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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작은 신을 위하여
작가 : Aksu
작품등록일 : 2019.11.5

거듭된 불행에 절망한 청년은 신을 원망하며 자신의 목숨을 내버리려 했다.

하지만 자신을 '신'이라 지칭하는 사내가 나타나 1440분, 신의 지혜를 쓸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해주고 절망으로부터 청년을 구원해준다.

5년 후, 스스로 신이라 소개한 사내로부터 구원 받은 청년은 한 중견기업의 CEO가 되었고, 자신을 구원해준 그 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5년 전 자신이 목격한 신의 권능을 사용하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구원하는 자와 구원 받은 자, 구원을 희망하는 자와 구원을 빼앗으려는 자.
이 수라장에서 현수는 다짐한다.

──'나의 작은 신을 위하여... 이 시간을 쓰겠다'고.

 
6화
작성일 : 19-11-05 01:54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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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제2대회의장의 묵직한 문이 열리며,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여럿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끝에 딸려 나오듯이 하은의 손수건으로 흘러내린 땀을 닦아내며 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밖에서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애타게 그를 기다리던 하은이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회의는...어떻게 잘 마치셨나요?”

 “으, 으응~ 그럼, 물론이지. 다행히 우리 회사 OS를 채택해 주겠다는 곳이 있었거든. 그것도 꽤 큰 금액으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오랜 회의 시간 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감, 그로 인해 몰려든 피곤이 깊게 묻어나왔다. 덧붙여 그가 제법 장시간 동안 그의 권능을 사용한 것에도 원인은 있었다. 무려 30분을 소비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만약 그의 지혜의 권능이 없었더라면 이번 계약 건은 이미 물 건너갔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그에게는 꽤 부담이 컸었다.

 

 “다행이긴 한데, 한 십 년은 더 늙어버리신 것 같은데요?”

 “응? 그 정도야? 피부 관리 좀 해야겠네. 아무튼 정비서도 사람들 붙잡아 놓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절반은 정비서 덕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아, 그리고 이 손수건은 내일 빨아서 가져다줄게. 고마워.”

 “고마우면 술이나 한 잔 사시던가요? 저 오늘 저녁 시간 비었는데요.”

 “그건 다음에 사 줄게. 오늘은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아직 좀 이르긴 한데 이만 퇴근해볼게. 정비서도 어서 퇴근해.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

 

  그는 그녀의 부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볍게 감사와 퇴근하겠다는 인사와 함께 서둘러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은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힘없이 오른 손을 흔들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터덜거리며 그녀의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현수는 중간에 잠깐 디저트 가게를 들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영을 위해 여자가 좋아할 만한 디저트 몇 개를 사서 자가용을 탔다.

 

  차를 타고 도로를 한 3~40분 내달려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 현수의 시계는 벌써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혹시 아영이 벌써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디 그럴 일은 없길 바라며 14층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문 앞에서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 마냥 다리를 모은 채 쭈그리고 앉아있는 아영이 비쳤다. 그는 그런 아영의 모습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그녀 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너 왜 여기 앉아 있어?”

 “으아... 현수 씨이~”

 

  아영이 불쌍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도어락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제야 어째서 그녀가 현관에 앉아있었는지 대충 감이 왔다. 일단 아영의 옷차림은 교복이었던 어제와 달리 지금은 세미정장 차림을 하고 앉아있다.

 

  안에는 눈처럼 하얀 셔츠, 어깨에 살짝 걸친 재킷 탓에 자기주장을 뚜렷하게 하고 있는 두 개의 봉오리가 그의 눈에 확실히 들어왔다. 거기에 잘록한 허리는 그녀의 몸매가 얼마나 훌륭한지 증명해 주고 있다. 아무튼 지금 이 복장으로 보아 아영은 짐을 가지러 밖에 나갔다가 문이 잠겨있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된다. 그랬기에 지금껏 이런 자세로 현수를 기다린 것이다.

 

  신의 대리자라도 도어락 잠금 해제는 하지 못한다는 건가.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솔직히 그가 아영의 권능이 어떤 것이고, 어디까지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생각은 그만두기로 하고, 일단 아영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영은 지쳤는지 집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이 들고 온 캐리어도 현관에 내팽겨 둔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는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배… 고파요…….”

 “…….”

 

  자연스레 현수의 눈이 식탁 위에 올려놓았던 현금 몇 만원 쪽으로 쏠렸다. 아침에 그가 올려놓았던 것 그대로다. 현수가 아영의 현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턱이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봤을 때 그녀의 금전사정이 그리 넉넉지 않다는 건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뭔가 배달이라도 시켜 먹을까 했지만 아영과 느긋하게 이야기라도 나눌 겸 그가 직접 요리 해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디저트를 냉장고에 넣어둔 뒤 부엌으로 향했다.

 

  현수가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를 내며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더니 이내 근사한 한 상이 완성되었다. 자취생활을 벌써 몇 년 째 하고 있는 그에게 요리란 일상. 재료만 준비되어 있다면 간단한 요리는 금방 해낼 수 있다. 음식 냄새를 맡은 아영은 어느 새 귀신처럼 다가 와 식탁한 자리를 차지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황금빛으로 젖어있는 계란말이, 방금 썰어 유산균이 살아있는 배추김치, 거기에 압력솥으로 갓 지은 따뜻한 밥에 된장국. 거기에 장조림, 어묵볶음, 콩자반 등 다양한 밑반찬 들을 작은 접시에 덜어내어 상을 더욱 수려하게 가꾸어 준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가정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만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밥상이 차려져 있다.

