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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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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9 화
작성일 : 16-07-12 14:06     조회 : 628     추천 : 0     분량 : 8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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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엽이 와호당에 머문 지 보름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검엽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척천산장이 중원무림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와호당에 대해 대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얻어진 그 정보들의 출처는, 이천릉과 첫날 보았던 네 노인이었다.

 네 명의 노인은 강호상에서 대단한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팔절의 일인인 이천릉을 그저 이가, 혹은 이 늙은이라 부를 정도였으니 그들의 신분이 이천릉에 버금가는 것임은 당연한 일이었다.

 도관을 쓰고 있던 통통한 염소수염의 노인은 복장과는 달리 도인이 아니었다.

 그의 별호는 천수자(千手子), 이름은 장현(張賢)이었다. 그는 이천릉을 이가라고 부를 자격이 있었다.

 이천릉과 함께 팔절의 일원인 암절(暗絶)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말상의 비녀노인의 신분도 장현에 못지않았다.

 비록 팔절에는 들지 못하나 팔절 중의 그 누구도 한창때의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는 권법(拳法)의 고수 개산권(開山拳) 노굉(盧宏)이었다.

 푸른 학창의의 노인, 진수재(陣秀才) 남일공(南日供)과 음침한 안색의 흑포노인, 풍도유자(風道遊子) 구양문(九陽紊)은 다른 사람에 비해 크게 이름을 떨친 인물은 아니었다.

 물론 앞의 두 사람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그들의 명성은 작지 않았다.

 남일공은 기관건축과 진법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었고, 구양문은 술법으로 이름이 높았다.

 단지 그들이 이룬 성취가 무림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무림에서의 명성이 팔절에 미치지 못할 뿐이었다.

 이천릉을 비롯한 네 명의 노인은 모두 칠십 대에서 팔십 대의 나이였고, 강호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십여 년 이상 되어 죽었다고 소문난 사람도 있었다.

 모두 어느 문파에도 적을 두지 않고 독행강호하던 이들이다.

 그들이 척천산장의 와호당에 모여 있다는 것이 소문나면 그 파란이 만만치 않을 터였다.

 공식적인 그들의 신분은 척천산장의 호법이었다. 와호당은 척천산장의 호법전이었던 것이다.

 십여 년 전, 척천산장의 후원인 이만여 평의 대지에 와호당을 조성한 이는 소진악이었다.

 그가 인재를 아끼고 기인이사들과 교류하기를 즐기는 사실은 유명한 일. 그런 그가 만든 와호당에 대해 강호에 소문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러나 와호당에 호법으로 머무는 사람들의 면면에 대해 상세히 아는 사람은, 척천산장의 수뇌부 이십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알려진 바가 적었다.

 비밀은 아니었지만 산장의 진정한 힘이랄 수 있는 사람들을 소문내서 좋을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호당의 당주 직을 맡고 있는 이천릉이 산장에 머무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다섯 노인의 말에 의하면 척천산장은 당대 무림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과 재력을 보유한 세 개의 집단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중 하나의 집단에 속하는 하부 문파였다.

 하부 문파로는 일이 위를 다툴 만큼 강력한 문파이긴 했지만.

 세인들은 이들 세 개의 집단을 일컬어 구주삼패세(九州三覇勢)라고 부른다고 했다.

 

 구주삼패세(九州三覇勢).

 당대의 중원무림을 삼분하고 있는 무력 집단. 근 삼백 년래 그들과 같은 강력한 무력을 보유한 집단은 존재한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자들이다.

 강자존(强者存)이라는 무림의 생리를 극명하게 증명하며 등장한 자들.

 삼패세 중 대중원정도무림총연맹(大中原正道武林總聯盟) 줄여서 정무총련(正武總聯)이라고 부르는 세력은 육파일방과 칠대세가가 중심이 된 정파의 연합이었고, 정무총련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마외도의 연합 세력은 군림칠마성(君臨七魔星)이 중심이 되어 만든 세력으로, 그 이름은 천추군림성(千秋君臨城)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무총련과 천추군림성에 들기를 거부한 문파의 무인들이 모여 만든 세력이 대륙무맹(大陸武盟)이었는데, 척천산장은 이 대륙무맹을 떠받치고 있는 다섯 개의 기둥 중 하나였다.

