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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작은 신을 위하여
작가 : Aksu
작품등록일 : 2019.11.5

거듭된 불행에 절망한 청년은 신을 원망하며 자신의 목숨을 내버리려 했다.

하지만 자신을 '신'이라 지칭하는 사내가 나타나 1440분, 신의 지혜를 쓸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해주고 절망으로부터 청년을 구원해준다.

5년 후, 스스로 신이라 소개한 사내로부터 구원 받은 청년은 한 중견기업의 CEO가 되었고, 자신을 구원해준 그 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5년 전 자신이 목격한 신의 권능을 사용하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구원하는 자와 구원 받은 자, 구원을 희망하는 자와 구원을 빼앗으려는 자.
이 수라장에서 현수는 다짐한다.

──'나의 작은 신을 위하여... 이 시간을 쓰겠다'고.

 
4화
작성일 : 19-11-05 01:49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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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수는 말도 없이 사라진 그녀에게 뭐라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다 사정이 있으리란 생각에 목구멍 까지 올라오는 질문을 삼키고, 아영에게 물었다.

 

 “이 환자… 아는 분이야?”

 “아뇨, 오늘 처음 봤어요. 저는 그저 제 역할을 하러 온 것뿐이에요. 아까 카페에서의 일을 따지러 오신 거면 복도에서 잠깐 기다려주세요. 저, 일하는 중이니까요.”

 “일을 하러 왔다고? 아까 얼핏 봤는데 이 사람은 오늘 밤이 고비야.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에 염증이 가득 차올랐어. 아무리 의술이 발달했다 한들…”

 

  그는 침대 옆에 걸려있던 차트 기록을 꺼내 살펴보며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록상으로는 서른둘이란 젊은 나이였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장기가 많이 파손된 상태. 완전히 회복은커녕, 소생 가능성도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현수 씨의 눈에는 그것까지 보이는 모양이네요. 이 사람은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에요. 사고로 인해 지금 운명이 어긋나려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전 바로 잡으려 하는 것뿐이에요.”

 “신의 대리자는 사람을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건가?”

 “되살리는 게 아니에요. 제가 대리자로서 받은 권능은 ──「기적」, 1%의 확률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실현 시키는 게 저의 권한이죠. 뭐, 그 가능성이라도 인과율에 크게 벗어나 버리면 소용없지만요~”

 “기적을 일으킨 다고…?”

 “그래요. 그보다 지금은 집중하고 싶으니 말을 거는 건 그만 둬 주시겠어요? 조금 이라도 늦으면 큰 일 이거든요.”

 “아, 그렇구나… 미안.”

 “…한 회사의 대표라고 하기에는 제법 싱거우시네요? 뭐, 아무튼 가만히 지켜봐 주세요.”

 

  현수는 입을 꼭 닫은 채,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아영은 자신의 눈동자를 황금빛으로 더 강하게 물들이며 무표정의 얼굴로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을 석연의 가슴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환자 감시 장치에서 가늘게 뛰던 맥박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몇 초 지나지 않아 정상 맥박으로 뛰기 시작했다. 동시에 경직되었던 석연의 표정이 편하게 풀리며, 잠든 아기처럼 포근한 듯, 스르르 눈을 감았다. 모든 조치가 끝난 아영이 눈을 감았다 뜨며 갈색인 자신의 눈동자로 되돌렸다.

 

 “이제 곧 환자가 일어날 거예요. 일단, 나가도록 하죠.”

 “으응, 그래”

 

  아영이 서둘러 나가자며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에 넋이 나간 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현수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병실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복도로 나와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는데 병실 안 쪽에서 아까 엎드려 있던 소녀의 기쁨에 겨운 울음소리와 함께 아까까지만 해도 서서히 죽어가던 남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휴~ 이제 곧 간호사들이 올 테니 어서 자리를 뜨도록 하죠!”

 “정말 아까 그걸로 병이 다 나은 거야?”

