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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스물-1
작성일 : 19-11-05 07:41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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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기는 거 없니……?”

 

  잭이 내게 물었다.

 

  나는 잭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도대체 내가 숨기는 게 뭐가 있다는 거지? 잭은 나의 어떤 면을 보고 내게 저런 질문을 한 거지? 하지만 나는 잭에게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한 거라고는 잭의 말에 눈을 두어 번 깜빡이는 거뿐이었다.

 

  “네 행동은 평소와 다른데 네 느낌이 평소랑 다르지 않아.”

 

  잭이 말했다.

 

  잭도 나처럼 느낌을 읽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잭의 느낌을 읽을 수 없는 건가? 하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내가 잭의 느낌을 읽을 수 없다면 잭 또한 내 느낌을 읽지 못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잭은 내 느낌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어떻게 다른데요?”

 

  내가 물었다.

 

  너무 궁금했다.

 

  내가 정말 어떻게 다른 걸까? 다른 사람도 아닌 잭의 입에서 듣고 싶어졌다. 내 말에 잭은 눈을 한 번 깜빡이곤 피식하며 웃었다. 코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이상하게도 나는 저 소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잭은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나랑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그 생각이 바보 같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도대체 왜 잭은 나를 쳐다보는 걸까? 설마 내 눈을 읽는 걸까?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손을 눈 위에 올렸다. 눈을 비볐다. 눈이 너무 건조한 사람처럼 눈을 비볐다.

 

  “그렇게 비비면 눈 안 좋아져.”

 

  잭이 말했다.

 

  나는 잭의 말에 눈 위에 두었던 손을 내려놓았다.

 

  “잭.”

 

  내가 물었다.

 

  잭은 예상치 못한 나의 부름에 놀란 듯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잭은 사람 맞죠?”

 

  내가 물었다.

 

  질문이었다. 당연히 사람이 맞지. 잭이 뭐 마법사라도 될까? 하지만 저 질문을 했을 때 나는 아주 진지했었다. 잭이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수긍할 만큼.

 

  “당연하지.”

 

  역시였다.

 

  “그럼 너는 내가 뭐라고 생각했니?”

  “그냥…… 뭐. 잭이죠. 사람보다는…… 잭?”

 

  내 대답에 잭은 자리를 바로하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새로운 게임기를 앞에 둔 잭의 어린 시절 모습이 보였다. 아마 여섯 살 일곱 살 조금 안 돼 보이는 잭의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의 잭은 붉은 빛이 도는 곱슬머리의 남자아이였다. 베이지 색의 멜빵바지에 흰색 티. 신발은 파란색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운동화였다. 잭의 집에서는 아주 달콤한 향기가 났다. 애플파이의 향이 내 코를 간지럽히기 시작했고 오븐에서 들리는 경쾌한 알림은 듣기 좋은 백색소음처럼 울려 퍼졌다. “제이크 로빈스 게임 그만 하고 애플파이 먹자.” 여자의 말에 어린 잭은 게임을 멈추고 거실로 향했다. 잭은 아주 널찍한 소파에 혼자 앉아 신이 난 표정으로 애플파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진 애플파이를 들고 잭에게 갔다.

 

  “제일 큰 거주세요.” 잭의 말에 여자는 그런 잭이 사랑스러운 듯 거짓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잭의 접시에 가장 큰 애플파이 조각을 덜어줬다. 잭은 애플파이를 먹으며 행복하게 웃었다.

 

  “그래?”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잭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보았던 잭의 기억이었다. 나는 그런 잭의 기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와는 다른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기억이었다. 나는 그런 잭의 기억에 검정색 물감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구름을 그려주고 싶었고 제이슨을 선물하고 싶었다.

 

  “잭은 애플파이를 좋아하죠.”

  “응? 그건 왜?”

  “그냥…… 애플파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내가 말했다.

 

  “잭이 가장 행복했던 적은 언제예요?”

 

  내가 물었다.

 

  “뭐?”

  “저는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가장 행복했던 적은 하루라도 있었겠죠. 문제는 내가 언제 행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죠. 잭은요? 잭은 기억나요?”

  “나도 기억이 잘……”

 

  잭은 말끝을 흐렸다. 마치 내가 보았던 잭의 기억을 되뇌는 마냥 잭은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런 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묻고 싶은 건 너에 대한 건데……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잭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잭의 목소리는 내 귀에 데고 말하는 거 마냥 아주 선명하게 들렸고 확성기에 데고 말하는 목소리처럼 컸다. 나는 그런 잭의 음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듣게 될 텐데. 왜 저리 작은 음성을 내뱉을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지금 궁금하고 묻고 싶은 건 너에 대한 거야.”

 

  잭이 물었다.

 

  “나에게 뭐 숨기는 거 있니?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다시 한 번 잭이 물었다.

 

  내 머릿속의 생각회로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잭이 원하는 대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질문 또한 만들어내지 못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잭은 내가 열여섯 살 때 제프리 윌리엄 피닉스를 왜 죽였는지 알고 있죠.”

  “…….”