 

  아영이 숟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된장국을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며 맛을 음미하더니 이내 젓가락을 들어 다른 반찬들도 맛본다. 현수는 이렇게 자기 집에서 누군가와 서로 마주보며 식사를 한다는 것이 왠지 어색했지만, 열심히 밥을 먹는 그녀의 모습에 뭔가 뿌듯함이 느껴져 이내 즐거운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한 그릇 더 먹어도 괜찮을까요?”

 

  어느 새 밥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아영이 밥톨 하나를 볼에 붙인 채, 그에게 요구했다. 이에 현수는 비록 그녀에게 밥을 조금 준 건 아니었지만 어제 카페에서 아영이 먹은 양을 생각하면 부족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그만큼 자신의 음식이 그녀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는 사양 않고 기쁜 마음으로 아영의 밥을 처음처럼 다시 채워주며 물었다.

 

 “제법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네?”

 “아뇨? 딱히 맛있는 건 아닌데요? 굳이 따지자면 맛없는 편인 걸요?”

 “그렇… 에엥? 맛이 없다고…?!”

 

  순간 밥을 푸던 주걱이 멈춰서며 현수의 표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당황과 의문으로 얼룩졌다. 분명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요리 실력에 제법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마음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자신의 반찬을 맛있다는 듯이 먹었던 아영의 입에서 그걸 완전히 부정하는 문장이 튀어나온 것이다.

 

 “맛있게 먹었던 거 아니었어?”

 “차려준 정성도 있고, 제게 있어 집 밥은 제법 의미가 크니까요. 아, 아무튼 현수 씨의 음식은 전체적으로 너무 싱거워요!”

 

  아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엌의 찬장으로 가 소금과 고춧가루를 꺼내 식탁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소금 뚜껑을 열어 계란말이 위에 가랑눈 쌓듯 고운 소금을 뿌리고는 맛있게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으음~! 이 자극적인 맛! 이렇게 먹어야 맛있죠!”

 “으으… 너무 짜게 먹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 심혈관 질환이나 위암이 생길 수도 있…….”

 

  그는 말을 계속 이어나가려다가 멈칫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표정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신아영은 신의 대리자. 그가 저번에도 목격했듯이 바로 죽기 일보 직전인 사람도 살려내는 기적을 일으킨 여자이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이 정도는 딱히 상관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말을 이어나가려다 멈추고, 화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현관에 있는 캐리어, 짐은 저게 전부야?”

 “네, 유랑생활을 하는 제게 있어서 짐이 많으면 불편하기만 하거든요”

 “그럼 저걸 여기에 가져왔다는 건…….”

 “정답~! 여기서 조금 더 머무를 생각이에요. 안 그래도 이 근처에서 할 일도 꽤 남았거든요.”

 “뭐… 남는 방은 있으니 난 크게 상관은 없다만 지금까지 어디서 지냈던 거야?”

 “근처 모텔이나, 호텔? 등등 전전하며 지냈어요. 저한테 정착할 집은 필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제 몸 하나 지킬 자신은 있고요.”

 “돈은? 신의 대리자라고 해서 신이 돈까지 주는 건 아닐 거 아냐?”

 “아하하… 그건 Farming이라고 하는 아주 복잡한 기술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오…….”

 

  아영은 혀까지 굴려가며 영어 단어를 섞어 말하고는 애써 그의 눈을 회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분명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을 거라 판단한 현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하고 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집에 들인 궁극적인 목적을 묻기로 했다.

 

 “아무튼 이제 갈색 코트를 입은 신의 대리자, 그래… 나정수라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슬슬 알려주지 않을래?”

 

  그러자 아영이 얼굴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밝은 표정을 지었던 방금까지와는 달리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역으로 물었다.

 

 “…현수 씨는 어째서 그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그건… 의문을 풀기 위해서야. 분명 나는 그 사람한테 구원받았어,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 사람이 날 구원했기 때문에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 사람한테 지울 수 없는 은혜를 입은 셈이지.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하지는 않아. 나한테 지혜를 주고, 이걸로 난 모든 꿈을 이루었을 텐데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난 그 사람을 다시 만나려는 거야.”

 “감사와 질문을 하기 위해서 아저씨를 찾는다. 는 건가요……. 흠, 뭐 그 아저씨가 한 일이라면 분명 무슨 의미가 있는 거겠죠. 그 이유는 아무리 제가 신의 대리자라 해도 알 수 없어요. 아무튼 그런 사정이 있었던 거군요.”

 “그럼 이제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후훗, 그런 기밀 정보를 함부로 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죠! 조금 더 신뢰가 쌓이면 그 때 알려 드릴게요. 그보다 벌써 8시네요? 뉴스 좀 볼까요?”

 

  아영이 다시 밝은 얼굴로 돌아와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날렸다. 그리고는 TV 쪽으로 다가가 전원을 켰다. 현수는 아직 묻고 싶은 게 남았지만 천천히 묻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마음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식탁 정리를 시작했고, 이내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영은 어느 새 아까 현수가 사왔던 케이크를 챙겨, 한 손에 들고는 작은 입을 열심히 오물거리며 TV에 열중했다.

 

  현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저 나쁘지 만은 않았다. 마치 동생이 하나 생긴 것 같은 느낌. 줄곧 혼자였던 그의 집에 식구가 하나 늘어난 것이다.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입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케이크라던가 음식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은 그녀가 집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그렇다고 그녀가 이성이라고 인식해서 느끼는 감정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 과거, 자신의 전부였던 사람으로부터 사랑이란 감정을 완전히 조각내버려진 지금의 그에게 있어 사랑이란 감정은 있을 수 없다.

 

  그는 그저 순수하게 누군가 곁에 있는 게 좋아서. 외롭지 않아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그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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