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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꿈꾸지 않는 자
작가 : 양박사
작품등록일 : 2019.11.4

한번도 꿈꿔본 경험이 없는 주인공이 어느 날 처음으로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동시에 잠들고 동시에 깨는 특이한 증상을 가진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주인공을 포함한 극소수만이 이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운데...

 
꿈꾸지 않는 자 (8)
작성일 : 19-11-05 08:23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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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밤 10시 반.

 드디어 이과장이 하사하신 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내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조금 더 일을 해본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또다시 깨닫겠지. 내일은 내일의 부담이 있을 뿐, 오늘의 초과 업무로 줄어들 부담 따위는 없다는 것을.

 하지만 어리석게도 또 이 짓을 반복한다.

 가족과의 시간, 건강관리 같은 훨씬 중요한 것을 희생해가면서 말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내 꿈은 뭐였지?

 

 문득 고등학교 시절의 한 수업시간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각자의 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그리 거창한 발표는 아니었고 1분 내외로 자기 꿈이 뭔지 정도만 얘기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는 나이었고(한 놈은 그래도 끝까지 산타가 있다고 주장하다가 때마침 녀석의 코에 생긴 여드름과 맞물려 아직까지 루돌프라고 불리고 있다), 유아시절 호기롭게 내뱉던 꿈들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보다는 영어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이 가치있다 생각했던 우리에게 선생님의 뜬금없는 제안은 상당히 당황스럽고 곤혹스러웠다. 그리고 예상대로 시커멓고 걸걸한 남고생들의 꿈 얘기는 적잖이 낯간지러웠다. 이를 견딜 수 없었던 정의감 가득했던 우리는 친구의 꿈이 무엇이건 간에 일단 야유와 조롱을 퍼부었다. 발표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자리로 돌아가는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했다. 나 역시 파일럿이 꿈이라는 개소리를 했다가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역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자리로 돌아온 나는 누구보다도 우렁찬 목소리로 다른 놈들의 꿈을 조롱하고 야유했다.(아마 그 수업이 끝나고 다들 목이 쉬었었지.)

 어쨌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친구의 꿈은 ‘회사원’이었다. 나는 그때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나는 그래도 꿈이라면 조금은 그럴싸해야 할 것 같아서 그다지 원치 않았음에도 조금 겉멋든 꿈 얘기를 지껄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 친구처럼 평범한 꿈을 얘기할 용기가 나질 않았을 뿐이다. 어쨌든 그 친구는 회사원이라는 꿈을 얘기했고 우리는 그것도 꿈이냐며 야유를 퍼부었다. 사실 내 꿈도 그런 거였다. 평범하고 조용하게 사는 것. 평범한 삶을 꿈이라 당당히 얘기하던 그의 용기가 멋있었다. 그 외에 나머지 놈들은 노력은 안하면서 꿈만 원대한 놈들이었다. 회사원... 그 친구의 꿈이 가장 진실됐다.

 

 어딘가에서 풍뎅인지 뭔지가 들어왔다.

 내 주위를 두어 바퀴 돌고는 천장에 기다란 형광등을 머리로 받아댄다.

 “탁... 탁... 타탁...”

 여름이니 어디서 곤충이 날라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골격’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언제 배웠지?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때였나?

 외골격... 저러니 저렇게 형광등에 박치기를 해대도 말짱하지.

 몇 번의 박치기 후에 놈은 형광등 가장자리에 안착했다.

 결국 녀석은 가짜 빛, 헛된 것에 미련을 갖고 그 곁에 눌러 앉은 게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내 책상위에 배를 까발리고 여섯 다리를 위로 한 추하고 처참한 모습의 사체로 발견되겠지.

 누군가가 그럴싸하게 만든 거짓된 것을 갖기 위해 죽도록 (머리를 처박으며) 노력하다가 초라한 노년을 맞는 누군가처럼 말이다.

 

 어릴 적 어떤 여름.

 큰아버지 댁 옥상에서 본 잠자리 떼도 비슷했다.

 놈들은 방수 처리된 반짝이는 초록색 옥상 바닥이 물인줄 알았는지 오르락 내리락 하며 알을 낳으려 했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자식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허망한 판타지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은 낮은 곳에서 흐른다는 진리를 무시하고 말이다.

 

 풍뎅이건 잠자리건 지금 내가 그 짓을 하고 있다.

 

 홀로 야근을 하니 잡생각이 많다.

 

 퇴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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