 

 다섯 노인이 검엽에게 살갑게 굴면서 온갖 얘기를 다 해주고 있는 것에는 흑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검엽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노인들의 실망은,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활활 타오르는 집요한 탐욕으로 바뀌었다.

 검엽은 앞을 보지 못했지만 그 오성(悟性)만큼은 온갖 풍파를 다 겪은 그들 다섯 노인으로서도 본 적이 없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검엽은 한 번 들으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도 잊지 않았고, 그것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응용까지 했다.

 가히 문일지백(聞一知百)의 천재가 검엽이었다. 그런 천재성 앞에 맹인이라는 그의 신체적 결점은 별 의미가 없었다.

 마땅한 후인을 찾지 못하고 초조하게 세월을 보내던 노인들이 검엽에 대한 탐심을 일으킨 것은, 단지 그들이 욕심쟁이들이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 중에서도 남일공과 구양문은 검엽을 광적으로 원했다.

 

 “왔느냐?”

 담장이 없는 자신의 거처 앞마당에서, 몇 개의 돌과 깃발을 여기저기 놓거나 꽂으며 움직이던 남일공이 허리를 폈다.

 검엽이 마당의 입구에 서서 그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예, 노야.”

 “이리 와보아라.”

 검엽은 예의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남일공의 옆에 다가섰다. 남일공이 손보던 돌과 깃발의 영역의 경계선을 돌아서.

 그의 걸음은 특이했다.

 그가 맹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걸음걸이였다. 그러나 그가 맹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의아해하고 놀랍기 그지없을 걸음이었다.

 그는 마치 앞이 보이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일말의 망설임이나 주저함도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만이 아니라 태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사람, 여은향을 비롯해 이천릉과 네 노인까지도 그의 맹인답지 않은 행동을 기이하게 여겼다.

 그러나 해답을 구하지는 못했다. 당사자인 검엽도 모르는 답을 그들이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가.

 남일공도 검엽의 맹인답지 않은(?) 운신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볼 때마다 신기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검엽을 일별하고는 자신이 마당에 뿌려놓은 돌과 깃발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마당에 펼쳐진 진법이 무엇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 알겠느냐?”

 “오행 중 토(土)입니다.”

 검엽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남일공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팔괘의 방향 중 일곱 곳이 사문이고, 마당을 통과하는 수맥의 길을 따라 생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토(土)의 기운을 끝까지 끌어올린 후 수(水)를 생(生)하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토극수(土克水)만을 보는 자라면 저곳도 사문으로 보일 것입니다.”

 검엽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남일공은 소리 나지 않게 한숨을 쉬며 멍한 눈으로 검엽을 보았다. 그는 검엽이 이곳에 오기 전 주역을 배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엽이 역의 용어를 빌어 대답하는 것은 그 배움 덕분이었다.

 그러나 남일공은 검엽이 역의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하등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검엽이 입구의 마당에 도착하자마자, 그가 펼친 반오행팔괘진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는 사실이었다.

 남일공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검엽은 그가 평생을 노력하며 얻고자 했던 것을 이미 갖고 있었다. 배워 얻은 것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검엽이 아무리 천재라 해도 그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남일공이 진법에 대한 검엽의 재능을 눈치챈 것은, 검엽이 와호당에 온 지 이틀 뒤였다.

 그날 그는 자신에게 패한 것이 분명한 바둑판을 뒤집어엎은 이천릉을 골탕 먹이기 위해, 이천릉의 거처 앞에 돌멩이들을 이용해 사상진을 펼쳐 놓았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되 식은땀을 두 말은 쏟아야 벗어날 수 있는 진이었다.

 그런데 그 진에 먼저 들어선 사람은 이천릉이 아니라 검엽이었다.

 그리고 검엽은 사상진에 들어서자마자 생문을 찾아낸 후 진을 벗어났다. 마치 사상진이라는 진이 펼쳐져 있지 않았던 것처럼.

 사상진은 검엽의 발걸음을 한순간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진법은 맹인도 벗어나지 못한다.

 자연의 기를 통제하는 진법은 단순히 감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맹인이 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눈만 감으면 누구나 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한 남일공은,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오늘 검엽을 불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제대로 보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허, 전설인 줄 알았더니…….’

 남일공은 검엽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않으면 검엽이 보여준 능력을 이해할 방법이 없었다.

 무림에서 진법에 능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그 드문 진법가들 중에 다른 사람이 설치한 진을 보고 진의 기반을 한눈에 알아차릴 정도의 대가는 더 드물었다.

