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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꿈꾸지 않는 자
작가 : 양박사
작품등록일 : 2019.11.4

한번도 꿈꿔본 경험이 없는 주인공이 어느 날 처음으로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동시에 잠들고 동시에 깨는 특이한 증상을 가진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주인공을 포함한 극소수만이 이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운데...

 
꿈꾸지 않는 자 (20~21)
작성일 : 19-11-05 08:26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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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집으로 가는 길은 평일 낮임에도 썰렁하다.

 왕복 10차선 도로를 지나는 데도 차가 별로 없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많이 보인다.

 가는 길 곳곳에 사고난 차, 파손된 가게들이 보인다.

 구급차와 군용 트럭이 간간히 지나다닌다.

 화재 때문인지 건물들 사이로 검은 연기가 보인다.

 메케한 냄새가 가득하다.

 분명 계속해서 상황은 안 좋아질 것이고, 식량이나 생필품도 점점 구하기 힘들어질게 분명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중위의 핸드폰을 꺼낸다.

 비닐장갑 때문에 터치가 잘 안된다.

 

 아 쉬바! 잠겨있다. 아 쉬바 쉬바! 괜히 가져왔다.

 세상에 나 같은 멍청이가 또 있을까?

 

 라디오를 켠다.

 비상사태 선포로 집밖으로 외출을 가급적 삼가고, 타인과 접촉을 금하라고 한다.

 학교도 휴교, 직장도 가급적 나오지 말라고 한다.

 어떤 지역은 화재로 전기와 통신, 인터넷이 안 된다고 한다.

 한참 심각한 소식을 전해주고 나더니 걸그룹 노래를 틀어준다.

 

 윽, 회사 안 가는 건 좋은데, 인터넷이 안 된다는 건... 엄청난 고문인데? 게다가 밖에도 못 나가게 하면서...

 

 대형 마트로 간다. 평일인데 셔터가 내려가 있고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역시 대기업은 일찌감치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상생이니, 뭐 가족처럼 곁에 있겠다고 친한 척 하더니 결국 이런 식이다.

 개놈 쉐리들.

 

 집 근처의 중형 마트로 차를 돌린다.

 다행히 중형 마트는 문을 연 상태다.

 경찰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경찰들은 내 전투복과 계급장을 위아래로 슬쩍 훑어보더니 그냥 들여보내준다.

 

 근데 설마 내가 사람들 더 감염시키거나 하는 건 아닐까?

 

 경찰들을 스쳐 마트 입구로 들어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아냐, 됐어. 우리 가족만 생각해야지.

 

 생수, 라면, 통조림, 인스턴트밥, 쌀, 부탄가스, 버너, 건전지를 잔뜩 챙긴다.

 

 “이렇게 주세요.”

 

 무심결에 내 카드를 꺼내서 결제를 하려다 위치 추적 따위의 생각이 스치면서 중위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건넨다.

 절대 그 중위 놈이 나를 무시했던 것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절대로.

 

 “이것도 주세요.”

 

 계산대 옆에 껌을 한 움쿰 집어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이만큼 다요?.”

 “네.”

 

 혹시나 가다 졸릴까봐 그럴 때 씹으려고 그런 거지, 절대 복수가 아니다. 네버.

 

 황급히 물건들을 차에 싣는다.

 분명 마트에 CCTV에 내 모습이 담겼을 것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다.

 우리 집은 1,2라인이지만 추적을 피하기 위해 5,6라인 엘리베이터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서 1,2라인 계단으로 내려온다.

 

 집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른다.

 

 “띠리링~”

 

 문이 열린다. 나는 조심스레 들어간다.

 현관 앞...

 신발이 없다. 딸의 신발도.. 아내의 신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행여나 누가 볼까 짐을 들고 얼른 들어간다.

 집 전화기로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13번의 연결실패 응답안내를 듣고서야 그만둔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내와 아이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어딘가..... 잘 있겠지.......제발...

 

 한참을 울다가, 또 괜찮을 거라고 마음을 달래기를 반복한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거실 벽에 기대서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한다.

 얼마만의 샤워인지 모르겠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냉장고에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온다.

 항상 붙어 있는 ‘찌게 데워 먹어.’ 따위의 글이 아니다!!

 

 ‘우리 엄마 집에 가 있을게. 무사하니 너무 걱정 말고 이 쪽지 보면 그리로 와.’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쪽지를 붙잡고 또 한참을 운다.

 

 일산에 살고 계신 장모님께 전화를 건다. 여러번.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래도 아까 정도의 절망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쪽지 하나가 어마어마하게 큰 위안이 된다.

 

 무사히 잘 있겠지.