 

  내 말에 잭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알고 있고 네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어서 다음 이야기를 해 보거라. 나는 그런 잭의 무언의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를 강간했기 때문이에요.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어요. 제이슨에게도 이유가 있어요.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

 

  나는 말을 멈췄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제이슨을 왜 죽였더라…… 제이슨은 영혼 잃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할뿐 내게 아무런 말도 속삭이지 않았다. 내게 정답을 주지 않았다.

 

  “네가 말하고 싶은 게 뭐니?”

  “저 가봐야겠어요.”

  “뭐?”

  “상담 시간 끝났어요. 바바라랑 뉴트론 만나서 밥스 버거에 가기로 했어요.”

  “그래.”

 

  잭은 생각보다 쉽게 나를 보내줬다. 나를 붙잡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몰라보였다. 내가 거짓말을 하면 잭이 다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봐.

 

 

 

  트리스가 나를 보더니 한걸음에 걸어왔다. 나는 트리스가 반가웠다. 며칠 만에 다시 위드 타코에 일을 하게 돼서 아주 좋았다. 난 저번에 위드 타코에서 봤던 이름 모를 웨이트리스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을 할 때마다 침이 튀기는 것도 별로였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도 별로였다. 트리스는 그 웨이트리스처럼 침을 튀기며 말하지도 않고 내가 오면 양고기 타코와 사이다를 가져다준다. 나는 그런 트리스가 다른 웨이트리스들 보다 더 좋았다. 그리고 트리스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 뭐…… 연락 온 거 없었고? 아니면…… 잭이나 사람들한테 말했거나…….”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이런 모습들은 조금 바보 같기도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미치지 않은 정상의 사람이었다고 해도 불안함 속에서 지낼 걸. 나는 미쳤기에 불안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제프리 윌리엄 피닉스를 죽였던 게 아무렇지 않았고 훈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희열을 느꼈다. 사회에 서식하면 안 되는 기생충을 죽였다는 위상 높은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

 

  “걱정할 필요 없어 트리스. 그건 너와 나만 아는 거야.”

 

  내가 말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눈빛으로 트리스를 안심시켰다. 역시나 내 예상처럼 트리스의 심박도가 정상범위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정확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 예상일뿐이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이상하게 안심 된다. 난 요 며칠 내내 불안에 떨었거든.”

  “그래? 나는 요 며칠 내내 아무렇지도 않게 보냈어. 어제는 바보 같은 모임에 참석해서 짜증났지만.”

  “모임이라고? 혹시 모임에서 얘기를 한 건……”

  “걱정 마. 나는 바보 같은 모임에서 내 이야기를 할 마음이 없거든. 나는 바보 같은 모임에 걸 맞는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거든.”

  “그렇다면 다행이야…….”

 

  트리스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런 트리스의 음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음성에는 불안이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런 불안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트리스.”

 

  내가 말했다.

 

  내 말에 트리스는 고개를 돌려 폴 아저씨를 살피더니 내 앞에 앉았다. 그러곤 대답 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내가 제프리 윌리엄 피닉스를 죽였을 때 그리고 마티아스 와일더가 허풍쟁이처럼 떠들었을 때 나는 처벌을 받지 않았어. 내가 받은 처벌이라고는 퇴학뿐이었지. 내가 미성년자였다고 하지만 내가 한 건 바보 같은 폐륜범죄잖아. 그럼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 어떠한 처벌을 받지 않았어. 이건 이야기니까 모두 내가 만들어낸 허상의 이야기니까.”

 

  트리스가 나를 보더니 한걸음에 걸어왔다.

 

  나는 트리스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어색하진 않았다. 트리스는 내 미소가 마음에 든다는 듯 나를 따라 웃어보였다. 하지만 트리스에게 여유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트리스의 미소는 인위적이며 가식적인 웃음이었다.

 

  “트리스.”

 

  내게 다가오던 트리스를 불렀다. 트리스는 내 말에 걸음을 멈춰 섰다.

 

  “내가 바바라랑 뉴트론이랑 약속이 있던 걸 깜빡했어.”

 

  내가 말했다.

 

  내 말에 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안감에 떠는 자신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위드 타코를 나와 엄마가 일하는 빅 스토어 마켓으로 갔다. 다행히 트리스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엄마의 유니폼에는 캐시라는 이름의 명찰을 붙여져 있었다. 엄마는 빅 스토어 마켓의 캐셔로 일하고 있었다.

 

  엄마의 앞에는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술 꾸러미들을 계산하고 있었고, 남자에 가려진 나를 발견한 엄마는 놀란 듯 멀뚱멀뚱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아주 큰 걸음으로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

  “어쩐 일이야?”

  “잭이랑 상담 끝났고 오늘은 위드 타코에서 양고기 타코로 해결하고 싶지 않아서 왔어요. 오랜만에 펌킨파이랑 애플파이가 먹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냉동식품이라도 사려고 왔어요.”

 

  엄마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끼 주머니에서 10달러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사먹어.”

 

  엄마가 내게 말했다.

 

  나는 엄마의 말과 행동에 거절 따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오늘은 양고기 타코가 먹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펌킨파이나 애플파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나는 엄마가 건네준 10달러를 주머니에 넣고 냉동식품 코너로 향했다. 뒤를 돌아봤을 때 엄마의 모습이라고는 흔적도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숨소리에 엄마의 숨소리는 묻혀진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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