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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슈퍼히어로 변호사
작가 : 앤유
작품등록일 : 2019.11.1

비밀을 품은 변호사!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최연소 검사
최연소 변호사

"인간을 먼저 상대한 다음, 악마를 상대해 주마!"

 
시간이 없다
작성일 : 19-11-05 08:27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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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시간이 없다

 

 

 한나를 살릴 수 있다면 2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몸속에 가득 찬 악의 기운을 섬멸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한나를 위한 일이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아무리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고 해도…….

 아무리 험한 길을 돌아가야 한다고 해도…….

 할 수 있었다.

 “절 200년 전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케이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은 라이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라이마가 내 건 조건은 하나 더 있었다. 과업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했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 2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예? 그게 무슨……?”

 “200년 전을 선택한 것은 초인과 동떨어진 시대를 찾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네가 지금 모습 그대로 돌아간다면 넌 초인 능력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가는 거야.”

 그래서는 곤란하다고 라이마는 말했다.

 “네가 악의 길로 접어든 이유가 바로 초인 능력 때문이었어. 따라서 넌 초인 능력이 전혀 없는 보통의 인간 아이로 다시 태어나 과업을 수행해야만 한다.”

 

 200년 전으로 돌아가…….

 

 갓난아기부터 삶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

 

 1996년. 7월의 어느 날.

 한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울지도 않았고, 칭얼대지도 않았다. 환희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을 점잖은 시선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아이한테 이상이 있는 건 아니겠죠, 선생님?”

 산모와 남편은 아이의 상태를 걱정했다.

 “건강합니다. 이상도 없고요. 간혹 이렇게 울지 않는 신생아도 있답니다.”

 과연 아이는 건강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없었고, 말썽을 피우는 일도 없었다.

 아이는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자주 사방을 두리번거리곤 했다.

 아직은 일어설 수 없는 두 다리를 연신 바동거렸고, 아직은 아무 것도 움켜쥘 수 없는 작은 손을 연신 꼼지락거렸다.

 인큐베이터를 돌던 한 여자 간호사는 아이의 눈빛에서 형언할 수 없는 처연한 감정을 읽고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울지도 않고, 말도 하지 못했지만 눈빛에서 아이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눈빛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외떨어져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하는 자의 외로움과 고독.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자의 책임감과 두려움.

 연인을 다시 살리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자의 애수와 비애.

 실제로 아이는 외로웠고, 고독했으며, 두려웠고, 그리웠고, 슬펐다.

 초인 능력은 사라졌지만 케이의 영혼은 아이의 몸속에 그대로 흡수되어 있었던 것이다.

 몸은 갓난아기였지만 정신은 25살 케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케이는 갓난아이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인나우’라는 이름으로.

 

 *

 

 “시공간을 이동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라이마와 연결되어 있어. 내 쪽에서는 그녀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녀 쪽에서는 나를 느낄 수 있지.”

 나우가 하나의 선을 온전히 행하고, 한 사람을 고통에서 구원할 때마다 그 결과는 특별한 울림이 되어 라이마의 가슴에 전달됐다.

 “천 번의 울림을 가슴에서 느끼는 날, 라이마는 비로소 내 부탁을 들어줄 거야.”

 한나가 죽기 전,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그 시간으로 이동시켜 주는 것이다.

 “그럼 변호사님 스스로는 선을 수행한 횟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건가요?”

 “나는 나대로 횟수를 세어왔어.”

 하지만 그것이 라이마의 가슴을 울린 횟수와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쪽에서는 한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저쪽으로 전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진정한 선이 아니라고 판단했거나 한 사람의 구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 라이마의 가슴에 울림은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의 선을 행할 때마다 진심을 다해야만 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사람, 고통 받는 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내 카운트로는 벌써 천을 넘긴지 오래야.”

 나우가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아직 이곳에 있는 걸 보면 라이마의 계산은 아직 천 번이 안 된 거지.”

 “그럼 계속 과업을…….”

 “수행해야지. 한 사람, 한 사람 최선을 다해서 돕고, 선을 수행하고, 정의를 실현해야지.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라이마의 가슴에 천 번째 울림이 전달되는 날이 오겠지.”

 아…….

 나우가 왜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왜 그토록 선과 정의에 집착했는지, 악을 왜 그렇게 증오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초인 능력은…….”

 영울은 과연 나우에게 초인 능력이 없는 게 맞는지 궁금했다. 그간 나우가 보여줬고, 또 소문으로 전해졌던 믿을 수 없는 괴력들은 뭐란 말인가.

 “정말 완전히 사라진 건가요?”

 “완전히 사라졌었지.”

 과거형으로 얘기했다.

 사라졌었지만 훗날 나우도, 라이마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십대 후반이었어. 몸속에서 2차 성징이 진행되는 그 무렵, 능력들이 미약하게나마 되살아나기 시작했어.”

 “어떻게 된 거죠?”

 나우는 ‘글쎄’하며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짐작 가는 바는 있지.”

 초인석이었다.

 나우는 시간 이동을 하기 전 케이였던 시절에 초인석을 작동시켜 불칸을 공격한 경험이 있었다. 그 때 돌 속에 응집되어 있던 염력의 결정들이 케이의 몸속으로 상당부분 흡수되었을 수 있다.

 그 상태로 시간을 거슬러 신생아의 몸속으로 들어갔으니 초인석의 염력도 인나우의 몸속으로 함께 들어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잠복기를 거쳤을 수도 있어. 염력이 내재되어 있어도 육신이 따라주지 않으면 발동될 수 없었을 테니.”