 남일공이 아는 한 그 정도의 대가는 전 무림을 통틀어도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은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진법의 기반이 되는 음양, 오행, 팔괘, 구궁의 이치를 탐구한다.

 삼라만상의 이치를 이해하지 않고는 절정지경에 들 수 없으니까.

 그러나 진법은 이치만을 안다고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역(易)의 이치에 따라 자연에 흩어져 있는 기운을 끌어와 재배치해야 한다.

 기운을 일정한 영역 내에 가두고 풀고 또 흐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치며 가공된 기운이 머무는 영역 내에서는 어떤 능력자라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그 가공된 기운이 흐르는 길, 진(陣)의 진체(眞體)를 혼(魂)으로 느끼는 능력.

 전설은 그 능력을 이렇게 부른다.

 

 관천신안(貫天神眼).

 진법을 배우는 자들이 꿈꾸는 최후의 경지.

 진(陣)의 근원을 직관으로 알며 진의 생성과 소멸을 의지로 좌우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경지.

 남일공은 검엽의 재능이 전설로 전해지는 관천신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검엽이 맹인이라는 것이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자가 진세의 근원을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제 열한 살의 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떻게 쉬운 일이겠는가.

 그가 검엽의 재능을 선천적인 것이라고 판단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진실은 남일공이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검엽은 남일공이 흥분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긴 머리카락으로 인해 절반 이상이 가려진 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남 노야를 놀라게 한 모양이구나. 기감이 예민해지면서 생긴 능력인데 설명을 해드릴 수가 없으니…….’

 남일공이 관천신안이라고 생각한 검엽의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능력은 신화곡이 무너지던 그날 이후 생긴 능력 중 하나였다. 검엽이 부작용이라 생각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

 시간이 갈수록 예민해진 그의 기감은 방원 십 장 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기를 느낄 정도가 되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것의 기는 처음에는 안개처럼 흐릿했다.

 그러나 그 안개는 점차 한 가닥의 선으로 변했고, 그 선들이 이어지면서 형태를 갖추어갔다.

 정가장을 떠날 무렵, 선으로 이루어진 형태들은 완전해졌다.

 그리고 검엽은 기감으로 전달되는 선의 완전해진 형태가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더 근원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완전해진 선이 그에게 보여주는 세상은 흑백이었다.

 윤곽의 선은 백색이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흑색인 세상.

 아무도 알지 못했고, 들어도 믿지 않을 일.

 검엽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비록 흑백의 세상이긴 했지만.

 여은향을 만났을 때도 그는, 안개처럼 흐릿하긴 해도 흑백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흐릿하던 세상의 윤곽이 더욱 선명하고 뚜렷해졌다.

 그는 자신의 감각이 예민해진 것과 흑백의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신화곡의 붕괴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는 마땅한 답이 없었으니까.

 남일공이 펼친 진법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진의 생문이 어디인지를 아는 건 그에게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진은 기(氣)로 이루어진 것이고, 기로 이루어진 것은 그가 심안(心眼)이라고 부르는 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線)은 그의 심안에 진세의 기운이 오행 중 어떤 기운인지, 그리고 기운이 강한 지점과 그 지점들 사이에 비어 있는 길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투영시켜 주었던 것이다.

 검엽은 멍한 눈으로 정반오행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일공에게 조용히 인사를 한 후 마당을 떠났다. 아직 들러야 할 곳이 한 군데 더 남아 있었다.

 

 구양문은 자신이 부리는 이매와 망량들이 두려움과 환희에 차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통제를 벗어나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 정도의 광기가 이매망량들에게서 흘러나왔다.

 귀신들의 광기.

 소름 끼치는 귀기(鬼氣)가 칠흑처럼 어두운 지하실을 가득 메웠다.

 그 녀석을 처음 보던 날과 같은 반응이었다. 그는 무섭게 이글거리는 눈으로 계단을 보았다. 계단을 내려온 그 녀석이 그를 향해 인사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육십 년을 산 그다. 어둠은 그에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

 “구양 노야를 뵙습니다.”

 “킁.”

 검엽을 보는 구양문의 이글거리는 눈은 무저의 공동처럼 깊었다.

 풍도문(風道門)의 비전을 얻은 후 그는 검엽을 만나 겪은 것과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막아주는 주인이 없다면 연옥으로 끌려가거나 혼마저 소멸될 수밖에 없는 이매망량들이,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려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 녀석은 누구냐?”