 “맞아요. 어때요? 내심 제가 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 신이나 다름없네.”

 

 “…전 신이 아니에요. 그저 신의 대리자일 뿐.”

 

  현수와 아영이 자리를 뜨려던 그 때, 병실 문이 열리며 한 소녀가 뛰쳐나왔다. 금발의 풍성한 머리카락에 벽안의 소녀. 아까 침상에 누워있던 아저씨의 친딸이라기에는 닮은 구석이 하나 없어보였지만 그녀가 바라던 기적이 일어나 터져 나온 기쁨의 눈물만은 진심으로 현수의 마음 속 깊이 전해졌다.

 

  그 소녀와 아영의 눈이 마주치자, 아영은 당황한 듯 짤막하게 ‘윽’하는 소리를 내더니 로봇처럼 뻣뻣하게 뒤로 돌아 어서 자리를 뜨자고 속삭이며 현수의 팔을 잡아당겼다.

 

 “언니랑 오빠가 우리 아빠를 살려 준 거죠? 정말… 감사합니다!”

 

  소녀의 울음 섞인 외침에 아영은 잡아끌던 현수의 팔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소녀 쪽으로 몸을 돌려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살린 게 아니야. 너희 아빠는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눈을 뜨신 거야. 이렇게나 귀여운 널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날 리가 없잖아? 네가 있어준 덕분에 소생했다… 는 거야.”

 

  아영이 소녀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 뒤,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친구는 좋은 아빠를 두어서 좋겠네요~?”

 

  그녀의 말에 소녀는 감정이 더욱 격해져 결국에는 다시 한 번 울음을 터뜨렸다. 다만 현수의 눈에는 그녀가 애써 웃으려 하고 있지만 아이를 향해 왠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영은 소녀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준 뒤, 고개를 가볍게 떨어트린 채 현수 쪽으로 몸을 돌려 그의 등을 밀다시피 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

 

 

 “그 애, 자던 거 아니었어?”

 

  병원 밖으로 나온 현수가 아영에게 물었다. 단순히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에 아영은 눈을 반쯤 뜨며 그에게 답했다.

 

 “그러게요. 틀림없이 자는 줄 알았는데 일어나 있었던 모양이에요.”

 “모르는 거였던 거냐…….”

 “제, 제가 신도 아닌데 그 애가 자는 지 안 자는 지 그걸 어떻게 일일이 알 수 있겠어요? 전 신의 대리자이지, 신은 아니라고요?”

 

  아영이 순간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지만 이내 누그러졌는지 말끝은 장난스럽게 다시 올리며 반쯤 감았던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말했다.

 

 “신의 권능 덕분에 내 나이랑 이름은 알았다며? 근데 그걸 모른다고?”

 “아하하하… 요즘에는 인터넷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거든요~”

 “하~ 그랬던 거구나, 그보다 벌써 자정이 넘었는데 집에 안 가 봐도 괜찮겠어?”

 “제게 돌아갈 집은 없어요.”

 “응? 그럼 평소에는 어디에서 지내는데?”

 “하늘을 이불삼아, 땅을 침대삼아 하루하루 보내고 있답니다? 그래서 말인 데요~”

 “결국 노숙한다는 말이잖아… 응?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야?”

 

  아영이 눈을 살짝 치켜 올린 채, 불쌍한 강아지 같은 눈망울을 하며 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런 눈빛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그녀의 표정에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에 아영은 씩 웃으며 그에게 다정한 말투로 요구한다.

 

 “현수 씨에게 권능을 부여해 준 신의 대리자─── 나정수 씨를 찾는다고 하셨죠? 전 그 사람의 행방을 알고 있어요. 대신, 제가 현수 씨 집에서 신세를 좀 져도 될까요?”

 

 “……?!”

 

  그녀가 배시시하고 웃어보였다. ──그녀의 말은 결코 장난 같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영을 여기에서 그냥 보내버린 다면 그의 행방은 다시 묘연해 질 게 뻔하다. 그렇기에 그녀를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노릇.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조차 가늠키 힘들 것이다.

