019 / 11 / 8 235 0 3584   
5 편의점의 김 조교 (1) 2019 / 11 / 8 210 0 3339   
4 Pros & Cons 2019 / 11 / 5 216 0 3881   
3 제1수칙 2019 / 11 / 5 217 0 4724   
2 첫날 밤 2019 / 11 / 4 222 0 6983   
1 괴짜 신 교수 2019 / 11 / 4 382 0 76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Off Side
지현시
비꽃이 핀다
지현시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