 잘 도착해 있을 거야.

 잘 있을 거야.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시간이 꽤 흘렀다.

 

 이대로 도망치는 게 나을까? 아니다. 도망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거고 붙잡혔다가 또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돌아가서 백신이든 뭐든 해결책이 생길 때까지 잠잠히 있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지금까지의 패턴대로라면 또 밤 10시 즈음에 사람들이 깨어날 테니 그전까지 돌아가야겠군.

 

 정신을 좀 차리고 나서야 준성이네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 되서 거기 들를 여유는 없다. 다음을 기약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맥가이버칼과 LED후레시, 그리고 보조 배터리를 챙긴다.

 무사하다는 쪽지를 화장대 거울에 붙이고 나서 가족사진 하나를 챙긴다.

 

 어린이집 가방.

 집을 나서려는데 딸의 연두색 어린이집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 딸 어린이집에 등원, 하원 한번 시켜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만큼 컸다. 고맙게도.

 

 고맙다. 딸아. 보고 싶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간다.

 

 “괜찮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다 잘 될 거야.”

 

 돌아오는 길 내내 이 말을 반복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감에 먹혀버릴 것 같다.

 

 도로는 한산하다.

 학교로 들어선다. 적막하다.

 어둠을 틈타 원래 자리에 다시 주차를 하고 컨테이너로 접근한다.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중위는 잠들어 있다.

 옷을 다시 바꿔 입고 천막으로 돌아온다. 챙겨온 맥가이버칼, 후레시 등을 베개 안에 숨긴다.

 긴 하루였다.

 

 

 

 21.

 

 “아 씨발!”

 “뭐 이 개새끼야!!”

 

 갑작스러운 소란에 깜짝놀라 잠에서 깬다. 정신이 번쩍 든다.

 

 “뭐라고? 너 이새끼 다시 한번 얘기해봐!”

 “부장님이 잘못했잖아요! 왜 나한테 지랄이세요?”

 “뭐 지랄? 이런 미친 새끼가”

 

 옆 천막에 다툼이 있는 것 같다. 아니 모든 천막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 같다.

 김과장 쪽을 본다.

 

 “야, 허대리, 뭘 보노?”

 “아, 과장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쫄아서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야, 아니긴 뭐가 아이고? 불만 있으면 말해라!”

 

 김과장이 언성을 높인다.

 

 “니는 그게 문제다. 씨발 남자새끼가 불만 있으면 시원하게 얘기를 해야지. 맨날 꽁 해가꼬 새끼가. 말해라 임마!”

 “아... 아닙니다.”

 “에라이 병신아.”

 

 갑자기 왜들 이러지? 아까 잠들기 전까지는 카피바라마냥 그렇게들 얌전하더니. 뭔 일이지?

 

 나는 사람들의 이 급작스런 변화가 당황스럽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거친 말들이 오가는데도 아무도 폭력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 욕 등 정도가 너무 심해 아무리 비폭력의 아이콘인 간디님이라도 참지 못하고 인중에 니킥을 날릴 정도의 말들이 오가는데도 말이다.

 더 특이한 것은 아무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은 직장상사가 됐든 체급이 됐던 우위가 결정되고 한명이 꼬리를 내릴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 모두들 뒤가 없는 사람처럼 싸우고 있다. 상당한 아가리 파이터들이다. 그리고 이 기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천막의 한쪽 벽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워버린다.

 김과장과의 괜한 시빗거리를 피해서 말이다.

 

 나는 항상 이런 식이다.

 누군가 시비를 걸어오면 혼자 안으로 삭히거나, 그 자리를 피해버린다. 아주 멋진 말이나 통쾌한 복수는 언제나 잠들기 전 침대에서만 할 뿐이다. 상상속에서 놈들을 두 세시간 정도 혼쭐을 내주지만 다음날 상대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황급히 지나쳐 간다. 지난 밤 꼭 퍼부어주리라고 이백쉰다섯번 연습했던 말들은 겁이 나서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이건... 초식동물의 본능 같은 것이다. 내가 아무리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절대 바꿀 수 없다.

 

 세 시간이 지났지만 저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는 여전하다.

 저러다가 진짜 좀비든 뭐든 괴물로 변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나는 그동안 계속 돌아누워 있었고 왼쪽 옆구리와 팔이 결리고 마비되는 것 같지만 꾹 참고 있다.

 그 동안 김과장은 옆 천막에 있는 사람들과 사천삼백이십오 차례 설전을 벌였다.

 그리고 역시 폭력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됐고, 왜 나만 이리 말짱한가?

 차라리 나도... 차라리 나도 저렇게 됐으면 맘이라도 편할 텐데.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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