 “예?”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답이 있을 리 없다. 검엽은 어리둥절한 낯빛으로 반문했다.

 구양문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이매망량들의 광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의 가슴속에서 휘몰아치는 찬바람도 거세졌다.

 검엽과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풍도귀왕공(風道鬼王功)의 기세가 저절로 강해지는 기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풍도귀왕공은 이매망량의 귀기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풍도귀왕공의 기세가 강해진다는 것은 이매망량의 귀기가 강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무저갱과도 같은 구양문의 눈빛이 혼란에 뒤덮였다.

 ‘불가능한… 어찌 이런 일이… 대체 저놈이 누구이기에……?’

 풍도귀왕공은 일반의 무공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일반의 무공이 수련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라면, 풍도귀왕공은 부리는 이매망량의 숫자에 비례해서 그 깊이를 더해간다.

 그러나 부리는 자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부리는 이매망량의 수가 무제한일 수는 없고, 그 수가 제한되면 풍도귀왕공도 진전을 멈춘다.

 이매망량의 귀기를 기반으로 한 공부이기에 그것은 필연적인 한계였다.

 대신 이매망량의 숫자가 많아지고, 그 이매망량이 본래 가진 기운이 끝없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이 또한 풍도귀왕공이다.

 그전에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구양문의 풍도귀왕공은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그가 부릴 수 있는 한계까지 이매망량을 포용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기세가 강해진다는 것은 그가 아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매망량의 본질은 귀신. 귀신의 기운은 한 가지 경우 외에는 절대로 강해지지 않는다.

 죽음[死]은 변화의 종착점.

 종(終)에 이른 자의 성장이란 역천(逆天)이다.

 순천하는 천지자연의 섭리 속에 역천을 허락하는 경우가 잦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귀기를 강하게 하는 경우는 한 가지로 제한된다.

 귀신들이 귀역(鬼域)에 들었을 때가 그것이다.

 그러나 귀역은 인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귀역이란 지옥을 다스리는 자, 염왕의 의지가 닿은 땅.

 사람에 속하지 않은 영역인 것이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구양문은 그런 상식에 예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풍도문이 추구하는 궁극의 경지가 바로 귀역의 인세 구현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비전을 이은 자의 육신을 통해 국지적으로 구현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귀역이 구현된다면 그것을 구현시킨 자의 능력은 그 영역 내에서는 염왕과 같아질 수 있다.

 죽음을 관장한다는 지옥의 대제, 염왕과 같은 능력.

 그것이 풍도문의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을 실현시킨 자는 수백 년에 이르는 풍도문의 역사 속에서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문파의 궁극적 경지를 이제 열한 살의, 귀신에 무지한 아이가 구현하는 것을 구양문은 보고 있었다.

 다섯 자도 떨어지지 않은 눈앞에 귀역이 그 문을 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너는… 내 주변에 떠도는 ‘것’들이 보이느냐?”

 그도 검엽이 맹인이라는 것을 안다. 때문에 자신의 질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검엽은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신비스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검엽은 대답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구양문이 보여주고 있는 반응으로 보아 거짓을 말한다고 해서 통할 일도 아니었다.

 구양문의 주변에는 일곱의 기이한 존재가 그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세 개의 머리에 뿔이 달린 거대한 뱀도 있었고, 삼 장 길이의 언월도를 든, 일 장 오 척이나 되는 장수도 보였다.

 머리를 풀어헤친 소복 차림의 여인과 곰방대를 문 노인, 색동옷을 입은 어린아이와 날개가 달린 호랑이, 그리고 꼬리가 네 개인 여우도 있었다.

 그들은 흰자위가 없는 붉은 눈으로 검엽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검엽은 그들의 눈에서 공포와 환희를 느꼈다.

 그는 대답했다.

 “예, 구양 노야.”

 구양문의 머릿속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되었다.

 보통 사람은 귀신을 보지 못한다. 그것은 무림의 고수라도 마찬가지다.

 귀신을 보기 위해서는 영력(靈力)을 타고나거나 불문이나 도문의 수련, 그것도 대단히 특별한 수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검엽에게서는 아무런 영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문이나 도문의 수련을 받은 흔적도 없었고. 수련을 받았다고 해도 갑자의 세월 동안 닦은 도력이 아니라면 귀신을 보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검엽의 나이에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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