 그런데 인나우로 성장하면서 케이는 정신은 물론이고 육신의 단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다행히 인나우의 집안은 유복했고, 어려서부터 ‘배움’의 길이 막히는 법은 없었다. 학문적 수행뿐만 아니라 태권도, 유도, 검도, 수영 등의 무예와 운동도 거침없이 배워나갔다.

 “초인 능력이 없으니 스스로 몸을 수련하는 수밖에 없었지. 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악과 맞서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거든. 악과 맞서려면 악에 준하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육체적 힘도 필요해.”

 육체가 따라주지 않으면 선도 수행하기 힘든 것이다.

 악을 응징함으로서 진정한 선과 정의가 실현되고, 고통 받던 한 사람의 삶이 구원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초인 능력 없이 그 일을 해내기는 무척 힘들었고, 그래서 더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열심히 몸을 단련시키다가 열여덟 무렵 2차 성징을 맞았는데, 그때 몸 안에 잠복해 있던 염력이 활성화된 것 같아.”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변화가 감지됐다.

 “몸이 이전보다 더 가벼워 진 느낌. 더 빨라진 느낌. 힘이 조금 더 세진 느낌. 그 정도였지.”

 그러다가 서서히 각성을 해갔다. 자신의 몸 안에서 초인 능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라이마와의 약속을 어긴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원해서 생겨난 능력도 아니고, 또 중요한 것은 그 능력으로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초인 능력이 발휘되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선을 수행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일이다.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라이마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혼만 시간을 이동한 것이라면 케이의 육신은 어떻게 됐어요?”

 “아마도 소멸되었을 거야.”

 “예? 어쩌다가…….”

 “시간 이동을 할 때 처음에는 육신도 함께 움직였어. 그러다가 시간의 차원 속에서 육신은 버려지고 영혼만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지.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은 빈껍데기나 다름없으니 차원 속 어딘가를 쓰레기처럼 떠돌고 있거나 소멸되었을 가능성이 커.”

 “그럼 나중에 과업이 끝나면…….”

 “과업이 끝나면 케이의 육신이 아닌 인나우의 육신으로 돌아가는 거야. 미래로…….”

 

 긴 이야기를 마치고 나우는 잠시 침묵했다.

 바람이 불어와 나우의 머리칼을 흩트려 놓았다. 단추를 채우지 않은 양복 상의와 넥타이도 바람에 날렸다. 머리 위에서 작열하던 태양은 어느새 몰려든 구름 속으로 사라졌고, 아직 한낮임에도 주위는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간이 많이 흘렀군. 오늘 산책은 이것으로 마치자.”

 나우가 일어서면서 개 목줄을 영울에게 넘겼다.

 “반이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가.”

 “변호사님은……?”

 “난 또 가 볼 때가 있어.”

 상의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저만치 걸어가는 나우의 뒷모습이 어쩐지 쓸쓸하고 초췌해 보였다. ‘변호사님’하고 불러보려는데 어떻게 알고 나우가 뒤를 돌아봤다.

 “한영울.”

 “예.”

 “내 이야기…… 아마도 믿기 힘들 거야. 내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받아들여도 좋아.”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넌 어떤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필시 믿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너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게요.”

 나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영울이 다급히 나우를 불렀다.

 “왜?”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뭐지?”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한 말…….”

 나우는 그런 말을 했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왜 그런 건지 영울은 늘 궁금했고, 지금도 그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서 과업을 수행하고 사랑하는 연인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라이마 때문이야.”

 나우가 말했다.

 “내가 떠나올 때 그녀는 이미 여든이었어.”

 “여든? 그럼 만약에…….”

 “그래. 그녀가 죽으면 난 영원히 미래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헉!”

 영울은 마치 자신이 돌아가야 할 미래가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놀랐다.

 “그럼 어떻게…….”

 초인들의 평균 수명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우의 대답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했다.

 “인간과 별 차이는 없어. 더 오래 살기도 하고, 더 일찍 죽기도 하지.”

 “그럼…… 불길한 얘기일 수도 있으나 라이마는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

 죽었다고 해도 나우는 알 길이 없지 않는가. 이쪽의 신호는 저쪽으로 가지만, 저쪽의 신호는 이쪽에서 감지할 수 없다고 했다. 나우의 카운트로는 천 번을 채운 것 같은데도 소식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아냐.”

 나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라이마는 아직 죽지 않았어. 그녀는 초인 중에서도 특별한 초인이야. 시간을 다스릴 수 있어.”

 자신의 신체에 흐르는 시간까지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그것은 무척 힘든 일이고,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라이마가 내게 약속한 말이 있어. 24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24년?”

 “내가 케이라는 악당으로 살았던 시간이 만 24년이었지. 라이마는 그 시간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지 않고 버티겠다고 했어.”

 “하지만…….”

 “아니. 꼭 그 약속은 지킬 거야. 라이마는 내가 변하는 모습을 누구보다도 바라고 기대했으니…… 과업을 수행하고 악인의 모습을 탈피한 나를 꼭 보고 싶어 할 거야.”

 “만 24년이라고 해도 이제…….”

 “그래. 얼마 남지 않았어. 내년 7월이면 만 24살이 되니. 꼭 일 년 남은 셈이지.”

 “정말로 시간이 많지 않네요.”

 “그래. 많지 않아.”

 나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시간은…… 늘 그래.

 한순간이지.

 “인나우로 살아온 나의 시간도…….”

 한순간이었어.

 

 

 

 -1부 끝

 

 

 

 
작가의 말
 

 여기까지가 슈퍼히어로 변호사 1부(1권)의 내용입니다.

 슈변의 슈퍼한 활약상은 2부에서도 계속 이어지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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