 

 “흐음~? 망설이시는 건가요? 그래도 한 회사의 대표인데 남는 방 하나 쯤은 있을 거 아니에요~ 빡빡하게 굴지 말고 협력 좀 해주세요~ 아님 이렇게 가녀린 저를 차디찬 밖으로 내몰 생각이신 건 아.니.겠.죠?”

 

  짧은 고민을 마친 현수는 어쩔 수 없이 일단은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아영은 하얀 이빨이 살짝 드러날 정도로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기에서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어서 가요!”

 

 

 *

 

 

  현수의 자가용을 타고 약 30분,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현수는 자신의 집인 104동을 향해 걸어 들어갔고, 아영도 그 뒤를 강아지 마냥 졸졸 따라 들어갔다.

 

 『띵──』

 

  멈춤 없이 14층까지 도달한 엘리베이터는 명량한 종소리를 내며 스르르 문이 열렸다. 그리고 곧장 코너를 돌아 현수의 집인 1401호 앞에 서서 말없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영은 기다렸다는 듯, 마치 그리워하던 고향집에라도 온 것 마냥 현수를 제치고 제일 먼저 현관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현관에 설치되어 있던 센서가 반응해 집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와~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고는 의외로 깔끔하네요!”

 

  현관에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아영은 어린 아이처럼 집안을 뛰어다니며 이방 저방 살펴보았다.

 

  침실, 큰방, 작은 방. 이렇게 방 세 개에 화장실 두 개가 달린 일반적인 가정집, 그리 큰 집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현수 혼자 살기에는 더없이 큰 집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그가 현재 사용하는 방은 침실 하나와 거실 뿐, 그 외의 방은 잘 쓰지 않는 데에다가 짐도 그리 많이 않은지라 텅텅 비어 냉기만이 방을 채우고 있다.

 

  괜스레 들떠서 관광지에라도 온 듯 돌아다니는 아영은 둘째 치고, 현수는 참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생판 남이나 다름없는 초면의 여자애를 자기 집에 들이다니… 애초에 여자에 대해 면역이 없는 그였기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의 몸과 표정은 자꾸만 굳어져 갔다. 그렇다고 그녀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 지금 그녀를 놓친다면 자신을 신이라 칭한 사내, 나정수를 찾을 기회는 두 번 다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보다 현재 시간은 새벽 2시를 조금 넘기고 있다. 어서 자지 않으면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 현수에게 있어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일단 오늘은 이 방에서 자. 이불이랑은 내가 가져다 줄 테니까. 근데 다른 짐 같은 건 없어? 갈아입을 옷이라던가…”

 “그게… 지금은 좀 사정이 있어서 못 가지고 왔거든요? 염치없지만 잠옷으로 쓰게 옷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교복은 좀 불편하니까요~”

 

  이에 현수는 잠시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옷장으로 가 그녀가 입을 만한 옷들을 잔뜩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대부분 남자 옷 뿐. 성인 남성 혼자 사는 집에서 여성복이 나올 리가 없었지만 일단은 사이즈가 크니 상관없지 않을까란 생각에 그는 조금이라도 크다 싶은 옷은 모조리 꺼낸 것이다.

 

  그러자 아영은 옷들을 몇 번 뒤적이며 자기가 입을 만한 것들을 몇 벌 고르고는 짤막하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 뒤,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방 문 앞에 쌓인 옷더미와 함께 남겨진 현수는 사실 그냥 옷을 내버려두어도 되었지만 정리정돈이 일상화가 된 그의 성격상 옷을 원래 있던 곳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하나씩 옷장에 가지런히 정리를 마쳤다.

 

  옷 정리가 끝나자 현수도 하루 종일 고생했던 터라 제법 피로가 쌓인 상태였기에 일단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은 뒤, 곧장 자기 침실로 들어가 지친 몸을 푹신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스르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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